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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12일 일요일

리뷰 : 란스10 ~결전~(1)(2018/2/23,앨리스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에로게 역사상 가장 길었던 시리즈의 완결편, <란스10 ~결전~> 리뷰입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창작물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마무리를 짓는 일입니다.
더군다나 란스 시리즈는 9편에 이르는 동안 무지막지하게 늘린 세계관과 캐릭터는 물론,
외전인 <귀축왕 란스>에서 다뤘던 스토리조차 수습할 필요가 있었죠.
이걸 단 한 게임만으로 다 정리하는 게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엄청난 내용이기 때문에
발매 전에는 걱정도 되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일단 전반적인 스토리부터 설명드리겠습니다.
란스는 전편에서 깨어난 실을 비롯한 일행들과 여행을 다니고 있었습니다.
별로 중요한 내용이 아니라 설명하지는 않겠지만
란스 본인의 의사로 5개월동안 냉동인간이 되어 시간을 보내 버렸죠.



5개월 후에 깨어난 란스를 법왕 크룩이 직접 모시러 옵니다.
란스가 허송세월을 보내는 동안
인류는 마인들의 대대적인 침공을 받아 멸망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죠.
마인들을 쓰러뜨릴 수 있는 건 마검 카오스를 가진 란스 뿐입니다.



세계의 지도자들이 모여 대책을 의논하고 있습니다만
인류 멸망이라는 위기 속에서도 의견일치가 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때마침 세계 지도자들의 마음을 한 곳에 모을 수 있는 남자가 한 사람 있습니다.
바로 란스인 거죠.

결국 모두의 추대를 받은 란스가 총통으로 등극하여
인류 전체를 이끌고 마인들과 싸운다는 것이 10편의 내용입니다.



게임을 처음 시작했을 때 느낄 수 있는 감정은
정말 답도 없는 상황이라는 점입니다.
플레이어에게 이 전쟁의 절망감이 전해지도록
치밀한 설계가 되어 있죠.

JAPAN을 제외한 리자스, 헬만, 제스, 자유도시가 모두 침공받고 있습니다.
혁명으로 인재들이 갈려나간 헬만은 초기대응에 실패하여 개털리고 있고,
제스는 뭐때문인지 다른 국가들보다 더 많은 병력의 침공을 받았습니다.
그나마 잘 버티고 있는 리자스조차도 마군과 2배에 가까운 병력 차이가 있죠.



각 전선에는 사령관인 마물대장군 1명과 마인들이 2명씩 배치되어 있습니다.
마인들은 강력할 뿐만 아니라 특수한 방법을 제외한 어떠한 공격도 먹히지 않죠.
여러 상황들을 분석해 보면 인류는 어려운 상황에 비해 꽤 선전하고 있는 편입니다.

다만, 이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에는 인류가 망하리라는 건 뻔한 일이죠.
란스 시리즈에서도 특히 위기였던 3편 리자스 함락이나 6편 제스 붕괴에서 벌어졌던 일이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란스의 역할은 현장을 돌아 다니며 마인들을 쓰러뜨리는 일입니다.
마인들을 쓰러 뜨리는 일도 쉽지는 않은데
란스가 마인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마검 카오스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마인들의 기본 기량 자체가 란스가 쉽게 상대할 정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란스도 처음 마인들과 맞붙을 때는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죠.

하지만, 란스의 비겁한 꾀와 언제나 따르는 천운을 바탕으로 한 특유의 변수 창출 능력 덕분에
최종적으로는 어떤 마인도 쓰러뜨릴 수가 있습니다.
마인을 쓰러뜨리면 인류의 사기가 올라 반격을 시작하고
열세로 밀리던 전세가 대등하게 됩니다.



문제는 10편의 위기는 마인 하나둘 쓰러뜨린다고 해결될 위기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전쟁이 네 방면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란스가 한 방면에서 마인을 쓰러뜨리는 동안 나머지 세 방면은 개털리게 되죠.
게다가, 마인을 쓰러뜨려서 겨우 전세를 대등으로 맞춰 놓고 다른 곳으로 가면
불과 한 턴만에 다시 전황이 열세가 됩니다.
거기에 인류 측에서는 병력을 증강시키는 것도 힘든데,
마군들은 어디서 나타나는지 꾸준히 5만명씩의 지원군이 옵니다.


게임을 몇 번만 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뛰어 다녀도,
마인 한 명씩 쓰러뜨리는 방법으로 네 방면 전체를 구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말이죠.



마인들을 처리하지 않으면 스토리 상으로 일정 턴에 사망자가 생깁니다.
어떤 때는 국가 전체가 박살나 버리는 경우도 있죠.

나라가 멸망해 버리면, 해당 나라의 지도자 캐릭터가
포로로 잡혀 비참한 꼴을 당하게 됩니다.



마인 쓰러뜨릴 시간도 부족한데,
마인만 쓰러뜨리고 있으면 또 게임오버입니다.

특히, 마왕 미키를 구출하는 이벤트를 꼭 수행해야 합니다.
최종보스 역할인 마인 케이브리스가 미키를 쓰러뜨리면
마인 케이브리스가 마왕이 되어 버리고,
마왕 케이브리스를 쓰러뜨리는 방법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초보자에게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죠.
깔끔하게 게임오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게다가 더더욱 어려운 상황인 이유는
마왕의 피를 필사적으로 거부했던 미키가
더는 버티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란스 일행이 힘을 합쳐 마인 케이브리스를 겨우 쓰러뜨렸더니
미키가 마왕으로 각성해서 망했다는 엔딩도 존재하죠.

인류가 평화를 되찾기 위해서는
마군의 침공만 막는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고,
마왕 미키의 각성도 막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겁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문제가 또 있는데
바로 용사 아리오스 테오만의 존재입니다.

란스 세계관에는 용사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마왕이 일방적으로 인류를 학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존재하는 시스템이죠.

그리고 현 세대의 용사는 란스가 아닙니다.
바로 용사 아리오스 테오만이죠.
용사 테오만은 과거 몇 번이나 있었던
인류의 위기에 전혀 활약을 하지 못했는데
란스가 먼저 다 해결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테오만은 용사를 은퇴하고 평범한 인생을 살고 있었으나,
이번 마군들의 침공에서 사랑하는 여인과 고향을 잃게 됩니다.
분노한 테오만은 어찌어찌 용사로 복귀하게 되고,
마왕을 처치하기로 결의합니다.



이렇게 보면 란스에게 든든한 지원자가 될 것 같지만,
사실은 란스에게 엄청난 방해가 되는 존재입니다.

란스 세계관에서 용사의 힘은 단계별로 차이가 있는데,
강한 힘을 얻기 위해서는 인류가 학살당해야 합니다.
인류의 30%가 멸망하면 마인을 쓰러뜨릴 힘이 생기고,
인류의 50%가 멸망하면 마왕을 쓰러뜨릴 힘이 생기는 식이죠.

그러다 보니 용사 테오만은 인류 50%의 희생을 바라고 있고
인류를 구하려는 란스와 충돌하게 되는 겁니다.
게임 내내 인류가 얼마나 사망했는지 볼 수 있으며
별다른 상황없이 50%가 넘어 버리면 용사 테오만의 손에 게임오버가 됩니다.

용사 테오만의 가장 큰 문제점은 힘을 얻은 이후에도
대체로 란스에게 방해가 되는 존재라는 점입니다.
용사 테오만이 적 마인을 죽이고 전황을 유리하게 만들어 주는 건 한 번도 못 봤지만
아군이 된 마인은 쉽게 죽여 버리고,
배드엔딩 쯤에서는 란스의 보호를 받고 있는 마왕 미키까지도 가차없이 죽여 버리죠.

마인뿐만 아니라 용사까지도 인류의 평화를 방해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기적적으로 마인 케이브리스를 비롯한 마군의 침공을 전부 물리치고,
마왕 미키의 각성도 피할 방법을 찾아내고,
그 과정에서 인류 50%가 희생되지 않아 용사 테오만을 막더라도
인류에게는 평화가 찾아오지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창조신 루드라사움이 인류의 평화를 바라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8편 리뷰에서 이에 대해 이야기했던 적이 있죠.
<귀축왕 란스>에서도 마인 케이브리스까지 쓰러뜨려 세계에 평화가 찾아 오면,
엔젤나이트들이 등장하여 세계를 멸망시키려고 합니다.

이번 경우에도, 어디선가 홀로 마군 대침공을 보면서
'킥킥, 재밌다.'고 어린 아이처럼 좋아하는 의문의 존재가 있는데
그게 바로 창조신 루드라사움입니다.
천신만고 끝에 평화를 쟁취하더라도
꿀잼을 바라는 창조신이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겁니다.

10편의 일부 엔딩에서는 크룩에 의해서
이 절망적인 상황이 알려집니다.
란스는 창조신 루드라사움을 퇴치하려는 노력도 해 보지만
근처에도 못 가보고 1급신인 여신 ALICE 손에 전멸하고 말죠.



어쨌든 당면의 문제는 전 세계를 침공한 마군입니다.
이 전쟁을 정리하는 일조차 만만치 않죠.
지금 전쟁을 이길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평화 후에 창조신의 태도를 걱정한다는 건 너무 김치국입니다.

이 마군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는 다음 리뷰에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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