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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17일 일요일

리뷰 : 껍질 속의 작은 새(1996/2/29,BLACK PACKAGE)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껍질 속의 작은 새>는 메이드 조교 카드게임입니다.
95년도에 PIL사가 <SEEK>라는 작품을 통해 조교물의 유행을 만들었고,
이 작품은 그 분위기에 편승한 작품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껍질 속의 작은 새는 조교 대상 히로인으로 메이드를 선택했는데,
만일 메이드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단순한 <SEEK>의 아류작으로 기억되었을 겁니다.

이 게임은 일본 서브컬쳐 계에 메이드붐을 일으킨
'메이드물의 실질적 원조'라고까지 불리는 게임입니다.
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칭호입니까?
이 게임에는 뿌리 깊은 팬도 많아서 2010년도까지도 리메이크가 진행되었습니다.
결국 좌절되었지만요.

개인적으로 메이드를 좋아하는 편인데,
굳이 이 게임이 없었어도 메이드붐은 곧 왔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게임 이전에도 인기있는 메이드 캐릭터들은 있었고,
메이드 캐릭터는 주로 조연을 맡다가 점점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였으니까요.
하지만, 결국 장르의 시작이라는 건 다 그런 거고,
조금이라도 빨리 메이드 시대를 연 이 작품의 공로는 실로 어마어마한 거죠.



무대는 19세기의 영국,
조교를 시행하는 주인공은 포스터라는 이름의 조교 전문가입니다.
잘나가던 때도 있었으나, 국가에 수배된 몸이 된 주인공에게
드레드라는 부자가 협박에 가까운 방법으로 메이드 조교를 의뢰합니다.

게임을 시작할 때, 저택에는 클레어, 메아, 뮤하라는 메이드가 있습니다.
메아와 뮤하는 조교를 받는 입장이라기 보다는 주인공을 서포트하는 입장입니다.
제대로 조교를 받는 메이드는 클레어밖에 없습니다.
나머지 히로인은 본래 메이드가 아니었고,
거리에서 이런저런 방법으로 헌팅해서 메이드로 만든 후 조교하는 겁니다.



카드 게임 그 자체로는 대단한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전의 조교물들과 달리 알기 쉽고 편리한 점은 있지만,
결국은 카드 두 개를 적당히 선택하면 될 뿐 딱히 머리를 쓸 필요가 없어요.

기본 컨셉은 구속도를 올리고, 내구도 저하를 억제하며,
카드들의 상성을 통해 애정과 충성도를 올리는 겁니다.
문제는, 난이도가 너무 쉬워요. 게임에서 주어진 기간이 너무나도 깁니다.

초반에는 내구도가 금방 달아서, 조교를 몇 번 하지도 못하고 시간이 지나갑니다.
근데 중반으로만 가도 내구도가 게임의 밸런스를 망칠 정도로 강해집니다.
무슨 카드를 써야 효율적일지 고민할 필요가 없어요.
무슨 카드를 얼마나 쓰든, 어떻게 쓰든 강력한 내구도로 다 버텨내요.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줍니다.
엔딩 조건을 다 채운 후반에는 게임이 지루해지고요.


이 게임의 시뮬레이션적 재미는 카드를 어떻게 사용하느냐보다,
카드를 어떻게 모으느냐, 여자를 어떻게 헌팅하느냐,
자금 운용이나 접대같은 전반적인 운영을 어떻게 하느냐입니다.

자유행동이나 외출을 통해, 캐릭터들과 만나기도 하고, 카드를 얻기도 합니다.
카드는 조연들이 그냥 주기도 하고, 창관에 가서 모을 수도 있고, 상점에서 살 수도 있고,
카지노에서 포커 승부를 통해 얻을 수도 있습니다.
그 중에서 카지노는 승률이 낮지는 않지만 사기가 틀림없습니다.



평생 한 번도 못 본 로얄 스트레이트 플러쉬를 이 게임에서만 두 번 만났습니다.
그 외에도 풀하우스 확률도 너무 높은 것 같아요.



메이드들의 조교 수치가 일정 수준에 이르면 접대를 시킬 수 있습니다.
접대 내용은 충성도가 높을수록 과격해지며,
한 번 시행하면 애정도와 충성도가 뭉텅이로 깎여 나갑니다.

하지만, 접대 이외에는 딱히 돈을 많이 벌 수단이 마땅치 않고,
돈을 못 벌면 새로운 캐릭터를 헌팅해 올 수가 없죠.
초반 캐릭터인 클레어를 소중히 대해 주고 싶지만,
클레어가 유일한 돈줄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 접대를 시킬 수 밖에요.



다양한 메이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것도 이 게임의 장점입니다.
개인적으로 아이샤의 캐릭터가 마음에 드는데
조교물에 어울리는 캐릭터는 아니지만,
불쌍해보이는 캐릭터가 많다보니 분위기를 일신해주는 캐릭터 담당이 소중하게 생각됩니다.



껍질 속의 작은 새가 히트를 치고, 속편으로 이후의 이야기인 <어린 새의 지저귐>이나
팬디스크인 <아이샤포커> 등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어린 새의 지저귐>에서는 전작의 캐릭터들도 다시 등장하고
일부 캐릭터는 또 다시 조교를 받기 때문에
껍질 속의 작은 새의 팬이라면 역시 재미있게 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총평하자면, 스타일 자체가 요즘 유행과는 좀 차이가 있는 게임입니다.
조교물 장르 자체는 요즘 많이 사라진 편입니다.
캐릭터 측면에서도 요즘 메이드는 좀 더 냉정하고, 발랄하고, 건방지고, 능글맞죠.

메이드 붐을 일으킨 게임이라는 역사적 의미는 있지만
지금 플레이해도 최고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그 시절에 조교물에 대해 알고 싶은 분이시라면
<SEEK>, <토리코>와 함께 플레이할만한 게임 중의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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