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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14일 일요일

리뷰 : VR데이트 오월클럽(1995/8/25,데자이어)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데자이어라는 회사에서 발매한 <VR데이트 오월클럽>입니다.
헌팅게임입니다. 근데 이제 VR을 곁들인 헌팅게임이죠.

시대 배경은 2023년입니다. 이 리뷰 작성일로부터 3년 남았군요.
그때의 VR 기술은 비약적인 발전을 통해
마치 실제로 가상현실에 들어가 있는 느낌을 주게 됩니다.
아픔이나 냄새까지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스토리는 이렇습니다.
주인공은 취직이 결정된 대학 졸업 예정자입니다.
대학시절 마지막 봄방학에 주인공은 여자친구를 만들기로 합니다.

여자친구를 만들기 위해서 주인공은 어떤 데이트 클럽에 가입하게 됩니다.
그 클럽의 이름은 바로 '오월클럽'
'오월클럽' -> 'MAY CLUB(메이 클럽) -> 'MAKE LOVE(메이크 러브)'인 겁니다.

주인공은 전재산을 털어
오월클럽에서 제공하는 가상현실세계 입장권을 구매합니다.
이 가상현실세계에서 여자를 헌팅하는 거죠.

이 장소, 저 장소를 돌아다니며 여성들과 만나면서
대화를 나누고, 애정을 키워나가는 것이 이 게임의 목표입니다.



시스템 부분을 한 번 살펴 봅시다.
이 게임의 가상현실 세계는 무한으로 즐길 수 있는 장소가 아닙니다.
입장 횟수에 제한이 있죠.

2월 16일부터 3월말까지의 기간동안
하루는 아침, 점심, 저녁의 세 파트로 나뉘어져 있으며
그 중 2월에는 열 다섯번, 3월에는 30번 입장할 수 있습니다.
입장권을 전부 써버리면 게임 오버입니다.

가상세계에 입장하지 않는다면 집에서 취침 외에 
주인공이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습니다.
입장권이 충분하지 않으니 게임내 시간 기준으로
거의 3분의 2가량을 집에서 잠만 자야합니다.
입장권의 개수가 지나치게 부족하다고 볼 수 있죠.



근데 막상 플레이해 보면 입장권의 개수는 전혀 부족하지 않습니다.
왜냐구요?
오월클럽 이 녀석들이 일처리를 어떻게 하는 건지
상당히 많은 시간대에 여성 캐릭터들이 가상현실 세계에 등장조차 안 합니다.
그냥 입장권 내고 들어가서 허탕치고 나오는 경우가 엄청 많아요.

여성 캐릭터 수가 적은 것도 아닌데
게임을 왜 이렇게 널럴하게 만든 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게임에서 계속 허탕을 치면서 아무도 안 나오는 시간대를 기억해 둬야 돼요.
그리고 다음 회차를 플레이하면서, 그 시간대에는 잠이나 자는 거죠.



이 게임의 특징 중의 하나는 에로게 기준으로
여성 캐릭터들의 연령대가 비교적 높다는 점입니다.
수많은 캐릭터들이 이미 사회인이기 때문에
일상에 관한 대화를 할 때,
독특하게도 직장인의 애환같은 어른스러운 주제가 등장하는 편이죠.
그런 부분은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실, 지금까지의 내용은 딱히 중요한 건 아닙니다.
왜냐면 일반 헌팅 게임에서도 이 정도는 그려낼 수 있으니까요.

이 게임은 일반적인 헌팅 게임이 아니라 가상현실을 이용한 헌팅게임입니다.
그리고 가상현실세계는 주인공이 사는 동네와 똑같이 구현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그냥 현실세계에서 헌팅을 하면 되는데,
비싼 돈을 쓰면서 가상현실세계에 들어가 헌팅을 해야하는 이유는 뭘까요?
기껏 가상현실세계에 들어갔으니 
일반적인 헌팅 게임에서는 볼 수 없는 요소가 게임 내에 포함 되어있는가,
그게 바로 이 게임 평가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내용이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게임은 일단은 그런 요소를 갖추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을 해킹해서 벽을 뚫고 다니는 사람이나
외관의 나이대와 현실 세계의 나이대가 다른 사람이 등장하고,
가상현실세계에서 어떤 이유로 이별해야 했던 사람을
현실세계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는 등 스토리도 갖추고 있죠.

또한 풍기 위원회같은 사람도 등장해서
'가상세계에서의 H는 규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주인공이 서로 합의된 경우라면 괜찮지 않냐고 묻자,
'가상세계는 실제 육체끼리 접촉하는 게 아니라서 사람들이 다소 개방적이 되는데
그런 상태에서의 합의를 실제 합의라고 볼 수 있냐.'고 합니다.
개방적이 되든, 합의를 하든 그걸 왜 신경쓰는지
다소 꼰대스러운 참견이기는 하지만,
가상현실세계에서 한 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다만, 이런 소재를 담고만 있을 뿐 
스토리까지는 살리지 못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니시쿠보 리에코의 스토리를 봅시다.
주인공과 가상현실 세계에서 처음 만나서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며 친해지게 된 사이입니다.
하지만, 마음 속에 고민을 안고 있는 듯합니다.

사실, 리에코는 이미 결혼해서 남편이 있었습니다.
남편이 본인과의 관계를 자꾸 피하려고 해서, 바람피는 걸로 의심하는 중인 거죠.
주인공에게 남편과의 관계 회복을 도와달라고 합니다.

아니, 오월클럽이 무슨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도 아니고
왜 그걸 주인공에게 도와달라고 하죠?
주인공도 '남의 가정사에 내가 왜 끼냐'고 반론합니다.
그러자 리에코를 화를 내며 '무슨 일이라도 도와준다며'라고 화를 내죠.

이건 참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도와준다고 했을 때는 유부녀인줄 몰랐죠.
알았으면 그런 말 안 했을 겁니다.

오히려 화를 내야하는 건 주인공입니다.
주인공은 애인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데 시간만 빼앗겼잖아요.
더군다나 일반적인 헌팅도 아니고,
주인공은 가상현실세계에서 헌팅을 하기 위해 적은 금액이지만 전재산을 쏟아 부었습니다.
시간은 원래 금이지만, 지금 주인공에게는 더더욱 금인데
리에코가 결혼 사실을 숨기는 바람에 그 귀중한 시간을 빼앗겨 버린 거에요.
이건 누구라도 화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제 생각으로는 결혼 사실을 숨긴 유부녀, 리에코는 
이런 사실을 짚어주기 위해 일부러 등장시킨 캐릭터입니다.
근데, 정작 게임 내에서는 이런 설명이 전혀 안 나옵니다.
주인공은 화도 안 내고, 저런 이야기는 언급조차 안 되며 
스토리는 가상현실과는 전혀 상관없는 삼천포로 빠지게 됩니다.



주인공은 리에코의 요청을 거부하지 못하고,
현실세계에서 리에코와 그녀의 남편을 만나게 됩니다.
남편은 자기 부인이 어디서 만난지도 모르는 남자인 주인공을 데리고 왔는데도
전혀 화를 내지 않습니다.
뭔가 찔리는 게 있긴 있는 모양입니다.


남편은 주인공과 단 둘이서 대화하기 위해 리에코에게 자리를 비워주길 요청합니다.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을 고백하는데 리에코와의 H가 원만하지 못했던 이유는
자신은 누군가가 자신의 H를 구경하지 않으면 느끼지 않는 체질이기 때문이랍니다.
그리고 부탁을 하게 되죠.
'저희 부부와 같이 호텔에 가서 저희의 H를 지켜봐 주세요.'라고.

다행히도, 이 전개에서 두 번 정도 선택지가 나옵니다.
이 정신나간 부부랑 못 어울리겠다고 도망치는 선택지가요.
도망치지 않는다면 호텔에서 부부 사이의 모든 오해가 풀리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부탁을 해 오죠.
'원만한 부부관계를 위해 저희 집에서 함께 살면 안 되나요?'라고.

또 선택지가 나오고 도망치지 않는다면 대망의 일처다부제 엔딩입니다.
막장드라마 뺨치는 스토리입니다.
여자친구를 만들겠다는 주인공의 꿈은 어디 갔는지 모르겠군요.



총평하자면, 가상현실에 걸맞는 주제를 많이 도입했으나
스토리는 그 소재에 따라주지 못한 케이스입니다.
뭘 해야하는지는 알고 있었으나
정작 어떻게 해야하는지는 몰랐던 것 같은 느낌입니다.

가상현실같은 독특한 요소를 빼고 
헌팅 게임으로만 평가한다면 그냥저냥 재미있는 게임입니다.
당대에는 <동급생>을 위시하여 헌팅게임이 많이 나오던 시기였고
VR데이트는 그 많은 게임들에 결코 뒤쳐지지 않는 재미를 가지고 있는 게임이죠.


마트에 가서 진열되어 있는 아이스크림을 이것 저것 집는 것과 같습니다.
PC-98시절의 헌팅게임을 하고 싶어서 이것 저것할 때,
VR데이트도 그냥 한 번 집어서 플레이해 보고 만족할 수는 있는 수준입니다.

다만, 꼭 이 게임을 해 봐야할 특별한 이유가 없을 뿐이죠.
가상현실이라는 거창한 소재를 도입한 것치고는 다소 아쉬운 결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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