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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2일 일요일

리뷰 : 란스10 ~결전~(4)(2018/2/23,앨리스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인류를 구하겠다고 마인 케이브리스까지 쓰러뜨렸던 란스가
갑자기 마왕이 되겠다고 나섰던 이유는 간단합니다.
전대에 마왕었던 미키가
죽기 직전 상태의 켄타로를 마인으로 만들어서 되살려냈듯이
란스 자신이 마왕이 되어 실을 살려내기 위함이었죠.

실제로 마인 메디우사에게 극악한 고문을 당해 폐인이 되었던 리즈나는
마왕 란스의 힘에 의해 마인 리즈나로 부활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실은 결국 살려내지 못했습니다. 너무 늦었던 거죠.


아무튼 이제 마왕 란스의 시대가 왔습니다.
마물들은 인간 시절 화려하게 깽판을 치던 란스를 기억하고 또다른 혼란을 기대했지만
마왕 란스는 실을 구하기 위해 마왕이 되었을 뿐 깽판칠 생각이 없었습니다.
마왕 란스는 그냥 마인들과 함께 구석진 산에서 조용히 살게 됩니다.

물론 인류에게 아무런 피해도 안 주는 건 아니지만,
인간 란스 시절에 비교해 볼 때 마왕 란스가 하는 일은 
정말 얌전한 짓이라고 볼 수 있었죠.



하지만, 파괴와 혼란을 바라는 마왕의 피는
마왕 란스가 얌전한 마왕으로 남도록 놔두지 않습니다.
마왕 란스는 끊임없이 파괴 욕구를 억누르며 고통을 받게 되죠.

마왕이 된지 5년째, 10년째에 마왕 란스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고
마물과 인류는 큰 전쟁에 버금가는 싸움을 합니다.
그 와중에 누구든지 정신을 차리게 해주는 리세트 싸대기의 효험으로
마왕 란스는 일시적으로 제 정신을 차릴 수 있었죠.

그리고 이제 15년째가 되었습니다.
다시 한 번, 마왕 란스의 파괴 욕구가 극에 달한 상태가 되었죠.
이것이 란스 10편 2부의 개요입니다.



2부의 주인공은 란스와 크룩의 자식입니다.
특이하게도 고전적인 JRPG와 같이,
이름을 플레이어가 직접 입력할 수 있습니다.
겉모습도 선택할 수 있으며, 
2부 2회차라면 성별까지 바꿀 수 있죠.



주인공의 어머니인 크룩입니다.
만사에 무관심하고 무뚝뚝해 보였던 15년전과 달리
굉장히 온화한 어머니가 되었습니다.

크룩은 주인공에게 마왕 란스를 쓰러뜨리는 모험을 떠나라고 이야기합니다.
5개의 오브를 모으고, 다른 란스 자식들과 협력하면
마왕 란스를 쓰러뜨릴 수 있을 거라고 하죠.

'이 세계는...
즐거운 일, 재미있는 사람...
그런 것들로 가득차 있어.
그러니까, 즐기고 오렴'

모험을 떠나기 직전 크룩이 말하는 대사는
정말 전형적인 JRPG의 어머니 캐릭터를 떠오르게 합니다.

어쨌든 이리하여 주인공은 마왕 란스를 쓰러뜨리는 여행을 떠나게 되는 것입니다.



주인공의 모험에서 처음으로 등장하는 건 하니 몬스터인 나가타군입니다.
주인공과 단짝친구가 되죠.

또 고전적인 JRPG 스타일로 
주인공은 선택지를 제외하고 스스로 하는 대사가 없기 때문에
나가타군이 대신 주인공이 할 말을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2부의 감상 포인트 중 하나는 15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변화한 모습의 여성 캐릭터들입니다.
란스의 여자였던 마리아는 성숙해져서
무려 다크란스의 연인이 되었습니다.



아쉽게도 리세트는 카라족이기 때문인지 전혀 성장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마왕 란스를 제정신으로 돌리기 위해
그녀의 싸대기는 꼭 필요하죠.

9편에서 어린 아이가 되었던 시즈카는 
15년이 흘러서도 그다지 늙지 않았습니다.
여동생인 나기와 함께 주인공 파티에 들어오게 되죠.



그리고 란스의 자식들을 계속 동료로 영입해야 됩니다.
란스와 리아의 자식인 잔스와
란스와 이소로쿠의 자식인 란기같은
장성한 형(오빠)는 든든한 동료가 되죠.



그 외에도 선택지에 따라 영입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남매들도 있습니다.
수가 많기 때문에 다 소개하지는 않도록 하죠.

어쨌든 왜 이들이 모여서 마왕 란스를 토벌해야 할까요?
잔스의 설명으로는
'란스의 자식들은 란스와 마찬가지로 레벨이 무제한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수행을 통해 강력해진 자식들이 떼거지로 덤비면
제 아무리 마왕이라도 답이 없겠죠.



현실은 냉혹합니다.
이미 제정신을 잃어버린 마왕 란스는 자식들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웬만한 레벨의 고수들이 모여서 공격해도 마왕 발끝에도 못 미칩니다.
주인공 일행은 시즈카와 나기의 H한 희생으로
겨우 목숨만 건져 도망가게 됩니다.



그와 별개로 크룩을 비롯한 부모 세대들에게도 나름의 작전이 있었습니다.
주인공 일행이 마왕 란스와 싸우는 동안
부모 세대는 사람들을 시켜 작전에 필요한 '비장의 무기'를 마왕성으로 옮기는 중이죠.

그러나 부모세대의 작전은 주인공 일행의 성공을 전제로 짜여진 계획이었습니다.
주인공 일행은 마왕 란스를 쓰러뜨리지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비장의 무기까지 마인 사테라에게 빼앗기게 됩니다.



작전이 실패하자가 리아 여왕은 크룩에게 굉장히 화를 냅니다.
5년째에도, 10년째에도 란스가 정신을 차렸고 기회가 있었는데
왜 비장의 무기를 숨겨놓고 있다가
자기 자식들을 위험에 빠뜨렸냐고 말이죠.
크룩은 담담히 사과할 뿐입니다.



한편 비장의 무기를 뺏은 마인 사테라도 난감하기 짝이 없습니다.
마인 사테라가 생각하기에 
인간들이 이 비장의 무기를 준비한 이유는 
마왕 란스의 마음을 혼란시키기 위해서겠죠.

하지만, 마인 사테라에게는 이 비장의 무기가 가짜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이 비장의 무기를 어떻게 처분할지 마인 리즈나와 상의하다가 
마왕 란스에게 들켜 버리게 되죠.
다행히 천으로 덮어놔서 마왕 란스가 뭔지 보지는 못했지만
마왕 란스의 명령에 의해 옥좌 옆에 전시해 놓게 됩니다.
그게 무엇인지 들키지 않도록 모습을 슬쩍 바꾸는 마법을 걸어 놓은 상태로 말이죠.



한편, 패배한 주인공 일행은 레전드들에게 특훈을 받기로 합니다.
왼쪽부터 우에스기 겐신, 설명하려면 오래 걸리는 사람, 치르디, 릭, 패튼과 한티입니다.

란스의 자식들은 높은 레벨이 되어 다시 한 번 마왕 란스에게 도전하게 되죠.



여전히 마왕의 강력함에 고전하게 되지만,
마왕 란스가 비장의 무기에 한 눈을 판 틈에
리세트의 싸대기가 란스의 안면에 명중하게 됩니다.
천신만고 끝에 란스가 다시 제정신으로 돌아오게 된 거죠.

그리고 정신을 차린 마왕 란스는
인류측 비장의 무기가 무엇인지 확인하게 됩니다.



실이 죽었다고 생각했던 사테라는
당연히 이 얼음덩이가 가짜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크룩은 이 얼음을 녹이지 못했던 겁니다.
크룩이 9편 마지막 장면에서 한 일은 
실의 영혼을 빼내서 인형에 넣었던 것이었죠.

강력한 존재인 마왕이 건 저주이기 때문에
파스텔도, 크룩도, 헬만의 아이템도 이 얼음을 녹일 수 없었습니다.
마왕의 저주를 풀 수 있는 사람은 마왕밖에 없습니다.



오랜 세월 끝에 실을 되찾은 마왕 란스는 흔한 심술도 부리지 않고,
처음 만났을 때부터 실을 좋아했다고 바로 고백해 버립니다.
실이 란스 곁에 있는 이상,
다시는 마왕 란스가 파괴와 학살의 욕구에 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겠죠.
크룩의 계획대로 된 겁니다.

어찌어찌 일은 더더욱 잘 풀려서
란스와 자식들이 힘을 합쳐 마왕의 피, 그 자체를 쓰러뜨려 버립니다.
란스 세계관에서 마왕과 마인 시스템을 아예 없애 버리는 것에 성공하죠.

그렇게 모든 평화가 찾아온 이후,
주인공은 남매들과 헤어지고,
크룩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주인공의 모험동안 여러 모로 뒤에서 암약했지만,
다시 상냥한 어머니로 돌아온 크룩입니다.
주인공에게 '모험은 즐거웠냐'고 물어 보는군요.

게임 내내, 여러 사람들이 주인공에게 모험은 어땠냐는 질문을 합니다.
'즐거웠다'고 대답할 수도 있지만 '힘들었다', '고생했다'로 대답할 수도 있었죠.
하지만, 마지막 크룩의 질문에는 '즐거웠다'라는 대답 하나만이 남아 있습니다.
대답을 들은 크룩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습니다.

이렇게 마왕 시스템이 사라지고
란스 세계관에는 평화가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근데 이걸로 좋은 걸까요? 
리뷰 1편에서 이에 대해 이야기했던 적이 있습니다.



엄청 큰 고래처럼 보이는 물체가 바로 창조신 루드라사움입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창조신 루드라사움의 유일한 인생 목표는 꿀잼이고,
재미있어 하는 것은 인류가 학살당하는 겁니다.
이런 이유로 평화로운 세계는 창조신이 절대 가만히 두지 않겠죠.

란스가 마왕이 된지 2년째에,
크룩은 여신 ALICE가 무슨 소원이든 들어주는 법왕 특전을 사용하여
창조신 루드라사움을 직접 알현합니다.

그리고 제안했던 겁니다.
'당신이 내 아이가 되어 모험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이죠. 
그리하여, 창조신 루드라사움은 2부의 주인공으로 전생했던 겁니다.

창조신 루드라사움이 그 모험을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이미 대답했습니다.
자신이 만든 세계가 파괴당하는 거나 인류가 학살당하는 것을 구경하는 것보다
자신이 직접 그 세계를 모험하는 것이 훨씬 즐거운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된 거죠.

이렇게 란스 세계관에는 진정한 평화가 찾아왔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무튼 거의 반년 가까이 지속되었던 란스 시리즈 리뷰는
이렇게 끝났습니다.
중요한 부분들까지 많이 생략할 정도로 짧게 요약한 리뷰였지만
이 리뷰들을 다 보신 분들은 엄청 길었다고 생각하시겠죠.
그만큼 방대한 게임입니다.



제가 10편을 처음 했을 때 느꼈던 아쉬움 중 하나는
워낙 오래 되고, 캐릭터가 많고, 세계관이 방대한 게임이라
세세한 부분에 대해 기억이 잘 안 났다는 점이었습니다.
제가 란스 시리즈만 붙들고 있는 사람도 아니고,
몇 년에 한 번씩 나오는 게임이다보니
10편을 플레이할 때 가물가물한 부분이 많았던 거죠.

10편 엔딩 스탭롤에서는 1편부터 10편까지 란스 시리즈 역사를 보여주며
각 게임들을 되돌아 보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 엔딩을 보면서 다짐했습니다.
언젠가 꼭 시리즈 전체를 순서대로 쭈욱 플레이해 보겠다고요.



감탄할 때도 있었고, 약간 불만스러울 때도 있었고,
지독하게 노가다를 하기도 했지만
다 끝냈을 때는 역시 좋은 게임 시리즈였다는 기억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이런 뿌듯한 기분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은
개개의 게임들이 훌륭하기도 했지만,
란스10의 마무리가 완벽했던 것도 큰 이유가 되겠죠.

10편은 시리즈 전체를 연결하고 마무리짓기에 손색이 없는 최고의 게임이었습니다.
노가다가 싫다는 사람은 에디터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시리즈의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플레이해 보는 것을 권유하고 싶네요.

댓글 3개:

  1. 😂 잘 봤습니다. 쭈욱 달렸네요. 리뷰에도 이 정도의 시간이 걸릴텐데 란스를 과연 다시 즐길 날이 올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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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읽고있으니 자잘한 내용들이 새록새록 기억나네요. 방대한 내용을 잘 요약하신 듯.
    게임성이 운빨+주회 보너스의 비중이 워낙 커서 실력으로 도저히 커버가 안되더군요; 말씀하신대로 '절망감'을 느끼라고 의도한 디자인인 것 같긴 한데... 거의 일정 회차까지 배드엔딩 수집하는 게임이었음. 험난한 이 과정이 뉴비들은 못버티고 떨어져나갈 거 같은 경파한 난이도였던지라 이게 과연 21세기 최신야껨이 맞나 싶었네요

    할때는 운빨ㅈ망겜이라고 욕하면서 했지만 시리즈를 집대성한 스토리와 뜨거운 전개는 감동 그자체. 특히 2부 후반에서 시리즈 역대 위인들이 총출동하는 장면에서는 소름이 쫙...
    패튼 헤르만 "시대를 만드는 것은 언제나 젊은 녀석들이 할일이지"

    20년간 시리즈를 따라온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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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feveriot//
    너무 길어서 부담되는 건 사실이죠.
    저도 리뷰가 아니었다면 플레이를 결심하기 더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noname//
    처음 플레이했을 때가 생각나네요.
    첫 번째 배드엔딩 보너스는 무난하게 얻었는데,
    2회차에서는 레벨이 안 돼서 보너스가 있는 배드엔딩조차도 보지 못하고 게임오버 당하고 말았죠.
    긴 플레이시간이 그대로 날아가 버려서
    게임을 접으려고까지 했었습니다.

    수월하게 플레이하려면 말씀하신대로,
    일부러 초반에 배드엔딩을 수집하듯이 플레이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은 제 스타일이 아니어서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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