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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24일 일요일

리뷰 : EVE burst error(1)(1995/11/22,시즈웨어)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이번에 소개할 게임은 PC-98시절 게임 중에서도 
가장 명작으로 손꼽히는 게임 중 하나인 <EVE burst error>입니다.

제작사인 시즈웨어가 진작에 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은 최근까지 인지도가 꽤 높은 편인데 
꾸준히 리메이크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이식과 리메이크의 역사를 대충 살펴보면 
일단 이 게임은 95년도에 발매된지 2년 후인 1997년에,
당대 명작 에로게는 무조건 이식하고 봤던 게임기 세가 새턴에 이식되었습니다.
4개월쯤 후에는 약간의 수정을 거쳐 윈도우 95판이 출시됩니다.

2003년 7월에는 플레이스테이션2 기종으로 <EVE burst error PLUS>가 발매되었는데
이 플스2판은 우리나라에 정식으로 수입되어 한국어판도 있습니다.
같은 해 11월에는 H씬이 추가된 성인판으로 또 PC판이 나왔죠.

그 다음에는 2010년도에 PSP판으로 <burst error -EVE THE 1st.->가 출시됩니다.
2016년 4월에는 PS VITA와 닌텐도 스위치, PC 기종으로 <EVE burst error R>이 출시되었고,
또또 같은 해 11월에는 거기에 H씬을 추가하여 <EVE burst error A>가 발매되었죠.

나중에 각각의 게임들에 대해 설명하겠지만 
이 수많은 리메이크들이 똑같은 게임들이 그대로 이식된 건 아니고,
여러 번의 그래픽과 시스템 설정상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게임을 오랫동안 지켜봐 온 입장에서 감상은
'징하게도 우려먹네'입니다.
거의 6년에 한 번 꼴로 리메이크가 나오고
리메이크의 성인판이 또 나오고 있잖아요.

아무튼 유구한 역사를 지닌 EVE burst error는
이렇게까지 우려먹을 정도로 훌륭한 게임이었다는 겁니다.
과연 무슨 매력이 이 게임을 이렇게까지 오래 지속되게 한 걸까요?



게임을 시작하면, '코지로'와 '마리나' 둘 중
누구의 시점에서 플레이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같은 회사 게임인 <DESIRE ~배덕의 나선~>과 똑같은 스타트 화면이죠.
당대 유행했던 멀티 시점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겁니다.

제 블로그에서도 많은 멀티 시점 게임들을 소개했는데
사실 대부분의 게임들이 그렇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고민도 없이 불필요한 장면만 많이 넣거나,
시점 전환이 되었는지도 눈치 못 챌 정도로 각 시점간의 차별점이 없거나,
스토리간의 비중 배분에 실패하는 식의 단점들을 많이 갖고 있는 게임이었죠.



이 분야의 정점이라고 불리는 이 게임은 어떠한 정답을 제시했을까요?
우선 '코지로' 루트부터 시작해 봅시다.
주인공의 이름은 아마기 코지로로 꽤 실력있는 사립 탐정입니다.

덧붙여서, 악당은 아니지만 목적을 위해서는 다소 불법적인 일도 하는 편입니다.
허가받지 않은 총기도 소지하고 있는데 사실 모형 총입니다.
진짜와 완벽하게 똑같이 생겼고, 실탄이 발사될 뿐이죠.

업계 최고의 탐정사무소인 '카츠라기 탐정 사무소'의 유능한 탐정이었으나
사장을 고발하고 독립해서 새로운 '아마기 탐정사무소'를 차렸습니다.
하지만, 아마기 탐정사무소에는 의뢰가 전혀 오지 않는데
주인공의 탐정 면허는 정지된 상태이며,
사무소는 해변의 허름한 창고에 차렸기 때문이죠.
의뢰가 오는 게 더 이상한 상태입니다.



그런 주인공 앞에 평소 알고 지내던 기자인 아카네가 등장합니다.
무려 한 건에 300만 엔짜리 의뢰를 소개시켜 줍니다.



의뢰주는 코우라는 이름의 중국인입니다.
사는 곳부터가 엄청나게 큰 저택으로 300만 엔정도는 충분히 지불할 재력이 되는
엄청난 부자처럼 보입니다.

코우의 의뢰는 '이슬람 회화'를 찾아달라는 건데 의뢰 내용이 좀 수상합니다.
해외 여행 다녀온 사이에 그림이 사라졌다는데
그림이 집안에 있는 건지, 누가 훔쳐간 건지도 제대로 모르겠고,
침입 흔적은 있는데 프로 도둑이라기에도 이상하고, 초짜 도둑도 아닌 것 같으며,
그림 자체는 싸구려가 맞아서 탈세도 아니고, 자작극도 아닌 것 같습니다.

코우 스스로도 수상한 의뢰라는 걸 알고 있지만,
돈 많이 줄 테니 쓸데없는 건 신경쓰지 말고 그림이나 찾아 오라는 식으로 이야기합니다.
무려 350만 엔으로 성공보수를 올려주죠.



코우는 다른 탐정에게도 사건을 의뢰했는데
바로 업계 최고의 탐정사무소인 '카츠라기 탐정사무소'에 의뢰한 것입니다.
사무소 소장인 야요이와 2인자인 니카이도를 만나게 되죠.



본래 주인공도 '카츠라기 탐정사무소' 소속의 탐정이었습니다.
야요이의 아버지인 이전 소장을 고발하여 감방에 쳐놓고 독립하게 된 거죠.
야요이와는 한 때 동거까지 하던 연인 관계였으나 이 일로 헤어지게 됩니다.
안정적인 직장과 매력적인 연인까지 잃게 되었으나
주인공이 선택한 내부고발입니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야 하죠.

야요이는 아직도 주인공에게 정이 남아 있는지
원수나 다름없는 주인공에게 그렇게 매정하게 대하지 못하지만
니카이도는 주인공에게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냅니다.

니카이도는 주인공에게 라이벌 의식을 갖고 있으며,
목적은 '이중의 의미로 소장을 손에 넣는다'입니다.
소장 자리에 오르는 게 목표일 뿐만 아니라,
야요이 소장과 애인 관계가 되는 게 목표인 거죠.

아무튼 주인공의 목적은 '카츠라기 탐정사무소'를 제치고
그림을 먼저 찾아 내는 겁니다.



늦은 밤에 카츠라기 탐정사무소를 찾아가 보면
혼자서 야근하고 있는 야요이를 만날 수 있습니다.
사무소의 에이스였던 아버지와 주인공이 한꺼번에 빠져 나가고
2인자인 니카이도는 제대로 통제가 안 되는 상황이지만,
주인공에게 약한 소리 한 번 하지 않고 
꿋꿋하게 사무소를 유지하려고 홀로 노력하는 모습이 눈물 겹습니다.



주인공은 그림에 대해 여러 측면에서 조사를 벌입니다.
자신의 정보통인 글렌에게 연락해 보지만 딱히 유용한 정보를 얻지는 못합니다.
그림이 그다지 가치가 있는 게 아니라는 정보는 얻을 수 있었죠.



도서관에 조사하러 가면 마츠노라는 여성을 만나게 됩니다.
다음날 이슬람 회화에 대해 가르침을 받을 약속을 하게 되죠.
마츠노가 자료를 찾아 놓겠다고 합니다.
사실 마츠노의 정체는 같은 회사의 게임인 <열락의 학원>의 등장인물입니다.
팬 서비스용으로 나온 캐릭터죠.



도서관에서 돌아오는 길에는 마찬가지로 <열락의 학원>의 등장인물인
히무로 쿄코를 만나게 됩니다.
이 캐릭터는 단순히 팬서비스 용이 아니라
EVE 시리즈에서 훨씬 활약하게 되는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지금은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사이일 뿐입니다.



주인공 사무소 근처에서는 웬 소년이 불량배들에게 얽혀 있습니다.
주인공은 소년을 도와주는데 도움을 받은 직후 소년은 정신을 잃고 맙니다.
주인공은 어쩔 수 없이 소년을 사무소에 재우게 되죠.



사실 소년이 아니라 여성이었습니다.
외관과 행동으로 볼 때 아랍계 외국인인 것 같으며,
양 눈동자의 색깔이 다른 오드아이입니다.
이름은 푸딩이라고 합니다.



자신을 도와준 주인공을 '코지로님'이라고 부르며, 엄청 따르게 됩니다.
주인공에게 식사도 차려주고 사무소의 청소, 세탁 등을 자진해서 하기도 하죠.

주인공을 푸딩을 돌려 보내려고 했으나,
이런 저런 사정 끝에 주인공 사무소에서 맡는 걸로 합의를 합니다.
보호자에게 연락을 해서 허락을 받으라는 조건 하에서요.



그 후, 주인공은 약속대로 마츠노와 만나기 위해 학교 도서관으로 향합니다.
학교 앞에 가면, 몇 번 정도 스쳐 지나갔던 가슴 큰 여성이 학교로 들어가는 걸 목격하게 되죠.
너무 이른 아침이라서 그런지 도서관은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갑자기 게임이 진도가 안 나갑니다.
주인공이 갈 수 있는 모든 장소를 방문하고,
주인공이 취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다 하더라도 아무 이벤트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버그 걸린 건 아니고 시스템 자체가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만일, 계속 진행된다고 하면 게임 초기화를 잘못한 거겠죠.
게임을 계속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 무엇인지는 다음 리뷰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게임을 이 부분까지 진행하면서 눈치챌 수 있는 독특한 부분은
바로 또다른 주인공인 마리나입니다.
코지로 루트를 진행하는 동안 마리나는 등장도 안 했을 뿐더러
이름 한 번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마리나는 대체 누구일까요?
이 역시 다름 리뷰에서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댓글 4개:

  1. 드디어 이브시리즈 리뷰가 시작되네요 기대됩니다
    도서관 사서 저분도 열락의학원에 나왔던건 몰랐네요. 어느사이트였는지는 기억이 안나는데 열락의학원자체가 이브시리즈의 프리퀄격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던소리도 있던데 그런영향(?)으로 교코랑 후속작에 출연할수 있었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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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헤헤//
    플레이한 느낌으로는 열락의 학원이 그렇게까지 멀리 보고 만든 작품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어찌됐든 쿄코를 재등장시킬 생각을 했던 건 신의 한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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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이 게임을 플레이할때 공략을 보는건 게임과 어긋나려나요? 이시절 게임들을 잘 아는게 아니라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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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별빛//
    이 시절 게임을 잘 모르신다면 원작 기준으로는 공략을 안 보면 오히려 플레이하기가 힘들 수도 있습니다.

    한국어판이 있는 플스판을 구하신다면 난이도가 어렵지 않으니 공략 보는 것을 추천드리지는 않습니다만, 공략을 보고 플레이해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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