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동급생>같은 상위권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지금까지 리뷰한 게임들 중에서는 가장 인지도가 높다고 생각됩니다.
그 이유는 2000년도에 리메이크 판이 나왔으며
최근에는 PC-98용 한국어 패치까지 나왔기 때문입니다.
저는 한국어 패치를 써보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퀄리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옛날의 게임을 지금 한글패치하는 것은 매우 대단한 작업이었을 것입니다.
고전 에로게에 딱히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ELLE같은 오래된 게임을 플레이하려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으리라고 생각됩니다.
2000년도를 전후해서 엘프는 PC-98의 명작들을 WINDOWS판으로 리메이크하는 데
많은 노력을 합니다.
ELLE은 그 노력 중에서도 리메이크가 잘 된 케이스에 속합니다.
게임의 제목이자 메인 히로인인 엘 마일즈입니다.
딱 이것만 보더라도 리메이크의 그래픽이 훌륭하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않습니까?
개인적으로 엘프의 리메이크 작품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그래픽 변화입니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애자매>를 리뷰한다면, 더 설명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외에 여성 캐릭터들도 깔끔하게 리메이크가 되었습니다.
<소셜 리포트사의 국장 피리스 로이드와 비서 린다 워커>
<크리스 론슈탓트>
<병원 간호사>
여우같은 이미지에서 리메이크 버전에서는 맹해진 느낌이 납니다.
간호사의 성격으로 볼 때 PC-98버전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돌 파세리>
<여배우 미나미 레이코>
<호텔 직원>
사실 엘 이외에는 대체로 인질 역할과 증인 및 개그 역할,
혹은 H 이벤트용으로만 쓰이는 캐릭터들입니다.
사실 비중의 차이만 있을 뿐 엘도 비슷합니다.
호텔 직원같은 경우는 어떻게든 에로 이벤트를 끼워넣고 싶었는지
뜬금없이 가위바위보를 해서 옷을 벗는 야구권 게임을 하자고 합니다.
리메이크가 잘 됐는데 캐릭터들의 비중이 낮아서 너무 아쉽습니다.
이렇게 리메이크가 잘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엘 리메이크를 우리나라에서 많은 사람이 즐기지 못한 이유는
바로 '강제 전체화면'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시기 엘프 게임의 상당수가 우리나라에서 즐기기 힘들었는데
이 역시 언젠가 설명할 기회가 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어쨌든, ELLE은 우리나라에서 인지도가 좀 밀리는 게임이지만
어드벤처 에로게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게임입니다.
새로운 포인트 클릭방식을 최초로 도입한 어드벤처 에로게이기 때문입니다.
엘프의 이전 어드벤처 게임인 <프라이빗 스쿨>과 <DE JA>를 비롯한
상당수의 옛날 어드벤처 게임은 명령선택식 어드벤처였습니다.
<프라이빗 스쿨>의 게임 화면입니다.
화면의 왼쪽에 명령 커맨드가 보입니다.
'보다, 조사하다', '생각하다'의 커맨드가 있습니다.
'보다, 조사하다' 커맨드를 선택한 후
다시 '주위'라든가 '테이블', '문' 등의 커맨드를 선택하여
게임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포인트 클릭 방식은
마우스를 이용하여 테이블을 클릭하면 테이블을 보는 방식입니다.
포인트 클릭 방식이 훨씬 편리하고 또한 자유도도 높습니다.
또한, 탐정물 어드벤처에서는 관찰력을 필요로 하여 더 게임의 재미를 높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ELLE의 포인트 클릭 방식은 편의성을 극대화한 방식입니다.
'보다', '말하다'를 일일이 선택한 후 화면을 클릭하는 방식이 아닌
픽셀에 따라 자동으로 마우스 포인터가 변화하며 행동을 선택하는 방식입니다.
마우스를 입으로 가져가면 포인터가 사람 얼굴로 변화하면서 '대화하다',
그리고 가슴으로 가져가면 포인터가 돋보기로 변하며 '보다'가 됩니다.
<동급생>이나 <유작>을 플레이하신 분이라면 이런 방식이 이해하기 쉬우리라고 생각됩니다.
ELLE은 바로 이런 시스템을 최초로 채용한 게임이었습니다.
ELLE은 SF물입니다.
무려, 2008년도의 스토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FOXY>와 마찬가지로 오래전에 지났습니다.
2000년도에는 2008년이 그다지 미래라고 느껴지지 않았는지
리메이크에서는 2030년 배경으로 미뤘습니다.
도입부는 <FOXY>처럼 평온한 거리에 폭탄이 떨어지면서 시작됩니다.
큰 전쟁이 일어나고 인류의 대부분은 파멸했으며
생존한 인간들은 살아남기 위해 '메가로 어스' 계획을 세웁니다.
'메가로 어스' 계획에 의해 세워진 사회는 계급 사회이며
'메가로 어스' 계획에 반대하는 테러단체 '블랙 위도우'와
이를 저지하는 '스나이퍼'가 대립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죠 타카나카는 '초A급 스나이퍼'로서 신분을 숨기고 C급 스나이퍼 계급으로
미디어 센터 2층의 스나이퍼 지부에 배속됩니다.
주인공을 제외하면 총 6명의 스나이퍼가 있습니다.
A급에서 B급까지의 다양한 스나이퍼가 있으며
겉보기에는 C급 스나이퍼 애송이인 주인공을 무시하며
다들 자기 실력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스나이퍼들은 전형적인 '설정상 실력자'입니다.
스토리를 진행하면 전혀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주인공의 발목을 잡기도 하고, 인질이 되기도 하며
허무하게 사망합니다.
그동안 이런 허접한 스나이퍼들로 어떻게 치안이 유지되었는지가 의문일 정도 입니다.
주인공보다는 못하지만 어느정도 실력있는 모습을 보여줬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런 모습은 전혀 없습니다.
대장 라인하르트입니다.
초반에는 다른 대원들과 달리 쓸모있어 보이지만
무쓸모하다 못해 초반에 가진 카리스마가 사라지고 존재감마저 사라지는 캐릭터입니다.
홍일점 엘입니다.
별 활약은 없고 마지막 부분에 인질이나 되는 캐릭터이지만 그러면 어떻습니까?
주인공의 제멋대로의 행동에 화내면서 츤츤대는 모습만 보여줘도
이 캐릭터의 역할은 다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외에 잉여들은 설명하기도 귀찮습니다.
그냥 블랙위도우에게 살해당하는 피해자 1,2,3,4입니다.
엘프 게임으로서는 드물게 시체들이 매우 그로테스크 합니다.
리메이크 판에서는 더 잔인합니다.
배가 뚫리고 내장들이 튀어나와 있고 주위가 피투성이가 되어 있습니다.
잉여 스나이퍼들은 이런 잔인한 연출로 블랙위도우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역할만을 할 뿐입니다.
동료들이 살해당하는 와중에도 주인공은 계속 블랙위도우의 보스 기믹을 추적해 나갑니다.
주인공의 정체를 알고 있는 국장입니다.
조력자 포지션인듯한데 딱히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어차피 이 게임에서 도움되는 캐릭은 그다지 없으니 별 상관없습니다.
게임 중에 갑자기 '라인하르트가 누구야?'라고 합니다.
아무리 존재감이 없는 대장이라지만 국장이 대장을 까먹으면 어떡합니까?
물론 엔딩을 위한 복선입니다.
국장뿐만 아니라 다른 대원들 역시 라인하르트를 잊습니다.
게임이 막바지를 향해 가면서
엘은 블랙위도우에 납치되고 라인하르트를 제외한 잉여 동료들은 전부 살해당합니다.
주인공은 병원 지하실에서 블랙위도우의 보스 기믹을 쓰러뜨리고
엘을 구출하는데 성공합니다.
그리고 논란의 엔딩입니다.
엘과 함께 병원 지하실을 나와보니 뜬금없이 인류가 멸망해 있습니다.
무슨 핵폭탄으로 멸망한 것도 아니고 건물들은 모두 멀쩡한데 인간만 싹 사라진 것입니다.
F사의 C모 작품처럼 인간만 깔끔하게 뿅하고 지워졌습니다.
이곳 저곳을 이동해 봐도 사람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우연히 주인공과 아무 상관이 없는 옆집을 조사하는데...
벽입니다.
문 안에 공간이 없습니다.
출입금지였던 귀족계급인 스웨이 클래스의 저택에서 문을 열어보니...
역시 벽입니다.
마치, 연극무대처럼 주인공이 갈 수 없었던 곳은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주인공과 엘은 출입금지였던 미디어 센터의 비밀장소 5층으로 진입합니다.
5층에는 특이한 컴퓨터가 있습니다.
주인공이 컴퓨터를 이것저것 조작하자
엘이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집니다.
그리고 자신도 곧 정신을 잃고 쓰러집니다.
그리고 정신이 들어보니...
어딘지 모르는 곳에 자신과 엘은 누워있고
또다른 자신과 엘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 정체는 바로 인조인간입니다.
진실은 이렇습니다.
사실 게임 배경은 서기 8000년!!
진짜 인간은 주인공과 엘밖에 없습니다.
나머지 캐릭터들은 모두 인조인간입니다.
지금까지 게임의 배경이었던 2008년은 모두 가상현실이었던 것입니다.
예상못했던 반전이기는 하나 굉장히 실망스럽습니다.
최근 에로게에도 자주 나오는,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방식입니다.
충격적인 전개만을 목표로 이 일 벌리고 저 일 벌리고 하다가 수습이 안 되자
지금까지 모두 가상현실이었습니다하고 끝내버립니다.
ELLE에서는 가상현실이라는 복선이 아예 없지는 않았습니다.
게임 초반에 의문의 두 사람이 잠깐 나오고
중반부부터 등장인물들이 라인하르트를 잊어버린 것 역시 가상현실 시스템의 오류 때문입니다.
하지만 부족하고 억지스럽습니다.
무엇보다 ELLE은 이래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블랙위도우의 보스 기믹을 쓰러뜨리고
이 시기 다른 엘프 게임들처럼 주인공과 엘이 도시 야경이나 바라보면서
해피엔딩으로 끝냈어도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초반부터 중반까지 스토리를 무리하게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굳이 후반부에 무리한 반전을 집어넣으며 스토리의 전체적인 완성도를 떨어뜨렸습니다.
이 엔딩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데
저는 굉장히 싫어합니다.
총평하자면, ELLE은 마무리는 아쉽지만 흥미진진한 전개가 일품입니다.
혁신적인 시스템과 괜찮은 그래픽도 장점입니다.
엘도 상당히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한국어 패치도 나왔다고 하니
고전 어드벤처 에로게가 궁금하신 분이라면
플레이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elle 윈도우판을 꼭해보고싶은데...도저히 구할수가 없네요ㅠ
답글삭제포스팅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