*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샹그리라>는 전략 SLG 게임입니다.
엘프 사의 다른 전략 SLG 게임인 <FOXY2> 발매 이후
4개월만에 나온 게임이죠.
그래서 그런지, <FOXY2>와 전투 시스템이 비슷합니다.
<FOXY2>는 탱크, 비행기 등의 유닛을 조종하는 SF물이고
샹그리라는 전사, 기사, 마법사 등의 유닛을 조종하는 판타지물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스토리는 엘프 사의 게임 중 가장 빈약합니다.
주인공 이름은 토오루입니다.
애인 나츠미와 산책 중입니다.
귀여운 고양이가 나타납니다.
고양이는 어떤 저택으로 들어갑니다.
나츠미는 고양이를 따라갑니다.
주인공은 나츠미를 따라갑니다.
나츠미는 없고 웬 할아버지가 있습니다. 이름은 페르마타입니다.
주인공에게 '어딜 함부로 들어오느냐!!'하고 호통치더니
갑자기 '사실 내가 불렀다.'라고 말을 바꿉니다.
치매끼가 있는 할아버지인 것 같습니다.
노인은 다른 차원에서 온 마법사입니다.
다른 차원에서는 한창 전쟁 중입니다.
마도사 마두에 의해 10 명의 장군들과 왕자 에리온의 영혼이 주인공의 차원으로
날아오게 되었습니다.
페르마타는 10 명의 장군들의 영혼을 담을 육체를 만들었지만
왕자 에리온의 영혼은 주인공에게 씌이게 되었습니다.
주인공은 10 명의 장군들을 자신의 차원으로 되돌려 보내기 위한
전쟁을 하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스토리는 이게 끝입니다. 프롤로그가 아닙니다.
10 명의 장군들을 모두 자신의 차원으로 돌려 보내면
나츠미가 갑자기 나타나서 '고양이 찾았다' 하고 게임이 끝납니다.
마지막에 악의 원흉을 쓰러뜨린다는 결말도 없고
페르마타가 고맙다고 인사하는 장면도 없습니다.
중간중간에도 H씬 이외에는 아무 이야기도 없습니다.
<두근두근 셔터챤스>나 <RUN RUN 광주곡>처럼
다소 의도적으로 스토리를 포기한 게임입니다.
10 개의 문이 보입니다.
방 하나당 한 명의 여성 장군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그래픽은 시대를 고려하면 상당한 수준입니다.
엘프 사는 <FOXY2> 이후로 해상도 400라인 시대에 들어섰습니다.
그러나, 이전의 <FOXY2>나 <ELLE>은 400라인을 전부 활용하지 않았습니다.
화면 자체는 640×400의 해상도였지만
CG가 화면을 꽉 채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샹그리라는 화면을 꽉 채우고도 남는 그래픽입니다.
CG의 크기는 640×800으로 스크롤을 이용해야 전부 볼 수 있습니다.
그 CG가 10 명의 캐릭터에게 4~6장 씩 있습니다.
스토리를 포기한 대신 그래픽에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습니다.
어쨌든, 10 명의 장군을 원래의 차원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10개의 스테이지를 클리어해야 합니다.
10명의 장군들은 각자 특성있는 부대를 지휘하고 있습니다.
왼쪽 위부터, 검사, 창, 전사, 대포, 닌자, 마법사, 궁수, 화룡, 독수리, 기마대입니다.
그리고 위의 10인은 아직 원래의 차원으로 돌아가지 못했을 때의 표정이고,
아래 10인은 원래의 차원으로 돌려보내면 변하는 표정입니다.
전쟁에 억지로 끌려나간 표정으로 믿음직스럽지 못하던 캐릭터들이
듬직하게 변하게 됩니다.
문을 선택하면 전장으로 향하는 펜던트를 사용할 것인지 물어봅니다.
펜던트를 사용하면 그 스테이지를 정찰할 수 있습니다.
지형과 적부대의 구성을 본 후, 전쟁 시작 여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정찰만 하고 취소한 후, 다른 맵으로 가는 것도 가능합니다.
전쟁을 시작하면 유닛들을 선택하여 배치할 수 있습니다.
통솔력이 코스트의 개념입니다.
초반에는 통솔력이 낮기 때문에 신중하게 유닛을 선택해야 합니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그 방의 캐릭터는 본래의 차원으로 돌아가
각성을 하게 됩니다.
능력치가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편성 한계치도 6명에서 9명으로 늘어납니다.
그리고 이후의 전쟁 수행 자체는 <FOXY2>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샹그리라를 <FOXY2>의 재탕으로 볼 수 없는 이유는
맵 선택, 각성, 편성 등의 시스템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편성 부분을 설명하기 좋은 맵입니다.
대포대는 이동력이 떨어지고, 대포대 답지 않게 근접공격유닛입니다만
높은 공격력과 높은 방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의 맵은 아군과 적군이 다리 외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싸우고 있습니다.
저 다리에 일당백인 대포대를 세워두면 전쟁을 쉽게 이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안 됩니다. 아군 성에서 저 다리로 진입하려면
여울 혹은 나무를 통과해야 하는데, 대포대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시작시 대포대 한 대를 다리 근처에 배치해 둘 수 있지만
이동이 제한되기 때문에 퇴각 및 회복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이 맵에서 대포대는 쓰레기입니다.
그렇다면 이동이 자유로운 공중 유닛은 어떨까요?
공중 유닛은 지상 유닛과 달리 자유자재로 강을 건널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지상유닛에게 공격을 받지 않고
일방적으로 공격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안됩니다. 적 부대에는 궁수대가 세 명이나 있기 때문입니다.
궁수대는 공중유닛만을 공격할 수 있지만
사정거리가 길고 공격력이 만만치 않아 공중 유닛이 순식간에 전멸당합니다.
역으로 공중유닛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적의 궁수대 셋은 무용지물이 되어 버리는 겁니다.
이렇게 맵의 지형과 적의 특성에 따라
전략적인 편성을 할 수 있습니다.
<FOXY2>가 이미 주어진 부대를 운용할 수 밖에 없었던 것에 반해
샹그리라는 편성을 통해 새로운 느낌을 줍니다.
다만, 이와 별개로 단점 역시 많이 보입니다.
첫째로, 불만스러운 점은 낮은 고정 HP입니다.
샹그리라의 유닛에는 HP라는 것이 없고 부대원 수가 있습니다.
어떤 유닛이든지 부대원 수는 8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HP가 8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매우 방어력이 높은 유닛이 매우 공격력이 낮은 유닛의 공격을 받더라도
최소 1의 타격을 입게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아무리 방어력이 높은 유닛이라도 탱킹이 불가능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적에게 둘러싸이면 무조건 2턴정도에 죽고,
1대1 싸움이라도 1턴 싸우면 바로 도망쳐야 합니다.
이 부분은 다양한 전략으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점이지만 그래도 아쉽습니다.
두번째 불만은, 경험치와 레벨입니다.
샹그리라에는 유닛 레벨이 없습니다.
경험치를 많이 모으면 능력치가 올라가는 시스템입니다.
하지만 경험치는 킬 수입니다.
적의 유닛이 소멸될 때, 마지막 대미지만을 입힌 유닛만이
경험치가 고작 1 올라갑니다.
경험치를 많이 모으기도 힘들고, 경험치를 모아도 능력치의 상승은 적으며,
능력치가 올라도 전쟁에서 체감이 안됩니다.
세번째 불만은, 고정되어 있는 행동입니다.
개인적으로 도스 시절 최고의 SRPG로 꼽는 <삼국지 영걸전>을 예로 들어봅시다.
보병대라도 근접공격 뿐만 아니라 스킬을 통해,
원거리 공격도 할 수 있으며, 적을 혼란시킬 수도 있고,
회복을 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아이템을 사용해서 회복도 가능하고,
무기를 소지하여 공격력을 높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샹그리라는 오로지 하나의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마법사는 다양한 마법이 있는 것이 아니고 마법공격 하나 뿐입니다.
궁수대 같은 경우는 공중 유닛을 공격할 수 밖에 없으며,
공중유닛을 전멸시켰다면 손가락 빨고 놀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특성이 게임을 너무 단순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위의 세 가지 단점은 시대를 고려하면 이해해 줄 수 있는 부분입니다.
예로 든 <삼국지 영걸전>같은 경우는 샹그리라보다 4년 후에 발매된 게임입니다.
전략 SLG에 대한 노하우가 그다지 없던 상황에서 만든 샹그리라를
지금의 관점으로 비판할 수는 없죠.
실제로 저 세 가지 문제점은 <FOXY2>에도 있지만
<FOXY2>를 리뷰할 때는 가볍게 얘기하고 넘어가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굳이 저 문제점 얘기를 꺼낸 이유는
샹그리라가 리메이크 되었기 때문입니다.
샹그리라는 <샹그리라 멀티팩>으로 <샹그리라2>와 함께
2005년에 리메이크 되었습니다.
<PC-98 버전과 리메이크 버전>
그래픽은 많이 발전한 편입니다.
하지만, 구 버전이 시대를 고려할 때 훌륭한 그래픽인 반면에,
리메이크 버전은 시대를 고려할 때 평범한 정도입니다.
H씬은 보이스가 추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떨어지는 편인데
PC-98 버전의 짧은 텍스트를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빈약한 스토리 역시, 전혀 추가되지 않아
그대로 빈약합니다.
따라서, 샹그리라 리메이크는 그래픽, 스토리, H씬 모든 면에서 경쟁력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전투 시스템은 어떨까요?
일단, 처음 시작할 때 전투의 난이도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이지, 노말, 하드, 베리하드가 있습니다.
이지와 노말, 베리하드의 전쟁 화면입니다.
유닛 수는 그다지 차이가 없습니다.
코스트인 초기 통솔력 역시 이지가 70, 노말부터는 50으로
이지 외에는 그다지 차이가 없습니다.
그보다는 턴 제한이 압박입니다.
이지는 99, 노말은 25, 베리하드는 고작 10의 턴제한이 있습니다.
저 많은 적을 10턴 안에 끝내는 것은 확실히 힘든 일입니다.
또 다른 차이점으로는, 전장의 높낮이가 생겼습니다.
유닛에게는 점프라는 능력치가 있으며
그 능력치로 전장의 높낮이를 이동할 수 있습니다.
닌자같은 경우는 점프 능력치가 높기 때문에
길을 막고 있는 아군 유닛을 넘어 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점은, 위에서 제가 말한 세가지 단점이 전혀 수정되지 않은 것입니다.
여전히 HP는 8로 고정되어 있고
경험치는 거의 쓸모 없으며
전투 역시 매우 단조롭습니다.
거듭 말하지만, 샹그리라는 스토리가 없는 게임입니다.
리메이크를 하려면 전투 시스템에 더더욱 공을 들였어야 합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변한 게 없습니다.
샹그리라는 <삼국지 영걸전>보다도 4년 전에 나온 게임입니다.
그래서, 그 전투 시스템을 이해할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샹그리라 리메이크는 <삼국지 조조전>보다도 7년 후에 나온 게임입니다.
2005년은 유명 SRPG 계열 게임이 많이 나와 있던 시기입니다.
에로게에서도 ALICESOFT의 <마마뇨뇨>나
에우슈리의 <환린의 희장군2>가 2003년도에 이미 나왔습니다.
샹그리라 리메이크는 대체재들이 많은 상황에서
이렇다 할 경쟁력이 없이 2005년에 출시된 것입니다.
차라리 <샹그리라 멀티팩>이 아니라
<샹그리라2>를 좀 더 발전시켜서 단독으로 리메이크했다면 좋았을 것입니다.
이도 저도 아닌 리메이크가 되어 버렸습니다.
총평하자면, 샹그리라는 제가 싫어하는 고전 게임의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게임입니다.
빈약한 스토리, 단발적인 캐릭터, 여운없는 마무리.
훌륭한 그래픽이 있기 때문에
발매 당시에 나쁜 게임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과 함께 잊혀질 수 밖에 없는 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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