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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27일 일요일

리뷰 : CURSE OF CASTLE(1991/?/?, elf?)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CURSE OF CASTLE>은 엘프가 제작한 게임 중에서 가장 인지도가 낮은 게임입니다.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입니다.
너무 인지도가 없는 나머지 인터넷에도 정보가 별로 없습니다.


<마로의 환자는 가텐계3>에 올라온 역대 엘프 게임 목록에도
CURSE OF CASTLE이라는 게임은 없습니다.
일본 위키피디아에 올라와 있는 엘프 사 게임 목록에도 역시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외에도 엘프 게임이 아니라는 증거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증거1. 게임 수준이 너무 떨어집니다.

CURSE OF CASTLE이 발매연도는 1991년입니다.

1991년이면 <드래곤나이트3>가 발매된 해입니다.
하지만 게임 클래스의 차이는 확연합니다.

그래픽의 퀄리티는 둘째치고 CG 분량 자체가 너무 적습니다.
제대로 된 CG는 단 네 장뿐입니다.

1989년도의 처녀작 <두근두근 셔터 찬스>부터 1991년도에 이르기까지
엘프 사는 이토록 CG 분량이 적은 게임을 만든 적이 없습니다.


증거2. 에로게가 아닙니다.

CG 네 장에서 이미 눈치챌 수 있듯이 에로적인 요소가 전혀 없습니다.
사실 한 게임을 전연령판과 성인판을 따로 발매한 예가 몇 개 있기는 합니다만
전혀 에로게가 아닌 게임을 발매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증거3. 정보가 없어도 너무 없습니다.

그 시절에는 인터넷이 없었기 때문에
PC-98 게임 중에서는, 유명한 게임이 아니라면 상당 수의 게임이
정보가 없긴 합니다.

하지만, 1991년도는 이미 엘프는 궤도에 올라 어느 정도 잘 나가고 있을 때입니다.
일본 사이트에서조차 거의 언급되지 않는 것은 이상합니다.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보면
역시 CURSE OF CASTLE은 엘프 사의 게임이 아닙니다.



게임을 시작했을 때 바로 나오는 화면입니다.
KAO라는 회사의 로고가 뜹니다.
역시, 이 게임은 엘프 사의 게임이 아닌가 봅니다.



그 다음으로 이 게임의 타이틀이 뜹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에...



익숙한 엘프 사의 로고와 함께 '제작 주식회사 엘프'라고 적혀 있습니다.
바로 이 장면이 저를 오랫동안 의문에 빠뜨린 주범입니다.


엘프 사의 게임이 아니라는 수많은 증거에도 불구하고
게임 내에 명백하게 엘프 사가 제작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인터넷에는 정보가 거의 없었습니다.
일본 사이트에서는 CURSE OF CASTLE과 엘프의 연관성을 전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서양권 PC-98 사이트에서는 이 게임이 엘프 사 게임이 맞다고 적혀 있었지만
그 사이트 역시 그 외 별다른 설명이 없어 정확도에 의문이 들었습니다.


옛날에 이 문제에 대해 조사를 거듭해도 의문은 밝혀지지 않았고
저는 두 가지 가설을 세웠습니다.


가설1. 엘프 사가 제작했고 KAO 사가 유통 혹은 퍼블리싱했다?

게임에서 나온 KAO 사 로고와 제작 엘프 사라는 장면을 보면
이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 가설에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에로게가 아닌 이유는 납득할 수 있지만 퀄리티가 너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미 유명 회사인 엘프 사는 단독으로 유통할 능력이 충분한데
KAO 사라는 듣도 보도 못한 게임 회사와 협력할 이유가 있을까요?


가설2. KAO 사는 엘프의 자회사이다?

1991년도의 게임인 <FOXY2> 리뷰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이 시기는 엘프 게임의 큰 전환점이었습니다.

200라인에서 400라인으로, PC-88 범용에서 PC-98 단독 게임으로
게임 스타일이 변화한 시기입니다.

이 변화와 더불어 엘프 사는 에로게가 아닌 일반 게임으로의 진입을 시도했고
그것을 위한 자회사를 설립했다는 가설입니다.
그리고 CURSE OF CASTLE은 실험작입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 계획은 실행되지 못했고
KAO는 그대로 묻혀버렸습니다.

엘프 게임치고는 수준이 낮은 이유도 에로게가 아닌 이유도
정보가 없는 이유도 전부 설명이 되는 가설입니다.

하지만, 이 가설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엘프 사의 진짜 자회사인 실키즈 사의 게임만 봐도
실키즈 사의 로고만 나올 뿐 '제작 주식회사 엘프' 같은 로고는 넣지 않습니다.
게다가 일본 위키피디아에는 '옐로 피그'나 '바나나 슈-슈' 같은
엘프 사의 유명하지 않은 자회사도 정확히 적혀 있습니다.
KAO 사만 빠질 이유가 없습니다.


쓸데없는 얘기가 너무 길어져 버렸습니다.
지금은 대충 정답을 알고 있습니다.
정답은 가설1입니다. 엘프 사가 제작했고 KAO 사가 유통했습니다.


제가 착각했던 부분은 KAO 사가 듣도 보도 못한 게임 회사라는 점이었습니다.



KAO 사의 홈페이지입니다.
그 정체는 화왕 주식회사라는 곳인데 무려 1887년(!), 고종 24년에 설립된 회사입니다.
일본 화장실용품, 세제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기업입니다.

일본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플로피 디스크 사업에도 손을 댄 적이 있다고 합니다.
당시 KAO는 <화왕 리얼 소프트팩>이라는
플로피 디스크 10장 정도의 소프트를 팔았습니다.

처음에는 <화왕 리얼 소프트팩>에는
체험판같은 게임들이 들어있었습니다만 점차 신작 게임이 통째로 들어가기 시작했고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엘프 사에서 제작한 CURSE OF CASTLE이었던 것입니다.



<화왕 리얼 소프트팩>에서 가장 유명한 게임은 <루트 246 살인 안내>라는 게임입니다.
당시 유명 제작사 페어리테일 사에서 만든 게임입니다.
페어리테일 사는 최근까지도 게임을 내고 있지만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 회사입니다.
하지만, 90년도 초에는 엄청난 회사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대 중엽까지는 욕을 먹으면서도 인지도가 꽤 있었는데
피아캐롯 시리즈, 캔버스 시리즈의 F&C로 알려져 있습니다.
F&C의 F가 바로 페어리테일입니다.


어쨌든 엘프 사나 페어리테일 사같은 당시 유명한 회사들이
왜 <화왕 리얼 소프트팩>에 참가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CURSE OF CASTLE은 이래저래 미스테리한 게임입니다.



게임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달의 세계에는 두 개의 왕국이 있습니다.
표면은 '화왕'이 다스리고 있고, 지하는 '아왕'이 다스리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아왕이 화왕의 보물을 훔쳐갔습니다.



보물 목록입니다.
'달의 펜던트', '비밀의 플로피 디스크', '진실의 안경', '왕녀의 구출', '달의 열쇠'입니다.

보물 하나 당 하나의 스테이지입니다.
어떤 보물을 찾을지 선택하면 되는데
무엇을 선택하든 아무 차이가 없습니다.

스토리도 똑같고 난이도도 똑같고
대사도 토시 하나 틀리지 않습니다.
다섯 스테이지를 모두 깨도 통합 엔딩조차 없습니다.

그냥 하나의 게임을 다섯 번 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화왕은 용사 비올라에게 지하로 쳐들어가서 보물을 되찾아 올 것을 명령합니다.



게임은 슬롯머신 같은 시스템입니다.
미로에는 어떤 길도 없습니다.

주인공이 시작지점에서 오른쪽으로 가려고 하면 갑자기 슬롯머신처럼
여러 가지 미로 모양이 회전합니다.
엔터키를 눌러 하나의 길을 선택합니다.



좌, 우키를 이용해 선택한 미로를 회전할 수 있습니다.



몬스터도 슬롯머신처럼 회전하여 하나의 몬스터를 고를 수 있습니다.



몬스터와 싸우기 시작하면 공격 강도가 슬롯머신처럼 나옵니다.
'痛(통)'이라는 한자가 클 수록 더 큰 대미지를 입힙니다.



이런 식으로 미로를 만들어 가다 보면 다음 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옵니다.
미로는 지하 5층까지 있습니다.



아이템도 있습니다.
'허브'는 회복 아이템입니다. 전투중에 HP가 0이 되면 자동으로 회복됩니다.
'로리에'는 계단이 어느 지점에 있는지 알려줍니다.
'바이오비즈'는 보물상자가 어느 지점에 있는지 알려줍니다.
'파이프스루'는 막힌 벽을 뚫을 수 있습니다.
'8X4'는 한동안 몬스터들과 조우하지 않습니다.


난이도는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계단을 찾았다고 아무 생각없이 내려가지만 않으면 됩니다.
한 번 내려간 계단은 다시 올라갈 수 없습니다.
그 층의 미로를 가능한한 샅샅이 수색하면서 레벨업과 무기, 방어구들을 찾으면
난이도가 엄청 쉽습니다.



최종보스 아왕입니다. 별 거 없습니다.
주인공에게 털리고 나면 용서해 달라고 사정합니다.
선택지가 나오는데 용서 안한다를 선택하면 계속 용서해달라고 사정합니다.
용서하긴 싫지만 용서 안한다를 선택할 수가 없습니다.


뭐, 게임이 내용이 없어서 이 이상 이야기할 것이 없습니다.

총평하자면, 별 거 없는 게임입니다.
지금은 물론이고, 당시로서도 경쟁력이 없는 게임이라고 생각됩니다.

플로피 디스크 한장 게임의 한계인 걸까요?
아니면 정말로 엘프의 시험작이었을까요?
어쩌면 엘프 사가 KAO사에 게임을 주기 싫었던 걸까요?
그런 생각까지 들게 만드는 게임입니다.

2016년 3월 20일 일요일

리뷰 : 샹그리라2(1993/9/30, elf)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샹그리라>의 2년만의 후속작 <샹그리라2>입니다.
전작의 스토리는 별거 없었지만 그래도 스토리가 이어집니다.



왕자 에리온이 또 붙잡힌 관계로 이세계에서 주인공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이래저래 세세한 설정을 무시하면 스토리는 이걸로 끝입니다.
여전히 빈약한 스토리입니다.



초반 우리편 3인방입니다.
왼쪽부터 닌자 유우, 검사 마리나, 전사 나나미입니다.
본래 초반 캐릭터는 비중이 크지만 
샹그리라2는 스토리가 없는 게임이다보니 비중도 없습니다.
초반 3인방은 H씬도 없습니다.



전작에서는 10개의 스테이지를 순서 없이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었지만
샹그리라2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초반에는 노란색 테두리가 있는 성 그림의 스테이지부터 선택할 수 있으며
점점 범위가 늘어납니다.



전투 화면입니다.
샹그리라2에서 주목해야할 점은 전장에 놓여있는 알입니다.
위의 화면에서는 6개가 보입니다.



유닛을 근처로 이동시켜 알을 선택하면 클론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클론 유닛으로 클론을 다시 만들어 낼 수도 있습니다.
클론은 마스터 유닛과 똑같은 능력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단, 적을 쓰러뜨려도 경험치를 얻지도 않고 레벨업을 하지도 않습니다.

더 높은 레벨의 클론을 만드는 방법은
마스터 유닛의 레벨을 높인 후 클론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 알의 특징은 몬스터 역시 클론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샹그리라2의 전투는 전장의 알을 조금이라도 빨리 선점하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맵을 클리어하면 그 성에 붙잡혀 있던 장군을 구출할 수 있습니다.
제한적이지만 맵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부대를 먼저 구출해야 합니다.

초반 3인방 외에
전차, 무투가, 매지션, 기병, 나이트, 골렘사, 사무라이,
캐터펄트, 아쳐, 이글나이트, 드래곤나이트, 페가수스나이트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엘프사의 전략SLG에 대해서 혹평을 많이 해왔습니다만
샹그리라2는 꽤 재미있습니다.



우선 HP다운 HP가 생겼습니다.
방어력 높은 유닛이 강력한 탱킹이 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엘프 사의 다른 SLG를 생각하면 결코 사소한 변화가 아닙니다.


경험치 역시 킬수가 아닙니다.
전작에서는 소형 유닛을 쓰러뜨리나 대형 유닛을 쓰러뜨리나
상승하는 경험치는 고작 1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강력한 유닛을 쓰러뜨릴 수록 더 많은 경험치를 얻습니다.

여전히 최종적인 대미지를 준 유닛만이 경험치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제가 늘 싫어했던 부분이지만,
샹그리라2에서는 이 부분을 전략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바로 클론 유닛이 있기 때문입니다.
경험치도 레벨도 오르지 않는 클론 유닛으로 적의 HP를 빼 놓은 후에
마스터 유닛으로 마무리하면 됩니다.

유닛들은 공격을 받으면 바로 반격 대미지를 줍니다.
클론 유닛이 반격 대미지를 주다가 적이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그 경험치는 버리게 되는 겁니다.
따라서, 클론은 공격력이 낮고, 탱킹을 잘하는 유닛으로 만드는 편이 좋습니다.



레벨업을 할 수록 능력치가 크게 오릅니다.
또한 유닛의 모습이 화려하게 변하여 딱 보기에도 강해보입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만렙이 고작 3이라는 것입니다.
만렙이 되고 나서도 경험치는 오르지만 레벨업도 하지 않고
능력치도 오르지 않습니다.

만렙이 너무 쉽게 됩니다.
만렙이 적을 죽여버리면 클론 유닛이 적을 죽여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경험치를 버리는 것입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스테이지를 한 번 클리어할 때마다 새로운 유닛을 얻습니다.
그 유닛에게 경험치를 몰아주면 됩니다.

하지만, 새로 추가된 유닛은 당연히 레벨이 1입니다.
레벨 3들이 싸우고 있는 전장에서 레벨 1이 끼어서 싸워야 합니다.
게다가, 경험치는 적을 쓰러뜨리지 않으면 얻을 수 없습니다.
레벨 1이 레벨 3을 제치고 마지막 피해를 입혀야 하는 것입니다.

이건 매우 쉽지 않은 일입니다.
레벨 1은 당연히 공격력이 낮아서 적을 거의 빈사상태로 만든 이후에
공격해야 경험치를 얻을 수 있습니다.
반면에, 레벨 3은 엄청나게 공격력이 높아서 
어떤 경우에는 한 번에 적을 쓰러뜨립니다.
레벨 1을 위해 빈사상태를 만들어 주려다 레벨 3이 쓰러뜨리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보시다시피, 제가 <샹그리라> 리뷰에서 제기했던 문제점 중에

1. HP가 없다.
2. 경험치가 적어 레벨이 너무 안 오르고, 레벨이 올라도 좋은 점을 모르겠다.

이 두 가지는 해결되었습니다.

하지만,

3. 유닛의 특성 및 행동이 너무 단조롭다.

는 것은 샹그리라2에서 해결되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2005년에 나온 <샹그리라 멀티팩>의 샹그리라2 리메이크에서
어느정도 해결 되었습니다.



전투를 할 때마다 스킬 및 아이템을 얻어서 각각의 유닛에 
3개 한도로 추가할 수 있습니다.
스킬 및 아이템을 추가하는 대신 그 유닛의 코스트에 변화가 생깁니다.

대부분이 패시브 스킬이라는 점은 아쉽습니다만 그래도 흥미로운 시스템입니다.
유닛의 특성을 플레이어 스스로가 만들 수 있습니다.
장점을 극대화할 수도 있고 단점을 보완할 수도 있습니다.



최종 전투입니다. 적의 보스 마두가 직접 나옵니다.
마두는 공중 유닛을 전혀 공격할 수 없습니다.
공중 유닛을 저격할 수 있는 주변의 적 유닛을 모두 제거한 후
공중 유닛으로 마두를 포위 섬멸하면 됩니다.

마지막 전투에는 알도 없기 때문에 클론도 만들 수 없습니다.
난이도는 꽤 어렵습니다.



먼 곳을 쳐다보는 전형적인 이 시기 엘프식 엔딩입니다.



X68000 한정으로 팬디스크 샹그리라2 스페셜도 존재했습니다.



스페셜 맵으로 11판을 더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전투 외에도 이것 저것 컨텐츠는 많은데
제 생각에는 재미도 없고 별 쓸모없는 것만 많아 보입니다.


총평하자면, 샹그리라2는 재미있는 전략SLG입니다.
전략 SLG 시스템에 한해서는, 명작인 <드래곤나이트4>보다도 낫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전작 <샹그리라>처럼 스토리가 없는 것이 아쉽습니다.
시간때우기 용으로 플레이할 가치는 있지만, 그 이상은 아닙니다.
20년 넘게 지난 지금은 시간때우기 용 게임이 넘쳐나기 때문에
경쟁력은 없다고 생각됩니다.

2016년 3월 13일 일요일

리뷰 : 샹그리라(1991/8/28, elf)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샹그리라>는 전략 SLG 게임입니다.
엘프 사의 다른 전략 SLG 게임인 <FOXY2> 발매 이후
4개월만에 나온 게임이죠.

그래서 그런지, <FOXY2>와 전투 시스템이 비슷합니다.
<FOXY2>는 탱크, 비행기 등의 유닛을 조종하는 SF물이고
샹그리라는 전사, 기사, 마법사 등의 유닛을 조종하는 판타지물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스토리는 엘프 사의 게임 중 가장 빈약합니다.



주인공 이름은 토오루입니다.
애인 나츠미와 산책 중입니다.



귀여운 고양이가 나타납니다.
고양이는 어떤 저택으로 들어갑니다.
나츠미는 고양이를 따라갑니다.
주인공은 나츠미를 따라갑니다.



나츠미는 없고 웬 할아버지가 있습니다. 이름은 페르마타입니다.
주인공에게 '어딜 함부로 들어오느냐!!'하고 호통치더니
갑자기 '사실 내가 불렀다.'라고 말을 바꿉니다.
치매끼가 있는 할아버지인 것 같습니다.



노인은 다른 차원에서 온 마법사입니다.
다른 차원에서는 한창 전쟁 중입니다.

마도사 마두에 의해 10 명의 장군들과 왕자 에리온의 영혼이 주인공의 차원으로
날아오게 되었습니다.

페르마타는 10 명의 장군들의 영혼을 담을 육체를 만들었지만
왕자 에리온의 영혼은 주인공에게 씌이게 되었습니다.

주인공은 10 명의 장군들을 자신의 차원으로 되돌려 보내기 위한
전쟁을 하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스토리는 이게 끝입니다. 프롤로그가 아닙니다.
10 명의 장군들을 모두 자신의 차원으로 돌려 보내면
나츠미가 갑자기 나타나서 '고양이 찾았다' 하고 게임이 끝납니다.
마지막에 악의 원흉을 쓰러뜨린다는 결말도 없고
페르마타가 고맙다고 인사하는 장면도 없습니다.

중간중간에도 H씬 이외에는 아무 이야기도 없습니다.
<두근두근 셔터챤스>나 <RUN RUN 광주곡>처럼
다소 의도적으로 스토리를 포기한 게임입니다.



10 개의 문이 보입니다.
방 하나당 한 명의 여성 장군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그래픽은 시대를 고려하면 상당한 수준입니다.
엘프 사는 <FOXY2> 이후로 해상도 400라인 시대에 들어섰습니다.
그러나, 이전의 <FOXY2>나 <ELLE>은 400라인을 전부 활용하지 않았습니다.
화면 자체는 640×400의 해상도였지만
CG가 화면을 꽉 채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샹그리라는 화면을 꽉 채우고도 남는 그래픽입니다.
CG의 크기는 640×800으로 스크롤을 이용해야 전부 볼 수 있습니다.
그 CG가 10 명의 캐릭터에게 4~6장 씩 있습니다.
스토리를 포기한 대신 그래픽에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습니다.


어쨌든, 10 명의 장군을 원래의 차원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10개의 스테이지를 클리어해야 합니다.



10명의 장군들은 각자 특성있는 부대를 지휘하고 있습니다.
왼쪽 위부터, 검사, 창, 전사, 대포, 닌자, 마법사, 궁수, 화룡, 독수리, 기마대입니다.

그리고 위의 10인은 아직 원래의 차원으로 돌아가지 못했을 때의 표정이고,
아래 10인은 원래의 차원으로 돌려보내면 변하는 표정입니다.

전쟁에 억지로 끌려나간 표정으로 믿음직스럽지 못하던 캐릭터들이
듬직하게 변하게 됩니다.



문을 선택하면 전장으로 향하는 펜던트를 사용할 것인지 물어봅니다.



펜던트를 사용하면 그 스테이지를 정찰할 수 있습니다.
지형과 적부대의 구성을 본 후, 전쟁 시작 여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정찰만 하고 취소한 후, 다른 맵으로 가는 것도 가능합니다.



전쟁을 시작하면 유닛들을 선택하여 배치할 수 있습니다.
통솔력이 코스트의 개념입니다.
초반에는 통솔력이 낮기 때문에 신중하게 유닛을 선택해야 합니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그 방의 캐릭터는 본래의 차원으로 돌아가
각성을 하게 됩니다.
능력치가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편성 한계치도 6명에서 9명으로 늘어납니다.



그리고 이후의 전쟁 수행 자체는 <FOXY2>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샹그리라를 <FOXY2>의 재탕으로 볼 수 없는 이유는 
맵 선택, 각성, 편성 등의 시스템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편성 부분을 설명하기 좋은 맵입니다.
대포대는 이동력이 떨어지고, 대포대 답지 않게 근접공격유닛입니다만
높은 공격력과 높은 방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의 맵은 아군과 적군이 다리 외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싸우고 있습니다.
저 다리에 일당백인 대포대를 세워두면 전쟁을 쉽게 이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안 됩니다.  아군 성에서 저 다리로 진입하려면
여울 혹은 나무를 통과해야 하는데, 대포대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시작시 대포대 한 대를 다리 근처에 배치해 둘 수 있지만
이동이 제한되기 때문에 퇴각 및 회복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이 맵에서 대포대는 쓰레기입니다.

그렇다면 이동이 자유로운 공중 유닛은 어떨까요?
공중 유닛은 지상 유닛과 달리 자유자재로 강을 건널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지상유닛에게 공격을 받지 않고 
일방적으로 공격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안됩니다. 적 부대에는 궁수대가 세 명이나 있기 때문입니다.
궁수대는 공중유닛만을 공격할 수 있지만 
사정거리가 길고 공격력이 만만치 않아 공중 유닛이 순식간에 전멸당합니다.
역으로 공중유닛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적의 궁수대 셋은 무용지물이 되어 버리는 겁니다.

이렇게 맵의 지형과 적의 특성에 따라
전략적인 편성을 할 수 있습니다.
<FOXY2>가 이미 주어진 부대를 운용할 수 밖에 없었던 것에 반해
샹그리라는 편성을 통해 새로운 느낌을 줍니다.


다만, 이와 별개로 단점 역시 많이 보입니다.

첫째로, 불만스러운 점은 낮은 고정 HP입니다.
샹그리라의 유닛에는 HP라는 것이 없고 부대원 수가 있습니다.
어떤 유닛이든지 부대원 수는 8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HP가 8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매우 방어력이 높은 유닛이 매우 공격력이 낮은 유닛의 공격을 받더라도
최소 1의 타격을 입게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아무리 방어력이 높은 유닛이라도 탱킹이 불가능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적에게 둘러싸이면 무조건 2턴정도에 죽고,
1대1 싸움이라도 1턴 싸우면 바로 도망쳐야 합니다.

이 부분은 다양한 전략으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점이지만 그래도 아쉽습니다.


두번째 불만은, 경험치와 레벨입니다.
샹그리라에는 유닛 레벨이 없습니다.
경험치를 많이 모으면 능력치가 올라가는 시스템입니다.

하지만 경험치는 킬 수입니다.
적의 유닛이 소멸될 때, 마지막 대미지만을 입힌 유닛만이
경험치가 고작 1 올라갑니다.
경험치를 많이 모으기도 힘들고, 경험치를 모아도 능력치의 상승은 적으며,
능력치가 올라도 전쟁에서 체감이 안됩니다.


세번째 불만은, 고정되어 있는 행동입니다.
개인적으로 도스 시절 최고의 SRPG로 꼽는 <삼국지 영걸전>을 예로 들어봅시다.
보병대라도 근접공격 뿐만 아니라 스킬을 통해, 
원거리 공격도 할 수 있으며, 적을 혼란시킬 수도 있고,
회복을 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아이템을 사용해서 회복도 가능하고, 
무기를 소지하여 공격력을 높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샹그리라는 오로지 하나의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마법사는 다양한 마법이 있는 것이 아니고 마법공격 하나 뿐입니다.
궁수대 같은 경우는 공중 유닛을 공격할 수 밖에 없으며,
공중유닛을 전멸시켰다면 손가락 빨고 놀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특성이 게임을 너무 단순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위의 세 가지 단점은 시대를 고려하면 이해해 줄 수 있는 부분입니다.
예로 든 <삼국지 영걸전>같은 경우는 샹그리라보다 4년 후에 발매된 게임입니다.
전략 SLG에 대한 노하우가 그다지 없던 상황에서 만든 샹그리라를
지금의 관점으로 비판할 수는 없죠.

실제로 저 세 가지 문제점은 <FOXY2>에도 있지만
<FOXY2>를 리뷰할 때는 가볍게 얘기하고 넘어가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굳이 저 문제점 얘기를 꺼낸 이유는
샹그리라가 리메이크 되었기 때문입니다.


샹그리라는 <샹그리라 멀티팩>으로 <샹그리라2>와 함께
2005년에 리메이크 되었습니다.


<PC-98 버전과 리메이크 버전>

그래픽은 많이 발전한 편입니다.
하지만, 구 버전이 시대를 고려할 때 훌륭한 그래픽인 반면에,
리메이크 버전은 시대를 고려할 때 평범한 정도입니다.

H씬은 보이스가 추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떨어지는 편인데
PC-98 버전의 짧은 텍스트를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빈약한 스토리 역시, 전혀 추가되지 않아
그대로 빈약합니다.

따라서, 샹그리라 리메이크는 그래픽, 스토리, H씬 모든 면에서 경쟁력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전투 시스템은 어떨까요?

일단, 처음 시작할 때 전투의 난이도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이지, 노말, 하드, 베리하드가 있습니다.



이지와 노말, 베리하드의 전쟁 화면입니다.
유닛 수는 그다지 차이가 없습니다.
코스트인 초기 통솔력 역시 이지가 70, 노말부터는 50으로
이지 외에는 그다지 차이가 없습니다.

그보다는 턴 제한이 압박입니다.
이지는 99, 노말은 25, 베리하드는 고작 10의 턴제한이 있습니다.
저 많은 적을 10턴 안에 끝내는 것은 확실히 힘든 일입니다.


또 다른 차이점으로는, 전장의 높낮이가 생겼습니다.
유닛에게는 점프라는 능력치가 있으며
그 능력치로 전장의 높낮이를 이동할 수 있습니다.
닌자같은 경우는 점프 능력치가 높기 때문에
길을 막고 있는 아군 유닛을 넘어 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점은, 위에서 제가 말한 세가지 단점이 전혀 수정되지 않은 것입니다.



여전히 HP는 8로 고정되어 있고
경험치는 거의 쓸모 없으며
전투 역시 매우 단조롭습니다.

거듭 말하지만, 샹그리라는 스토리가 없는 게임입니다.
리메이크를 하려면 전투 시스템에 더더욱 공을 들였어야 합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변한 게 없습니다.

샹그리라는 <삼국지 영걸전>보다도 4년 전에 나온 게임입니다.
그래서, 그 전투 시스템을 이해할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샹그리라 리메이크는 <삼국지 조조전>보다도 7년 후에 나온 게임입니다.

2005년은 유명 SRPG 계열 게임이 많이 나와 있던 시기입니다.
에로게에서도 ALICESOFT의 <마마뇨뇨>나 
에우슈리의 <환린의 희장군2>가 2003년도에 이미 나왔습니다.

샹그리라 리메이크는 대체재들이 많은 상황에서
이렇다 할 경쟁력이 없이 2005년에 출시된 것입니다.
차라리 <샹그리라 멀티팩>이 아니라
<샹그리라2>를 좀 더 발전시켜서 단독으로 리메이크했다면 좋았을 것입니다.
이도 저도 아닌 리메이크가 되어 버렸습니다.


총평하자면, 샹그리라는 제가 싫어하는 고전 게임의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게임입니다.
빈약한 스토리, 단발적인 캐릭터, 여운없는 마무리.

훌륭한 그래픽이 있기 때문에
발매 당시에 나쁜 게임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과 함께 잊혀질 수 밖에 없는 게임입니다.

2016년 3월 6일 일요일

리뷰 : 워즈 워스(2)(1993/7/22, elf)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게임의 리뷰는 둘로 나뉘어져 있으며 두 번째 편입니다.


워즈 워스의 세계는 지상에 사는 빛의 일족과
지하에 사는 그림자 일족의 세계입니다.

본래 두 종족은 그다지 충돌이 없었고 
경계에는 '워즈 워스의 석판'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워즈 워스의 석판이 파괴되었고
두 종족은 파괴범으로 상대방을 지목하며 오랜 전쟁을 벌이게 된다는 스토리입니다.


주인공은 그림자 일족의 왕자, 아스트랄입니다.
이 시기 엘프사의 게임 주인공으로서는 정말 특이하게도
능력없는 금수저입니다.

너무 약해서 빛의 일족과 그림자 일족의 싸움에 끼지도 못하고
동료들에게 무시당하기 일쑤입니다.

그림자 일족 지도자의 후계자인데도 불구하고
자신을 무시하는 의견을 다 아무렇지 않게 받아주는 걸로 볼 때,
인격은 훌륭합니다.
다만, 전쟁을 거듭하면서 주인공은 강해지고
인격도 점차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주인공의 아버지인 그림자 일족의 왕, 워트시카입니다.
카리스마 넘치는 외관이지만 전혀 활약이 없으며(애니판에서는 활약을 조금 한다고 합니다.),
목적을 위해서는 자식도 도구로 알 것 같은 비정한 아버지처럼 보이지만 아들바보입니다.
주인공을 전쟁에 나가지도 못하게 하고, 용돈도 잘 줍니다.



주인공의 약혼녀인 샤론입니다.
설정상 진 히로인 포지션이지만 이래저래 미묘합니다.

샤론은 자신도 강한 전사이지만 이상형도 강한 남자입니다.
약한 주인공에게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별 마음없어 보입니다.
대신 그림자 일족 최고의 전사 카이저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말할 때마다 '카이저, 카이저' 입에 달고 삽니다.



나중에 나오는 사실이지만 실제로 연인 관계입니다.
정말 NTR에 관대했던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요즘 같으면 아무리 강한 남자를 좋아한다고 해도
마음속으로는 주인공을 좋아하고 강해지길 바라며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줄 것입니다. 

주인공에게 관심이 없는 태도가 너무하다고 생각했는지,
리메이크 판에서는 그래도 주인공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복선이
어느 정도 추가됩니다.

아무튼, 주인공은 샤론에게 관심을 받기 위하여,
강해지기 위해 전쟁에 참여합니다.



그림자 일족의 니나입니다.
구작의 니나는 <란마>, <이누야샤> 작가의 만화인 <우루세이 야츠라>의 패러디입니다.
빛의 일족에게 습격당하는 것을 주인공이 구해준 이후,
주인공에게 열렬히 구애하는 캐릭터입니다.
첫 느낌은 서브 히로인 정도지만 게임이 진행될수록 이 캐릭터의 진가가 나타납니다.



주인공의 친구, 하이드입니다.
설정상 잉여, 실제로도 잉여입니다.
겁도 많고 자신의 약함을 잘 알고 있지만 어떻게든 싸워 보려고 합니다. 



주인공의 친구, 스타리온입니다.
주인공을 능가하는 변태입니다.



주인공의 친구, 카토라입니다.
나중에 전쟁을 거듭하며 변한 주인공을 보고 
'나는 예전의 도련님이 좋았습니다.'라는 말을 합니다.

대체 주인공이 약하다고 무시당할 때는 뭐하고 있다가 
강해지고 나니까 딴 소리를 하는 걸까요?
강해지려고 한 이유는 샤론때문이지 이런 해골때문이 아니기 때문에
딱히 신경쓸 필요는 없습니다.



그림자 일족 최강의 검사, 카이저입니다.
쿨해 보이는 외관과 달리, 금수저이자 샤론의 약혼자인 주인공을 질투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줍니다.
빛의 일족에까지 명성이 널리 알려져 있을 정도의 실력자임에는 틀림없지만
직접적인 활약은 별로 없습니다.



워트시카 왕의 가신, 텟시오입니다.
노련한 명장의 이미지였는데
리메이크 판에서는 무능한 귀족 간신배 이미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리메이크 판의 피해자이지만 누가 이런 캐릭터를 신경이나 쓰겠습니까?



그림자 일족의 와이스 노인입니다.
리메이크판에서 할아범이 할멈이 되고 말았습니다.
역시 별 신경쓸 필요없는 캐릭터입니다.


주인공은 그림자 일족과 함께, 지하 최하층에 살고 있습니다.
한 층만 위로 올라가도 치열한 전투가 시작됩니다.

처음에 주인공은 최하층에서 거미나 두더지나 잡으며 살고 있습니다.
최하층에는 감옥이 있는데 빛의 일족 포로들이 많이 있습니다.



빛의 일족의 여마법사, 마리아입니다.
1부에서는 이름은 나오지 않고 여마법사라고만 나옵니다.


 

위에서부터 다르크, 실바나, 사브리나입니다.


 

빛의 일족의 클러브입니다.
리메이크판에서 확 늙어버렸습니다.
마찬가지로 누가 이런 캐릭터를 신경이나 쓰겠습니까? 



빛의 일족 최강의 전사, 파브리스입니다.
최강의 전사가 포로나 되어 있기 때문에 만만하게 보이지만
실제로 엄청난 실력자입니다.


어쨌든 주인공은 강해지기 위한 싸움을 하기 위해 위층으로 올라갑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빛의 일족 포로 전원이 탈출하는 걸 목격합니다.
경비원들은 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요?
아직 약골인 주인공은 6명이나 되는 빛의 일족을 상대할 수 없기 때문에
그냥 지켜보기만 합니다.

이 탈출한 6명은 주요한 적 포지션 캐릭터가 됩니다.


이외에도 주인공의 적 캐릭터로 베루베루와 에포가 있습니다.
구작의 에포는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패러디라고 합니다.
사실 좀 더 있기는 하지만,
남은 캐릭터들은 남자에, 별 신경 안 써도 되는 캐릭터들입니다.


아무튼 주인공은 이들을 격파해 나가면서 점점 위층으로 올라갑니다.
여성 캐릭터들에게 승리하면 서비스 씬도 있습니다.

주인공은 빛의 일족이 당황할 정도로 강해지며, 
약한 주인공에 실망했던 샤론도 점점 주인공에게 마음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미 말했다시피 물렁물렁하던 주인공이
점점 과격해지는 모습도 나옵니다.
후반부에 다다랐을 때는 주인공의 친구인 하이드가 
빛의 일족 클러브에게 살해당하고 맙니다.
하이드의 최후를 목격한 주인공은 복수심에 눈이 뒤집혀서
클러브를 가차없이 살해해 버립니다.



최상층에 가보면 카이저와 샤론이 파브리스에게 당하고 있습니다.
그 잘난 척을 하더니만 이게 무슨 꼴입니까?

주인공은 파브리스와 싸워 그의 팔을 자르고 쓰러뜨리는 데 성공합니다.
주인공이 카이저를 제치고 그림자 일족 최강의 전사가 되는 순간이며,
샤론 코앞에서 주인공의 강함을 인증하는 순간입니다.
이제 샤론은 카이저에게 실망하고 주인공에게 돌아올 것입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그동안 싸움을 좋아하지 않아 참가하지 않았던 여마법사가 
더는 지켜보고만 있지 못하고 궁극의 마법을 사용해 버립니다.


이렇게 2부가 시작됩니다.

지하 미궁은 온데간데 없고
푸른 하늘이 훤히 보이는 숲 속에서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이 주인공이 됩니다.

숲속을 헤메던 주인공은 어느 마을에 다다르게 됩니다.



국왕 파브리스입니다.
방금 전에 비해 많이 늙었습니다.
그림자 일족의 최강의 검사, 아스트랄이 맹활약을 벌이다 궁극의 마법을 맞고
행방불명된 지 벌써 20년이 흐른 것입니다.

궁극의 마법으로 인해 지형이 바뀌어
빛의 일족과 그림자 일족의 접점이 사라지고 휴전 상태가 되었습니다.
빛의 일족은 그림자 일족을 쓰러뜨리기 위해 꾸준히 지하미궁으로 가는 길을 찾고 있으며
기억상실증에 걸린 주인공을 영입합니다.

파브리스에 의해
주인공은 빛의 일족의 전설의 검사, 포룩스의 이름을 하사받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2부의 주인공인 포룩스는 1부의 주인공인 아스트랄입니다.
궁극의 마법으로 인해 기억상실증에 걸렸으며
수염을 덥수룩하게 길러 파브리스를 비롯한 과거 만났던 사람들이
그를 알아보지 못합니다.

저는 여기서 혹시 서술 트릭이 쓰여지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을 했습니다.
다시 말해, 2부의 주인공 포룩스는 아스트랄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1부 후반부에 죽었던 하이드였던 반전인 것입니다.

플레이를 계속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의심은 풀렸습니다.
전혀 그런 복선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만일 스토리가 제 예상대로였다면 반전은 충격적이었겠지만
후반의 스토리가 완전히 꼬여버렸을 것입니다.


 
 

전쟁터에서 은퇴한 다르크, 실바나, 사루비나입니다.
세월이 지나서 성숙한 유부녀가 되었는데 
개인적으로 이런 세월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전개를 상당히 좋아합니다.


 
 

각자의 딸인 베가, 에오리아, 리타입니다.
은퇴한 어머니들을 대신해 주인공과 함께 그림자의 일족과 싸워 나갑니다.



주인공에게 궁극의 마법을 사용한 여마법사 마리아와 그의 딸인 뮤입니다.
마을로 들어가기 전 주인공은 뮤를 곰에게서 구해줍니다.
뮤는 그런 주인공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뮤에게는 이미 약혼자가 있다는 것입니다.
파브리스 국왕의 아들인 윌리엄입니다.
과거의 주인공처럼 능력없는 금수저입니다.
그러면서도 주인공의 공을 함부로 가로채는 인격도 형편없는 남자입니다.



참으로 운명의 장난이 아닐 수 없습니다.
포룩스 - 뮤 - 윌리엄의 관계는
과거 아스트랄 - 샤론 - 카이저의 관계와 흡사합니다.
(차이점은 과거 아스트랄은 네토라레였지만
지금의 포룩스는 네토리입니다.)


주인공의 활약에 의해 빛의 일족은 지하 미궁의 통로를 찾아내고
다시 그림자의 일족과 전쟁을 벌이게 됩니다.

1부와는 반대로
이번엔 그림자 일족과 싸우며 점점 지하로 내려가는 것입니다.
그림자 일족은 수명이 길기 때문에
20년이 지나서도 외관에 큰 변화가 없습니다.



2부에서 더 빛이 나는 니나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염 때문에 주인공의 정체를 눈치채지 못하고
수염을 깎고 나서도 그 정체를 계속 의심하고 있을 때,
니나는 거의 초반부부터 포룩스가 아스트랄임을 확신합니다.

니나의 보고에 의해 그림자 일족은 주인공의 정체를 의심하게 됩니다.
주인공이 그림자 일족에게 자기는 사실 기억상실증이라고 말했으면
문제가 빨리 해결됐을 텐데,
계속 너희들따윈 모른다는 태도를 취하고 공격합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니나는 주인공에게 자신을 기억해달라고 부탁합니다.



니나는 아스트랄과의 관계로 아리아드네라는 딸까지 낳아 소중히 키우고 있습니다.



니나가 이렇게 점수를 따고 있는 동안,
샤론은 여전히 정신 못차리고 있습니다.

샤론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아스트랄을 마음에 두고 있지만,
포룩스가 아스트랄이 맞는가에 대해 계속 의문을 품고 있습니다.
게다가 세월에 지쳐 카이저와의 관계를 마지못해 회복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입니다.



2부에서 새로 나온 델타입니다.
구작의 델타는 <타임보칸> 시리즈의 <얏타만> 패러디입니다.
리메이크 판에서는 은근슬쩍 히로인 라인에 끼어 듭니다.


주인공의 활약에 의해 빛의 일족은 그림자의 일족 최하층까지 밀고 들어갑니다.
최하층에는 또다시 아래층으로 향하는 비밀통로가 있습니다.
워즈 워스의 석판을 하나를 제외하고 모두 모은 후 비밀 통로로 들어가면
주인공의 아버지인 워트시카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워트시카를 죽인 범인은, 그리고 이 모든 전쟁의 배후는 누구일까요.
범인을 지목하는 선택지가 뜹니다. 꼭 한 번에 맞춰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맞출 수 있을 때까지 기회가 주어지며,
계속 틀리다 보면 저절로 정답을 말해줍니다.



범인인 최종 보스까지 쓰러뜨린 후,
엔딩의 선택지가 뜹니다.

과거의 약혼자인 샤론, 
일편단심의 니나,
기억상실에 걸린 주인공을 많이 도와준 뮤.

니나는 계속 주인공만을 바라본 히로인이며
주인공의 딸까지 키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샤론에게는 카이저가, 뮤에게는 윌리엄이 있지만
니나는 주인공에게 버림받으면 갈 곳이 없는 미혼모입니다.
이런 니나를 인간으로서 어떻게 버릴 수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하렘 엔딩을 선택했습니다.
모두가 행복한 게 제일입니다.


인기 게임답게 워즈 워스에는 두 개의 팬디스크가 있습니다.

PC-98용 스페셜디스크에는 본편의 공략 힌트나 사용하지 못한 CG 등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미니 게임도 있습니다. '나쁜 녀석의 워즈 워스'라는 게임입니다.

왕자 신분이지만 나름 인격자였던 원작의 주인공과 달리
이 주인공은 막나가는 양아치입니다.

아버지에게 주먹을 함부로 휘두르고
지하의 주민들을 희롱하고 다닙니다.

이런 주인공의 깽판을 누구도 말릴 수 없습니다.
레벨이 낮은 데도 불구하고 주인공의 공격치는 2000, 방어치는 3000이나 됩니다.
레벨이 높아질 수록 몇 천 씩 수치가 올라갑니다.

몬스터들은 <동급생>의 캐릭터입니다.
공격치가 엄청 높음에도 불구하고 대미지는 한 자릿 수 밖에 안 들어갑니다.
대미지를 일정 수준으로 입히면 몬스터들은 도망갑니다.


주인공은 아버지에게 계속 폭력을 휘두르다가 아버지를 쓰러뜨리고 맙니다.
그리고 계속 깽판을 치다가 막다른 골목에 갑니다.

그리고 갑자기 주인공에게 당하기만 하던 캐릭터들이 공격해 옵니다.
이 시점에 주인공의 공격, 방어 수치는 10000을 넘어갑니다.
지하 주민들 정도야 가볍게 퇴치... 하지 못하고 역으로 혼쭐이 납니다.


사실, 주인공은 엄청 약했던 것입니다.
공격 수치가 수 천임에도 불구하고 들어가는 대미지는 형편없고,
계속 공격을 해도 몬스터가 쓰러지지 않고 그냥 도망갑니다.
이 모든 것은 복선이었던 것입니다.
왕의 아들이기 때문에 주민들이 맞서 싸우지 못한 것 뿐입니다.

주민들이 '니가 진짜로 강한 줄 알았냐'면서 주인공을 집단 린치하는 엔딩입니다.

짧은 스토리이긴 한데 괜찮은 내용입니다.
반전이 훌륭하기 때문에 스토리만 좀 다듬어서
제대로 게임을 만들어 볼 법도 한 내용입니다.


리메이크 판에는 <워즈 워스의 사람들>이라는 팬디스크가 있습니다.
워즈 워스와 <노노무라병원 사람들>의 콜라보레이션이기는 한데
사실 <노노무라병원 사람들>의 내용은 거의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내용의 중심은 샤론으로 모든 캐릭터 중에 샤론만이 보이스가 들어가 있습니다.


전편은 <노노무라병원 사람들>의 주인공 탐정 타쿠마로가 워즈 워스의 세계로 소환되어
도둑맞은 석판을 찾는 스토리입니다.
당시 그림자 일족은 아스트랄이 궁극의 마법을 맞고 행방불명되었고
빛의 일족과의 접촉이 차단된 상황입니다.
주요 인물들은 그래도 빛의 일족을 범인으로 의심하고 있지만
타쿠마로는 신경쓰지 않고 여러 캐릭터들을 취조하며 범인을 찾는 내용입니다.
샤론은 타쿠마로의 비서가 되어 츤데레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타쿠마로는 사건을 해결한 후 다시 본래의 세상으로 귀환합니다.


후편은 샤론이 역으로 <노노무라병원 사람들>의 세계로 소환됩니다.
타쿠마로는 워즈 워스 세계에서 귀환하면서 기념으로 비승석을 받았는데
이 때문에 우연히 샤론이 소환된 것입니다.



전편에서는 새로운 CG가 그다지 많지 않았지만
후편에서는 샤론의 새로운 CG가 꽤 많이 나옵니다.

샤론을 본래의 세상으로 돌려 보내기 위해서 노력하는 내용입니다.
스토리에 특이한 점은 많지 않지만
샤론을 좋아한다면 해볼만한 팬디스크입니다.


총평하자면, 
PC-98 판은 극악의 게임성이 발목을 잡기는 하지만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일품인 게임입니다.

게임성만 훌륭했다면
굳이 에로게가 아니더라도 고전 명작 RPG 반열에 들 수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

리메이크 판은 모든 문제를 해결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다양한 부분에서 상당히 발전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엘프 사의 수많은 리메이크 중에서 단연 최고의 리메이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전 RPG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그리고 노가다할 준비가 되어 있으신 분이라면
플레이할만한 가치가 충분한 게임이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