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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28일 일요일

리뷰 : EVE The Fatal Attraction(1999/6/18,시즈웨어)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리뷰 제목은 엄밀히 말하면 <ADAM THE DOUBLE FACTOR>로 하는 게 맞습니다만
EVE 시리즈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 저 제목을 선정했습니다.
99년도에 시즈웨어에서 윈도우용으로 발매한 게임 제목은 
<ADAM THE DOUBLE FACTOR>입니다.

<EVE The Fatal Attraction>이라는 제목은
2001년도에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이식할 때 새로 붙인 제목입니다.
이 때문에 2000년에 발매된 <EVE ZERO>와 순서에 관해 논쟁이 있기도 한데
나중에 자세히 설명하기로 하죠.

아무튼 이번에 리뷰할 게임은 <EVE The Fatal Attraction>이며,
EVE시리즈를 플레이해 보고 싶은 분들이 두 번째로 걸러야 하는 게임입니다.
저번 리뷰에 이어 이 게임도 플레이 하지 않기를 권장합니다.
부제만 봐도 fatal, 시리즈에 치명적인 게임이었죠.



우선 99년도에 발매된 ADAM THE DOUBLE FACTOR부터 살펴 보겠습니다.
명령 선택식이었던 이전 작품들과 달리 포인트 클릭 방식을 도입했으며,
한 번에 4 캐릭터까지 화면에 등장시켜 하나의 상황에서도
여러 캐릭터들과 대화하는 게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주인공을 클릭하면 주인공의 개인적인 생각을 들을 수도 있죠.

주인공 캐릭터는 저번 작품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코지로와 마리나입니다.



코지로 시점의 스토리는 호위 임무입니다.
사무실에 비서가 찾아와 회사 사장을 호위해 달라고 합니다.
사장이 누구한테 노려지는가도 안 알려 주고,
보디가드가 아닌 코지로에게 의뢰한 이유도 안 알려 주지만
돈을 많이 줍니다. 해야죠, 뭐.



낮에는 사장이 회사에서 일하기 때문에 지켜줄 필요가 없고,
밤에만 사장 집에서 같이 살면서 지켜 주면 된다고 합니다.
사장의 집에는 사장 안도와 비서 아미, 
그리고 쌍둥이 자매 미카와 미키가 같이 살고 있습니다.

쌍둥이 자매는 뭔가 정신이 이상해 보이고, 집안 분위기는 매우 수상쩍지만 
돈 주는 사람이 신경 끄고 경호만 하라니 깊게 파고 들 수는 없습니다.



아무튼 매일 밤 외부의 습격으로 부터 사장 가족을 지키는 게 코지로 시점의 스토리입니다.
그다지 좋은 스토리는 아니지만 크게 나쁜 것도 아니에요.
평이한 미스터리 스릴러 저택물 같은 느낌의 스토리입니다.



마리나 시점의 스토리는 프리쳐라는 청부살인업자를 추적하는 스토리입니다.
부모님이 프리쳐에게 살해당한 유카의 호위도 겸하고 있습니다.

유카는 기본적으로 명랑한 캐릭터지만
한 순간에 부모를 잃었으니 역시 침울해지기도 하는데,
그런 때에 마리나가 특유의 친화력과 포용력으로 기운을 북돋아 줍니다.
마리나 시점에서 제가 좋아하는 장면이죠.



조사를 하다 보면, 코지로 시점에서 많이 보던 분이
마리나 시점에서는 흑막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습니다.
이런 두 스토리의 상호 작용을 이끌어 낸 장면도 높이 평가합니다.



사실 그렇게까지 상호작용이 훌륭하지는 않습니다.
절묘하게 엇갈렸던 <EVE burst error>에 비하면 다소 노골적이었죠.
하지만, 코지로와 마리나가 직접 만나서 막말 섞인 대화를 나누는 등
이전 시리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장면도 있습니다.



또한 전작의 캐릭터를 활용해 보려는 모습을 보여 준 점도 훌륭합니다.
여전히 티격태격하는 코지로와 야요이 커플이라든가,
코지로의 조수로 들어가 박봉에 시달리면서도 
코지로에 대한 호의만으로 계속 남아 있는 히무로 쿄코라든가
<EVE burst error>의 캐릭터들을 잘 활용한 장면이 좋았어요.



이 게임은 탐정물, 수사물로 즐기기에는 스토리가 다소 부실합니다.
하지만 <EVE burst error>의 팬디스크 정도로 생각하고 즐긴다면
나름 괜찮다고 봅니다.

전작 엔딩 이후의 캐릭터들의 다양한 후속담이 담겨 있으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싶어했던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소개한 내용만 보면 ADAM THE DOUBLE FACTOR는
전작 팬들에게 그럭저럭 플레이할 만한 게임이 아닌가 싶지만,
이 게임은 당시 팬들에게 많은 비판을 받았던 게임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이 게임이 미완성이었다는 점입니다.
게임 내에 '다음에 계속'이라는 문구만을 남겨 놓고
수많은 복선들을 회수하지도 않은 채로 끝내 버렸죠.
아마 ADAM도 시리즈로 만들어 두, 세 게임 정도 더 계획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문제는 ADAM 시리즈는 딱 한 편만으로 망해 버렸다는 겁니다.
<EVE The Lost One>이 차라리 존재하지 않았다면
사람들이 한 번은 더 기다려 줄 수도 있었을 것도 같은데,
어쨌든 많은 팬들이 ADAM THE DOUBLE FACTOR에 실망하고 떠나 버렸죠.
ADAM 시리즈의 원대한 계획은 출항하자마자 그대로 좌초되었습니다.



그 후 ADAM THE DOUBLE FACTOR는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이식되었고
스토리 추가를 통해 미완성판을 완성시켰다고 발표했습니다.
그 완성판이 바로 EVE The Fatal Attraction입니다.

EVE TFA는 자랑스럽게 '이전 작품들을 굳이 플레이할 필요는 없다.'고 광고했습니다.
그리고 그 말은 사실이었습니다. 
굳이 이 게임을 이해하기 위해 전작들을 플레이할 필요가 없었죠.
왜냐면, EVE 모든 시리즈를 플레이한 사람조차도 
이 게임의 스토리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거든요.

완성이란 대체 뭘까요? 
적어도 제가 생각하는 의미와 이 게임 제작자가 생각했던 의미는 달랐던 것 같습니다.



복선 회수는커녕 신 캐릭터들을 대책없이 마구잡이로 늘려 버렸고
그런 캐릭터들에 대해 제대로 된 캐릭터 묘사도 없이 
뭔가 중요해 보이는 척만 하다 게임이 끝나 버렸습니다.

중요해 보이던 어떤 캐릭터는 어떠한 언급도 없이 갑자기 죽어 있고,
또 어떤 캐릭터는 제대로 된 묘사도 없이 다른 캐릭터가 되어 버렸으며,
EVE ZERO를 플레이하지 않은면 이해할 수 없는 장면까지 큰 의미없이 등장시켜 버렸습니다.



애초에 속편을 두, 세편 정도로 기획한 것 같은데
그걸 이미 존재하는 게임 후반부에 꽉꽉 채워 넣는다는 게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죠.
그냥 앞뒤 연결 생각 안 하고 제작자들이 구상했던 명장면들을
갖다 붙여 놓은 느낌입니다.

후반부를 할 때는 무언가를 이해해 보겠다는 생각으로 플레이하지 마세요. 
게임 발매된지도 20년이 지났으니
게임 제작자도 이 게임 스토리를 다 까먹었을 것이며,
이제 이 게임을 이해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총평하자면, 팬디스크 느낌으로 플레이하면 그럭저럭 괜찮은 게임입니다.
오히려 후반부의 추가가 게임 퀄리티를 망친 느낌이에요.

어차피 제작사 시즈웨어는 오래 가지 못했죠.
TFA 따로 안 냈어도 ADAM 시리즈는 더 못 나왔을 거에요.
차라리 TFA가 안 나왔다면,
회사가 망하는 바람에 후속작이 나오지 못한 비운의 작품으로
평가가 조금 더 올랐을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좋은 점이 없지는 않으니 각오만 있다면 플레이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적어도 <EVE The Lost One>과 둘 중 하나만 고르라면 이 쪽이 더 나은 것 같아요.

댓글 2개:

  1. 리뷰 전반부에 대략적인 스토리랑 설정 보면서 흥미가 생겨서 플레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미완성작이라니 아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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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헤헤//
    아쉬운 점도 많지만 흥미로운 부분도 꽤 있습니다.
    고집으로 완결편까지 잘 만들어 냈다면 평가를 반전시킬 수도 있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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