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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14일 일요일

리뷰 : 커스텀메이트3(1995/12/8, 칵테일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커스텀메이트> 시리즈의 세 번째이자 최후의 작품, <커스텀메이트3>입니다.
거두절미하고 커스텀 시스템부터 확인하겠습니다.



선택항목은 [이름], [연령], 그놈의 [혈액형], [성격1], [성격2], [성격3], [성격4],
[(성)경험], [음란도], [정조관], 그리고 [헤어스타일], [가슴], [엉덩이]입니다.

특이한 점은 여자 캐릭터의 커스텀뿐만 아니라
특이하게도 주인공의 연령과 성격 등도 고를 수 있습니다.
주인공 역시 커스텀할 수 있는 거죠.

항목은 많아 보이지만 결국 [헤어스타일], [가슴], [엉덩이]만 확실하게
외관에 영향을 주는 부분입니다.
1편 리뷰에서도 말씀드렸지만 [가슴]과 [엉덩이]는 저에게 의미가 없죠.
따라서, 이전의 시리즈와 같은 기준으로 이 게임을 평가한다면
이 게임은 커스텀 가능한 항목이 [헤어스타일]밖에 없는,
그야말로 역대 시리즈 중 가장 허술한 커스텀 게임입니다.



이번에도 역시 성격 등의 다른 항목이 외관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눈매의 차이가 느껴집니까? 
사실 이마저도 이벤트 CG외에 본 게임에서는 딱히 영향이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시스템의 상태로 볼 때,
외관상의 커스텀은 두 번의 좌절 끝에 의도적으로 포기한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커스텀 시스템은 시리즈 내내 결국 제대로 완성되지 못해서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사실, 커스텀메이트3의 가치는 외면보다는 내면에 있습니다.



캐릭터를 커스텀한 후 본편이 시작됩니다.
본편의 내용은 신혼부부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희소성이 있는 장르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신혼 부부를 소재로한 에로게의 최근 경향은
보통 H씬에 중점을 둔 알콩달콩한 신혼 스토리이거나,
혹은 네토라레물입니다.

커스텀메이트3가 그런 에로게들에 비해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자유도입니다.
제 개인적으로 이런 시뮬레이션 게임의 자유도가 높은지 여부는
얼마나 막장플레이가 가능한가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아침에 마누라에게 칼퇴근해서 바로 집에 오겠다고 약속한 후,
회사에서 상사의 야근 요구까지 무시해 버리고,
파칭코에서 용돈을 탕진할 수 있습니다.
파칭코 게임 자체가 재미있지는 않아요.
하지만, 마누라하고 상사 몰래 파칭코를 하는 상황 자체가 재미있는 거죠.



저녁 늦게 집에 돌아오니 신부는 주인공에게 화를 냅니다.
잘 때가 되면 아예 등을 돌리고 자고, 말을 걸어도 화만 냅니다.



지속적으로 애정도를 낮추고, 기분을 나쁘게 한 결과물입니다.
웬수대가리를 보는 듯한 저 눈빛을 보세요.
이런 전개까지 가능한 자유도가 참 마음에 듭니다.
심지어, 바람 피우는 것까지 가능하죠.



물론, 착실한 남편을 플레이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신부와 끝까지 깨가 쏟아지는 신혼 부부를 유지할 수도 있으며,
신부를 음란하게 만들어서 여러 가지 H씬을 실험하는 것도 가능하죠.

결국 이 게임에서 커스텀이란 즉각적인 외관상 커스텀이 아닌,
오랜 시간을 두고 평소 행실을 통해서
신부와 그 부부관계를 천천히 커스텀해 나가는 겁니다.


다만, 이런 좋은 시스템을 지닌 커스텀메이트3에는
결정적인 단점이 있었으니, 바로 지루하다는 점입니다.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이 게임은 시작부터
주인공과 신부의 연령과 성격 등을 다양하게 지정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의 연령은 체력 및 봉급에 영향을 주고,
그 외의 성격도 게임 전개에 다양한 영향을 끼칩니다.
또한, 게임의 진행 방식에 따라 다양한 변화를 얻을 수 있고요.

이렇게 게임의 자유도가 높다면, 여러 가지 변수들을 조정해서
몇 번이고 회차 플레이를 해서 다양한 실험들을 하고 싶어집니다.
옛날 게임이다보니 전개의 다양성에 한계가 있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실험해 보고 싶은 거죠.
근데, 게임이 지루해요.

이 게임은 하루를 단위로 진행이 됩니다.
출근 전에 다양한 선택을 하고,
출근해서 어떻게 일할까, 점심을 뭐 먹을까 선택을 하고
퇴근을 해서 집으로 돌아갈까, 아니면 놀다 갈까를 선택을 하고
집에 돌아가서는 밥부터 할까, 목욕부터 할까를 시작으로 
또 다양한 선택지가 있습니다. 하루에만요.

이 하루를 1년동안 진행해야 엔딩을 보는 겁니다. 너무 길잖아요.
칵테일소프트도 그걸 알고 있었는지,
자동으로 일정 날짜를 넘기는 시스템도 존재하지만 그조차도 너무 지루합니다.

이 게임을 플레이하신 분들은 정말 다양한 추측을 합니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 저렇게 하면 어떨까?'하는 식으로요.
하지만 그 추측은 실험이 실행되지 못한 채 추측으로 끝나고 맙니다.
게임이 지루하니까요.

어떤 분은 그 지루함이야말로 실제 권태기 같아서 좋았다고 하시는데,
너무나도 긍정적인 의견이라 저로서는 동의할 수가 없군요.



총평하자면, 플레이어를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는 게임임에는 틀림없지만,
플레이어를 포기하게 하는 단점 또한 뚜렷한 게임입니다.

칵테일소프트에서 이 시스템을 계승한 새로운 게임을 
더 자유롭고, 덜 지루하게 만들었더라면 참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점은 있지만,
지루함을 참고 견딜만한 매력이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사생활이나 부부생활 같은 소재 때문인지,
나이를 먹고 다시 플레이해보니
옛날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게임인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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