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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4일 일요일

리뷰 : 누크3 ~최후의 성전~(1994/12/16, 본비봉봉)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누크> 시리즈는 본비봉봉의 간판 시리즈였습니다.
바보같고 여자를 밝히는 전형적인 90년대 스타일의 주인공과
IQ 180의 천재 미소녀 피릴이 악당들의 음모를 파헤친다는 어드벤처 시리즈입니다.



이 시리즈의 마스코트인 IQ 180의 천재 미소녀 피릴입니다.
파르 왕국이라는 가상 국가 출신입니다. 주인공과는 PC 통신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피릴과 함께 파르 왕국의 길버트 제약회사에서 만든
신약 '누크'의 비밀을 파헤치는 것이 1편의 스토리입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피릴은 천재, 외국계라는 설정에 비해
매력이 미묘하다고 느껴집니다.
해킹 실력 이외에는 천재라는 설정도 잘 와닿지 않습니다.



주인공과 자주 부딪히는 길버트사 친위대 4인방입니다.
피릴보다도 이쪽이 더 매력적입니다.

악랄한 짓을 서슴지 않는 악당이지만 불필요한 살인을 하지 않는 주의이기 때문에
주인공 일행은 궁지에 몰아놓고서도 마지막에는 당하는 역할입니다.



게임 내에서 악역, 개그, 에로 등 다양한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진짜 악당스러운 분위기를 보여주는 것은 보스 길버트와 비서인 라비아입니다.
라비아는 2편 초반에는 주인공의 통역 조력자로 별볼일 없는 캐릭터였으나
길버트의 비서가 된 이후에는 지능적인 악당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누크3 ~최후의 성전~>의 무대는 이집트로서 
3편은 고고학을 소재로 한 게임이 되었습니다.
'최후의 성전'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3편에서 주인공 일행은 주인공과 피릴 뿐만 아니라
재벌 2세인 시카자키와 박물관 관장 미스 마데린까지 4명으로 구성됩니다.

시카자키는 2편부터 등장했던 캐릭터로서 피릴의 대학 선배입니다.
초반에 등장할 때까지만 해도, 재수없는 엄친아였습니다.
피릴에게 찝적대는 역할이었으며
돈, 외모, 학벌 거기에 싸움실력까지 주인공보다 우월했던 
강력한 사랑의 라이벌이었습니다.

초반에만 해도 분명 그랬는데, 2편에서 주인공과 계속 여행을 다니며
말싸움을 하더니 어느 순간 주인공과 친구가 되었고,
알고 보니 시카자키도 바보였습니다.

3편에서는 갑자기 콧수염을 기르고 등장했습니다.
'길버트의 비서 라비아가 시카자키의 회사에 캡스톤이라는 유물을 주문했다'는
정보를 주인공과 피릴에게 전해줍니다.
주인공과 피릴은 그 유물에 중대한 비밀이 있다고 생각하고
박물관에 잠입하여 그 유물을 조사하려고 합니다.

캡스톤은 피라미드 꼭대기의 돌이며
주인공과 피릴은 캡스톤에 들어있던 철판을 손에 넣게 됩니다.


당연히 박물관 보안이 전문 털이범도 아닌 학생 둘에게 간단히 뚫리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박물관의 책임자인 미스 마데린은 주인공 일행의 행동을 묵인합니다.
다음 날, 미스 마데린은 주인공 일행을 찾아가 사정을 듣게 됩니다.
사정을 들은 미스 마데린은 주인공, 피릴과 함께
이집트로 건너가 유적을 조사하기로 합니다.


여기까지가 누크3의 대략적인 전개입니다.
캐릭터들은 매력적이지만 사실 스토리 자체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다만, 누크3의 장점은 스토리가 아니라
다양한 시스템을 이용하여 게임성 및 연출의 완성도를 높인 점입니다.
누크3의 기본 시스템은 명령 선택식 어드벤처이지만
그 외에도 여러 시스템을 도입하여 다양한 시도를 하였습니다.



건물 탐색이나 유적 탐사 부분에서 RPG처럼 필드를 이동할 수 있으며
미로를 헤메거나 퍼즐을 풀어내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난이도가 쉬운 편이라서 아쉬운 점도 있지만
패턴이 다양하고 쓸데없는 노가다성 퍼즐을 최대한 배제한 편이기 때문에
나름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누크3 뿐만 아니라 누크 시리즈, 더 나아가 본비봉봉의
가장 큰 시스템적 특색은 바로 '하늘의 소리'입니다.

'하늘의 소리'는 기본적으로 해설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보통 에로게는 주인공 1인칭의 서술로 진행되고, 
그것은 본비봉봉의 게임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1인칭으로 진행하는 도중, 본비봉봉 게임에는 
특이하게도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의 해설이 덧붙여지는데
그 해설이 스스로 자신을 '하늘의 소리'라고 자칭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제가 하늘의 소리입니다.>

'하늘의 소리' 텍스트는 화면의 윗부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대다수의 본비봉봉에는 하늘의 소리가 등장하며,
지금까지 리뷰한 <울퉁불퉁한 레몬>, <서클메이트>에도 등장합니다.

하지만, 이제서야 '하늘의 소리'를 소개하는 이유는
'하늘의 소리' 시스템은 누크 시리즈에서 가장 잘 사용되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게임에서는 단순한 해설, 조언 정도의 역할에 그쳤던 '하늘의 소리'이지만
누크 시리즈에서는 개그, 츳코미류의 태클의 역할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특히, 누크의 주인공이 바보이기 때문에
주인공의 머릿속에 태클을 걸어주는 역할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 생각 할 때냐?', '가끔은 좋은 생각도 하는구나!', '아니, 그럴 일은 절대 없거든.'
이런 식으로 말이죠.


다른 회사 게임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스타일입니다.
하지만, 게임을 진행하면서 '하늘의 소리'를 읽다 보면
웬일인지 낯설지가 않은 스타일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유명한 짤을 하나 첨부하도록 하겠습니다.




딱 이겁니다. 오덕체요.
표현방식이 약간 다를 뿐 내용 자체가 이런 식으로 흘러갑니다.
'하늘의 소리'는 주인공이 더더욱 찌질해 보이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겁니다.

심한 정도는 아니지만 면역이 없는 분들에게는
누크3는 다소 오글거리는 게임이라고 느껴지실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특이한 시스템은 바로 정신 트레이스 시스템입니다.
이 시스템은 간단히 설명하면 시점의 변환입니다.
주인공의 시점뿐만 아니라 다른 시점을 보여줌으로써,
다른 인물들의 생각과 다른 곳에서 일어나는 사건 등을 알려주는 역할입니다.

친위대 4인방의 행동을 표현할 때 유용하게 사용됩니다.
특히 4인방은 각각 개성이 풍부하기 때문에
각자의 생각을 들여다 보는 것은 꽤 재미있는 방식입니다.

정신 트레이스 시스템이 자주 사용되는 경우는 바로 H씬입니다.
H씬 직전에 누구의 시점에서 전개할지 물어봅니다.
주인공과 피릴의 H씬이 있다면 주인공 시점, 피릴 시점 두 시점에서 즐길 수 있는 거죠.

사실 H씬을 두 시점에서 즐기는 것은 그렇게 흥미롭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 시스템도 패턴을 다양화하여 다양하게 즐길 수가 있도록 만들었죠.

일단, 재벌 2세 시카자키와 엑스트라 회사원의 H씬입니다.
시카자키 시점에서 보면 시카자키는 평소 회사 여직원들이 자신을 눈여겨 보고 있고,
자신을 인기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직원의 시점에서는 여직원들은 모두 시카자키를 경멸하고 있었고,
자신은 돈을 위해 시카자키와 H를 하는 것뿐입니다.
같은 H씬에서도 정반대의 느낌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더 놀라운 경우는 H씬에서 당사자 둘 뿐만이 아니라 
제 3자의 생각을 볼 수 있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면, 주인공이 다른 여성과 H씬을 하는 와중에 피릴의 생각이 텍스트로 보여집니다.
그 장면을 보는 플레이어는
죄책감을 느낄 수도 있고, 주인공을 욕할 수도 있습니다.
신기한 시스템입니다. NTR물에서 더 활용될 여지도 보이고요.


하지만, 정신 트레이스 시스템의 끝은 따로 있습니다.
주인공과 피릴의 H씬 직전에 누구의 시점에서 진행할 것인지 선택지가 뜹니다.
'주인공', '피릴', 그리고 이 자리에 있지도 않은 '미스 마데린'입니다.
'뜬금없이 미스 마데린은 뭐야'라고 생각하고 한 번 선택해 봅니다.

갑자기 미스 마데린의 신음소리가 텍스트로 등장합니다.
그리고 '하늘의 소리'가 이렇게 말하죠.
'와, 이쪽도 한창이군요!'
주인공과 피릴의 H씬 CG를 보여주면서,
전혀 다른 곳에 있는 미스 마데린과 누군가의 H씬이 텍스트로 뜨는 겁니다.

제가 아는 특이한 표현법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엄청난 기법입니다.
보통은 시점 이동을 하더라도, 미스 마데린 쪽의 H씬 CG를 보여주지 않나요?
마치 다른 자막을 켜놓고 영화를 보는 느낌입니다.



포인트 클릭 방식도 자주 사용됩니다.
주인공, 피릴, 미스 마데린이 모여서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는 중입니다.
각 캐릭터들을 클릭함으로써 각자의 의견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근데, 아무리 셋을 여러 번 클릭해도 진행이 안 됩니다.
정보 공유는 옛날에 끝났고 계속 반복 대사만 하는데도 말이죠.

답은 웨이트리스입니다. 뒤에 배경처럼 존재하는 웨이트리스도 계속 클릭해줘야 합니다.
별 대사가 없는데도 말이죠.
그렇게 클릭하다보면...



사실 길버트의 비서 라비아가 엿듣고 있었던 거죠.
이 연출 역시 마음에 듭니다.
다른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시스템 그 자체를 도입하고 만족한 것이 아니라
그 시스템을 어떻게 활용해야 멋질까를 고민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총평하자면, 스토리는 다소 아쉽긴 합니다만
캐릭터와 시스템이 괜찮은 게임입니다.
특히, 시스템의 경우는 PC-98시절 등장했던 많은 게임 시스템을
한 게임에 집대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시대를 대표할 만한 게임입니다.
PC-98시절 스타일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플레이해볼 가치가 충분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댓글 2개:

  1. 제가 좋아하는 백개먼님 리뷰가 노노무라랑 마리아에게 바치는 발라드 등등 넘 많긴 한데ㅋㅋㅋ 이 글도 너무 좋아서 몇번이나 읽었네요 진짜 어쩜 이렇게 글을 맛깔나게 쓰시는지.. 제가 옛날 에로겜덕후라 백개먼님 블로그 오기도 하지만 사실 글을 너무 재밌고 알차고 논리적으로 쓰셔서 그거 보는맛이 한 5할정도 되는것같네요
    너무 바빠서 몇 주 못 들르다 오랜만에 들렀는데 정말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누크3은 백개먼님 필력 차치하고 봐도 정말 재밌어보이네요.... 기회 되면 꼭 해보겠습니다 늘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아참 혹시... 하원기가 리뷰 예정 있으신지 여쭤보고싶습니다 제가 한 1년 반정도 백개먼님의 하원기가리뷰를 존버한것같은데... 얼마나 더 버티면될까요... 희망은 있는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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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dkle p//
    요즘 바빠서 리뷰에 많은 신경을 못 쓰고 있습니다.
    하원기가 일족의 경우는 당장 준비하지는 못 할 것 같습니다만
    계획을 수정하여 최대한 빨리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올해 안에는 가능할 수 있으리라고 예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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