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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7일 일요일

리뷰 : 커스텀메이트2(1994/10/21, 칵테일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커스텀메이트 시리즈 2탄, <커스텀메이트2>입니다.
<커스텀메이트> 이후 약 1년만에 출시되었습니다.

저번 리뷰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커스텀메이트>는 
커스텀 게임의 시초라는 의의에도 불구하고 많이 실망스러웠습니다.
커스텀메이트2가 비록 1년만에 나온 게임이기는 하지만
90년대 초중반은 게임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여전히 기대해 볼만한 게임으로 생각되었습니다.
전작에서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던 커스텀 시스템이 크게 발전했으리라고
모두들 생각했을 것입니다.



우선, 커스텀 시스템부터 살펴봅시다. 
커스텀할 수 있는 요소는
[체형], [가슴], [헤어], [의상], [주인공의 역할], [나이], [성격], [혈액형]으로 총 8가지 입니다.
전작에 비해 항목이 세 개나 늘어났기는 했지만
[주인공의 역할]이나 [혈액형]은 대체 어떤 영향을 주는 걸까요?

 

우선 [혈액형]을 살펴 봅시다. 선택지는 'A형', 'B형', 'O형', 'AB형'입니다.
선택지에 따른 CG 변화를 알고 싶으시다면, 그냥 위에 CG를 네 번 보시면 됩니다. 
뭘 고르든지 간에 아무 변화도 없습니다. 
이런 항목은 대체 왜 넣어 놓은 건지 의문입니다.

두 번째로 [체형]입니다. '슬렌더'와 '오동통함'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위에 CG를 두 번 보시면 그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이번에도 전혀 차이가 없습니다.
혈액형이야 외관하고는 별 상관없다고 치고, 
체형은 CG 상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요?

캐릭터를 다 만들면 밑에 텍스트로 쓰리 사이즈 수치가 나옵니다.
[체형]은 그 텍스트에만 영향을 줄 뿐입니다.
CG에 아무 변화가 없는데 텍스트가 무슨 의미가 있는 거죠?
이게 무슨 원효대사 해골물인가요?
똑같은 CG를 보고 '아, 이번에는 좀 통통하구나' 이렇게 생각해야 하는 건가요?

벌써 두 항목이 그냥 날라갔습니다.



[헤어]스타일은 전작과 똑같습니다. '쇼트', '세미롱', '롱'뿐입니다.
이번에도 여전히 머리색은 바꿀 수 없습니다.
[가슴]은 A컵, C컵, E컵이 있습니다.
전작에 비해서 보다 선명하게 강조되었습니다.
[헤어]와 [가슴], 이 두 항목은 그나마 제대로 된 커스텀 게임 항목입니다.


다음은 [성격]입니다. 의상과 나이, 주인공의 역할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서
계속 바뀌는 세 가지 선택지가 나옵니다.



위에서부터 '얌전한 성격', '밝은 성격', '건방진 성격'입니다.
그 외에도 다른 조합에 따라 '야한 걸 밝히는 성격'같은 여러 가지 성격이 있지만
대체로 외관에 미치는 영향은 비슷합니다.
바로 눈입니다.

첫 번째 선택지는 눈동자가 다르고,
두 번째 선택지는 눈썹이 특히 굵습니다.

전작에 이어, 또다시 [성격]이 외관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저는 첫 번째 눈이 정말 싫습니다. 눈을 교체하고 싶습니다.
그러면, [성격]을 바꿀 수밖에 없습니다.
[눈]을 선택할 수 있는 항목을 따로 만들어 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다음은 [나이]를 살펴 봅시다.
나이도 [의상]과 [주인공의 역할]에 따라 여러 가지 다른 선택지가 나옵니다.
간호사의 경우에는 '18', '19', '20', '21', '22', '23'이라는
무려 여섯 가지 선택지가 나옵니다만 역시나 별 거 없습니다.
'18', '19', '20'이 같고, '21', '22', '23'이 같습니다.



위의 교복 캐릭터의 나이를 올렸을 때의 모습입니다.
여전히 학생이기는 합니다만 좀 더 성숙해진 모습입니다.
[나이] 항목은 똑같은 캐릭터를 좀 더 성숙하게 만드는 옵션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번에는 젊은 간호사입니다.
똑같은 설정으로 [나이]만 올려서 더 성숙하게 만들어 보겠습니다.



그냥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일관성이 전혀 없는 시스템입니다.
[나이] 항목은 같은 캐릭터를 좀 더 성숙하게 만드는 옵션이 아니라
그냥 나이 적은 캐릭터와 많은 캐릭터를 선택하는 역할을 하는 시스템입니다.


그 다음은 [주인공의 역할] 항목 차례입니다.
'간호사'의 경우에는 주인공을 '의사'와 '환자' 역할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위에 CG는 '의사'를 선택했을 경우의 CG입니다.
다음은 '환자'를 선택해 봅시다.



위의 캐릭터가 그대로, 이번에는 환자를 상대하는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주인공의 역할]은 커스텀의 문제가 아니라 스토리 전개의 문제로 생각됩니다.
그럼, 왜 커스텀 항목에 넣어 놓은 거죠?



'바니걸'의 경우는 [주인공의 역할]로 '바텐더', '손님', '지배인' 세 가지가 있습니다.
위의 CG는 '바텐더'일 경우의 바니걸입니다.
다른 설정을 건드리지 않고 [주인공의 역할]을 손님으로 바꿔 봅시다.



또 그냥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일관성이 없는 게 심각한 수준입니다.
[나이] 항목과 [주인공의 역할] 항목은
선택에 따라 다른 사람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의상] 항목은 '교복', '간호사복', '바니걸옷'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보셨다시피, 옷만 갈아 입히는 것이 아닌 그냥 다 다른 캐릭터입니다.


이로써 모든 항목을 살펴 보았습니다.
커스텀메이트2의 가장 문제점은 전작과 동일합니다.
[의상], [주인공의 역할], [나이], [성격] 같은 외모와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항목이,
[체형], [헤어], [가슴] 같은 항목보다 더 
캐릭터의 외형에 많은 영향을 준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이번에도 역시 캐릭터를 '커스텀'하는 수준이 아닌
이미 만들어진 캐릭터를 '선택'하는 수준이라는 거죠.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전작에 비해 커스텀 시스템은 거의 발전하지 않았습니다.
모두의 기대를 저버린 셈입니다.



이와중에 발전한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바로 스토리가 발전했습니다.

전작의 스토리가 상당히 빈약했기 때문에 발전해도 그다지 티가 나지 않고,
어차피 H씬 위주의 스토리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전작에 비해 확실한 기승전결이 있습니다.

또한, [의상]과 [주인공의 역할]에 따라 다양한 상황을 설정할 수 있고
[성격]에 따라 비슷하게 생긴 캐릭터도 말투가 조금씩 다릅니다.
이 부분에서 칵테일소프트가 적지 않은 공을 들였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문제는 플레이어들이 원했던 것은 스토리의 보강이 아니었다는 거죠.
만일 전작이 나름 괜찮은 커스텀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면,
스토리의 보강은 옳은 선택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현실은 전작은 커스텀 게임이라고 하기에 민망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고
이 시스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로 스토리만 보강했으니
좋은 평가를 내릴래야 내릴 수가 없습니다.
더군다나, 발전된 스토리도 그다지 좋지 않았으니까요.

가장 분통이 터지는 부분은,
'칵테일소프트'가, 제가 십수 년간 스토리 좀 보강하라고 노래를 불러도 
꿋꿋하게 발전이라고는 없이 쓰레기같은 스토리로 일관했던 그 '칵테일소프트'가
정작 스토리 보강이 가장 필요없는 상황에서 스토리를 보강했다는 점입니다.
어쩜 이렇게 제 생각과 반대로 갈 수가 있는 거죠?



총평하자면, 옛날에는 그냥 열받게 하는 게임이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커스텀메이트 시리즈야말로 
칵테일소프트가 가야할 길이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늘 말해왔듯이, 칵테일소프트가 21세기 들어 멸망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근본적으로 스토리가 빈약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요즘 나오는 커스텀 게임들을 보세요. 스토리 별 거 없잖아요.
칵테일소프트가 꿋꿋이 커스텀메이트 시리즈만 만들었다면,
지금의 KISS사 위치를 칵테일소프트가 차지했을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뭐, 그냥 쓸데없는 생각이로군요.

어쨌든 <커스텀메이트> 1편, 2편은 제 마음에 들지 않는 작품이었습니다.
다시 1년이 지나고 발매된 3편은 
과연 제 마음에 드는 커스텀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을까요?
그것은 다음 리뷰에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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