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작품 목록

추천 작품 목록

글 목록

2023년 4월 16일 일요일

리뷰 : DUEL SAVIOR(2)(2004/10/1,GIGA)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듀얼 세이버는 캐릭터 공략 순서가 엄격하게 정해져 있는 게임입니다.
아무리 마음에 드는 캐릭터가 있더라도
순서를 따르지 않고 다른 캐릭터를 공략하려고 하면
배드 엔딩을 보게 되죠.

이런 구조를 취한 이유는 세계의 진실과 반전 요소가
각 캐릭터별 스토리에 배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비밀을 쥐고 있는 캐릭터 루트를 먼저 클리어한다면
다른 캐릭터 루트를 플레이할 때는 김빠지게 되겠죠.
그걸 방지하기 위한 강제 순서 지정입니다.

같은 팀에서 이전에 발매한 <BALDR FORCE>와 똑같은 방식이기는 한데
듀얼 세이버는 <BALDR FORCE> 때보다 훨씬 큰 비판을 받았습니다.
단순히 '귀찮다'의 문제는 아니었고 '순서'의 문제가 컸기 때문도 있죠.



플레이어가 가장 처음으로 플레이하게 되는 스토리는 베리오의 스토리입니다.
성직자에 학급위원장 설정이 더해져 
성실하고 고지식하고 풍기문란 행위에 엄격한 캐릭터죠.



캐릭터의 개성을 더하기 위해서 블랙 빠삐용이라는 이중인격 설정을 넣었습니다.
이 인격이 발현되면 치녀 차림으로 도둑질을 하며 
풍기문란에 앞장서는 캐릭터가 됩니다.



베리오와 함께 먼저 플레이할 수 있는 카에데의 스토리입니다.
처음에 소환되었을 때는 쿨한 닌자 캐릭터를 연기했으나
금세 본래 성격이 들통납니다.
사실은 어설프고, 부끄럼도 많고, 피를 무서워하는 캐릭터죠.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도와준 주인공을 
스승이라고 부르며 잘 따르는 캐릭터입니다.



베리오와 카에데, 두 캐릭터의 개인 스토리는
정석적이고 기본적인 면만을 보여주는 스토리로서
딱히 대단한 사실이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이 게임의 전반적인 스토리에 대해 
대충 훑는 역할의 스토리라고 생각할 수 있죠.

초반 스토리는 여초 클래스에 청일점 존재인 주인공이
점점 동료들에게 인정받는 스토리를 그리고 있습니다.
사실 주인공이 경멸받는 이유는 본인의 변태적인 성격탓이기도 합니다만
어쨌든 각 챕터에서 동료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며 
전우애를 키워 나가는 학원 코미디물 스토리를 그리고 있죠.

 

후반부가 되면, 점점 임박해 오던 파멸의 위협이 구체화되기 시작합니다.
파멸의 4장군이라는 적이 나타나 노골적으로 위협을 하죠.



또한, 파멸의 4장군은 특이하게도 
각각 구세주 클래스의 멤버 한 명씩과 인연이 있습니다.
베리오와 카에데의 스토리에서는
각자 대응하는 파멸의 장군 하나를 쓰러 뜨리는 스토리입니다.



장군 한 명 쓰러뜨리고 핵폭탄급 마법병기 한 번 갈겼더니
남은 적들이 알아서 도망갔다는 애매한 스토리입니다만,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두 캐릭터의 스토리는 시작을 여는 스토리일 뿐이죠.
카에데의 엔딩은 왠지 몇몇 분들께서 호평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 다음 스토리부터는 이런 전개를 베이스로
점점 다른 사실이 밝혀지는 내용입니다.



다음 캐릭터는 리코입니다.
주인공과 여동생을 이세계로 소환하기도 했던 소환 담당 캐릭터인데
처음에는 그냥 쿨하고 과묵하고 먹보인 로리 캐릭터처럼 보입니다만
그녀의 정체는 구세주 클래스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붉은 책의 정령입니다.



왼쪽이 하얀 책의 정령 임니티, 오른쪽이 붉은 책의 정령 리코입니다.
제가 잘못 말한 게 아닙니다.
아무리 봐도 오른쪽이 붉은 책 느낌이고 왼쪽이 하얀 책 느낌입니다만
어쨌든 그렇답니다.

구세주 클래스에서는 아무도 모르는 사실이지만
두 정령은 각자 구세주를 선택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각자 한 명씩 구세주를 선발하여,
그 두 후보 중에서 이긴 쪽이 구세주가 되는 거죠.

구세주 후보를 선택할 수 있는 한 축인 임니티는
하필 파멸 쪽에 붙어 버렸습니다.
게다가, 첫 등장에서 '난 이미 구세주 후보를 선발했다'고 자랑을 하네요.



리코는 구세주의 위험한 진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구세주를 선택할 생각이 없었지만,
임니티의 공격에 대항하기 위해 결국 주인공을 구세주로 선택하게 됩니다.
리코는 주인공을 마스터라고 부르면서 잘 따르게 되죠.

그리고 주인공이 선택됨으로써,
다른 구세주 클래스 동료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구세주가 될 수 없습니다.
주인공이 구세주가 되거나, 아니면 임니티의 마스터가 구세주가 되거나
둘 중 하나이기 때문이죠.

여기까지가 공통 스토리에 있는 리코 파트입니다.



리코의 개인 스토리에서 주로 다룬 내용은
세계를 구원한다는 구세주가 그렇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파멸의 보스와 임니티까지 쓰러 뜨리면
최종적으로 구세주가 된 주인공이 
그 압력에 견디지 못하고 붕괴하기 직전까지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주인공을 한결같이 좋아해 주는 캐릭터인 나나시입니다.
여자를 밝히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주인공과 최고의 궁합일 것 같지만
오히려 주인공이 나나시를 피하죠.

가장 큰 문제는 나나시는 좀비라는 점입니다.
'나나시'라는 이름부터가 '이름없음'이라는 뜻이죠.
생전의 기억이 없어 이름도 모르던 좀비가
주인공이 '이름없음'이라고 중얼거린 것을 마음에 들어하여
나나시라는 이름이 된 것입니다.



순수하고 바보같은 성격으로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동료 모두가 실의에 빠져 있을 때도
분위기를 전환해 주는 귀중한 캐릭터입니다.



나나시의 스토리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부분은
천년 전의 구세주에 관련된 진실입니다.
천년 전의 구세주 후보였던 루비나스가 
주인공 꿈에 나타나 도움을 청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무덤에 있는 목걸이를 나나시의 목에 걸어 달라고 하네요.



꿈에서 도와 달라고 할 때는 언제고
현실에서는 로베리아라는 파멸의 장군이 되어 
주인공 일행을 공격해 옵니다.

로베리아가 대체 왜 이러는지, 나나시의 정체는 대체 무엇인지
제 리뷰에서는 말 안 할 겁니다.
게임의 모든 내용을 있는대로 다 스포할 수는 없으니까요.



다음 캐릭터는 리리입니다.
당시는 지금보다 츤데레 캐릭터가 잘 먹히던 시절이었고,
제가 가장 좋아했던 캐릭터이기도 했습니다.

구세주 클래스 모두가 주인공을 좋아하게 되었을 때도,
끝까지 주인공과 티격태격하며 재미를 이끌어 내는 캐릭터입니다.



리리는 학원장인 뮤리엘의 수양딸이기도 합니다.
리리의 스토리에서 가장 흥미로운 반전은
뮤리엘이 주인공을 죽이려고 하는 부분이죠.

사실 뮤리엘은 천년 전에 루비나스 등과 함께 구세주 동료였으며,
구세주의 문제점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구세주가 등장하기 직전에 유력한 구세주 후보를 죽여 버리려고 했던 거죠.

구세주 클래스의 진실은 구세주를 찾아서 훈련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라
구세주를 찾아서 죽여 버리려는 의도였던 겁니다.
결국 뮤리엘의 계획은 실패했지만 계획 자체는 굉장히 치밀했습니다.



어머니를 진심으로 존경하던 리리가 방황하기도 하면서
어찌어찌 파멸을 잘 물리쳤다는 결말입니다.

리리의 스토리는 인기가 꽤 높은 편인데
스토리 자체가 괜찮기도 하지만,
베리오, 카에데, 리코, 나나시의 스토리를 거쳐 오면서
쌓아 왔던 내용을 잘 마무리지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게임의 가장 큰 문제는 
캐릭터가 '여섯'인데 '다섯' 번째의 스토리가 가장 호평받는다는 거죠.



마지막 캐릭터인 주인공의 여동생 미아입니다.
얌전한 성격이지만 오빠가 변태짓을 하면 가차없이 응징하는 면모도 보여 줍니다.

게임 시작 전부터 오빠를 엄청 좋아한다는 설정입니다.
소극적이기는 하지만 기회가 오면 H한 대쉬조차 서슴지 않는데,
아무리 동료 전부에게 변태짓을 하고 다니는 주인공이라도 
미아는 소중한 여동생이기 때문에 손을 대지 않습니다.



다른 캐릭터 스토리에서 미아의 포지션은
오빠의 여자관계를 살짝 질투하기도 하고,
위기 상황에서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귀여운 여동생 정도입니다.
하지만, 리리 루트쯤에 들어서면 점점 큰 질투심을 보여주기 시작하죠.
왠지 리리에게만은 가혹합니다.
 
어쨌든 미아 루트에서는 드디어 주인공과 연결된다는 미아의 염원이 성취가 됩니다만
슬슬 위기가 찾아오기 시작합니다.



주인공을 죽이려고 하는 뮤리엘의 계획에 말려들어
미아는 바닥도 안 보이는 절벽으로 떨어져 버립니다.
뮤리엘은 결국 체포되어 무기징역급 처벌을 받지만
그것이 사랑하는 여동생을 잃은 주인공에게 무슨 위안이 되겠습니까?
주인공은 완전히 이성을 잃어 버리게 되죠.

리리는 그런 주인공을 말려 보려고 하지만
주인공이 리리를 도우려다가 미아가 죽었고,
심지어 원흉은 리리의 어머니이기 때문에 설득이 통할 리가 없습니다.
이미 반쯤 미친 주인공은 밤새도록 리리를 난폭하게 범하고
리리는 주인공이 하는 짓을 묵묵히 받아 들이죠.

그리고 다음 날 파멸과의 싸움에서도
주인공은 정신을 못차리고 무조건 돌격을 하며 파멸을 공격합니다.
그런데...



미아가 파멸 측에서 멀쩡히 살아 있는 것입니다.
하얀 책의 정령 임니티가 선택한 마스터가 바로 미아였던 거죠.
여기에는 복잡한 사정이 있긴 한데,
어쨌든 주인공은 죽은 줄 알았던 여동생이 살아있어 매우 기뻐합니다.

주인공은 미아를 되찾기 위해 앞뒤 안 가리고 미아 쪽으로 달려 갑니다.
파멸이 열심히 주인공 앞을 막아 보지만
주인공은 동료들의 도움 끝에 미아에게 접근하는 것에 성공하죠.



무의식 상태였던 미아도 주인공의 부름에 응답하여
둘은 감동의 재회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오빠와 다시 만나 격렬한 포옹을 하던 미아는
이 게임을 플레이했던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길이길이 남을 
전설의 명대사를 날리죠.





'그 여자 냄새가 난다.'



겨우 진정시켜 놨던 미아는 
주옥같은 얀데레 대사들을 날리며 대폭주를 해 버리고,
구세주로서 각성하여 그 강함을 여지없이 보여 줍니다.
한순간의 격분으로 인해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죠.


이것이 한 때, 듀얼 세이버하면 의무적으로 
'키모토(키모이/기분 나쁜+이모토/여동생)'라는 댓글이 달렸던 원흉이었습니다.
이 전개 하나가 게임의 평가를 상당히 깎아 먹어 버렸죠.

개인적으로는 미아의 캐릭터나 스토리가
이 게임에 대한 제 평가를 낮출 정도는 아니지만,
냉정하게 바라 보면 스토리상 문제가 꽤 있긴 했습니다.

진엔딩에서 엄청난 희생을 낳았던 미아의 죄 문제를 슬쩍 피해갔다는 점,
시원한 전개가 사라지고 주인공, 리리, 조연에 이르기까지
캐릭터 붕괴에 가까운 답답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미아의 스토리는 이 게임의 피날레였다는 점이죠.

리리 스토리 정도가 마지막 스토리로서 적합했다는 의견이 꽤 있었습니다.



결국 이후에 발매된 <듀얼 세이버 저스티스>에서는 하렘 루트를
플스판인 <듀얼 세이버 데스티니>에서는 쿠레아 루트를
새로 만들어 마지막 스토리로 배치하게 됩니다.
미아의 스토리는 '듀얼 세이버'라는 제목에 걸맞는 스토리였지만
그대로 흑역사가 되고 말았죠.



미아 스토리는 실책이었으며, 저도 그 부분은 아쉽다고 생각하지만
게임 전체적으로 생각하면 그래도 스토리는 훌륭했습니다.

개성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친밀감을 형성하는 전반부와
파멸에 대항하여 처절한 사투를 벌이는 후반부가 잘 조합되어 있고,
각 스토리마다 밝혀지는 진실이 흥미로웠습니다.

공략 순서가 강제되어 있는 점이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지만,
진실을 알려 줄 타이밍을 컨트롤하지 못해서 어설펐던 게임을 몇 번 봤기 때문에
적절한 구성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오히려 그런 요소를 잘 배분해 놓은 점을 칭찬하고 싶어요.

이 게임이 나오던 시절의 GIGA사는
시스템, 그래픽, 사운드 등의 요소들이
다른 에로게 회사들에 비해 매우 안정적인 편이었습니다.
거기에 괜찮은 스토리가 가세하면 '좋은 게임'이 탄생하는 것이었고,
듀얼 세이버의 스토리는 괜찮은 축에 속하죠.



총평하자면, 발매 당시에는 굉장히 좋은 게임이라고 생각했고
지금 플레이했을 때도 나름 재밌는 점을 많이 찾을 수 있었지만
이 재미를 저와 같은 추억이 없는 분과도 공유할 수 있을지에 대한 자신은 없네요.
너무나도 범람한 나머지 웬만한 수준은 식상해진 이세계 장르에 익숙하신 분이라면
마음에 드는 부분이 많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단점이 명확하긴 하지만
장점이 단점을 한참 상회했고,
귀찮은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어려운 부분은 크지 않아
재미있게 할 수 있었던 액션 게임이었습니다.


이 게임이 발매된 2004년도는 21세기 중에서
좋은 에로게, 미소녀 게임이 가장 많이 나왔던 해로 꼽힙니다.
저도 이 해에 발매된 많은 에로게를 좋아하죠.
듀얼 세이버도 이 해에 발매된 명작들 목록에 
포함될 자격이 충분히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약간 모자라는 부분이 있다면 제 애정으로 채워서 추천 리스트에 올리겠습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