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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7일 일요일

리뷰 : GAOGAO! 시리즈(2) -3편~4편-(포나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GAOGAO! 3rd 와일드 포스>입니다.
전작에서 다시 수 백년이 흐른 미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멸종위기였던 인류는 이번 작에서 거의 사멸하여 어디론가 사라졌고
지구에는 변이체들이 살고 있습니다.
'인간'이라는 단어조차 아는 존재가 거의 없을 정도입니다.



이번작의 주인공은 우르피라는 변이체입니다.
각지를 떠돌며 여행하던 주인공은 
라비라는 이름의 여성 변이체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칼을 뽑게 됩니다.

칼을 본 라비는 착란 상태에 빠지게 되고
라비를 진정시키려던 우르피는 라비와 함께 큰 구멍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구멍 아래에는 이세계같은 지하세계 '언더그라운드'가 있었고
우르피와 라비는 지상세계로 돌아갈 방법을 찾기 위해
언더그라운드를 여행한다는 스토리입니다.



언더그라운드의 세계는 '블루'라는 이름의 대장과
그의 부하, 그리고 그들의 지휘를 받는 괴물들이 끊임없이 
무고한 시민들을 습격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우연히 이리아라는 전사의 영혼을 만나 그녀를 부활시키게 됩니다.
스토리는 이리아와 함께 블루를 쓰러뜨린다는 비교적 왕도적인 전개로 흘러갑니다.


3편은 높은 완성도로 인해 시리즈 중에서도 꽤 인기 있는 작품이지만
시스템면에서는 여전히 불만스럽습니다.
1편과 2편에서 문제였던
갈 수 있는 장소가 쓸데없이 많다는 문제점은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장소를 이동할 때, 쓸데없는 멈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주인공이 동료들과 함께 이동을 하는 장면입니다.
'보다', '말하다', '질문하다'의 커맨드가 있습니다.
주변을 몇 번 보고, 동료를 몇 번 보고, 몇 마디 말하고, 질문 몇 번 하면...



맨 밑에 '이동' 커맨드가 나옵니다.
여기까지는 다른 게임들과 전혀 다를 것이 없습니다. 당연한 패턴이죠.
그리고 '이동' 커맨드를 누르면...



배경은 전혀 변화하지 않고 '이동' 커맨드만 없어졌습니다.
다른 장소로 이동을 하긴 한 걸까요?
어쨌든 다시 한 번, 주변을 몇 번 보고, 동료들을 몇 번 보고, 몇 마디 말하고, 질문 몇 번 하면 
이동 커맨드가 다시 생깁니다.

그리고 다시 이동을 하면 또 배경 변화없이 이동 커맨드만 사라집니다.
또 다시, 주변을 몇 번 보고, 동료들을 몇 번 보고, 몇 마디 말하고, 질문 몇 번 해야합니다.
이런 패턴이 게임 내내 너무 많이 나옵니다.

'이동' 커맨드를 누르면 딱 한 걸음씩만 이동하는 건가요?
걸어다니면서 대화하는 장면을 표현하고 싶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게임이 시원하게 전개되지 않고 뚝뚝 끊기는 느낌입니다.

이동하면서 꼭 해야할 만한 중요한 대화를 하는 것도 아니에요. 별 필요없는 대화만 합니다.
설령, 대단한 대화를 해야한다고 해도, 한꺼번에 하면 되잖아요.


마지막 부분, 블루와의 결전에서는 연구소같은 곳에서 
맨 윗층에 있는 블루를 찾아가야 하는데
이 건물이 무려 7층짜리입니다.

물론 연구실에서 세계의 비밀이라든지를 알려주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7층은 너무 많아요.
게다가, 올라갈 때마다 문이 잠겨있어서 열쇠를 찾아야 합니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스토리를 정신없이 몰아쳤어야 했는데
너무 진도가 느렸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3편에서 블루를 쓰러뜨린 우르피 일행은 인간들이 저질렀던 만행을 알게 되었고
세계 어딘가에 살고 있을지도 모르는 전설의 존재 
'인간'을 토벌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최종편인 <카난 ~약속의 땅~>에서는 3편의 주인공이었던
우르피 일행이 지상세계에 돌아와 토벌을 하기 위해 
'인간'을 찾아다니며 여행한다는 내용입니다.



카난 ~약속의 땅~은 주인공이 둘인 멀티 시점 게임으로
또다른 주인공은 카이토라는 이름의 인간입니다.

과거 멸종 직전에 몰린 인간들은 도시를 포기하고 지하에 소규모 쉘터를 만들어
나눠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카이토가 살던 쉘터에서는 카이토를 제외한 모든 인간들이 병으로 죽게 됩니다.
혼자 남게된 카이토는 책에서 본 '카난'이라는 이상향을 찾아 쉘터 바깥으로 나오게 됩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는 '카난'보다는 '가나안'이라는 단어가 익숙할 것 같습니다.


정리하자면 4편의 내용은 인간의 만행을 알게 된 3편의 변이체와
변이체에 막연한 두려움을 안고 있는 2편의 인간이 서로 이해하고 화합하는 스토리입니다.

제가 저번 리뷰에서 2편은 플레이하는 것이 좋다고 했던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2편은 이미 수 백년전의 이야기지만
4편의 주인공인 카이토의 심리가 2편과 연결되어 있죠.



카이토는 바깥세상에서 안젤라라는 인간처럼 보이는 생물을 만나게 되어 함께 다닙니다.
하지만, 사실 안젤라는 원래 날개를 가지고 있었으나
나쁜 인간에 의해 강제로 뜯긴 겁니다.

변이체들은 카이토를 사악한 유괴범이라고 생각하며,
안젤라를 구출하기 위해 습격하게 카이토를 습격합니다.
카이토는 또 자신을 이유없이 습격하는 변이체들을 보며
'역시 변이체는 흉포한 생물'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안젤라의 날개를 뜯은 인간처럼 사악한 인간들도 존재합니다.
괴물들을 이끌고 와서 변이체 마을을 습격하고 불태워 버리는 나쁜 짓을 하죠.
사실 여기에는 더 복잡한 스토리가 있지만 제 리뷰에서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서로의 종족에 대한 이해에 대한 내용이 이 게임의 핵심입니다.
카이토의 경우는 안젤라가 갑자기 고열에 시달려 약을 구하려고 합니다.
두건을 덮어 쓰고, 변이체들이 모여 있는 마을에 용기있게 잠입합니다.

마을에 잠입한 카이토는 변이체들이 생각 외로 친절한 것을 알게 됩니다.
그래도, 자신이 인간이라는 게 들키면 변이체들은 돌변해서 습격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변이체에 대한 편견을 많이 버리게 됩니다.



이렇게 계속 오해와는 와중에도, 
서로 계속 도와주는 장면도 계속 나오면서 오해를 풀 수 있는 실마리가 많이 등장하죠.
멀티 시점에서 각각의 주인공이 직접 만나는 장면은 많지 않아도,
두 주인공이 베푼 선행이 간접적으로 다른 주인공의 편견을 해소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멋진 기법이군요.

작중에서 우르피가 말한 대사야말로 이 게임의 주제입니다.
'인간 중에서도 착한 성격이 있고 나쁜 성격이 있는 게 당연할 텐데,
왜 그걸 생각하지 못했을까?'



4편에서 고평가하는 부분은 게임 전개에 변칙이 많아 
예측할 수 없는 사건이 많이 나온다는 점입니다.

3편에서는 우르피 일행이 고정되어 있었지만
4편에서는 동료들과 헤어지기도 하고, 
아예 전편의 보스였던 블루와 단 둘이 같이 다니기도 합니다.
다양한 캐릭터와 같이 다니며, 개성있는 대화를 즐길 수 있습니다.



스토리 측면에서도 예측불허인데 우르피와 맺어졌던 히로인 라비가 중반부에 사망합니다.
시체가 발견 안 되는 애매한 사망도 아니고 틀림없이 사망하고 무덤에 묻히게 되죠.

이런 예측할 수 없는 전개덕분에 게임이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아쉬운 점은 등장인물이 너무 많다는 점입니다.
위에 화면 오른쪽에 보이는 게 주인공 일행입니다.
SRPG게임도 아니고 어드벤처 게임에 무려 열 두명이 같이 다니고 있잖아요.



사실 열 두명이 같이 다니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등장인물들이 너무 많으니 개개인에 대한 스토리가 잘 조명되지 않아요.

변이체를 함부로 대하던 박사가 개심하는 스토리가 있는데 나름 감동적이었지만
복선이 너무 부족해서 갑작스러운 개심이라 당황스러웠죠.
분량 제한의 압박이 심하던 시절의 게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면이 있습니다.



총평하자면, 시리즈는 대체로 좋았고 
4편은 지금 플레이해도 고평가할만한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수백년씩 뛰어넘는 장대한 역사를 다룬 시리즈이면서도,
주제의식을 잘 전달한 게임입니다.
시나리오 라이터의 역량이 느껴집니다.

지금 추천드리기 곤란한 점은 수준이 고르지 않은 시리즈물이라는 점입니다.
저는 1편부터 4편까지 순서대로 하는 걸 추천하지만
대부분은 1편이나 2편을 견디지 못하고 포기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GAOGAO! 4부작이 리메이크가 되었다면 추천하기 수월했겠죠.



사실, 리메이크도 있습니다. 1편만요.
4편까지 순서대로 리메이크할 것을 기획했던 것 같지만 결국 실현되지 못 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댓글 1개:

  1. np21//

    당시에는 비쥬얼 노벨보다 그런 빙 둘러가는 방식이 표준이었죠.
    명령선택식이나 포인트클릭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플레이를 수월하게 만들 수 있는데
    이상하게도 당시에는 그런 연구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한 번 말리면 끝도 없어서 짜증나는 게임들이 한 두개가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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