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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3일 일요일

리뷰 : FOXY(1990/2/6, elf)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게임 한정으로 지금 플레이할 요소가 딱히 없습니다.
특별히 이 게임 및 제작사에 큰 관심이 있는 분이 아니시라면 우연으로라도 이 게임을 플레이할 일이 거의 없으며, 리뷰를 감상하셔도 무방하다고 생각됩니다.



<FOXY>는 엘프 최초의 턴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엘프는 <FOXY>시리즈, <샹그리라>시리즈,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유명한 명작 <드래곤나이트4> 등을 이와 비슷한 인터페이스로 만들었습니다.

당시 유명한 SLG인 <대전략>의 영향을 받아서 만들어졌다고 생각됩니다.
대전략 시리즈는 제가 해보지 못했지만, FOXY는 또 <넥타리스>와 비슷하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FOXY의 플레이 화면>

<넥타리스의 플레이 화면>

확실히 여러 면에서 흡사합니다.
참고로, 발매자체는 넥타리스가 PC엔진판으로 먼저 나왔지만
스크린샷은 92년도에 PC-98로 이식된 버전이기 때문에
넥타리스의 퀄리티가 훨씬 좋아보입니다.



FOXY의 배경은 SF입니다.
때는 먼 미래인 무려 서기 2001년이라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이미 지났을 뿐만 아니라 한참 옛날입니다.

당시로서는 물론, 지금도 상상 못할 우주 이민 계획까지 나오는 SF물인데
고작 게임 발매의 11년 후의 미래로 설정했습니다.
같은 엘프의 SF작품인 <ELLE>에서도 이런데
아무래도 90년대에는 21세기가 엄청 후의 미래처럼 느껴 졌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스토리는 평화로운 도시 '네오-토쿄'에
'크리스탈 아이즈'라는 이름의 여성이 '레드'군을 조직하여 반란을 일으키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이에 네오 도쿄 관리국은 '블루'군을 조직하여 대항하지만
연전 연패하여 많은 병사, 주로 여성 병사들이 포로로 붙잡힙니다.

주인공은 엘프의 주인공이 늘 그렇듯이 태도는 불량하고 여자를 밝히지만, 능력있는 사람입니다.
블루군의 에이스인 주인공이 군을 지휘하여 여성들을 해방시키는 것이 이 게임의 목적입니다.




전투에서 이길 때마다 서비스 씬이 자주 나옵니다.
대부분의 여성 포로들이 이미 블루군의 패배를 확신했는지 도와주려고 하면
주인공을 레드군으로 착각하여 공격해 옵니다.



전투 종료시뿐만 아니라 전투 중에도 CG가 자주 나옵니다.


<드래곤볼?>

<헤드쿼터이자 히로인 포지션의 유키>


<적의 대장인 크리스탈 아이즈>

CG는 질과 양이 모두 훌륭합니다.
H씬도 많이 있어 이전까지의 엘프 게임들보다 확실히 한 수 위의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SLG파트는 실망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FOXY의 SLG에 대해 공통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는 너무 쉽다는 점입니다.

적은 대부분 아군보다 한 단계 위의 유닛을 소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숫자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방법만 터득하면 한 번도 패배하지 않고 끝판까지 클리어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정도도 아닙니다.
오히려 지는 게 어려울 정도이며, 
비행유닛만 깔끔하게 정리한다면 지상 원거리 유닛 단 하나만 써도 적 전부를 정리해 버릴 수도 있습니다.


일단, 인공지능이 빈약한 것이 문제입니다.

1. 적은 유닛을 파괴하는 데 관심이 없는 건지 화력을 집중하지 않습니다.
2. 어떤 적은 근처로 접근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데 뭉쳐있는 적들이라도 거리만 잘 계산하면 하나씩 유인해서 파괴시킬 수도 있습니다.
3. 회복이 되는 건물에 아군의 방어력 좋은 유닛을 배치해 놓으면 알아서 적이 부딪혀서 죽어줍니다.
4. 비행유닛과 지상유닛의 연계가 전혀 없습니다. 기동력이 좋고 대부분의 지상유닛 공격을 받지 않는 비행유닛은 여러 면에서 활용도가 많습니다.
근데 컴퓨터가 조종하면 지상유닛이 우리가 있는 쪽으로 도착하기도 전에 비행유닛이 먼저 돌격하여 순식간에 파괴됩니다.


이외에도 게임 난이도를 너무 쉽게 만드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 쪽의 전략은 간단합니다.

1. 일단 적진으로 가지 말고 방어태세를 굳힌다.
2. 비행유닛이 온다. -> 파괴
3. 기동력 높은 유닛이 온다. -> 파괴
4. 다음 유닛이 온다 -> 파괴
5. 적 소수병력만 남았다. -> 공격

이 작전만 써도 게임을 쉽게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쉬운 FOXY가 더더욱 쉬워진 결정적인 요인은
바로, 턴 제한이 없다는 것입니다.

사실 인공지능의 문제는 시기를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습니다.
턴제 전략 SLG에 대한 노하우가 게임계 전반적으로 축적되지 않았을 때 나온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턴 제한이 있었다면 플레이어 역시 공격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 없으며 방어로 적의 화력을 분산시키는 꼼수는 쓸 수 없었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SLG는 턴 제한을 둬서 제한된 턴 이내에 승리조건을 달성하지 못하면 플레이어의 패배가 됩니다.
근데, FOXY는 무한 턴입니다.
턴이 무한하다면, 방금 말한 것처럼 기동력이 좋은 원거리 유닛 하나로 적을 전멸시킬 수도 있습니다.

1. 원거리 유닛이 공격불가능한 적의 비행 유닛만 정리한다.
2. 원거리 유닛 하나가 진격하여 적 유닛을 공격한다.
3. 한 대라도 맞으면 우리 진영으로 돌아와 회복한다.
4. 2,3 무한 반복

이걸로 끝판까지 깨는 게 가능합니다. 실제로 해봤습니다. 아니, 중반부터 후반까지는 그냥 계속 이런 식으로 플레이했습니다.
유닛의 대부분은 써보지도 못했습니다.

스스로의 다짐으로 턴 제한을 두고 플레이한다면 더 다양한 유닛을 활용하여 재미있게 플레이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러고 싶지 않군요.



총평하자면, FOXY는 훌륭한 에로게, 아쉬운 전략 SLG입니다.
전략 SLG만 재미있었다면 지금 플레이해도 손색없을 게임이 되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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