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다지 성공한 작품은 아니기 때문에 유명한 게임은 아니고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인지도가 매우 낮은 엘프 사 게임 중 하나입니다.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게임인데 아마도 불호 쪽이 조금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게임의 무대는 무려 오우카도라는 폐허 섬입니다.
외관으로 보나, 설정으로 보나 명백하게 실존하는 섬인 하시마 섬을 모델로 하고 있죠.
우리나라에서는 군함도라는 이름이 익숙한데
최근에 많은 얘기가 나온 화제의 섬이기도 하고 가볍게 여길 주제가 아니긴 하지만,
게임하고는 관련없기 때문에 제 리뷰에서는 이야기하지 않을 겁니다.
게임은 미스터리 투어에 참여한 주인공 일행의 배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주인공 및 동행들은 자신들이 어디에 가는지도 모르고 있습니다.
그냥 무료로 미스터리 투어를 시켜주겠다는 초대장만 받고 참여했다고 하네요.
심지어 주최 측에서 비밀을 누설하지 말라고 했기 때문에
이런 수상쩍은 투어에 참여하는 것조차 가족에게 비밀로 하고 나왔답니다.
...할 말을 잃게 만듭니다.
이게 다 어릴 적에 <명탐정 코난>이나 <소년탐정 김전일>을 안 보고 자란 탓입니다.
여행이라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모르고 있어요.
다 쓰러져 가는 무인도에 도착했음에도 긴장감이 없는 친구들입니다.
사실 이건 등장인물들의 대다수가 이 섬 출신이기 때문입니다.
주최측에서 일부러 여기가 고향인 사람들을 모았던 거죠.
한 쪽에서는 싸움도 나고 난리가 났습니다.
누가 봐도 살인 따위는 우습게 알 것으로 보이는 야쿠자풍의 남자와
누가 봐도 제일 처음 살해당할 것같은 배불뚝이 남자가 싸우고 있군요.
심지어 폐허 섬 곳곳을 찾아 다니면서 소설을 찾는 게임도 아닙니다.
그 다음은 오우카 루트입니다.
여행 안내원들입니다.
부실한 시설이지만 여행 일정은 1박 2일밖에 안 되기 때문에 참을 수 있습니다.
다만, 투어 프로그램이 영 부실한 것 같습니다.
뭐 따로 안내해 주는 것도 없어요.
게다가, 내륙과 교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무전기가 고장났기 때문에
남자 직원이 수리 중이라고 합니다.
제발 도망치라고 얘기해주고 싶네요.
이렇게까지 살인나기 좋은 환경이 갖춰져 있는데 아무도 모르고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공통루트의 대략적인 내용입니다.
이 게임은 미스터리 루트, 오우카 루트, 언령 루트, 백귀 루트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백업 트리 시스템입니다.
플로우 차트와 같은 개념이라고 보시면 되고,
각각의 장면마다 차트가 세세하게 나뉘어져 있습니다.
해당 장면을 클릭하면 로드가 되기 때문에
게임 도중에도 자유자재로 장면을 왔다갔다 할 수 있죠.
이 게임은 스토리 곳곳에 숨겨져 있는 단편 소설 15편을 모아야
백귀 루트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백업 트리 시스템을 이용하여 스토리를 이동하면서 소설을 모으는
<이 세계의 끝에서 사랑을 노래한 소녀 YU-NO>같은 시스템을 기획했던 것 같은데
잘 안 된 것 같습니다.
굳이 백업 트리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아도 소설은 쉽게 모을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조작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긴 한데,
폐교 건물 딱 한 곳에서 소설들을 찾아 다녀야 하죠.
큰 스케일의 폐허 섬 무대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선 미스터리 루트부터 살펴 봅시다.
주인공 일행은 폐허 섬을 탐험하는 도중,
무려 냉동인간이 되어 있는 소녀를 발견하게 됩니다.
주인공 일행은 냉동인간을 어떻게 꺼내 보려고 했으나
장치가 너무 단단해서 어떻게 하지 못하고
투어가 끝난 후 경찰에 신고하기로 합니다.
그 후에 무슨 이유에서인지 같이 여행 온 사람들이 한 명씩 살해당하게 되죠.
주인공을 조작해서 시체들과 그 주변 상황을 포인트 클릭 방식을 이용해서 조사하고
범인과 그 트릭을 찾아내면 됩니다.
범인 이름도 메인 트릭도 문자로 직접 입력해야 하죠.
미스터리 루트에서 높이 살 점은
본격 추리물 부럽지 않은 논리 전개입니다.
범인을 좁혀 나가는 논리가 꽤 정교하게 짜여져 있죠.
그걸 한꺼번에 세세하게 설명하다 보니 대사가 늘어지게 된 단점은 있습니다만
그래도 추리물의 범인 찾기로서 꽤 볼만한 장면입니다.
그 외에는 전부 아쉬웠습니다.
사람이 죽어 나가는 전개 방식이나 트릭,
범인의 동기, 사건의 마무리까지 전부 수준 이하였다고 봅니다.
사실 마무리 부분은 참작의 여지가 있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여동생 캐릭터인 와카바가
밑도 끝도 없이 미스터리한 힘을 각성하더니 승천해 버리는 엔딩인데
당황스럽기 짝이 없죠.
하지만, 이건 게임의 첫 루트입니다.
이 정도는 다음 루트에 대한 기대감으로 덮어 둘 수 있습니다.
냉동인간 역시 제대로 나오지는 못했지만 나중에 활약이 있겠죠.
전체적으로 아쉬운 와중에도 가장 실망스러웠던 부분은 바로 무대의 활용입니다.
공통 루트에서 3D 컷씬까지 동원하면서
폐허섬의 분위기를 공들여 묘사해 놓고는
스토리 전개에서는 그 분위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그것도 가장 활용할 여지가 많았던 미스터리 루트에서요.
메인 스토리에서 그다지 조명하지 못했던
히로미와 쇼코, 각각 캐릭터의 개별 루트를 보여 줍니다.
두 캐릭터의 스토리 자체는 그다지 나쁘지 않았습니다만
문제는 이걸 왜 폐허 섬에서 하느냐입니다.
중요한 복선을 몇 개 깔아두기는 했지만 지엽적인 수준이고
미스터리 루트와는 완전히 분리된 순애물 전개이기 때문에
폐허 섬이 아니라 평범한 동네에서 해도 아무 상관없는 스토리에요.
각 캐릭터의 스토리도 이 섬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사건,
혹은 폐허 섬의 독특한 분위기와 잘 버무렸다면 좋았을 겁니다.
캐릭터들의 각자 루트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
폐허 섬과는 아무 상관없는 스토리를 끼워 넣으면 안 되죠.
또한, 쇼코 루트에서는 H씬이 전혀 없습니다.
스토리상 H씬을 넣기가 애매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언령 루트에서 H씬을 보강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언령 루트는 그동안 모은 단편 소설을 조합해서
새로운 장면을 볼 수 있는 시스템인데,
말은 그럴싸 하지만 그냥 H씬이나 보는 루트에요.
미스터리 루트, 오우카 루트와는 거의 관계가 없으며
그동안 부족했던 H씬이나 채워 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냥 앞뒤 흐름도 없고, 이전 루트의 캐릭터 설정과도 모순되지만
밑도 끝도 없이 H씬을 틀어 줍니다.
'미스터리 루트를 진행하다 보니 캐릭터들끼리의 연애를 보여줄 틈이 없네?
미스터리하고 아무 상관없는 개별 루트를 만들자.
개별 루트를 진행하다 보니 H씬을 넣을 틈이 없네?
개별루트하고 아무 상관없는 H씬 루트를 만들자.'
게임 구성이 딱 이런 식이라고 봅니다.
각 루트들이 잘 조화되고 시너지를 일으키는 게 아니라
그때 그때의 미봉책으로 구성된 느낌이에요.
오우카 섬이 폐허가 되기 전 활발한 시대의 과거도 보여주며
여러 가지 복선을 회수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냉동인간이 되어 있던 아카리가 살아 있던 모습도 나오죠.
처음에 이 게임을 접했을 때,
당연히 백귀 루트의 주인공은 아카리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미스터리 루트의 주인공은 와카바, 오우카 루트의 주인공은 히로미와 쇼코였으니까요.
하지만, 백귀 루트의 주인공 역시 와카바였습니다.
백귀 루트의 스토리는 꽤나 감동적이었고
이전 루트에서 이상한 점이나 미흡하다고 생각했던 요소들을
잘 채워줬습니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했던 건
아카리의 비중이 사람들이 생각한 것에 비해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아카리 루트가 따로 있었다면 게임의 평가가 올라갔을 거라는 사람도 있죠.
와카바의 캐릭터는 이 게임만큼이나 호불호가 많이 갈렸습니다.
훌륭한 스토리 덕분에 호감이 되었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다른 캐릭터였다면 더 스토리를 재밌게 플레이했을 거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아카리가 그 역할을 해줄 수 있었다는 아쉬움을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총평하자면, 좋은 점과 나쁜 점이 혼재되어 있는 게임입니다.
미스터리 루트는 쓸만한 부분이 있었고, 백귀 루트는 확실히 좋았다고 생각하지만
전체적인 구성은 아쉬웠어요.
가장 큰 문제점은 게임이 가진 재료를 절반도 쓰지 못한 스토리였습니다.
초반에 3D 컷씬까지 활용해 가며,
지루할 정도로 폐허 섬에 대한 묘사를 자세하게 풀었는데
결과적으로 그 폐허 섬을 활용하지 못하는 바람에
초반의 지루함은 그대로 감점 요소가 되고 말았죠.
쓸데없는 장면이 너무 많아서 게임에 몰입하기 어려웠고,
있어야 할 장면은 없어서 많은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로는 평균 이하의 게임이라고 봅니다.
제목을 보고 이사쿠같은 미스테리, 능욕의 분위기를 기대하며 게임을 했었습니다. 인트로에서는 그럴듯 한 느낌을 주는 것 같더니, 배를 타고 섬으로 가는 장면 이후부터 뭔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결국 순애물에 가까운 평범한 게임임을 알고 맥이 빠졌습니다.
답글삭제엘프에서 자주 사용되었던 포인트 클릭은 이 게임에서 도구의 적극적인 사용법으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숨어있는 책을 찾는 용도로 사용되는 등 별 의미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백업트리 시스템은 유노와는 질적으로 다른 자동 포인트 저장기능 정도였지만 저에겐 매우 편한 기능이었습니다. 일반 저장과는 다르게 게임의 어느부분인지 표시가 되어 모든 대사를 확인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엘프게임 최초로 대사를 말할 때 캐릭터의 입이 움직인 것이 아마 이 게임인 것으로 기억납니다.
CG, 음성, 음악, 장소이동시 3D표현 등 공을 많이 들인 흔적이 보이지만, 가장 중요한 이야기가
평범해서 크게 재미있었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마음에 크게 남지 않는 게임입니다.
hityou2//
답글삭제제목 번역은 나무위키에서 따왔기 때문에 좀 애매하긴 한데
원래 부제는 능욕 위주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서
그쪽으로 기대했던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 기대만큼은 철저하게 배신했던 게임이었죠.
굳이 제목이 아니어도 무대 활용이 너무나도 아쉬운 게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