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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5일 일요일

리뷰 : METAL EYE2(1994/8/31, elf)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인지도라고는 없는 <METAL EYE2>입니다.
인지도가 없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제가 아는 한, 이 게임을 칭찬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저번 리뷰에서 <METAL EYE>는 발매일이 <동급생>과 <워즈 워스>라는
명작 사이에 끼어있다는 말을 했습니다.
<METAL EYE2>는 어떨까요?

무려 <드래곤나이트4>와 <동급생2> 사이에 끼어있습니다.
죽음의 조입니다. 당시의 어떤 게임도 저 사이에 끼어서 빛이 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시야를 조금더 넓혀보면,
<드래곤나이트4> - <METAL EYE2> - <동급생2> - <유작> -
<하급생> - <이 세계의 끝에서 사랑을 노래한 소녀 YU-NO> 순으로
발매되었습니다.
<METAL EYE2>만 제외하면 PC-98의 올스타급 라인업입니다.

저 사이에 끼어 있다면, 웬만하면 인지도가 없을 수가 없는데
<METAL EYE2>는 왜 이렇게 인지도가 없는 걸까요?
<METAL EYE2>는 대체 어떤 게임일까요?



타이틀 화면에서 설명된 <METAL EYE2>는
필드-3D 시스템 뉴 타입 메카메카 롤플레잉 게임이라고 합니다.
뭔가 좋은 말은 다 갖다 붙인 느낌입니다.
필드 RPG이며, SF물이라는 것만 아시면 됩니다.

필드 그래픽은 나쁘지 않은 편입니다.
무엇보다 전작에 비해 SF느낌을 살린 배경입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프레임 전투 시스템입니다.
HP 아래의 7개의 원이 프레임입니다.

엘프사 RPG들은 거의 대부분 난이도 조절을 실패했습니다.
초반은 지나치게 어려워서 플레이하기도 힘들고
그 시기만 넘어가면 너무 쉬워져서 재미가 없습니다.

<METAL EYE2>는 그렇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심각하게 어렵습니다. 쉬워지는 순간은 거의 없습니다.


이 게임이 다른 엘프사 RPG와 달리 난이도가 높아진 이유는
첫째로 레벨 노가다를 막은 것입니다.

엘프사의 RPG는 대부분 레벨이 깡패입니다.
레벨만 어느 정도 되면 무기도 방어구도 살 필요가 없을 정도로,
레벨로 인한 능력치 상승이 커서 마음 먹고 레벨 노가다만 하면 게임은 상당히 쉽습니다.

<METAL EYE2>는 주인공 파티의 레벨이 오를 때마다,
같은 몬스터가 주는 경험치가 줄어듭니다.
다른 게임들의 난이도를 하락시킨 주범인 레벨 노가다를 막은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너무 극단적이고 철저하게 막아놓았습니다.
아직 충분히 위협적이고, 조금만 실수해도 게임 오버를 당할 만큼 강력한 몬스터임에도 불구하고
경험치를 1밖에 주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레벨 노가다를 막아 놓은 정도가 아니라, 필요한 레벨 상승 자체를 거의 막아 놓았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라 파티원 중 하나인 노블은 레벨업 자체를 하지 않습니다.
노블은 초반부터 레벨이 상당해서 도움이 됩니다만
후반까지 그 레벨 그대로입니다.
방어력은 장비를 사서 맞춰 주면 어느 정도 올릴 수 있지만
HP가 오르지 않다보니 후반부에는 너무 쉽게 죽습니다.

문제점은 <METAL EYE2>는 파티원 중 한 명만 죽어도 게임오버가 된다는 점입니다.



가장 고생했던 구간입니다. 닌자 몬스터가 넷 나옵니다.
닌자는 스피드가 빨라서 그런지 무조건 선빵을 때리고
무조건 전체공격을 해옵니다.

한 닌자당 데미지를 100 정도씩 주니,
시작하자마자 파티원 모두가 총 400 정도의 데미지를 받고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노블의 HP는 600도 되지 않습니다.

전투를 시작하자마자 게임오버 위기가 되는 것입니다.
근데 말씀드렸다시피, 노블은 레벨이 오르지 않기 때문에
레벨을 올려서 대항할 수가 없습니다.
장비도 좋은 걸 맞춰 주는 건 한계가 있습니다.

레벨도 못 올리고, 장비도 개선시킬 수 없습니다.
답은 '회복 아이템'입니다.
전투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캐릭터 하나를 지정해서 쉬지 않고 회복아이템만 사용해야 합니다.

저 닌자 넷 뿐만 아니라, 통상 필드 몬스터 상당수와 중간보스, 최종보스가
모두 전체 공격을 사용합니다.
다른 캐릭터들의 HP가 1000이든 2000이든 간에
600인 캐릭터가 죽으면 게임이 끝납니다.
레벨 노가다 아무리 해봐야 전혀 소용이 없습니다.
회복 아이템을 어떻게 잘 사용하는가가 이 게임을 잘하는 유일한 비법입니다.


회복 아이템을 전문적으로 사용하는 캐릭터를 따로 지정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누굴 지정해야 하느냐? 무조건 아이리아입니다.

아이리아는 무기를 장비할 수가 없습니다.
대신 다양한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핀킥, 파워 엘보, 충격파, 니들헤어, 서머솔트, 히트숏, 쇼크크로, 펀치, 킥 등
기술은 참 많습니다.
몬스터에 따라 잘 먹히는 기술도 있고 안 먹히는 기술도 있는 듯한데,
잘 모르겠습니다. 거의 안 써봤습니다.

너무나 기술이 많아서 몬스터에게 잘 먹히는 기술이 뭔지 찾기도 전에 전투가 끝납니다.
잘 먹히지 않는 기술을 사용하면 데미지가 1정도밖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중간 보스 등 조금이라도 강한 적과 싸울 때는
저 기술 전부가 먹히지도 않습니다.
아이리아는 쓰기도 힘든데, 잘 써도 약합니다.
그냥 아이템이나 사용하게 하는 편이 편합니다.


전투는 이렇게 힘들고 게임 오버 되기도 쉬운 데
필드에서는 적이 너무 자주 나타납니다.
회복 아이템이 만능인 것처럼 얘기했지만, 소지할 수 있는 건 종류별로 9개씩 뿐입니다.
회복 아이템이 구매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맵이 복잡하지 않다는 점에서 <천신란마>보다는 힘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천신란마>에 비해 <METAL EYE2>는 게임 오버를 자주 당하기 때문에
포기하고 싶은 욕망이 끊임없이 샘솟습니다.


참고로, 엘프사의 게임은 정말 옛날 게임을 제외하면
왼쪽 컨트롤키가 대사 스킵, 쉬프트키가 화면 효과 스킵입니다.
<METAL EYE2>에서는 특히 알아둘 필요가 있는 기능입니다.

전투 효과가 쓸데없이 플레이어를 귀찮게 합니다.
적 몬스터 하나가 아군 파티원 넷에게 전체 공격을 한다면
한 명, 한 명씩 순서대로 다 때리는 효과를 보여줍니다.
전투 효과 하나 당 대사는 두 번 나옵니다.

그러니까 적 몬스터 하나가 아군 파티원 넷에게 전체공격을 한다면,
전투 효과 네 번보면서 여덟 번 클릭을 해야합니다.
아까 닌자 넷처럼 전체 공격을 하는 적이 넷이 나온다면
전투 효과는 열 여섯 번, 클릭은 서른 두번입니다.

무조건 스킵하세요. 전투효과를 일일히 다 보면 절대 멘탈이 버틸 수가 없습니다.



<METAL EYE2>는 전작의 주인공인 핀딜의 아버지, 위르그의 이야기입니다.

전작에서 아버지의 친구로 핀딜을 도와주던 겟사와 랜드하트가 나옵니다만
겟사와 랜드하트는 전혀 비중이 없고
겟사는 최종보스전 직전, 랜드하트는 후일담에나 등장합니다.
셋은 본래 안드로이드 개발 계획을 담당하고 있었지만
그 계획에 의문을 느끼게 되고, 정부기관에 쫓기는 신세에 놓이게 됩니다.



쓰러져 있던 위르그를 구해주면서 인연을 맺게 된, 히로인 마리아입니다.
주인공과 같이 있고 싶다며 주인공의 모험을 쫓아오는데,
또 최종보스전 직전에는 주인공에게 방해가 되기 싫다며 모험을 포기합니다.
캐릭터가 평범하고, 여러 모로 매력이 없습니다.



게임 중간에 주인공에게 '전설의 검'이라는 거창한 무기를 갖다 줍니다.
절대 저 무기를 써서는 안 됩니다.
무기를 사용한 후 대기 프레임이 너무 길기 때문에 한 번 사용하면
그 전투 내내 가만히 있어야 합니다.



안드로이드인 노블과 아이리아입니다.
노블은 스토리 상으로는 괜찮은 조역 캐릭터이지만
레벨업을 안 하기 때문에 전투에서는 속을 썩히는 녀석입니다.

아이리아는 안드로이드 주제에 주인공을 좋아하며 질투가 많습니다.
캐릭터 자체는 괜찮은데, 전작하고 연결시켜서 생각하면
설정이 약간 꼬입니다.


스토리는 전작의 떡밥을 회수한다거나 그런 거 없습니다.
전작과 연결되어 있는 것 같으면서도 뭔가 허술합니다.

전작에서 중요한 인물인 것 같았던 겟사, 랜드하트는 어디서 뭘 하는지 알 수도 없고,
페이 메이는 등장은 하지만 그럴싸한 계기도 없이 어느 순간 변심해 버립니다.



전작에서 별 비중 없이 허세만 부리던 악당 간부 네일은
2편에서도 등장하여, 초반에는 비중이 있어 보였지만 애매한 결말을 지어 버립니다.
시간상 뒤에 일어난 일인 1편 시점까지 네일은 살아있어야 하니까요.


최종보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암네이드가 최종보스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암네이드도 1편 시점까지 살아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최종보스는 고작 '기분 나쁜 벽장식'입니다.
뭔가 대단한 괴물이라든가, 암네이드가 만든 최종 병기라든가 하는 설정도 없습니다.

그냥 주인공 일행이 탈출하려고 할 때 갑자기 움직이며 앞을 막아서고,
이 걸 쓰러뜨리면 엔딩이 나옵니다.


전반적인 스토리 자체는 크게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1편과의 연결을 의식한 건지 억지스러운 부분도 보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1편과 내용상 충돌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총평하자면, 최전성기의 엘프 게임이 맞는지가 의심스러운 수준의 게임입니다.

높은 난이도의 RPG에 들이는 노력을 고려하면, 스토리의 보답은 형편없고
만들어진 시기를 고려하면, 엘프 사의 PC-98 게임 중 최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은 플레이하지 않으시길 권장합니다.
만일 플레이하더라도 금방 포기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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