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RED-ZONE이 페어리테일 사의 에로를 강화한 작품을 발매하는 회사였다면,
HARDCOVER는 페어리테일 사의 괴기, 공포, 스릴러, 서스펜스를
강화한 작품을 내는 회사였습니다.
적어도 PC98시절에는 그랬습니다.
HARDCOVER는 10년 전쯤까지
어찌됐든 제작사 스스로는 서스펜스 탐정물이라고 주장하는 작품을 제작했습니다.
하지만, 게이머들에게는 알맹이 없는 학원코미디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그 시절 F&C 작품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그랬듯이 시원하게 망했고,
10년 넘게 소식 하나 없는 회사가 되었습니다.
미래가 어떻게 되었든 첫번째 작품인 <네크로노미콘>은
HARDCOVER 특유의 분위기가 정말 잘 녹아있는 작품입니다.
러브크래프트의 <인스머스의 그림자>를 비롯한
크툴루 신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초반 오프닝부터 심각하게 끔찍하고 충격적인 장면을 선사합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사람들의 뇌리에 많이 남은 장면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차마 블로그에 설명할 내용이 아니라 생략하겠습니다.
주인공인 기자 조나단은 아캄이라는 마을로 휴가 겸 취재를 떠납니다.
기차 역장이나 버스 운전수는 아캄 마을을 위험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주인공은 개의치 않고 아캄으로 향합니다.
외부 사람을 배척하는 수준이 아닌, 의심스럽기 짝이 없는 마을 사람들이
주인공들을 시도때도 없이 감시하고 있습니다.
저 눈빛만 봐도 마을에서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조용히 있다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여관에서 만난 마을 외지인 동료들입니다.
오른쪽은 본인 생각만 하며 온갖 민폐짓을 저지르고 다니는 꼰대 아저씨 토마스,
왼쪽은 학구열이 넘쳐나 마을의 비밀을 들쑤시고 다니는 학자 할아버지 가드너입니다.
이런 위험해 보이는 마을에서 이런 동료들과 함께 다니니
조용히 있다 가기는 글렀습니다.
가운데는 코데리아로 마을에서 술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뭔가 정신이 이상해 보이는 다른 마을사람들과 달리 정신이 온전한 것 같은데
주인공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날 밤 H씬까지 진도가 나갑니다.
이로써 주인공은 무섭다고 마을에서 혼자 도망치지도 못하는 처지가 됩니다.
코데리아를 놓고 도망칠 수는 없으니까요.
주인공 일행의 캐릭터 조합은 정말 멋진 것 같습니다.
절벽 위에서 위태위태한 주인공을 언제라도 밀어 버릴 수 있는
웬수같은 동료들입니다.
유일하게 비중있는 여캐라고 볼 수 있는 코데리아가
별로 귀엽지 않다는 의견도 있는데 사실 저도 동감입니다.
괜히 캐릭터성 강조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분위기가 망가질 수도 있으니
호러 게임에서 이런 캐릭터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코데리아 외에 다른 귀여운 미소녀가 하나도 없는 건 좀 안타깝군요.
게임 중간에는 H씬만을 위한 엑스트라도 등장합니다.
아무래도 성인 게임치고는 에로함이 부족한 것을 의식한 것 같은데
억지로 끼워넣은지라 별 재미는 없고 게임 분위기만 깨는 것 같습니다.
초중반에는 다소 지루하다 싶을 정도로 이곳 저곳을 조사하지만
후반부에는 꽤나 몰입할 수 있습니다.
멀티 엔딩으로 은근하게 섬뜩한 엔딩과
탈출했지만 미래가 불투명한 엔딩이 마음에 듭니다.
총평하자면, CG도 분위기도 스토리도 섬뜩하게 잘 만든 수작입니다.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을 애독한 사람이라면
스토리에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을 전혀 읽지 않은 저로서는 만족할만한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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