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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 25일 일요일

리뷰 : 코이히메(1995/5/26, 실키즈)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코이히메 ~Mystic princess~>, 우리나라 식으로 읽는다면 연희입니다.
요즘 연희라고 하면 아마도 대부분 <연희무쌍>을 떠올릴 것이고,
실키즈 사에서 이런 게임을 냈다는 것은 알지도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코이히메는 꽤 인기 있는 게임이었습니다.

어드벤처 게임이나 미연시, RPG, 기타 텍스트가 들어있는 게임에서
제가 제일 싫어하는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바로 '세로쓰기'입니다.
일본이야 우리나라보다는 세로쓰기에 익숙하지만
그래도 게임은 대부분 가로쓰기로 잘 나옵니다.
대체 왜 세로쓰기를 하는 게임이 있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텍스트를 읽는 게 정말 불편합니다.


'보다, 말하다' 등을 선택하며 진행하는 명령 선택식과 
중요 사항마다 선택지를 골라 여러 엔딩에 도달할 수 있는
선택지 분기식 멀티엔딩 시스템을 동시에 취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둘 중 하나만 사용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멀티 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플레이를 해야 합니다.
근데 명령 선택식이 쾌적한 진행을 방해하고 계속 발목을 잡습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이상한 선택지를 고르지 않고 제대로 공략한다면
하나의 공통 루트를 타고 가다가 
마지막 직전 선택지에서 분기가 결정되는 시나리오라는 점입니다.
진행을 그나마 덜 방해 받습니다.



그래픽도 실키즈 게임 중에서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CG의 양도 적은 편입니다.
직전 게임은 그래픽만은 훌륭했던 <실낙원>이었는데 많이 퇴보한 느낌입니다.

반면에, BGM은 상당히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의 분위기에 맞춰 듣기만 해도 치유가 되는 느낌의 BGM입니다.
모든 실키즈 게임 중에서, BGM만큼은 가장 높이 평가하는 게임입니다.


주인공의 이름은 사사키 코쥬로입니다.
이 주인공은 아마도 미연시 역사상 가장 우유부단한 주인공일 것입니다.

우유부단이라는 속성은 미연시 주인공이라면
십중팔구가 보유하고 있는 속성이기 때문에 딱히 특이할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미연시 주인공은 결국 한 명의 여성을 선택하기는 합니다.
그 도중에 주인공의 우유부단함으로 인해 무수한 사건이 일어나기는 하지만요.

하지만 코이히메의 주인공은 진엔딩 격인 14번 엔딩을 탄다면
끝까지 아무도 선택하지 않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주인공이 누군가를 선택하게 하기 위해서
극단적인 상황까지 몰아붙이지만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우유부단합니다.

마치, 주인공은 자신이 우유부단하지 않다면
자신의 인격적인 존재가치가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같습니다. 



아무튼 주인공은 어릴 적, 첩첩산중에 있는 시골에서
4명의 소꿉친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아버지를 따라 도쿄로 이사를 가게 됩니다.


주인공이 이사간다니까 소꿉친구들이 울고 불고 난리가 났습니다.
참 마음 아픈 광경이기는 한데 사실 꿈입니다.

주인공은 시골 마을로 내려가는 버스에서 잠에서 깹니다.
저 꿈은 주인공이 종종 보는 꿈이기는 하나 전혀 기억에 없는 내용이며,
주인공은 시골에는 자신과 같이 놀 나이대의 어린 아이들이 전혀 없었다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십 년만에 다시 온 시골에서 4명의 미소녀들과 만나게 됩니다.



신사에서 무녀를 하고 있는 스자쿠입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주인공에게 화를 많이 냅니다.
주인공에게 폭력도 종종 쓰는데,
나중에 수련하는 모습을 보면 바위도 깨부숩니다.



구멍가게를 하고 있는 나미입니다.
귀여운 스타일의 다른 캐릭터들과 달리 성숙한 미인 스타일입니다.

이미지와는 다르게 어리버리한 모습을 자주 보여주고,
얀데레스러운 모습도 한 번 보여줍니다.



안즈입니다.
주인공 집에 매일 놀러 오며, 주인공을 오빠라고 부릅니다.

요리를 만들어 주기도 하는데, 주인공이 당황할 정도로
괴기스러운 재료를 사용합니다.



내성적인 성격의 마유키입니다.
제가 아는 한에서 이 게임을 해본 사람들은 다 이 캐릭터만 좋아합니다.
저는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주인공과 이 네 명의 캐릭터가 지내는 일상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분위기는 치유물 같은데
스토리의 진행은 주인공이 야한 장난을 치다가 스자쿠에게 얻어맞는 패턴만
계속 나온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저 네 캐릭터는 주인공 꿈에 나온 소꿉친구들입니다.
저 캐릭터들은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며 각 종족의 공주들입니다.
주인공은 어린 시절, 소꿉친구 넷 모두와 결혼 약속을 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종족 간에 전쟁을 염려한 높으신 분들이
주인공의 기억을 지우고 마을 밖으로 쫓아냈던 것입니다.


성인이 되어 마을에 돌아와 넷 모두와 관계를 맺게 된 주인공은
스자쿠의 할아버지로부터
또다시 모든 기억을 지우고 마을을 떠나라는 명령을 듣게 됩니다.

일상 생활 속에서 선택지만 잘 선택했다면,
이 시점에 캐릭터 당 개별 엔딩을 하나 씩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선택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면 2부로 넘어가게 됩니다.


 
 
 

각자의 본 모습입니다.
스자쿠는 텐구, 마유키는 설녀, 나미는 용, 안즈는 좌부동입니다.



주인공은 인정받기 위해서 각 종족의 지도자들과 싸우게 됩니다.
약간 턴제 전투 시스템을 사용했지만 그다지 재미는 없습니다.
전략적인 요소는 전혀 없고 그냥 계속 싸우다 보면 언젠가는 이깁니다.

스토리의 볼륨은 많지 않지만, 그래도 꽤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스토리입니다..
코이히메는 나름 높은 평가를 받았고, 
엘프에서 윈도우 판으로 리메이크를 하게 됩니다.



윈도우판은 그래픽이 상당히 좋아졌습니다.
CG도 몇 장 추가되었습니다. 그리고 보이스가 추가되었습니다.
하지만 리메이크 작품으로서 칭찬할 부분은 여기 뿐입니다.



미니맵도 있습니다.
근데 이동할 장소는 미니맵 상에서 선택하는 것이 아닙니다.
평범한 선택지로 이동할 장소를 선택하면
미니맵에서 주인공이 걸어가는 장면을 보여줄 뿐입니다.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이해를 할 수 없습니다.
기술적인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2부에서는 미니맵 상의 선택을 통해 이동할 수 있습니다.



명령 선택식 어드벤처 게임으로서는 독특한 명령 선택 방식을 만들어 냈습니다.
'보다', '말하다'같은 텍스트를 선택하는 방식이 아닌
눈을 클릭하면 '보다', 입을 클릭하면 '말하다'가 되는 방식입니다.
이 시스템이 엄청 불편합니다.

눈을 클릭하면 '보다'가 선택되고
하위 선택지로서 무엇을 볼까가 말풍선 형식으로 머리 위에 뜨게 됩니다.
마우스 포인트의 동선이 너무 깁니다.
또한, 눈과 입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너무 붙어 있습니다.
정확하게 클릭을 해야합니다.

설명만 들었을 때는 그다지 불편한 점을 느끼기 힘드시겠지만,
이 게임은 클릭을 수백, 수천 번 하면서 진행해 나가는 게임입니다.
저 사소한 번거로움이 게임 전체의 플레이 타임을 엄청나게 늘리는 셈입니다.

이 시기 엘프 게임의 고질적인 병폐인 강제 전체화면도 감점 요인입니다.

혹시 코이히메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도 윈도우 판의 플레이는 권장하고 싶지 않군요.



총평하자면,
저는 이 게임에 대해 다른 사람들만큼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지 않습니다.
특히, 시스템 측면에서 불만스러운 점이 상당히 많은 게임입니다.

하지만, 전반적인 스토리는 나쁘지 않고,
캐릭터 각각의 매력을 잘 살린 게임입니다.

명작까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플레이 타임은 아깝지 않은 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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