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폴리스너츠>는 94년도에 코나미에서 PC-98기종으로 첫 발매되었습니다.
인기에 힘입어 3DO, 플레이스테이션, 세가 새턴 등의 여러 기종으로 이식되었죠.
지금은 이래저래 말이 많지만 코나미는 워낙 유명한 게임 회사이며,
이 게임의 디렉터는 <메탈 기어>시리즈로 유명한 코지마 히데오입니다.
폴리스너츠 한국어판이 없기 때문인지 이런 명성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인지도가 높지 않은 편입니다.
때는 2013년, 드디어 인류는 우주 식민지로 이주하여 살게 됩니다.
안타깝게도 2021년까지도 SF에서나 존재하는 일이죠.
아무튼, 우주 식민지의 치안 유지를 위해 세계 각지에서
엘리트 경찰 다섯 명이 '폴리스너츠'라는 이름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주인공인 조나단 역시 그 다섯 명의 엘리트 중 한 명이었죠.
앞날이 창창했던 주인공은 불행한 사고로 인해 우주에 조난되어 행방불명 상태가 됩니다만
25년만에 구출됩니다.
냉동수면으로 인해 무려 25년동안 혼자만 늙지 않은 주인공은
변화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지구에서 탐정업이나 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런 주인공에게 전부인인 로레인이 사건을 의뢰하기 위해 찾아옵니다.
로레인은 주인공이 행방불명된 이후 재혼했는데,
무슨 팔자인지 현재 남편이 또 행방불명됐다고 합니다.
세상에 널린 게 탐정인데 이걸 전남편에게 의뢰하는 건 참 고약한 심보같지만,
사실 이유가 있어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일을 맡겨야 합니다.
현남편이 행방불명되기 전에 로레인에게 건네준 캡슐 약과 반쪽 짜리 잎사귀가 있는데
아무래도 어마어마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주인공은 의뢰를 마치고 돌아가는 로레인의 뒷모습을 창문으로 바라 봅니다.
그러나 로레인은 주인공이 보는 앞에서 차에 장치된 폭탄에 의해 사망하게 되죠.
주인공은 부리나케 범인을 쫓아가 총격전까지 하지만 결국 놓쳐 버립니다.
주인공은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서
사고 이후 그토록 두려워했던 우주로 나가 우주 식민지 '비욘드'로 향하게 됩니다.
비욘드에서 만난 양아치들입니다...가 아니라 사실 경찰입니다.
그것도 '풍기과'에 소속되어 있는 경찰들이죠.
누가 봐도 앞장 서서 풍기문란을 주도할 것 같은 인상입니다.
경찰서 내부에서도 경멸 당하고 있는 부서죠.
여길 찾아온 이유는 풍기과의 과장 에드때문입니다.
주인공의 절친한 친구이자, 함께 폴리스너츠에 소속되어 있던 우수한 동료죠.
폴리스너츠의 다른 엘리트 동료들은 모두 크게 출세했는데
에드는 불행한 사고도 겪고 하다 보니, 한직에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나이도 들었고, 부양할 식구도 있다 보니
주인공의 협력 요청에 주저하는 모습도 보이지만
결국 우정을 선택하여 주인공에게 협력하기로 합니다.
에드의 생김새로 보나, 현재 입지로 보나, 캐릭터 배역으로 보나
의리만 넘치고 무능한 조연일 것 같지만
한 가닥하던 실력 어디 안 가고 여러 장면에서 꽤나 유능한 면모를 보여줍니다.
주인공과 같이 폴리스너츠 동료였던 게이츠입니다.
에드와 달리 순조롭게 출세하여 비욘드 경찰의 본부장을 맡고 있죠.
처음에는 주인공과 오랜만에 만나 반가워 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중요한 시점마다 확실한 증거 없이는 움직일 수 없다고 해서
실질적으로 큰 도움은 되지 않습니다.
수사 도중 사고를 치고 다니는 주인공과 에드를 호통치는 역할이나 맡고 있죠.
역시 폴리스너츠 시절의 동료였던
왼쪽의 살바토레 토스카니니와 가운데의 조지프 사다오키 도쿠가와입니다.
사다오키는 도쿠가와 그룹의 총수입니다.
행방불명된 로레인 남편이 근무했던 회사가 도쿠가와 제약이며,
그 남편이 건네준 캡슐 약도 도쿠가와 제약의 제품입니다.
여러 모로 주인공이 추적하는 사건과 연결된 노골적으로 수상한 인간이죠.
사실 이 게임은 굳이 수상한 사람들을 숨기려 하지 않고,
악역들은 대부분 티를 냅니다.
반전도 하나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보이는 그대로 악역인 것 같은 사람만 의심하면 됩니다.
이 게임의 스토리는 범인 찾기라기 보다는 증거 찾기에 가깝고,
플레이어는 화려한 SF 설정과 연출을 곁들여
주인공과 에드 콤비의 활약을 감상하면 됩니다.
연출은 플스나 세가 새턴 이식판에서 리뉴얼된 버전이 확실히 더 좋습니다만
PC-98판도 당대 동 기종 게임들과 비교할 때 상당히 훌륭합니다.
CD를 사용했기 때문에 플로피 디스크에 비해 음성도 부드럽게 출력되죠.
대사가 너무 긴데 음성 스킵도 안 된다고 불평하는 의견도 있지만
성우들의 연기도 훌륭했고 개인적으로는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어드벤처 게임으로 보면, 동시대 게임에 비해서는 간단한 난이도였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의 선택지 게임에 비해서는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고,
모든 대사 커맨드를 전부 선택하는 게 귀찮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시기의 게임은 대체로 이런 식이었죠.
모든 포인트를 전부 누르지 않아도 되는 것만 해도 어딥니까?
중간중간에 들어가는 퍼즐들은 참신한 것들이 몇 개 있었습니다.
'똑같은 가방 찾기'같은 건 꽤 재밌었어요.
난이도가 좀 더 어려웠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폭발물 해체'같은 건 난이도가 어렵다는 의견이 있고,
그래서 리뉴얼 판에서는 난이도를 쉽게 조절했다고 합니다.
근데,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어요.
처음에 봤을 때는 '이걸 어떻게 하냐'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몇 번 시도 안 했는데도 클리어할 수 있었습니다.
참신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나름 재밌게 할 수 있었습니다.
스토리도 큰 틀에서는 괜찮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웠던 부분은 주인공 설정의 활용입니다.
주인공은 과거 레전드 팀의 일원 중 하나였고,
세상은 25년이나 늙어 버리는 동안 혼자 젊음을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나 쉬어가는 장면에서나
주인공의 이런 특수한 설정이 많이 활용되지 않았어요.
그냥 젊은 탐정과 늙은 형사 콤비가 출연하는 드라마와
진행상 다른 점이 별로 안 보였습니다.
메인 스토리 상으로는 이 설정이 의미가 있지만
첫 부분과 끝 부분에서나 의미가 있었지
중간 부분에서는 딱히 활용하려는 노력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 게임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로
어린 아역 모델이었으나 세월이 지나 성숙해진 여성,
옛 친구가 애지중지하는 딸,
가정불화의 원인이었던 주인공을 원망하는 전부인의 딸 등이 있습니다.
얼마나 좋은 그림이 나올 요소가 많습니까?
에로게로 치면 이건 젖과 꿀이 넘쳐 흐르는 약속의 땅이라는 거죠.
그리고 뛰어난 연출 등이 훌륭하게 조합된 게임입니다.
다만, 최종 버전인 세가 새턴판이 발매된 것이 96년도이기 때문에
어떤 버전을 플레이하든 옛날 게임의 불편함을 감수할 각오는 해야 합니다.
제가 플레이한 건 PC-98판이었는데 충분히 만족스러웠지만,
캐릭터 디자인과 컷씬 등이 가장 훌륭한 건 세가 새턴판이라고 합니다.
최고의 폴리스너츠를 즐기고 싶다면 세가 새턴판을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np21//
답글삭제다이묘 문장의 난이도를 생각 못했네요.. 우리나라에서는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일본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게임들에도 관심이 많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클리어 할 수 있었습니다.
자막 같은 경우는 자막이 없다는 점보다 대사 스킵이 안 되는 점이 불편했습니다.
물론, 자막이 없었으니 스킵이 안 되었을 거고 연결되는 문제점이네요.
대사가 짧은 편이 아닌데 한 번 이야기 시작하면 하루종일 얘기해서
플레이할 때 지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Pc98 판으로 해보고 싶은데 자막이 없다는게 아쉽네요. 저같은 일어알못은 번역하면서 플레이해야 하는데..
답글삭제gick//
답글삭제예전 게임에서는 보이스가 나오는 부분의 자막을 숨길 수 있는 게임이 왠지 많았죠.폴리스너츠가 조금만 더 나중에 나왔다면
설정으로 온오프를 조정할 수 있게 만들었을 텐데 아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