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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20일 일요일

리뷰 : 비밀의 화원(1992/1/31,게임 테크노폴리스)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게임 테크노폴리스의 <비밀의 화원>입니다.
게임 테크노폴리스에서 발매한 게임 중 가장 화제가 되었던 게임이라고 합니다.

원화가나 연출이 유명한 사람이라고 하는데
주로 에로게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활약한 분들이라 잘 모릅니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플레이하면서 원화, 연출을 중점적으로 평가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 이 게임에 대해 할 말이 많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게임 테크노폴리스의 대표작이기 때문에
가볍게 한 번 살펴 보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스토리는 이렇습니다.
어느 날, 주인공의 아파트 옆호실에 
히메카라는 이름의 미인이 이사를 오게 됩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히메카는 주인공 학교의 임시 교사로 오게 된 것입니다.



주인공은 히메카가 정체를 숨기고 잠입한 탐정이었다는 사실을 엿듣게 됩니다.
학교에서 일주일 전에 있었던 살인사건을 조사하려온 겁니다.
살해당한 사람은 마키에라는 학생으로
주인공과 사귀었던 적이 있었습니다만, 
갑자기 이유도 모르고 일방적으로 주인공을 차 버렸습니다.



사실을 알게 된 주인공은 히메카와 협상을 통해 
성공시 에로게스러운 '보상'을 받기로 하고 조사를 도와주기로 합니다.
대략 이런 내용의 수사물입니다.



이 게임의 특징은 먼저 대사창이 화면 위, 아래로 두 개가 있다는 점입니다.
위의 대사창은 상대방이 하는 말, 아래의 대사창은 주인공이 하는 말입니다.
따로 말하는 사람 이름을 적지 않아도 누가 말했는지 혼동되지 않는다는 점은 좋습니다만
CG 크기가 줄어들게 되죠.
400라인 초창기 게임들의 대부분이 그랬듯이
CG를 크게 만들지 않고고 여백을 어떻게 활용할까를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보다>, <말하다>같은 단순한 명령 선택 방식이 아닌
그때 그때 경우에 맞는 문장을 선택하는 방식인 것도 독특합니다.
세세한 묘사가 가능하면서도, 쓸데없는 부분은 적은 방식이죠.



가장 흥미로운 시스템은 동행인 시스템입니다.
주인공 혼자서도 조사가 가능하지만,
잠입한 미녀탐정 히메카,
아무 이유없이 주인공을 돕는 좋은 친구 켄,
그리고 연극부의 이마리 중 한 명을 선택해서 같이 조사를 다닐 수 있습니다.
중간에 바꿀 수도 있죠.

이 시스템이 흥미로운 이유는 
각 동행인에 따라 대사가 달라지는 정도가 아니라,
증인들의 협력 태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게임의 난이도 자체가 변한다는 점입니다.
증인들은 대개 학생들인데 학기 중에 갑자기 임시 교사로 온 히메카는 
아무래도 대하기 어려운 상대죠.
반면에 1학년인 이마리는 상대적으로 만만합니다.

따라서, 정보 수집할 때 히메카보다는 이마리와 같이 다닐 때 증인들은 더 협력적이고, 
그로 인해 게임 난이도는 더 쉬워지는 겁니다.
난이도뿐만이 아니라 스토리의 마무리까지 달라져요.

참신한 시스템이었지만 스토리가 짧았던 이 게임에서는 다소 부실하게 느껴집니다.
좀 더 활용할 여지가 많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캐릭터는 연극부의 이마리가 가장 마음에 듭니다.
PC엔진판에는 보이스도 들어있는데 그 시절 게임치고 상당히 좋습니다.
밝고 건강한 캐릭터로 특유의 사교성으로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으며
일주일 전에 죽은 마키에의 동생이기도 합니다.
...고작 일주일 전에 언니가 죽었는데 왜 밝고 건강한 거죠?
좀 더 슬퍼하는 태도를 보여 줘야죠.



일주일 전에 언니가 죽은 학생에게 연기를 시키는 연극부도 이상합니다.
이마리는 정말 강한 마음의 소유자인가 보군요.



이 게임에서 가장 아쉬운 건 역시 스토리입니다.
수사 도중 살인도 한 번 더 일어나지만
전체적인 볼륨 자체가 적어서 긴장감을 느낄 틈이 없습니다.
쉽게 예측가능한 스토리기도 하고요.



이 게임에는 PC엔진판도 있습니다.
토쿠마 서점은 애초에 콘솔 게임을 꽤 많이 발매하고 있었기 때문에
미소녀 게임의 콘솔 이식에도 적극적인 편이었죠.

H씬같은 성인게임 요소를 수정하고, 맵 이동 시스템을 변경한 것 이외에
크게 달라진 점은 없습니다.
풀보이스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상황에 보이스가 들어있기 때문에 
플레이하기에 괜찮은 점도 있죠. 



총평하자면, 괜찮은 그래픽 이외의 장점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게임입니다.
참신한 시스템은 스토리에 발목이 잡혀 제대로 활약하지도 못 했습니다.
스토리가 좋았다면 여러 장점들이 좀 더 눈에 들어왔을 것 같지만
아쉽게도 그렇지 못했죠.

특정 부분에서 유명한 스탭들이 투입되었던만큼
다른 부분에도 신경을 썼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댓글 5개:

  1. 우루시하라 사토시 화보집이라고 불리는 그 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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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Unknown//

    제가 원화가 스타일을 모르기 때문에
    그 팬들은 만족할만한 게임이었는지 잘 모르겠네요.

    차라리 말씀하신대로 화보집을 내는 게 나았을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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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저 미연시 좋아하는데, 우연찮게 이 블로그 와서 계속 정독하고 있어요 ㅎㅎ 일어판도 해석 가능하니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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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Unknown//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리뷰한 게임들은 대부분 한국어판이 없어서 아쉬운데
    나중에 90년대 후반에 꽤 나왔던 국산 미연시나 한국어판 게임을
    리뷰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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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사실 게임쪽으론 유명한 작품을 담당했다면
    "랑그릿사" 시리즈로 유명한 분 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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