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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15일 일요일

리뷰 : 캠퍼스 러브 스토리(1997,남일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캠퍼스 러브 스토리>는 97년도에 남일소프트에서 발매된 국산 미연시입니다.
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은 우리나라에 상당히 많은 미연시가 소개되는 시기였습니다.
일본 미연시의 다수가 번역되어 정발되기도 했고,
그 흐름에 맞춰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미연시를 개발했죠.
캠퍼스 러브 스토리는 당시 발매된 국산 미연시 중에서 대장격에 해당하는 작품입니다.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었었죠.


이렇게 인기있었던 게임을 리뷰하는 건 언제나 부담스럽습니다.
제가 국산 미연시에 그렇게 조예가 깊은 편도 아니기 때문에
게임에 대해 깊게 파고 들지는 않고 얕게만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게임의 주인공은 나름 명문 대학에 입학한 대학생입니다.
대학생활 4년을 보내면서 여러 여성들과 만나고 다니는 게임이죠.



기본적인 컨셉은 본인 육성 시뮬레이션입니다.
당대 최고의 히트작 중 하나였던 <두근두근 메모리얼>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하죠.
<첫사랑이야기>나 <TRUE LOVE ~순애이야기~> 등에서 언급했듯이
당시 일본에서는 유행했던 장르 중 하나입니다.



이 게임에서 인상 깊은 부분은 섬세함입니다.
선택할 수 있는 주인공의 특성으로 오렌지족, 모범생, 고학생, 컴퓨터광이 있는데
각 캐릭터마다 사는 방이 다릅니다.

또한 게임 도중 다양한 기종의 컴퓨터, TV, 게임기 등을 구매할 수 있는데
물건을 구매할 때마다 방의 배경의 바뀌게 되죠.



호감도에 따라 캐릭터들의 표정이 변하는 부분도 마음에 드는 부분입니다.
중요 이벤트를 제외하면 호감도가 게임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기 때문에
게임을 하면서도 이게 호감도가 오르는 건지 마는 건지 알기가 쉽지 않아요.
이런 표정 변화가 게임을 할 의욕을 불어 넣어 줍니다.



다수의 캐릭터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능력치를 올리는 게 필수입니다.
능력치가 부족하면 아예 등장조차 안 하는 캐릭터도 있죠.

다만, 능력치를 적극적으로 올리려고 하면 돈이 부족합니다.
웬만한 고수가 아니라면 초반부에는 연애는 물론 능력치 올리기조차 힘겹고
먹고 살기에도 바쁠 정도입니다.
특히 미용실하고 헬스장이 돈을 다 잡아 먹어요.

'돈 벌기'와 '주인공 육성'을 별개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아르바이트 역시 필요한 능력치를 올리는 방향으로 하도록 전략을 짜야 하죠.


그래서 처음 입문하시는 분들에게 제가 추천하는 주인공 특성은 고학생입니다.
고학생으로 한 번 망하고 다음 플레이부터 잘 하자는 의미로요.

고학생은 근성이 높아 아르바이트 성공률이 높기는 하지만
부모님께 받는 용돈이 없기 때문에 돈에 쪼들리는 생활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고학생으로 개고생을 하고 나면 다른 특성으로 플레이할 때 심적 여유가 생기게 되죠.

모범생으로 플레이하면 달마다 부모님께서 40만원씩 보내 주십니다.
1회차에 고학생으로 플레이하고, 2회차에 모범생으로 플레이한다면
그 용돈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을 수 있죠.

빚이 100만원이 되면 바로 게임 오버 엔딩이기 때문에
조금만 빚이 생겨도 플레이어는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고학생으로 플레이해서 쪼들리는 생활에 적응했다면
빚 50만정도 별 문제라는 생각도 안 들게 되죠.
악성 채무자의 마음으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주말에는 여성 캐릭터에게 데이트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만날 장소도 정해두지만 그 장소에 한정해서 데이트를 하는 건 아니고
하루동안 여러 장소를 돌아다니면서 데이트를 하게 되죠.
캐릭터마다 선호하는 장소가 다르기 때문에 미리미리 파악해 둬야 합니다.



데이트 중에 다양한 대화 주제를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무난한 대화 주제도 있지만
뭘 이런 걸 데이트 중에 묻나 하는 선택지도 있죠.
'생리일'같은 것도 물어볼 수 있는데
호감도에 정확히 어떻게 작용하는지 모르겠지만 좋게 생각해 주지는 않겠죠.



이 게임에서 가장 큰 진입장벽은 바로 텍스트입니다.
인터페이스도 불편하고, 난이도도 어렵긴 하지만 옛날 게임인 것을 감안하면
큰 문제는 아니죠.

하지만, 대사는 슬플 정도로 구식입니다.
이 게임은 당대 현실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화제가 됐던 영화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유행어를 사용하기도 하죠.

문제는 지금 시점에서 그게 심각하게 낡았다는 점입니다.
만득이 시리즈라니 너무 옛날이잖아요. '황'이라는 용어는 제 세대에도 이미 죽은 용어였어요.
그런 점에서 이 게임은 지금 플레이하기에
너무나도 오그라든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캐릭터는 비교적 현실적으로 그렸습니다만
그런 중에도 다양한 느낌을 주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비호감인 캐릭터가 있다는 의견도 많았지만 저는 다들 괜찮았어요.



의도적으로 비호감으로 만든 정다영같은 캐릭터도 있습니다.
오른쪽에 있는 캐릭터죠.

PC통신 채팅으로 만난 캐릭터인데 
비대면인 PC통신계에서는 여왕으로 통하고 있습니다.
저도 채팅 때문에 꽤 기대하는 마음으로 만났는데
뻔한 반전일 수도 있지만 전혀 예측하지 못해서 재밌게 느껴졌습니다. 
실제로 만났을 때는 공략 캐릭터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할 정도의 외관이었죠.

기왕에 공략 캐릭터로 만들었다면 좀 더 매력 포인트를 추가해 줬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외관은 좋지 않았지만 매력적인 캐릭터가 될 수도 있는 포텐셜도 조금 있었어요.
아쉽게도 제작팀에 버림받은 것 같습니다.



복장도 다양하고 CG 양도 풍부하지만
그래픽이 들쭉날쭉하다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괜찮은 CG도 많았지만 차라리 빼버리는 게 낫겠다 하는 CG도 보였죠.

또 아쉬운 점은 게임이 검수가 부족한 게 느껴질 정도라는 점입니다.
유명한 버그가 있는데 그 외에도 자잘하게 버그가 보였습니다.
또한, 이런 자유도가 높은 게임을 만들 때 어려운 점은
스토리의 앞뒤가 안 맞을 우려가 있다는 건데
이 게임은 거의 포기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앞뒤가 안 맞는 부분이 많이 보였어요.

라이벌 등장 이벤트도 아직 안 봤는데 당연하다는 듯이 나타나는 라이벌이나
몇 월 며칠에 일이 있어서 데이트 못 한다고 하더니
다음주에 연락하니 아무 일없이 데이트가 된다든가 하는 문제점이 있었죠.
 


그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의 높은 자유도는 큰 장점이었습니다.
주인공이 할 수 있는 일은 많고
그만큼 다양한 만남과 이벤트를 즐길 수 있게 되어 있죠.
난이도는 어려워졌지만요.



총평하자면, 당대 명작들의 개성을 잘 조합한 게임입니다.
플레이하기에 쾌적하지도 않고, 한 번 엔딩을 보는 것도 꽤 오래 걸리지만
그만큼 플레이 전략에 대해 열심히 연구할 수 있고,
9인 동시 공략을 도전할 수도 있습니다.

동시공략 기준으로 치밀하게 설계했는지
9인 동시 공략을 한다면 4년이 짧다고 생각될 정도로 정신없이 움직여야 하죠.
스토리도 중요한 부분부분마다 나쁘지 않았습니다.


다만, 옛날 아재들의 추억 게임으로서는 모를까
요즘 세대에 추천할 수는 없는 게임입니다.
이 정도면 트렌드나 세대 차이의 문제를 넘어서
캐릭터나 대사의 흐름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는 수준이에요.
젊은 세대들은 초반을 버티기도 힘들 거라고 봅니다.

댓글 4개:

  1. 이 게임 옛날에 잠깐 해봤는데 대사가 상당히 현실적인게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있네요. 근데 하면 할수록 대사가 좀 센스가 없고 아마추어가 쓴 거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만두었던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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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데이트 할 때 대화가 별의별 주제를 다 건드리죠. 흥미로운 부분이 많아요. 당시 대학생들의 현실을 반영하려 노력했단 생각이 들어요. 다만 현실을 잘 반영했으면서도 여성 캐릭터들의 개성은 반영 못하고 말투나 태도 성향도 거의 비슷하죠. 아저씨 시나리오 작가 한명이 이거 저거 다 건드리고 있구나 생각이 드는 거죠. 캐릭터 적으로는 할말이 없으니 유행어나 시사들 위주로 언급하게 되는 거구요. 작가를 따로 고용이라도 했을까요? 글체가 그냥 공돌이들이 적어놓은 느낌이죠. 기획과 그래픽 시스템은 좋지만 대사는 많이 아쉬운 편입니다. 다시해도 웃기고 센스넘치는 대화들이 많은 동급생 하급생에 비교가 될 수 밖에 없구요. 그래도 국내 연애시뮬 게임 시장에서 금자탑으로 추억에 길이 남을 작품이긴 할 것 같습니다. 실현 불가능한 건 알지믄 리메이크가 되어도 좋을 작품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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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국산게임 리뷰를 이곳에서 보게될줄은ㅎ 리뷰 재밌게 잘 봤습니다. 이거 후속작도 있는걸로 아는데 후속작 리뷰 계획은 없으신가요? 혹은 이후에도 국산게임 리뷰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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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gick//
    대사는 너무나도 구식입니다.
    다만, 그 시대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추억도 떠오르고 해서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저하고도 세대 차이가 있는 수준이라
    아무래도 게임 적령기 분들에게는 더더욱 안 맞는 게임이겠지요.


    feveriot//
    대화 내용이 시대상황을 정말 잘 반영했죠.
    당시에도 이런 얘기를 했었구나 하는 부분이 있어서 놀라웠습니다.

    리메이크가 된다면 대사 전체를 들어 내고 다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나온다면 2편이 나와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실현 불가능한 이야기지만요.


    헤헤//
    일단은 국산 게임에 대한 리뷰 계획은 전혀 없습니다.
    당시의 게임들보다 오히려 최근에 나온 국산 미연시, 어드벤처 중에서
    흥미로운 게임이 많아 고민중이지만
    일단은 제 전문 분야부터 리뷰하겠다고 생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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