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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24일 일요일

리뷰 : 하트전자산업 육성 시뮬레이션 시리즈(하트전자산업)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하트전자산업 혹은 하트소프트는 90년대 초반에 활동하던 회사였습니다.
지금은 인지도가 전혀 없고, 당대에도 인기가 높았다고 볼 수 없는 회사입니다.
그렇다고 에로게 역사에 남을만한 명작이라도 하나 발매했냐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하트전자산업 자체는 전혀 기억할 필요가 없는 회사입니다만
이 회사에서 독립한 두 회사는 아직도 건재하게 활동하고 있는데,
그 두 회사가 바로 'interheart'와 'ILLUSION'입니다.

두 회사에 대한 소개는 나중 리뷰에서 하도록 하고,
하트전자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하자면,
이 회사는 크게 히트친 게임은 많지 않지만 회사의 컬러만큼은 확실한 회사였습니다.
바로 '도전정신' 하나만큼은 대단한 회사였다는 거죠.



1990년에 발매된 <브링업>입니다.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으로서 이 분야 원조이자 레전드로 불리는
<프린세스 메이커>보다도 먼저 나왔습니다.
여성형 안드로이드를 육성하는 게임입니다.



<프린세스 메이커>보다도 먼저 나온 이 게임이 육성 시뮬레이션의 원조가 되지 못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결정적인 이유는 재미가 없고, 히트를 못 쳤기 때문입니다.

위 화면은 정신수양을 하는 장면입니다.
정작 캐릭터가 명상을 하는 장면은 왼쪽 위에 조그맣게 보일 뿐이고,
배경에 보이는 수영복 장면은 게임과 전혀 상관없는 CG입니다.
대체 왜 아무 상관없는 야시시한 CG를 띄워 놓는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서비스 신도 게임이랑 조금이라도 관계가 있어야죠.

육성 시뮬레이션으로서 가장 아쉬운 점은 멀티엔딩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프린세스 메이커>와의 결정적인 차이이기도 하죠.
서비스 신보다 육성 시뮬레이션 자체의 재미에 좀 더 집중했어야 합니다.



하트전자산업의 두 번째 육성 시뮬레이션인 <유코 이야기>입니다.
이 게임도 <프린세스 메이커>가 발매되기도 전에 나온 게임입니다.

4개의 챕터가 있으며 그 중 두 개는 명령선택식 어드벤처,
나머지 두 개가 육성 시뮬레이션입니다.

유코 이야기의 소재는 '여성 관능 소설가 육성 시뮬레이션'입니다.
놀랍군요. 심각하게 놀랍습니다.
'여성 관능 소설가'를 육성한다는 것도 비범합니다만
이 게임이 나온 시기를 생각해 보세요.

보통 이런 소재는 그 장르의 전성기가 끝났을 때나 등장하는 거죠.
육성 시뮬레이션의 붐이 지나고 장르 자체가 식상해졌을 때,
어떻게든 참신한 소재를 찾아 보겠다고 무리수를 던지면서 등장하는 소재가
'여성 관능 소설가 육성'같은 거죠.

근데 이런 소재를 이 분야 원조 <프린세스 메이커>가 등장하기도 전에 써먹고 있습니다.
육성 시뮬레이션의 부흥기는 커녕 장르 자체가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하트전자산업에서만 육성 시뮬레이션이 끝물인 겁니다.
이 정도는 돼야 '도전 정신'의 회사인 거죠.



아무튼, 유코 이야기도 브링업과 같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게임이 진행되면서 유코가 관능 소설을 쓰는데,
그 소설 내용이 어떻게 육성하더라도 똑같다는 거죠.



하트전자산업의 세 번째 육성 시뮬레이션인 <복서 메이커>입니다.
이번에는 <프린세스 메이커>보다 나중에 나온 게임입니다.

제목 그대로 복싱선수를 육성하는 게임입니다.
일정을 짜서 훈련을 하고, 능력치를 높여 복싱 경기를 통해
랭킹을 높여나가는 게임입니다.
<프린세스 메이커>와는 방향성이 다릅니다만,
90년대에 많이 등장했던 장르이기도 하고
전작들보다 더 재미있게 육성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복싱 경기도 나름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는데
보디블로, 잽, 훅, 어퍼, 스트레이트 같은 공격 기술뿐만 아니라
클린치같은 것도 있습니다.

육성 부분에서 아쉬운 점은 항목이 쓸데없이 많다는 점입니다.
'상반신 근력', '상반신 지구력', '하반신 근력', '하반신 지구력' 등등
다 복서에게 필요한 항목이기는 하죠.
근데 게이머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능력치들을 굳이 따로 키워야할 이유를
알 수가 없습니다.
시합할 때, 그 능력치가 각각 어떻게 쓰이는지 알기 힘들잖아요.

펀치력이나 테크닉같은 요소만 남겨두고
쓰잘데기 없는 항목을 생략했다면 참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듭니다.


 

랭킹 22위와 챔피언의 모습입니다.
누가 봐도 반대로 생각하겠지만, 위에가 랭킹 22위, 아래가 챔피언입니다.
랭킹 22위의 저 포스 좀 보세요. 저같으면 시합 시작하자마자 수건 던집니다.



하트전자산업은 92년도에 <바람으로 ~날개여, 사랑이 있는 곳으로~>를 발매했습니다.
'경주용 비둘기 교배/육성 시뮬레이션'입니다.
미소녀 게임은 아니지만 하트전자산업 육성 시뮬레이션 중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총평하자면,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육성 시뮬레이션의 완성도는 계속 높아지고 있었습니다.
다만, 너무 느리게 높아졌던 거죠.
<프린세스 메이커> 시리즈와는 승부 자체가 안 되는 수준이었습니다.

하트전자산업은 시대를 너무 앞서 나갔습니다.
회사가 한 2년만 더 버텨서 육성 시뮬레이션의 전성기에 게임 몇 개만 더 냈더라면,
하트전자산업은 육성 시뮬레이션의 원조로서 기억될 수도 있었을 겁니다.

댓글 2개:

  1. 진짜 엄청나게 웃었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처음 보는 회사인데도 백개먼님 필력을 거치니 유쾌해지는군요... 이 회사 건 다 독특하네요 해볼 마음은 들지 않지만ㅋㅋㅋㅋ
    요즘엔 바빠서 자주 못 보고 한번에 몰아보게 되는데 여전히 재미있는 리뷰 잘 보고 있습니다ㅎㅎ 좋은 주말 되시고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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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dkle p//
    늘 제 리뷰를 재미있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트전자산업은 리뷰에서 일일이 다 적지 않았지만 희한한 게임을 많이 만든 회사입니다.
    결국 거의 다 실패했지만,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한 점은 인정해줄만 한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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