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란스의 이름 아래 모든 나라들이 힘을 모아서
마인들과 전쟁을 하는 것입니다.
이 모든 스토리를 압축시킨 귀축왕 란스에서는
<란스10>만큼의 치열한 스토리는 없지만
상당한 난이도의 마인 침공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제가 멋도 모르고 이 게임을 처음 즐기던 때에는
마인들이 어마어마한 병력으로 한 턴에 아홉 번씩이나 쳐들어 오더라고요.
도저히 막아낼 수 없을 정도의 재앙이 몰려오는 기분이었습니다.
어느 정도 게임을 이해하고 있고, 준비를 철저히 했다면
전면전으로 충분히 마인들을 쓰러뜨릴 수 있습니다.
이벤트를 통해 비교적 쉽게 상대하는 방법도 있기 한데
그 이벤트를 찾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공략 사이트의 힘을 빌리지 않는다면
관점에 따라서는 전면전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겠죠.
문제는 케셀링크처럼 계속 부활해서
전면전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는 적의 존재입니다.
이벤트를 봐야만 이길 수 있는데
공략 사이트를 참조하지 않는다면 꽤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죠.
공략을 보지 않는 이상 조건을 만족할 수 있는 내용인지 의문이 듭니다.
사실 게임 전반적으로 공략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면
무수한 실패를 겪어야 하는 이벤트가 너무 많습니다.
부하들을 새로 영입하는 것도 많은 조건이 필요하며,
멀쩡한 부하들이 갑자기 사망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사전지식이 충분하지 않다면 플레이에 많은 애로사항이 있죠.
게임 오버를 반복하면서 여성 캐릭터들의 행복, 불행을 모을 수 있습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각 여성 캐릭터별로 엔딩이 있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행복, 불행을 모아야 하는 캐릭터는 무려 66명이나 됩니다.
단순히 란스와 만나지 않는 것이 행복 조건인 캐릭터도 있어서
초반에 게임 오버 당해도 모을 수도 있는데
조건이 복잡한 캐릭터들도 많아서 공략없이 모으기는 꽤 힘이 듭니다.
다만 이 행복, 불행을 수집하는 것이 단순히 귀찮은 과정은 아니고,
찾기 위해 여러 방법을 다 써보면서 그만큼 많은 이벤트를 경험할 수가 있습니다.
이 게임은 그 노력에 걸맞는 수많은 이벤트를 갖추고 있죠.
CG가 없고, 전략적으로 강해지지 않는 이벤트라도
재미있기 때문에 볼 가치가 있습니다.
게임 자체의 엔딩도 상당히 다양합니다.
란스가 죽거나 리자스성이 함락 당하는 쉽게 볼 수 있는 배드엔딩도 있지만
어려운 조건을 맞춰야 하는 다양한 배드엔딩들이 존재하죠.
통일을 하더라도 다양한 엔딩 패턴을 볼 수 있습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역시 진엔딩인데
란스가 통일왕국의 지배자 지위를 버리고 실과 함께 다시 모험을 떠나는 엔딩이죠.
늘 그렇듯이 실을 구박하지만
'목적은 진작에 이뤘다'며 미련없이 권력을 버리고 떠나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목적은 당연히 실의 구출이죠.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다 이야기하면 너무 지쳐 버릴 것 같아서
긴 호흡으로 보고 다음 시리즈에서 이야기하도록 하죠.
귀축왕 란스는 단독 게임으로서 훌륭할 뿐만 아니라
란스 시리즈 내에서의 위상 역시 어마어마합니다.
이후 게임에서도 좋은 게임들이 많이 나왔지만
시대 보정을 고려하면 귀축왕 란스만큼 압도적인 퀄리티는 없겠죠.
어떻게 96년도에 이런 게임이 나왔는지 신기할 정도입니다.
뿐만 아니라, 앨리스소프트는 이 게임 하나만으로 란스 시리즈의 모든 틀을 잡았습니다.
란스의 세계관이 언제 얼마나 정립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밖에서 볼 때는 귀축왕 란스에서 비로소 그 장대한 세계관이 제대로 표현되었습니다.
란스 시리즈의 전반적인 구조는 이 게임에서 모두 세워졌으며
이후 게임들에서도 많은 변경이 있었지만
이미 올려진 건물의 각 방에 리모델링을 한 수준이었죠.
이후 게임들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귀축왕 란스가 훌륭한 틀을 잡았다는 겁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사실 이 게임을 처음 플레이했을 때는 그렇게까지 재미있게 하지 못했습니다.
란스 시리즈에서 가장 첫 번째로 플레이한 게임일 뿐만 아니라,
에로게 생초보 시절에 플레이했던 게임이었죠.
제 실질적인 에로게 원점인 <취작>보다 먼저 플레이한 에로게가 열 몇 개 정도 되는데,
그 열 몇 개가 뭐였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 중 딱 세 개를 정확히 기억하는데 <얀얀의 격투동창회>, <악몽>,
그리고 귀축왕 란스입니다.
그만큼 에로게를 잘 알지도 못하던 초보 시절에 첫 플레이를 했던 거죠.
그래서인지 플레이하면서 뭐가 뭔지도 몰랐고, 그다지 재미있지도 않았습니다.
그 후 시간이 흘러 <란스6>이 발매되어 재미있게 플레이했고
다시 귀축왕 란스를 잡았을 때 비로소 이 게임을 재미있게 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 세계관 및 캐릭터에 대한 지식이 쌓이고 나서야
게임의 진가를 알 수 있었던 거죠.
그리고 오늘날, <란스10>까지 시리즈 모든 게임을 다 플레이해 본 지금,
다시 귀축왕 란스를 잡아 보니 더더욱 이 게임의 훌륭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플레이할 때마다 새로운 감회를 느낍니다.
그야말로, 20년 후의 속편까지 설계한 위대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어요.
가장 맨 윗자리에 합당한 뛰어난 역작입니다.
란스 시리즈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에 수많은 영향을 줬던
앨리스소프트의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게임이기도 하죠.
에로게는 보통 규모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세계관이 방대하면 그 내용이 텅 비어 있을 때가 많고,
전략 시뮬레이션을 만들어도 등장 캐릭터가 적어
장르의 매력을 살리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제대로 하고 있는 에로게 회사는 앨리스소프트 뿐이죠.
그 모든 것의 시작은 귀축왕 란스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을 추천하지 않는다면 에로게 리뷰 블로그로서의 정체성을 의심받아도
할 말 없을 정도로 뛰어난 명작입니다.
경의를 담아 추천 리스트에 올리겠습니다.
귀축왕란스를 하지 않아서 이정도로 백개먼님의 극찬을 받을 게임인 줄 몰랐네요. 만약 에로게가 아니라 일반게임과 비교를 하신다면 백개먼님의 평가가 달라지실 부분이 있을까요?
답글삭제feveriot//
답글삭제일반게임과의 비교는 많이 어렵네요. 방향성이 너무 다릅니다.
발매 시기로 보면 가장 비교할만한 게임은 코에이의 삼국지나 노부나가의 야망이 될 텐데
전략시뮬레이션으로서 전투나 경영, 전략적 요소, 자유도 면에서 본다면 감히 비교할 만한 수준도 못됩니다.
코에이의 게임과 비교했을 때, 귀축왕 란스의 강점이라면 캐릭터와 그에 수반하는 어드벤처 게임 요소를 들 수 있는데
이 부분은 90년대 당시 코에이 게임은 물론이고,
많은 장수들에게 다양한 개성을 부여한 요즘 코에이 게임들까지도 귀축왕 란스에는 못 미친다고 봅니다.
물론, 이는 코에이의 역량부족이라기 보다는 추구하는 목표의 차이겠지만요.
마찬가지로 앨리스소프트 역시 역량부족이었다기 보다는 선택의 문제였다고 봅니다.
제가 이 장르에서 에로게 회사의 역량 한계를 이야기했던 이유는
앨리스소프트가 일반 게임과 비교될만한 게임을 만들어냈기 때문은 아닙니다.
에우슈리같은 경우는 에로게 회사로서 규모가 크고 게임성에 강력한 노하우가 있음에도,
전술적 요소에 신경 쓴 게임 혹은 자유도를 중시한 에로게에 도전했을 때 버거워 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런 게임을 보면 좀 더 자본력이 있고, 소비자층이 두터운 일반 게임 회사에서 만들었다면 좀 더 풍성하게 만들 수 있었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일반 게임회사에서는 이런 방향을 시도조차 하지 않겠지만요.
앨리스소프트는 에로게에서 이 부분에 대한 밸런스를 조절하는 법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코에이를 비롯한 다른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 미흡한 부분이 분명히 있지만 플레이할 때는 그것이 역량 부족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이유는 그 이상으로 어드벤처 요소가 꽉 차있기 때문이죠.
게임 취향 때문에 평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 시대에 어떻게 이 정도의 게임이 나왔을까 하는 측면에서 본다면,
귀축왕 란스는 당시 코에이 게임을 비롯한 일반 게임보다도 높이 평가할 점도 있다고 봅니다.
아마 앨리스소프트한테 지금 해 보라고 하면 못 할 것 같지만
적어도 당시에는 일반 게임에 꿀리지 않는 작품입니다.
댓글 감사드립니다. 저도 란스6, 전국란스, 대번장 등 앨리스소프트의 게임성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데 신기하게 콘솔로 이식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었습니다. 에로 cg를 빼도 왠만한 게임들보다 재밌을 게임과 이야기들인데 왜 그럴까. 그런 의문 속에서 질문 드려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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