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Birth days>의 차례이지만 늘 그렇듯이
<Birth days>는 후속작인 <발렌타인 키스>를 리뷰하는 시점에
같이 리뷰합니다.
따라서, 이번 리뷰는 <실낙원>입니다.
이전 작품인 <Birth days>는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따라서, 실낙원은 <하원기가 일족>, <노노무라병원사람들>, <애자매>라는
전설적인 어드벤처 게임들의 바로 뒤에 위치한 어드벤처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창 실키즈의 어드벤처 게임은 상한가를 치고 있을 때였고,
사람들이 실낙원에 거는 기대는 그야말로 엄청났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실낙원은 그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게임이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잘 몰랐던 사실이지만,
몇 년전에 제대로 된 번역이 이루어진 게임이라고 합니다.
오랫동안 번역기로 돌린 버전만 돌아다녔습니다만,
이제는 다른 게임처럼 쾌적하게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이하게도 시작화면에서, 아무 생각없이 맨 위에 있는
'게임을 시작한다'를 누르면 안 됩니다.
그렇게 하면, 프롤로그를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프롤로그에서는 주요 인물과 세계관을 소개하는 스토리 상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냥 게임을 시작하면 다짜고짜 주인공이 조난되어 스토리를 이해하기가 힘이 듭니다.
더군다나 프롤로그에도 분기가 있고, CG가 있습니다.
프롤로그를 한 번 플레이해서는 모든 CG를 모을 수 없습니다.
본편이 시작되자마자 나오는 그래픽입니다.
시대를 고려하면, 엄청나게 훌륭합니다.
시작지점에서 플레이어의 이목을 확 끌어 당깁니다.
다만, 실제로는 이정도의 그래픽이 게임 내내 유지되지 않습니다.
다른 CG들도 그래픽이 훌륭한 편이기는 합니다만,
이정도의 퀄리티는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주인공은 하자마 미치오 교수의 조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이름은 니시지마 코사쿠라고 합니다.
교수와 함께 여행을 떠나지만 목적지 도착 전에 배는 침몰해 버리고,
주인공 일행은 무인도에 조난됩니다.
이 수수께끼의 섬에서 펼쳐지는 이상한 사건들이 이 게임의 주제입니다.
하자마 교수의 아내인 하자마 시오리입니다.
눈이 보이지 않아서 탐험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데,
그만큼 험한 꼴도 덜 당합니다.
같은 조수 아르바이트인 사쿠라이 아야노입니다.
처음에는 주변 관찰을 위해 나무에도 올라가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위기 상황에 닥쳤을 때,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서 아쉽습니다.
역시 조수 아르바이트인 타카나시 유미입니다.
위의 두 캐릭터와 함께 단 세 개뿐인 해피엔딩을 차지하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그래서 많은 비판을 받습니다.
<하원기가일족>의 미나같은 캐릭터로,
레이코에게 계속 당하기만 하는 캐릭터입니다.
레이코에게 당하는 부분을 아야노와 공유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마치 그렇게 될 것 같은 선택지 분기도 있습니다만)그렇지 않습니다.
초반에 주인공이 사망하는 엔딩을 제외한 모든 스토리에서
얘만 괴롭힘 당합니다.
그렇다고 주인공이, 유미를 제대로 도와 준 적이 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엔딩 장면입니다.
이 엔딩 장면 바로 직전까지, 이게 과연 유미의 스토리인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본인의 루트에서마저 별 비중이 없습니다.
모니카나 리나같은 캐릭터도 있는데,
굳이 이 캐릭터 엔딩을 만들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침몰한 배의 선장인 모니카 리베라입니다.
주인공의 이름을 코사쿠가 아닌 토사쿠라고 하는데, 이게 은근히 매력적입니다.
섬의 원주민인 리나입니다.
처음에는 주인공을 공격하지만, 나중에는 주인공 일행의 탈출을 도와줍니다.
정작 본인은 탈출하지 않습니다.
교수의 조수 아사카 레이코입니다.
교수와 함께 악의 근원입니다.
<하원기가일족>에서도 <노노무라병원사람들>에서도
이 캐릭터와 비슷하면서도 더 훌륭한 악역들이 등장했습니다.
캐릭터도 겹치지만 마무리는 흉물스럽기까지 합니다.
하자마 교수는 더더욱 악역으로서의 매력이 떨어집니다.
화가 나서, 본인의 마누라에게 손을 대기까지 하는데,
사실은 마누라를 사랑해서 모든 일을 벌였다는 결말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유미의 엔딩, 매력없는 악역보다도 더 문제인 것은
전반적인 스토리입니다.
일단 바나나와 비슷하게 생긴 과일을 먹으면
DNA가 변형을 일으켜 촉수 괴물로 변한다는 설정이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이걸 전쟁병기니 의학치료니 하면서 연구하겠다는 것도 웃깁니다.
마지막에 산제물을 바치는 의식을 하면서 폭풍 H씬을 보여주는데
이 의식이 왜 필요한 지는 전혀 모르겠습니다.
주인공은 이 캐릭터를 구하겠다, 저 캐릭터를 구하겠다 하면서
분주히 뛰어 다니는데 성과는 거의 없습니다.
어찌어찌 도망쳐도 결국은 잡히게 됩니다.
주인공이 능동적으로 구하는 스토리가 아닌,
주인공이 도망치다 보니 다들 같이 도망쳤다 하는 스토리가 됩니다.
멀티 엔딩들의 개성도 없는데,
배드엔딩은 주인공이 괴물이 되어 죽는다와 그냥 죽는다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해피엔딩은 마지막 부분만 제외하면 세 개의 엔딩의 스토리 라인이 거의 똑같습니다.
14개의 엔딩 중 특정 엔딩 두, 세개만 보면 나머지는 수월하게 예측할 수 있는 스토리입니다.
총평하자면,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어중간한 스토리가 게임을 망쳤습니다.
차라리 제대로 된 스토리없이 미소녀들이 섬에서 신나게
촉수 및 원주민에게 NTR당하는 뽕빨물이라도
이정도의 비판을 받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유럽풍 저택이 무대인 <하원기가일족>의 스케일을
섬 수준으로 크게 키워 보려고 한 작품인 것 같지만,
<하원기가일족>의 분위기를 계승하는 것도,
새로운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실패했습니다.
최악까지는 아니지만, 졸작입니다.
완벽하게 번역된 게임이지만 전혀 추천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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