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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10일 월요일

리뷰 : 신 미카구라 소녀탐정단(2003/12/26,elf)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리뷰할 게임은 <신 미카구라 소녀탐정단>입니다.
<미카구라 소녀탐정단> 시리즈를 만든 회사가 도산한 후,
엘프의 사장이 디렉터를 직접 찾아가 요청하여
새로운 속편을 만들기로 했다고 합니다.

엘프 사가 에로게 회사였기 때문에 
3인방은 회사가 망한 후 졸지에 에로게 회사로 팔린 꼴이 되어 버렸고,
팬들에게는 꽤 논란이 되는 사건이었습니다.



일단 기본적인 시스템과 설정에 대해서는
저번에 설명했기 때문에 이번 리뷰에서는 생략하겠습니다.

신 미카구라 소녀탐정단에서 보이는 변경점을 소개해 드리면,
일단 동영상 컷씬은 사라졌지만, 풀 보이스 게임이 되었습니다.
세이브는 원래 한 챕터가 끝나기 전까지 불가능했습니다만,
이번에는 퀵세이브 개념으로 딱 한 번 세이브가 가능하게 바뀌었죠.

오프닝, 엔딩 곡은 원작 그대로의 노래를 가져왔는데 영상은 새로 만들었습니다.
특히, 오프닝 영상은 노래에 어울리도록 잘 만들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캐릭터 디자인도 변경되었고, CG가 화면을 꽉 채우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아쉬운 점은 스탠딩 CG를 한 화면에 두 사람밖에 띄울 수 없어서
3인방의 쓰리샷이 안 잡힌다는 점입니다.
셋이서 대화할 때도 계속 CG가 교체되면서 대화를 하죠.
이전작처럼 셋이 한꺼번에 화면에 나왔다면 그림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난이도는 <속 미카구라 소녀 탐정단>에 비하면 다소 소프트해졌습니다.
에피소드 전체에서 단 하나의 추리도 틀리지 않아야 
S 보상을 받을 수 있었던 <속 미카구라 소녀탐정단>과 달리,
이 게임에서는 에피소드 내의 챕터 하나하나를 채점하죠.

랭크에 따라서 별을 주는데 몇 개 정도 틀리더라도
필요한 별을 충분히 모을 수 있습니다.


또한, 주요 무대가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이전 작품들의 캐릭터가 많이 등장하지 않고
새로운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하게 되었죠.



스토리는 이렇습니다.
소문난 명탐정 미카구라 토키토는 행적도 알리지 않고 먼 곳으로 떠났고
탐정 사무실은 오랫동안 불이 꺼져 있는 상황입니다.
전작의 마지막 사건 결말이 미카구라 탐정에게 그만큼 충격적이었던 것 같네요.



그러던 어느 날, 시게노는 미카구라 탐정이 만주에 있다는 정보를 듣게 됩니다.
3인방은 당장 배를 타고 미카구라 탐정을 찾아 만주로 떠나게 되죠.
만주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사건을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참고로 1편 중반에서 찾아내는 미카구라 탐정은
악당 조직과 싸우다 마약 중독 폐인이 되어 버렸습니다.
지역 주민들의 도움으로 마약굴에서 겨우 구해낼 수 있었죠.

다행히 명석한 추리력은 그대로이며, 가끔 멋있는 모습을 보여줄 때도 있지만
지독한 마약의 부작용으로 가끔 발작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수사는 불가능하고, 집에 틀어박혀 요양이나 해야 하죠.

옆에 있는 호란이라는 여자애가 간호를 해 줍니다.
사실 여장한 란마루입니다. 이젠 아무 이유가 없어도 여장이 기본이죠.

아무튼 이런 정당한 이유로,
수사는 3인방이 하고, 추리는 미카구라 탐정이 하는 시리즈 전통의 구도가 완성됩니다.



추리물의 관점에서 보자면 꽤 괜찮은 편입니다.
에로게가 되었기 때문에 이런 면에서 약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던 것 같지만
이전작들과 비교할 때 떨어지는 점이 없어요.

특히, 첫 번째 에피소드에 사용된 트릭 중 일부는 굉장히 좋은 트릭이었습니다.
조금 각색해서 주변 지인들에게 퀴즈로 낸 적도 몇 번 있는데 언제나 반응이 좋았어요.
다만, 이전 작품들은 음울하고 씁쓸한 뒷맛이 있는 드라마에 집중한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이 게임에는 그 정도로 인상적인 에피소드는 없었습니다.

정리하자면, 아쉬운 점이 없진 않지만 에로게치고는 잘 짜여진 추리물이고
훌륭한 시스템이 뒷받침되어 꽤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제 기준은 에로게이기 때문에 추리 에로게로서는 꽤 만족스러운 수준이에요.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게임은 에로게라는 점입니다.
추리물로서 괜찮다고 해도 그게 게임의 평가에 직결될 수는 없다는 거죠.



H씬은 스토리상 강제로 봐야하는 H씬과
별을 사용해서 보는 배드엔딩, 그리고 후일담에서 보이는 개별 캐릭터 H씬이 있습니다.

H씬은 대체로 하드한 씬이 많은 편입니다.
3인방이 캐릭터마다 배드엔딩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데
공통적으로 납치당해 타락까지 가게 되는 충격적인 엔딩이죠.
다만, 그런 배드엔딩은 선택지를 통해서 회피할 수 있기 때문에
불쾌하게 생각되는 분들은 배드엔딩을 안 볼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에로게를 오래 했고, 
같이 에로게를 했던 지인들에게 많은 에로게를 추천했었지만
사실 이런 하드한 H씬은 엄청난 진입장벽입니다.

하드한 H씬을 받아들일 수 없다 하시는 분은
어떤 수를 써도 소용없어요. 절대 그런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습니다.
'그런 장면을 전부 스킵하더라도 플레이할 가치가 있다'고 아무리 강변해도
그런 설득은 먹히지 않아요.

이 게임이 하드한 H씬을 회피할 선택지를 만들었다고 해도,
많은 사람들은 그런 씬의 존재만으로도 이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에로게인 것 자체도 진입장벽이었죠.



그런 진입장벽을 넘어서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뭐였을까요?
당연히 H씬이겠죠.

이 게임이 가장 비판받는 점은 부실한 H씬입니다.
장면 자체가 적은 건 아닌데 텍스트의 양이 너무 적어요.
몇 문장되지도 않았는데 너무 빨리 다음 장면으로 넘어 갑니다.


저는 이 게임의 기획이 전략적으로 실패했다고 봅니다.
시리즈물을 에로게로 만들면서 추리물 요소에 집중하고 에로 요소를 등한시했어요.
시리즈의 속편과 정통 추리물을 원했던 사람은 에로 요소 때문에 플레이를 고민했고,
에로를 원했던 사람은 부실한 H씬을 감상해야 했습니다.

물론, 저같이 둘 다 원했던 사람도 있었지만
좀 더 주요 소비층과 소비층이 원했던 것을 명확히 분석하고 게임을 만들었어야죠.
게임이 만들어진 과정을 봤을 때, 
H씬이 빈약한 것은 너무나도 큰 단점입니다.

  

H씬 자체도 전작 팬들에게는 받아 들이기 어려운 면이 있었습니다.
배드엔딩이 차라리 괜찮을 정도였죠.

치즈루에게 새로 붙은 설정은 요즘에는 절대 하지 못할 도전이었습니다.
이 시리즈의 팬덤이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CD가 부숴지는 건 <하급생2>보다 이 게임이 먼저였을 거에요.



별을 많이 모아서 선택지를 잘 골랐다면
후일담에서는 각 캐릭터와 미카구라 탐정의 순애 H씬을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이 장면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전작들은 추리 게임이었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이 아니었습니다.
시게노 같은 경우는 미카구라 탐정을 동경하기도 했지만
정작 미카구라 탐정이 좋아하는 사람은 따로 있었죠.

이 게임 역시 전작들의 분위기와 전개를 잘 따라갔습니다.
따라서 사건 수사 에피소드의 전개는
연애 시뮬레이션의 요소가 많지 않은 정통 추리물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하드한 H씬은 계속 나왔지만 그런 장면들도 이런 분위기를 해치진 않았죠.



근데 후일담에서 갑자기 연애 시뮬레이션 엔딩으로 흘러간 겁니다.
후일담의 스토리가 지나치게 갑작스러웠어요.
이런 순애 엔딩을 넣을 거였다면
적어도 각 에피소드에서 착실히 빌드업을 했어야죠.

에로게니까 이런 장면도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을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다른 방법을 택하는 편이 나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총평하자면, 시리즈의 매력적인 시스템과 캐릭터들을 열심히 활용한 게임입니다.
이전작을 재미있게 했던 분들이라면 매력을 느낄 요소가 틀림없이 있습니다.
에로게라는 이유만으로 비판받기에는 아까운 게임이에요.

다만, 이전작의 팬들에게 엿을 먹이는 장면도 꽤 있습니다.
그런 장면이 에로를 원했던 사람에게라도 먹혔어야 했는데
이도 저도 아니었던 것이 큰 아쉬움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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