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8편인 <란스 퀘스트> 리뷰에서 언급했다시피
이 시기, 저는 앨리스소프트의 개발 능력을 오랫동안 불신하고 있었습니다.
2014년까지도 그 불신은 좀처럼 해소되지 못하고 있었죠.
<란스 퀘스트>의 실패 이후
저는 앞으로의 란스 게임에까지 의구심을 갖게 된 상태였으며,
란스 9편에 대한 기대도 그다지 크지 않았던 상황이었습니다.
발매 당시에는 이 게임과 같은 날에 나온 에우슈리의 <천칭의 라데아>를
먼저 플레이했을 정도였죠.
<전국란스>도 <란스퀘스트>도 발매 당일에 바로 플레이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그 정도로 앨리스소프트에 대한 제 신뢰는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였던 겁니다.
3편, 4편, 8편 등에서 꾸준히 란스와 적대하는 국가로 나왔었죠.
헬만은 명목상으로는 '시라'라는 아름다운 황녀가 통치하고 있는 나라지만
사실은 간신배인 스텟셀이 모든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스텟셀의 통치 하에 헬만은 꾸준히 쇠락하게 되죠.
이런 상황에서 후계 구도에서 밀려나고
세계를 떠돌던 황태자 패튼이 혁명을 계획합니다.
패튼은 가까쓰로 천 명 남짓한 동지를 모았지만 그 정도 병력으로
수십만의 대군을 보유하고 있는 헬만을 전복시키기에는 택도 없습니다.
백 번 시도하면 백 번 실패할 게 뻔한 혁명인 거죠.
예측불허의 변수를 알고 있습니다.
그게 바로 이 게임의 주인공 란스죠.
6편에서 동료료 싸우면서
어떤 불리한 상황조차 악랄한 계획과 희대의 운빨로 극복했던
란스의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은 것 같습니다.
마침, 란스는 얼어 붙은 실을 해동하기 위해서
헬만의 보물창고에 관심이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이벤트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패튼의 동지 천 명이 가짜 패튼과 함께 반란을 일으켜
헬만군의 어그로를 끌어 모으면,
헬만군의 어그로를 끌어 모으면,
란스가 지휘하는 소수정예 '무법자들'이
다른 방향에서 깽판을 치면서 수도를 점령하는 전략이죠.
정말 말도 안 되는 전략이기 때문에,
그 중에는 란스의 마음에 든 루시안이라는 캐릭터도 있었죠.
실도, 로키도, 사치코도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란스를 돌봐 주는 노예로 이번에는 루시안이라는 캐릭터가 선택됩니다.
이벤트 선택의 자유도는 그다지 높지 않고,
한 번 봤던 이벤트를 다시 보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사실상 단일 루트로 쭉 진행하는 방식이죠.
거의 마지막 부분에 가서야 엔딩 분기가 생성됩니다.
메인 이벤트와는 별개로 캐릭터별 스토리와 H씬을 감상할 수 있는 란스 모드도 존재합니다.
각 캐릭터에는 4~5개의 H 이벤트가 존재하죠.그 이벤트를 전부 보고, 특정 조건을 만족시키면 그 캐릭터의 엔딩을 볼 수 있습니다.
엔딩 개수는 정사루트 하나와 일곱 캐릭터 각각의 엔딩으로 일단 여덟 개가 있습니다.
그 외 엔딩이 두 개인 캐릭터도 있고, 배드 엔딩도 각각 가지고 있죠.
전투는 SRPG 방식입니다.
1회차 기준으로 SRPG를 평가하면 단순하지만 재미있는 스타일입니다.
각자 가지고 있는 기술이 적고, 필살기 횟수가 제한적이라 아쉽지만,
특수한 전투 상황을 여럿 만들었기 때문에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죠.
문제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필요한 모든 엔딩을 모으기 위해서
3, 4회차는 가야하는 게임인데 똑같은 전투를 계속 반복하면
결국 지루해진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다채로운 전투 상황이라도 그 전투를 계속 반복한다면 식상하겠죠.
2배, 4배, 메챠쿠챠 모드 등이 있기는 하지만
결국 똑같은 전투를 반복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아군 캐릭터가 강해지기만 할 뿐,
새로운 필살기나 마법을 배우는 것도 아니니 새로움을 찾기는 더더욱 힘들어지죠.
9편에서는 캐릭터 능력별 강화, 무기, 방어구 강화, 아이템 장비 등만 있을 뿐
특별히 캐릭터마다 레벨이 있지는 않습니다.
딱히 레벨 시스템이 유지되었어도 해결될 문제점은 아니지만
캐릭터를 다양한 방식으로 성장시키는 자유가 전작들에 비해 부족했습니다.
또한, 무기, 방어구를 구매하는 방식이 아니라 똑같은 무기를 계속 사용한다는 점은 아쉬웠고,
아이템은 다양했지만 회차 플레이의 지루함을 환기시켜 줄 정도는 아니었죠.
부유요새라는 것도 있기는 하지만 역시 게임의 평가를 높여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스토리에 맞게 소수인 아군이 무수히 많은 적을 상대해야 합니다.
이런 스타일의 게임은 소위 '뽕맛' 같은 게 중요하죠.
멋진 단체 공격 기술을 써서 다수의 적을 퍼펑~하고 터뜨리는 느낌말이죠.
그런 면에서도 이 게임은 약간 부족했던 겁니다.
3D 모델링이 시대에 너무 뒤떨어졌고, 이펙트도 화려하지 못했고,
말씀드렸다시피 기술이 다양한 것도 아니었죠.
그리고 아군 필살기의 위력에 비해 적의 방어력이 강한 편이었습니다.
단체 공격 기술을 써도 죽는 게 한, 두 명밖에 안 된다면 뽕맛이 다소 부족하겠죠.
1회차만 본다면 꽤 밸런스가 잘 맞는 게임이었지만
설계 자체가 1회차만으로 모든 것을 볼 수 없는 게임인데
2회차부터 바로 지루해진다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8편만큼 짜증나는 게임은 아니었지만
SRPG 시스템이 게임을 더 재미있게 만들어 주는 요소는 아니었다고 보네요.
9편에는 악감정이 많지 않지만
전투 시스템에 관해서는 높은 평가를 주기 힘들 것 같습니다.
다행인 점은 적어도 다른 요소들은 괜찮았다는 점입니다.
악평은 여기까지만 쓰기로 하고
다음 리뷰에서는 좋은 점을 살펴보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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