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유키노죠2> 리뷰가 생각보다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번외 편으로 다른 리뷰를 올리기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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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에로게 역사상 최악의 게임은 대체 무엇일까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람의 취향은 제각기 다릅니다.
저도 정말 싫어하는 게임들은 따로 있죠.
하지만, 사상 최악의 에로게를 뽑으라면 역시 이 게임이 뽑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바로 <마법소녀 아이3>입니다.
오늘 리뷰는 예전에 적은 글을 짜집기해 올리는 것으로서
평소보다 루머가 더 많이 섞여 있으며 팩트 체크는 되지 않았습니다.
당시에 이런 소문이 돌았다 정도로 봐 주시길 바랍니다.
사상 최악의 에로게를 꼽으라면 첫 손가락에 꼽힐 유력 후보인
전설의 에로게 <마법소녀 아이3>입니다.
당시 돌았던 소문으로는
'올클리어한 게임을 소비자 센터에 문의해서 환불을 받았다.'
'에로게 가게 점주들이 모여서 이 게임을 계속 팔아도 될지 회의를 했다.'
'제작사는 정신적 피해를 이유로 집단 소송을 당했다.' 등이 있습니다.
적어도 소비자 센터에 문의해서 환불받았다는 얘기는 확인이 된 걸로 알고 있는데
그것만으로도 이 게임의 수준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3편 발매 이전, <마법소녀 아이>시리즈는
마법소녀 에로게의 시조로 꼽히던 게임이었으며
<마계천사 지브릴>시리즈와 함께 장르를 대표하고 있었습니다.
고정팬층이 어느 정도 있는 작품이었으나
2002년도에 <마법소녀 아이2>가 발매된 이후 6년이나 속편 발매가 되지 않고 있었죠.
그 와중에 제작사인 colors는 망해 버렸고,
colors는 야쿠자 영화를 만들던 회사에 인수됩니다.
그리고 새롭게 태어난 colors는 자사 최고의 시리즈인
마법소녀 아이의 속편을 만들기로 합니다.
그게 마법소녀 아이3인 거죠.
마법소녀 아이3가 어떤 게임인지는
발매되기 전부터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져 있었습니다.
공식사이트에 게재된 샘플 CG는 모두 1편과 2편의 CG였죠.
새로운 CG따위는 단 한 장도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나리오 라이터도 변경되고, 주인공인 아이의 성우도 변경되는 등
얼마 없는 정보만으로도 비판받을 부분이 보이는 게임이었습니다.
물론, 발매되고 나서는 고작 저 정도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죠.
그리고 발매 2일전이 되면서,
인터넷에는 믿지 못할 폭로가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클리어 후에도 CG 및 이벤트 감상 모드가 없다.'
'H씬에 돌입해도 CG가 없고 화면이 새까매진다.'
'DVD를 사용하는데 게임 용량이 고작 500MB밖에 되지 않는다.'
참고로 패키지 뒤에 쓰여져 있는 권장사양에는
HDD 1.5GB가 필요하다고 적혀 있습니다.
게임 발매 후에는 더더욱 이 게임의 실상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데이터를 뜯어 본 결과, 이 게임의 CG는 총 14장이었습니다.
그 중에서 중복되는 CG가 5장, 이전작의 CG가 2장으로
실질적으로 신규 CG는 7장밖에 되지 않았던 겁니다.
게임 패키지에는 전작의 CG를 덕지덕지 붙여서 CG가 충분한 게임으로 속였던 거죠.
에로 없는 에로게였어요.
총 플레이 타임은 30분밖에 안 된다는 얘기도 돌던데
그렇게까지 짧은 게임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봤자 두 시간정도밖에 안 되는 짧은 게임이었지만
전부 스킵을 하지 않는 이상 30분만에 클리어할 정도는 아니었죠.
문제는 미완성 게임은 아니라는 제작사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게임 데이터를 뜯어 본 결과 '시나리오 전(前)편'이라는 스크립트 파일명이 발견되었다는 겁니다.
全편이 아니라 전편, 후편할 때 그 전편이요.
원래 계획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미완성 게임이었던 거죠.
이렇듯 시나리오, CG할 것 없이 엉망진창이었던
이 게임의 가격은 무려 당시 풀프라이스인 9120엔이었습니다.
당대 최고의 에로게들과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 믿지 못할 가격이었죠.
구매자들의 분노는 엄청 났으며
colors는 며칠 후 신규 요소를 추가한 패치를 무료 배포하겠다는 글을
공식 홈페이지에 올렸는데 그마저도 불과 30분만에 삭제했습니다.
다행히 다음 해 2월에 추가 요소가 들어간 게임이 나왔습니다.
그래봤자 CG는 32장밖에 없는 게임이었지만,
어쨌든 H씬 CG는 들어 있는 에로게였죠.
시나리오도 꽤 늘어났습니다.
새로운 게임의 가격은 무려 10000엔이 넘어갔습니다.
양심이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있나 하는 가격이긴 한데
제 기억과 달리 초기작을 구매한 사람을 위한 무료 패치도 배포하긴 했다고 하더군요.
KOTYe라는 그 해 최악의 에로게를 뽑는 제전에서
당당하게 초대 수상작으로 이름을 올리게 됩니다.
단순히 초대 수상작이 아니에요.
원래 KOTY는 쓰레기 게임을 선정할 뿐 에로게를 따로 뽑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08년부터 에로게 부문이 만들어졌어요.
원래는 존재하지도 않던 상을
오로지 '마법소녀 아이3'를 선정하기 위해서 특별히 만든 겁니다.
매년 니코동에 올라오는 KOTYe 후보작들을 소개하는 영상을 보면,
초기 영상의 도입부에는 꼭
'자, 올해는 마법소녀 아이3를 넘는 쿠소게가 나왔을까요?'라는 문구가 삽입되어 있었죠.
사람들의 반응은 '무리www'였습니다.
여기까지가 전설적인 쓰레기 게임 마법소녀 아이3에 대해 제가 기억하는 부분입니다.
제 플레이 감상을 짧게 덧붙이자면
의외로 스토리 초반부는 상당히 몰입감이 있습니다.
저만 그랬던 게 아니라 당시 저와 비슷한 평가를 했던 사람을 두 사람정도 봤어요.
저는 이 게임의 명성을 알고 나서 플레이한 사람입니다.
초반부의 시나리오가 꽤 괜찮았기 때문에
'그래, 얘네들이라고 처음부터 쓰레기 게임을 만드려고 한 건 아닐거야.'하는
동정심이 들었었죠.
그 동정심이 사라지기도 전에 게임이 너무 짧아서 끝나 버리더라고요.
생각보다 더 내용이 없어서 숨겨진 루트가 따로 있는 줄 알았습니다.
사실, 대부분 쓰레기 게임으로 회자되는 게임은
고통스러운 내용이 안 끝나고 길게 이어지는 게임입니다.
이 정도 수준의 짧은 게임은 꽤 있어요.
이 게임의 문제점은 CG가 적고, H씬은 아예 없다는 사실 이상으로
전작에 있던 요소들을 이용한 홍보로 사기를 쳤으며,
저가형 게임으로 나와도 부실한 게임을 비싼 가격으로 팔아 먹었다는 점이겠죠.
누가 봐도 사기칠 생각으로 가득한 게임이었습니다.
총평하자면, 기대치를 지옥의 가장 끝 바닥까지 낮춘다면
생각보다는 즐길 수 있는 게임입니다.
처음 나왔을 때 시리즈의 팬에게는 큰 충격이었겠지만
전혀 관련없는 입장에서 볼 때는 그 정도는 아니에요.
사기칠 생각없이 제대로 완성된 게임을 만들려 했다면
마법소녀 아이 시리즈는 계속 나올 수 있었을 겁니다.
잠깐은 사기쳐서 돈을 벌었는지 모르겠지만
황금알을 낳는 거위 배를 가른 셈이 됐다고 할 수 있겠네요.
np21//
답글삭제요즘 구할 수 있는 건 추가 패치가 다 적용된 버전이라서
이 게임의 어마어마한 명성을 그다지 느낄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