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비 욘드 ~흑대장이 보고있다~>는 PC-98로 나온 마지막 실키즈 작품입니다.
이 게임 이후 실키즈의 이름을 내걸고 발매되는 게임은 5년 후에나 등장합니다.
실키즈의 짧은 전성기였던
<하원기가 일족>, <노노무라병원사람들>, <애자매> 이후에도
실키즈는 계속 어드벤처 게임을 내 왔지만,
언제나 예전의 명성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비 욘드 역시 인지도나 평가면에서 전성기의 게임만큼의 평가를 받고 있지는 못하지만,
나름 유종의 미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 게임입니다.
명령 선택식 어드벤처이며, 멀티 엔딩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다른 실키즈의 어드벤처와 비교할 때, 딱히 특이한 점이 있지는 않습니다.
그래픽은 훌륭한 편이기는 하지만,
다른 실키즈 게임들도 훌륭한 그래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별로 특이한 점은 아닙니다.
이 게임에서 돋보이는 점은 '개그'입니다.
PC-98 시절의 게임 전체에서도 이만한 개그물을 찾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비 욘드가 다른 실패한 실키즈 사 어드벤처 게임에 비해 훌륭한 평가를 받는 이유가,
바로 이 개그 때문입니다.
좀 더 있어 보이게 설명하자면, 비 욘드의 강점은 명확한 방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실키즈 사의 어드벤처 게임인
<뫼비우스로이드>나 <JACK ~배덕의 여신~> 등도
설정은 좋았습니다.
다만, 막상 스토리가 전개되면,
수사도 해야 되고, 연애도 해야 되고, H씬도 보여줘야 되고,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하다보니
진행이 매끄럽지가 않았습니다.
반면에 비 욘드의 경우는, '그냥 무조건 웃기겠다'는 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스토리가 어수선한 느낌은 있었지만, 그조차도 개그로 승화시켰습니다.
심지어 전혀 세계관이 비슷하지도 않은 <코이히메>의 세계로 가는 뜬금없는 장면도 있지만,
이조차도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스토리가 막 나갑니다.
개인적으로는, 생고생하는 에바를 키보드나 마우스를 연타해서 응원한다든가
개나 코끼리가 쫓아오는 장면을 텍스트로 만든 개그가 기억에 남습니다.
자세히 따져보면 문제가 없진 않지만, 그런 문제점을 비판할 생각이 안 들 정도로
유쾌하게 웃으면서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캐릭터들도 상당히 개성적이고 매력적입니다.
주인공의 이름은 미야모토 코쥬로입니다.
어둠 속에서 잠을 깨보니 자신의 모습이 흉악하게 변해져 있으며,
우주 한복판에 놓여져 있으며,
'칠흑의 마왕'이라는 존재로 불리게 됩니다.
대체 왜 그런 모습이 되었는지, 과거의 자신은 어땠는지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합니다.
주인공을 '마스터'라고 부르는 렌입니다.
주인공에 대한 충성과 애정을 보여주지만,
상식이 어긋나 있는 천연계 캐릭터라서 주인공을 자주 당황시키는 캐릭터입니다.
첫 등장에서 꽤 카리스마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에바입니다.
우주 함선의 대부대를 이끌고 있는 군인이었으나,
압도적인 힘을 가진 마왕인 주인공과 잘못 엮이는 바람에 부대가 전멸합니다.
14계급이나 강등당해, 파출소 순경같은 처지가 되고,
월급도 없어서 꽃꽃이같은 부업을 하며 푼돈을 벌게 됩니다.
그래도, 이 게임에서 얼마없는 정상적인 사고 방식을 갖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아둥바둥하지만,
끊임없이 불행해지며 재미를 주는 캐릭터입니다.
주인공을 스승으로 따르는 페이입니다.
본래는 실력없는 현상금 사냥꾼이었지만,
주인공에게 수행과 개조를 받으며,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추게 됩니다.
덜렁대고 바보 같은 성격이라, 주인공을 골치 아프게 하는 캐릭터입니다.
공주인 아메지스트입니다.
정략 결혼을 거부하고, 주인공을 따라 나섭니다.
장난기가 많고 영악한 성격이며, 주인공에게 적극적입니다.
아메지스트와는 다른 별의 공주인 차임입니다.
주인공이 어떤 사고에 휘말려, 다른 시공으로 날아갔을 때 만난 여성입니다.
제대로 된 시공으로 돌아왔을 때,
주인공은 차임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쉽게 찾지 못합니다.
사실은, 주인공의 시점에서 20년 전의 여성입니다.
다시 만났을 때는, 성숙한 모습의 여성이 되어 있습니다.
주인공과 차임의 딸인 벨입니다.
주인공과 처음 만났을 때는 늠름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주인공이 아버지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부터는
부끄러워서 주인공에게 말도 제대로 못 붙이는 캐릭터입니다.
꽤 귀여운 캐릭터이지만, 비중이 작아서 안타깝습니다.
스토리는 후반으로 가면, 다소 시리어스해 집니다.
미니 게임도 있긴 한데, 딱히 필요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비 욘드는 또한 <코이히메>처럼 엘프에서 윈도우즈 판을 발매한 게임입니다.
PC-98판의 연출도 나쁘지 않았지만
윈도우즈판에서는 좀 더 훌륭한 영상을 보여줍니다.
다만, 역시나 딱히 추가된 CG나 이벤트가 보이지 않아서 아쉽습니다.
특이한 점은 '비상 버튼'이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한창 에로게를 하는 도중에 누군가가 나타나면 비상버튼으로 숨기라는 뜻 같습니다.
랜덤으로 19금이 아닌 멀쩡한 게임이나 문서편집을 하는 장면으로
게임 화면이 바뀝니다.
디스크 조각모음같은 건 윈도우95 쓸 때는 가끔 했었는데,
요즘도 하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비상 버튼'에 꽝이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꽝은 <애자매>의 야한 CG입니다.
에로게하는 걸 들키지 않으려다, 더 큰 봉변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비상 버튼'을 실제로 쓰는 사람은 없고
그냥 재미로 달아놓은 것 같습니다.
총평하자면,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개그물입니다.
하지만, 어쨌든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개그가 요즘 세대에는 잘 안 맞을 수도 있습니다.
20년동안 이보다 더 재미있는 개그물도 많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많이 웃은 게임입니다.
실키즈 사에서 <하원기가 일족>, <노노무라병원사람들> 다음으로
높은 점수를 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