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하급생2의 캐릭터 소개입니다.
각 캐릭터를 설명하기에 앞서, 하급생2의 캐릭터들이 공통적으로 비판받는 부분은
캐릭터들의 개성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엘프 사 게임의 캐릭터들은 대부분 당시 모에스러운 분위기에 편승하지 않는,
좋게 말하면 담백한 캐릭터들이었습니다.
이런 캐릭터들은 게임의 소재에 따라 그 게임의 분위기에 잘 어울릴 때도 있었지만
캐릭터 게임인 하급생2에서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 단점의 연장선에서 또한 많은 분들이 지적하는 점으로
전작의 캐릭터들을 재조합한 캐릭터들 같다고 합니다.
게임 자체가 전작과 차별화되려는 노력이 많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부회장 캐릭터인 타카토 나나세입니다.
성실하고 책임감있는 쿨뷰티 계열 캐릭터죠.
이런 점 때문에 학교에서 골치 아픈 문제를 많이 일으킨 주인공에게
차가운 태도를 보이기도 합니다.
저도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입니다만 스토리면에서는 약간 아쉽습니다.
불량배와의 시비에서 주인공이 도와주는 이벤트가 가장 중요한 이벤트인데
결정적인 이벤트치고는 스토리가 약했습니다.
이 이벤트 이전에도 나나세가 네 번 정도 경범죄를 저지르는 마을 주민들에게
가볍게 주의를 주는 이벤트가 있는데,
그런 장면에서 약간이나마 위태로운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긴장감을 고조시켰다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태도 변화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가장 게임과 어울리는 캐릭터였습니다.
아직 냉랭한 태도일 때도 홍차 이벤트처럼,
주인공의 의외로 사려깊은 의견에 감탄하는 이벤트도 있는데
이런 장면을 더 많이 만들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호감도가 높아진 이후에는 가장 강렬한 애정을 보여주는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발렌타인 데이에는 매력남 주인공은 어차피 다른 데서 초콜렛을 많이 받았을 테니
주인공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겠다며 키스로 초콜렛을 먹여주기까지 하죠.
주인공이 킥복싱 동호회의 부원이 모자라서 해산 위기를 고민하고 있을 때,
주인공의 지갑을 찾아주러 왔다가 동호회에 가입하게 됩니다.
유리는 취주악부에도 속해있기 때문에 주인공은 유령 부원이라도 괜찮다고 하지만,
틈틈히 주인공의 트레이닝을 도와주러 오는 착하고 귀여운 후배죠.
제가 좋아하는 성우가 연기하기도 해서 나나세 다음으로 좋아하는 캐릭터지만
스토리는 나나세보다 더 부실합니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제일 갈등이 없는 무난한 스토리에요.
초반부에 벌써 주인공을 향하며 신경쓰이는 남자가 있다고 얘기까지 합니다.
호감도가 너무 잘 올라서 중반에는 오히려 이벤트를 보기 위해 낮춰야 할 정도죠.
성격이 가장 크게 변하는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전작의 아이가 생각난다는 의견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비슷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나름의 개성이 있는 캐릭터입니다.
2학년 하급생인 히라사와 히로코입니다.
언제나 로봇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그 외의 일에는 별 관심이 없는, 감정없고 무뚝뚝한 캐릭터입니다.
킥복싱으로 단련된 주인공의 신체 능력에 관심을 갖고
로봇 연구에 협력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시간을 많이 잡아먹기는 하지만 만날 수 있는 장소가 정해져 있어서
공략 자체는 쉬운 캐릭터입니다.
스토리도 비교적 괜찮았어요.
로봇 제작에 계속 실패하면서 좌절하려는 걸 주인공이 응원해 주는 스토리입니다.
처음에는 제대로 대화 나눠 볼 틈도 없는 철벽 캐릭터였지만
나중에는 적극적으로 주인공에게 애정 표현을 하게 되죠.
주인공에게 접근하게 된 계기나 성격 등으로 볼 때 전작의 료코가 떠오릅니다.
주인공과 같은 학교는 아니지만 나이는 적은 하급생이죠.
겉모습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 게임에서 가장 도전적인 스토리의 캐릭터입니다.
처음부터 에이코가 주인공에게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는데
주인공은 에이코를 딱히 연애 대상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렇게 지내던 중, 여름 방학 이후로는 어디에 갔는지 전혀 안 보이게 됩니다.
주인공이 자신을 못 알아 보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장난삼아 '이부키 오키에'라는 가명으로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공략은 어렵고 귀찮은 편인데,
근데, 주인공이 끝까지 못 알아 봤기 때문에
소심한 오키에는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초반 에이코 시절에는 호감도도 별로 안 오르는데도
반드시 매주 데이트를 신청해야 하고,
여름에는 아예 사라져 버려서 호감도를 올릴 방법이 없죠.
게다가, 1월 중순쯤부터 끝날 때까지는
이벤트때문에 한 달 반을 통으로 날려버리기 때문에
그 전에 계속 달려서 호감도를 올려야 합니다.
호감도를 올릴 수 있는 기간이 상당히 제한적이죠.
가장 큰 문제는 에이코 시절 매주하는 데이트입니다.
이벤트가 전혀 없는데 무의미한 데이트를 계속 해야 해서 스케쥴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죠.
이럴거면 차라리 이벤트를 넣어 줬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사실 에이코 시절에도 숨겨진 이벤트가 없지는 않은데
서점이나 체육시설을 가 보면, 주인공 몰래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에이코를 볼 수 있습니다.
CG가 없기 때문에 공략집을 보고 하시는 분들은 놓치기 쉬운 이벤트죠.
무의미한 데이트는 의무적으로 계속 해야 하고, 재밌는 이벤트는 숨겨져 있어서 못 본다니
참 언밸런스한 설계입니다.
살 빠진 에이코는 정체를 숨기고 계속 주인공과 인연을 맺어 갑니다.
하지만 1월 중순쯤 주인공이 오키에가 에이코와 비슷하다고 이야기하게 되죠.거의 반년이나 속였다는 죄책감에 에이코는 집에 틀어 박혀 버립니다.
주인공은 에이코가 걱정되어 매일 에이코 집으로 찾아 갑니다.
8번 정도 찾아가면, 에이코 방에 들어갈 수 있는데
에이코에게 요요 현상이 찾아 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도 꾸준히 에이코 집에 방문하면서 에이코를 걱정해 주면,
졸업 전날 에이코가 찾아 오는 최후의 이벤트를 볼 수 있습니다.
100퍼센트 만족스러웠던 스토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에이코의 스토리가 이 게임에서 가장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
역 앞 광장에서 늘 기타를 치는 소녀 호리이데 미카입니다.
에이코와 마찬가지로 주인공과 같은 학교는 아니지만 나이는 적은 하급생이죠.
데이트가 끝나고 다른 남자와 비교하는 대사도 있고,
H씬을 빨리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전작의 마유미와 비교되기도 하는데
생각할 거리가 많았던 마유미와 달리
미카는 그냥 아쉬웠던 캐릭터였습니다.
데이트 약속에 갑자기 안 나타나는 변칙 이벤트가 있다는 점입니다.
진로 문제 때문에 부모와 싸우게 되고, 집에 틀어 박히게 되는데
여기서 주인공이 하는 조언이 미카 공략에 굉장히 중요한 선택지입니다.
'학교로 돌아가라'는 조언을 하면 크게 화를 내는데 그게 정답입니다.
그걸 골라야만 나중에 사과하러 오죠.
'학교에 안 가도 돼' 같은 걸 고르면 미카 공략은 끝나는 겁니다.
다만, 이전에 이에 대한 복선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중요 이벤트와 중요 선택지치고는 너무 뜬금없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육 실습생으로 오기 전에 주인공과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났는데
어려 보이는 외모 때문에 주인공은 당연히 카즈키가 연하라고 생각했죠.
밤에 길거리에 만나서 '어린 것이 이렇게 늦은 시간에 돌아다니다니 에잉 ㅉㅉ'하는 대화도 있습니다.
다만, 성격은 연상에 걸맞지 않게 어린 점이 있고
실습생으로 와서 철없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래도 아직 고등학생인 주인공과 연애는 부담스러웠는지
얼마동안 주인공을 피하게 되는 이벤트도 있습니다.
미술 교사인 와카이 미사키입니다.
주인공의 설득으로 관계를 회복하게 되죠.
카즈키보다도 카즈키 친구로 잠깐 등장하는 엑스트라가
전작의 미즈호가 맞는가 아닌가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주인공에게 진로에 관해 조언을 해 주는데
주인공이 미술계에 관심을 갖자 특별히 과외를 해주기도 합니다.
그 후에는 견문을 넓히고 싶다는 주인공의 제안에
제한된 곳에서 데이트를 하기도 하죠.
세 번째 데이트까지는 확실하게 선을 긋지만
네 번째부터는 그냥 마음껏 데이트를 합니다.
오타쿠의 습격에서 도와준 이후로는 아무 문제없이 호감도를 올릴 수 있는 캐릭터입니다.
호감도가 굉장히 빨리 오르기 때문에
거의 모든 CG를 다 보는 9인 동시공략에서는,
호감도 조절을 해야 하는 유리를 제치고
최후에 가장 높은 호감도를 찍을 확률이 높은 캐릭터입니다.
주인공 학교에서 도서관 사서로 근무하는 요코미조 후미입니다.
어른스럽고 침착한 성격을 지니고 있죠.
H씬은 빨리 볼 수 있지만 중반부부터는 호감도가 징하게 안 오르는 캐릭터입니다.
중후반부 쯤에 주인공과 데이트 도중 학교의 남자 선생에게 목격당하게 됩니다.
그 후로는 일방적으로 주인공을 피해 버립니다. 대화 한 번을 제대로 안 하려고 하죠.
후미가 다른 남자와 맞선을 보러 가는 이벤트가 있는데
맞선 날 저녁에 후미 집으로 가서 돌아 오는 후미와 만날 수 있습니다.
후미가 주인공에게 지니고 있었던 애정을 깨닫고
그 후에는 문제 없이 호감도가 오르게 되는 이벤트죠.
전작에서도 제목에 비해 하급생이 몇 없기는 했죠.
전체 캐릭터 수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전작에서도 연상은 셋이었습니다.
단순히 연상이 많다고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는 거죠.
문제는 연상 캐릭터 세 명의 스토리를 풀어내는 방식이 다 똑같다는 점입니다.
카즈키도, 미사키도, 후미도 모두
학생인 주인공과 연애를 떳떳하지 못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걸 극복하는 스토리였죠.
캐릭터들은 제각기 다른 매력이 있었고,
세세한 스토리가 다르기는 했지만
이런 식이면 연상 캐릭터를 셋이나 등장시킬 필요가 없지 않았을까요?
그것도 하급생2에서요. 차라리 하급생을 더 등장시키는 게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쉬웠던 부분은 남성 캐릭터의 활용도입니다.
남성 조연 전원이 왜 등장했는지도 모를 정도에요.
위에 캐릭터는 진이라는 주인공의 소꿉친구입니다.
보통 엘프 사의 미형 캐릭터는 재수없는 부잣집 도련님이지만
진은 그냥 착한 소꿉친구입니다.
근데 삼각관계의 라이벌도 아니고,
조력자도 아니고, 개그캐릭터도 아니며, 해설역으로조차 애매합니다.
왜 등장했는지도 모르겠어요. 하는 일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다른 남성 캐릭터도 대부분 이런 식입니다.
발매 당시, 다른 게임들에서 찾기 힘들었던 장점도 적지 않았던 게임입니다.
2004년도에는 이미 이런 스케쥴 관리 게임이나 동시 공략 에로게가 많이 사라졌고
비주얼 노벨이 대세가 되었던 시절이었죠.
그런 와중에 엘프 사의 하급생2 발매는 상당히 도전적이었습니다.
90년대 스타일이기는 했지만 발매 시기를 고려하면
하급생2는 에로게의 다양성을 넓혔고, 독특한 개성이 넘치는 게임이었죠.
이런 의미를 제쳐 두고서라도 나름 준수한 게임입니다.
풀 애니메이션 오프닝 영상이 두 개에 아홉 캐릭터의 보컬 엔딩곡까지
엘프 사는 이 게임에 상당히 많은 공을 들였죠.
CG도 적지 않고 BGM도 괜찮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 추억의 한가운데 있는 게임 중 하나입니다.
등장하는 많은 캐릭터들을 좋아했고
전작의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시스템이었으며
열정적으로 플레이할 가치가 있는 난이도였습니다.
17년 전에 처음 플레이했고 종종 플레이했지만
지금까지도 제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게임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눈치가 보이기 때문에 추천작 리스트에는 넣지 않겠지만
비공식으로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사실 지금까지 소개한 이 게임의 장, 단점에 관한 이야기들은 다 소용없습니다.
왜냐면, 이 게임의 평가를 결정지었던 중요한 요인은
전혀 다른 곳에 있기 때문이죠.
이 게임은 제게 있어서 아픈 손가락입니다.
그에 대해서는 다음 리뷰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디서 봤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답글삭제하급생 이라는 제목의 의미는 후배의 의미가 아니라 게임 '동급생' 의 후배격인 게임이라는 의미로 엘프사가 '하급생' 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설이 있더군요 저도 제목은 하급생이면서 왜 정작 하급생은 몇명없나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저 썰(?)을 보고 나서부터는 이해가 됬습니다.
와카이 미사키의 스토리는 "동급생"의 세리자와 요시코의 스토리랑 비슷한 점이 많네요.
답글삭제헤헤//
답글삭제저도 처음 듣는 이야기지만 그럴듯한 이야기네요.
하급생 1편이 나왔을 때만 해도 동급생이 워낙 큰 산일 때지만
2편은 워낙 나중에 나왔다 보니, 구매하는 사람들이 거기까지 연상은 못했을 것 같네요.
1//
요시코의 경우에는 사건 이전, 이후에 감정이 좋아지는 장면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많이 아쉬웠습니다. 요시코가 그렇게 중요한 캐릭터도 아니었고요.
미사키 스토리에서는 그걸 보다 발전시킨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