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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28일 일요일

리뷰 : WONPARA 워즈(1993/3/31, 밍크)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밍크는 93년도에 엘프에서 독립한 회사입니다.
2018년도에 마지막 작품 발매 및 폐업 선언을 한 회사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추억팔이로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는 중인데,
25년을 버틴 회사가 이렇게 또 사라집니다.

밍크는 오랜 역사에 걸맞지 않게, 전성기가 길지 않았던 회사라고 생각됩니다.
최근 몇 년간, 저는 관심도 주지 않은 회사였죠.
하지만, 회사 역사 항목에  '<야근병동> 발매', 딱 한 줄만 적혀져 있더라도
무시할 수없는 족적을 남긴 회사로 기억될 것입니다.

어쨌든 <야근병동>은 윈도우 시절에 발매된 게임으로,
PC-98 시절 밍크의 대표 시리즈라면, <Gokko>시리즈나 <투샷 Diary>시리즈로
그 시기 밍크는 주로 CG의 화려함으로 승부하는 회사였습니다.



밍크 사의 첫 게임, <WONPARA 워즈> 시리즈입니다.
WONPARA는 원더+패러렐을 합친 단어입니다.



기본적으로 테이블 게임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전략 시뮬이나 SRPG같은 방식이 아니라, 장기나 체스같은 방식입니다.
상대방 기물이 있는 장소로 이동하면 상대방 기물을 쓰러뜨리는 방식입니다.
HP나 공격력같은 스탯은 전혀 없고, 기물의 가치는 이동력만으로 평가됩니다.
적의 대장을 쓰러뜨리면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중간중간에는 보물상자도 있어, 아이템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머리를 많이 써야되는 게임처럼 보이지만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것만 생각하고 적의 대장만을 노리면,
게임이 굉장히 쉬워집니다.
인공지능이 지나치게 멍청하기 때문입니다.

유닛의 가치나 교환비라는 개념이 아예 없는 것처럼 움직입니다.
최하급 졸이 피하면 대장이 죽는 상황에서도 졸이 피해 버립니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할 줄 모릅니다. 쓸데없이 인도적입니다.

단, 실제로 플레이할 때는 나름 난이도가 있습니다.
첫째 이유는 적이 공격적으로 나오지 않고 방어만 굳히고 있으니,
턴제한이 있는 플레이어가 앞으로 나설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둘째 이유는 이 게임의 진정한 목표는 그냥 적 대장을 쓰러뜨리고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것이 아니라,
적의 주요 유닛들을 전멸시켜서 CG를 전부 모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에로게답게 적 대장이나 강력한 유닛을 쓰러뜨리면 야한 CG를 보여줍니다.
강력한 유닛을 살려둔 채로 스테이지를 클리어해버리면,
CG를 전부 구경할 수 없습니다.

저질 인공지능에도 불구하고, 방어적인 적을 제한된 턴 내에,
주요 유닛을 전멸시키는 것을 목표로 플레이해야하니 그렇게 쉽지만은 아닌 게임입니다.



나름 인기있는 게임이었는지, 속편과 윈도우 이식판도 존재합니다.
윈도우 이식판은 나름 편의성은 향상되었지만,
위에서 보시다시피 그래픽 향상이 전혀 없습니다.



총평하자면, 밍크 사 작품의 장점을 블로그에서 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전통적으로 스토리나 게임성보다는 H씬에 장점이 있는 회사였죠.

이 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딱히 추천하는 게임은 아니지만 시대를 감안하면 볼거리는 충분한 게임입니다.

2019년 4월 21일 일요일

리뷰 : 감금(1995/5/18, ILLUSION)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감금>은 1995년도에 발매된 게임입니다.
PC-98용의 플로피 디스켓 판과 WINDOWS 3.1용의 CD롬 판,
둘 다 95년도에 발매되었습니다.
게임 자체만 놓고 본다면, 그렇게 잘 만든 게임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ILLUSION에나 에로게 역사에나 굉장히 큰 의미가 있는 게임입니다.



우선, PC-98판입니다.
명령 선택식 어드벤처 게임으로, 시스템적으로 그다지 막히는 부분없이 스무스하게 진행됩니다.
한 군데 쓸데없이 막히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대체로 쉽고 별다른 특징은 없습니다.

붙잡힌 수사관이 범죄 단체에 여러 일을 당하는 스토리입니다.
하드보일드풍 분위기에 여러 수사관이 등장하고,
범죄 단체 추적이나 탈출같은 전개도 다루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대단한 내용은 없고 마냥 H씬만 보여주는 게임입니다.

그래픽은 괜찮은 편입니다.
짧은 게임이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CD롬판은 3D로 나온 게임입니다.
PC-98판이 별 내용은 없지만 어쨌든 그래픽이라도 볼만한 것과 반대로,
CD롬판은 전혀 매력을 느낄 수 없는 수준입니다.

당시 기술력의 한계였죠.
더군다나, 지금 ILLUSION 게임들처럼 움직이는 방식도 아니었습니다.
CG를 그냥 3D 렌더링 방식으로 만들었을 뿐이에요.

저는 보통 새로운 기술을 도입했더라도,
결과물이 이런 수준이라면 그냥 안 만드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ILLUSION에게는 어마어마한 의미를 가진 게임입니다.
감금 CD롬판은 '일본 최초의 3D 에로게'입니다.
3D 에로게 전문 회사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상징적 의미를 가진 작품인 거죠.
이 게임 발매일을 회사 내부 기념일로 지정해도 될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2000년도 이전까지, 3D 에로게를 만들던 h.m.p라는 AV회사가 있습니다.
3D 에로게 시장은 철수했지만 AV는 아직도 만들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무튼 h.m.p가 3D 에로게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 96년입니다.
ILLUSION으로서는 1년만 늦었어도 최초라는 타이틀을 빼앗길 수도 있었던 거죠.



이 게임은 2001년도에 <레퀴엠 하츠 ~감금~>으로 다시 리메이크 되었습니다.
확장팩도 있습니다.



폴리곤을 이용한 움직이는 H씬은 아쉬운 점이 많지만
움직이지 않는 CG는 상당히 좋아졌습니다.
스토리는 여전히 없지만, 중간중간에 건슈팅 액션 게임도 즐길 수가 있어서
그런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괜찮은 게임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총평하자면, 사실 개인적으로 3D게임을 별로 안 좋아합니다.
저에게 굳이 선택하라고 하면, PC-98 감금이 그나마 가장 마음에 듭니다.

스토리가 빈약한 게임이다보니,
감금 또한 몇몇 고전게임과 같이 역사적 의미만이 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3D게임을 찾으신다면, 요즘 나온 좋은 게임을 찾으시길 권장합니다.

2019년 4월 14일 일요일

리뷰 : 어둠의 능선(1994/3/25, ILLUSION)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에로게 회사 ILLUSION은 93년도에 하트전자산업에서 분리된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인지도가 꽤 높은 회사 중 하나입니다.

ILLUSION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보다도 3D입니다.
<커스텀메이드 3D>가 발매되기 이전까지, 3D 에로게 그 자체가 곧 ILLUSION이었습니다.
물론, 예외도 있었지만 다들 그 예외에 대해 잘 몰랐습니다.
3D 에로게를 보면 다들 ILLUSION 게임이라고 생각했고,
높은 확률로 정답이었으며, 틀렸더라도 반박하는 사람은 딱히 없었습니다.

<커스텀메이드 3D> 이후에도, 역시 3D 에로게의 상징은 ILLUSION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저런 비판도 많이 받았고,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깊은 역사와 훌륭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에로게 회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ILLUSION이 처음 탄생한 PC-98 시절에는 3D 에로게는 기술적으로 힘들었고,
ILLSUION도 평범하게 2D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독특한 에로게를 만들기도 했고, 평범한 텍스트 어드벤처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개중에는 훗날 3D 에로게에 사용되는 기술이 먼저 쓰인 에로게도 있는데
<어둠의 능선>이 그 중의 하나입니다.



어둠의 능선은 1994년도에 발매된 명령 선택식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스토리는 애인이 살해당한 주인공이 진상을 파헤쳐 나간다는 내용입니다.
수사물로서는 그다지 대단한 점은 없지만,
같은 회사의 <감금>이나 <우라 맨션 발금>같은 농후한 H씬용 게임입니다.
극화체의 그래픽과 더해져 분위기가 잘 짜여져 있는 게임입니다.



대부분은 단순한 명령 선택식으로 진행되지만 어둠의 능선만의 특징도 가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는, 선택지 부분에서 아무 것도 누르지 않고 잠시 시간이 지나면,
"왜 멍하니 있어?" 등으로 상대방이 말을 걸어 온다는 점입니다.
아예 아무 것도 누르지 않고 대기하고 있어야, 스토리가 진행되는 부분도 있죠.

이런 시스템이 가끔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정확히 누르려고 하는 순간에 때마침 선택창을 치워 버리는 경우도 있죠.
대기해야 하는 순간에, 선택지를 연타하다가 오히려 진행이 안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H씬에서도 마우스를 이용한 독특한 시스템이 있습니다.
이 시기 많은 게임에서 H씬에 마우스는 포인트 클릭용으로만 사용했습니다.
반면에 이 게임은 마우스의 움직임을 손 동작이나 피스톤 동작같은 
게임 CG의 모션하고 연동시켰죠.

이 역시 실제 플레이에서는 스피디한 진행에 다소 방해가 됩니다.
마우스를 빨리 움직인다고 게임 진행이 딱히 빨리 되는 것도 아니고,
모션도 그렇게 빨라지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게임은 모션 기능을 많이 활용해 주길 바란 건지,
몇 번이고 반복해서 마우스를 움직이는 작업을 요구합니다.

H씬을 빨리 넘기고 다음 스토리로 가고 싶은 입장에서
아무리 마우스를 격하게 움직여도 
세상 느긋하게 움직이는 모션을 보고 있으면 복장 터집니다.



총평하자면, 시스템 상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기는 했지만,
그 새로움이 방해가 되는 게임이었습니다.
이 게임이 다른 회사에서 발매한 게임이었다면 혹평하고 리뷰를 끝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작사가 ILLUSION이라면 의미가 다릅니다.
이 게임의 발매는 ILLUSION이 3D 게임을 내기도 전이었지만,
3D 게임에서 하고 싶었던 시도가 투영된 작품입니다.

ILLUSION은 좀 더 실시간으로 게임과 플레이어가
상호작용하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던 겁니다.
선택하지 않아도 말을 걸어주는 시스템이나,
마우스 움직임이 게임 내 움직임과 연동되는 시스템은
그러한 목표를 갖고 만들었던 시스템인 거죠.

마우스 연동 같은 경우는, 실제로 3D 게임에서 여러 번 쓰였던 시스템입니다.
어둠의 능선에서는 다소 아쉬운 시스템이었지만,
그런 것들이 모여서 지금의 ILLUSION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19년 4월 7일 일요일

리뷰 : 젤러시(1995/7/14, interheart)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인터하트는 92년도에 하트전자산업에서 독립한 회사입니다.
그때부터 2019년까지 회사가 멀쩡히 버티면서 신작을 발매하는,
역사가 깊은 회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터하트 산하 브랜드도 많은데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산하 브랜드는
<츠요키스> 시리즈로 유명한 캔디소프트입니다.

인터하트라는 브랜드 네임을 걸고 발매한 게임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게임은
<오이라와 반다이>라는 2001년도 게임입니다.
'나는 접수대'라고 번역할 수 있는데 목욕탕을 훔쳐보는 게임입니다.
<오이라와 반다이>는 제 추억의 게임 중 하나이며,
지금도 가끔 꺼내서 플레이할 때가 있습니다.
문제는 인터하트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
그야말로 유일하게 좋아하는 게임이라는 점입니다.

인터하트 브랜드의 기본적인 특징은 스토리성을 배제하고,
독특하고 에로한 설정을 만든 후, H씬 충만한 내용을 어찌어찌 전개해나가는 것입니다.
대단한 스토리가 없다는 점에서 저와 상성이 별로 맞지 않았고,
그렇다고 H씬이 마음에 드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최근에는 캔디소프트의 게임을 제외하면,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 회사 중 하나입니다.



PC-98시절에도 인터하트 게임은 대부분 H씬 위주이며,
리뷰할 것이 얼마 없는 게임들이 많습니다.
그 중에서 그나마 가장 괜찮은 게임인 <젤러시>를 리뷰하도록 하겠습니다.



장르는 '호스트 체험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빚쟁이들에게 시달리는 주인공이 호스트 업계에 취직합니다.
다른 인기 호스트들의 테이블에 가서 헬프를 할 수도 있고,
직접 손님을 접대할 수도 있죠.



호스트가 되어 여성 손님들을 접대하는 게임은 
이 게임 이전에도 없었고, 이 게임 이후에도 없었습니다.
소재 자체가 독특하죠.

호스트 직업 세계에 대해 쓸데없이 디테일한 묘사가 많은데,
그런 쪽에 대해서 잘 모르는 저로서는 꽤나 리얼한 재미가 느껴졌습니다.
호스트 가게의 세세한 규정이나, 야쿠자, 진상손님같은 것들이 등장합니다. 

어설픈 주인공이 호스트 업계에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나
주인공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여성 손님들,
그런 주인공을 견제하는 다른 파벌의 호스트 등 볼거리가 의외로 많은 게임입니다.

또한, 인터하트 게임 중에서 스토리도 충실한 편인데,
단순히 호스트 직업을 체험하는 내용 뿐만 아니라
부녀자 연쇄 살인의 미스터리에 주인공이 휘말리기도 합니다.



총평하자면, 사실 세세하게 평가하면 단점이 꽤 많은 게임입니다.
전혀 불필요한 판타지 설정, 무의미하게 이상한 주인공 캐릭터,
여성 캐릭터들의 활용도, 미스터리물로서의 어설픈 반전 등이
눈에 계속 걸립니다.

하지만, 소재가 너무나도 신선합니다.
이 게임이 나온지 2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신선함이 살아 숨쉬고 있는 수준입니다.
물론, 이 게임이 히트를 쳤거나 호스트 장르가 인기있었다면,
비슷한 게임들이 많이 나왔겠죠.
젤러시가 신선한 이유는 결국 소재가 인기 없고, 게임이 그렇게 훌륭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저는 플레이할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다른 게임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