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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26일 일요일

리뷰 : Only you -세기말의 줄리엣들-(1)(1996/1/1, 앨리스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Only you -세기말의 줄리엣들->은 앨리스소프트의 클럽 회원 전용 게임입니다.
왜 회원 전용 게임이 되었는지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다들 회원 전용 게임인 것이 아까울 정도로 걸작이라고 합니다.



시스템은 어드벤처가 기본입니다.
선택지를 통해 목적지를 이동하면서 히로인들을 만나는 방식입니다.

여기에 맵을 이동하면서 적들을 만나 전투를 하기도 하고,
레벨이나 능력치, 무기같은 것도 관리할 수 있어 RPG적인 요소도 갖추고 있습니다.

옆에 나와 있는 숫자는 남은 시간이자 포인트입니다.
어드벤처에서 이동을 할 때, 혹은 전투에서 필살기나 부활을 할 때,
휴식이나 수련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때 조금씩 줄어듭니다.

저 숫자가 전부 사라지면 라이벌인 카라스마와의 결투가 있고,
그 후 최종 보스를 쓰러뜨리고 엔딩이라는 방식입니다.


정리하자면, 이 게임은 9999라는 숫자를 효율적으로 사용해서,
히로인과 스토리도 진행시키고, 레벨 및 능력치를 향상시켜 
최종보스를 쓰러뜨리는... 그런 게임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안타깝게도 아닙니다.

이 좋은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는 게임이 너무 쉽다는 점입니다.
9999는 엄청 큰 숫자입니다.
히로인 스토리는 엄청 느긋하게 진행하다 못해 동시공략도 가능하고,
전투는 수련이나 레벨 노가다 없이도, 포인트 펑펑 낭비하며 필살기만 먹여도 이깁니다.



전투 시스템입니다. 주인공이 쓸 수 있는 기술은 엄청 많습니다.
하지만 결국, 잡몹은 너무 쉽게 이길 수 있고,
보스몹은 결국 필살기로 잡아야 하고,
특정 경우를 제외하면 죽어도 그다지 큰 패널티가 없습니다.
딱히, 전략같은 것이 필요없을 정도입니다.

단일 캐릭터만 공략한다면, 너무나도 쉬워서 포인트가 엄청 많이 남습니다.
오히려 이 시스템이 빠른 게임 진행에 방해가 될 정도입니다.

세 명 동시공략을 해 보다가 뭐가 잘못됐는지, 배드엔딩을 보기도 했습니다만
거의 성공했을 정도로 포인트 상의 문제는 없습니다.

난이도가 좀 있었다면, 훌륭한 시스템이었을 텐데 많이 아쉽습니다.



게임은 주인공의 여동생 메구미가 주인공을 깨우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에로게에서는 그다지 많지 않은 나이차가 많이 나는 여동생이지만
정말 착하고 귀여운 여동생입니다.

오빠와 유원지에 놀러가자고 약속합니다.
하지만, 당일날 메구미가 병에 걸리는 바람에 유원지에 가지 못합니다.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주인공의 이름은 마가미 유지로 최강의 격투가가 되기 위해 늘 수련에 힘쓰고 있습니다.
수련밖에 모르는 바보이기 때문에 눈치 없는 면도 있지만,
꾸준한 노력과 올바른 심성을 갖춘 주인공입니다.



학교 친구들과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며 선물 교환을 합니다.
착한 여동생 메구미는 오빠를 그려서 선물로 주는데 너무 귀엽습니다.

이후, 주인공은 카라스마라는 격투가를 만나서 손도 못 써보고 패배합니다.
패배로 크게 상심한 주인공이지만,
자신의 미숙함을 인정하는 것도 중요한 일임을 깨닫고 다시 한 번 마음을 다 잡습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정말 훈훈한 게임입니다.
귀여운 여동생과 의지가 되는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는 학원물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여기까지는 다 페이크입니다.


그날 밤, 주인공 집이 의문의 습격을 당하고, 화재가 납니다.
갑작스러운 화재에 잠에서 깬 주인공은 부모님의 시체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착하고 귀여운 우리의 여동생 메구미가 죽었습니다.
처음 이 게임을 할 때, 이 장면에서 너무나도 큰 충격을 받아서 게임을 끄고 싶었습니다.
아니, 우리의 착한 여동생을 왜 죽이죠?

단순한 플레이어인 저도 이렇게 분노하는데,
주인공의 분노가 어느 정도일지는 짐작도 안 갑니다.
주인공은 당장 자기 집을 습격한 범인을 추격합니다.


훈훈하던 프롤로그는 끝났습니다.
대체 주인공은 왜 습격당한 걸까요?
모든 가족과 집까지 잃은 주인공은 이제부터 어떻게 되는 걸까요?

이에 대해서는, 다음 리뷰에서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2017년 2월 19일 일요일

리뷰 : 몽환포영(1995/7/7, 앨리스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몽환포영>. 단어 자체는 이미 있는 사자성어입니다.
사자성어에 대해 나름 공부했는데 전혀 처음 보는 사자성어입니다.
뜻은 꿈, 환상, 거품, 그림자라고 하며, 인생이 헛되고 덧없다는 뜻이랍니다.



PC-98로서는 드문 256색 게임입니다.
256색으로 설정되어 있지 않으면 실행도 안 되고 게임이 꺼져 버립니다.


주인공은 스물일곱의 나이에 일본 최고의 재벌로서 회사를 경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의사에게서 자신이 불치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듣게 됩니다.
주인공은 요양하면서 지내는 인생보다 화끈하게 살다 죽기로 합니다.

본사 빌딩 옥상에 모형정원과 저택을 지은 후,
자신의 측근들과 하인들을 끌어 모아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합니다.
주인공은 모든 것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세계 속에서, 주인공이 어떻게 죽느냐를 플레이하는 게임입니다.

멋지지 않습니까.
이런 게 바로, 개요만으로 사람을 흥분시키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수많은 선택지와 수십 개의 멀티 엔딩으로 진행됩니다.



게임 내에서 주인공은 모든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습니다.
메이드인 호즈미를 지나치게 괴롭혀서 호즈미에게 칼빵을 맞는 엔딩도 있고,
적당히 괴롭혀서 호즈미가 자살해 버리는 엔딩도 있고,
전혀 괴롭히지 않고, 잘 대해줘서 나름 훈훈하게 끝나는 엔딩도 있습니다.



아이돌 가수인 케이의 경우에도 전혀 H씬 없이 케이의 꿈을 키워주는 엔딩과
온갖 더러운 짓을 시키다 케이가 가수의 꿈을 접고 잠적하는 엔딩도 있습니다.



그 외에도 히로인과 같이 요양하며 늙는 엔딩이나,
콜드 슬립하는 엔딩, 동반 자살하는 엔딩, 다소 철학적인 엔딩,
뜬금없이 <크레용신짱>이나 <드래곤볼>
혹은 앨리스소프트의 전작들을 패러디한 엔딩까지 있습니다.

엔딩이 너무 많아서 다 적을 수도 없습니다.
중요한 점은 멀티 엔딩 시스템을 잘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엔딩이 단순히 성공, 실패로 나뉘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해피엔딩도 배드엔딩도 다양한 상황을 연출합니다.

이런 점이 하나의 엔딩을 보면서도 그 상황에서 다른 선택지를 선택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궁금하게 만듭니다.

스토리 하나하나는 빈약합니다.
하지만, 차별성이 있고, 숫자도 많은 엔딩에
그 하나하나의 스토리가 충실하기를 바라는 건 욕심이죠.
그런 건 요즘 게임도 못 합니다.



캐릭터도 잘 잡혀 있어서,
주인공을 걱정하는 듯하면서도 주인공 비서와 밀회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는 주인공의 부인 유우키,



주인공에게 요양할 것을 권하며
그것을 위해 무슨 일이든지 하는 간호사 케이코,



빚으로 들어온 호즈미와 달리,
전혀 부족한 것도 없는 생활을 팽개치고 주인공의 메이드로 들어와
적극적이고 속내를 알 수 없게 행동하는 아야카,



순진한 것 같으면서도 예측할 수 없는 미친 짓을 보여주는 여동생 세라 등
다양한 히로인들이 존재합니다.


마지막으로 시스템도 이전까지의 앨리스 소프트에 없던 독특함이 있습니다.
바로 플레이를 거듭하며 회차가 누적될 수록 게임이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이미 본 엔딩으로 가는 선택지가 사라지기도 하고,
엔딩을 열 몇 번, 스물 몇 번정도 보면 새로운 분기가 나타납니다.

새로 나오는 엔딩이라고 해 봐야, 별 특이한 게 없는 개그성 엔딩이지만
그래도 멀티 엔딩 시스템을 사용한 게임이 취할 수 있는
적절한 시스템이라고 생각됩니다.


총평하자면, 흥미를 끄는 도입부와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멀티 엔딩을 갖춘,
여러 생각을 하며 즐길 수 있게 구성된 게임입니다.

무조건 옛날 에로게를 찬양하고, 요즘 에로게를 비판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세부 장르나, 시스템 측면에서 요즘에는 이런 게임이 나오지 않습니다.

요즘 에로게에서는 볼 수 없는 매력을 갖춘 게임입니다.
조심스럽게 추천해 보겠습니다.

2017년 2월 12일 일요일

리뷰 : 우주쾌도 퍼니Bee(1994/8/10, 앨리스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우주쾌도 퍼니Bee>입니다.
일본식 발음대로 화니비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명령선택식 어드벤처 방식입니다.
시스템은 좋은 점도 나쁜 점도 전작 어드벤처 게임들과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맵을 탐색하는 장면도 있습니다.
훔치려는 물건의 보안을 뚫거나 할 때 사용되는 시스템입니다.
방번호를 선택해서 움직일 수 있습니다.

딱히 퍼즐도 아니고 단순히 클릭 몇 번을 강요할 뿐인 방식이라
그렇게 재미있진 않습니다.



우주쾌도라는 제목과 같이 주인공은 우주의 도둑들입니다.
<Super D.P.S>에 수록되어 있던 '기쁘고 즐거운 해적가업'과 전체적인 틀은
비슷한 느낌입니다.

퍼니Bee는 도둑콤비의 명칭으로 할머니에게 물려 받은 거라 함부로
바꿀 수 없다고 합니다.
말괄량이 먹보 사티와 얌전하지만 살짝 4차원인 시오리의 조합입니다.
캐릭터 조합은 꽤 마음에 듭니다.

퍼니Bee는 돈이 되는 걸 훔치는 것도 아니고, 희귀한 보물을 훔치는 것도 아닌
그냥 자신이 갖고 싶은 걸 훔칩니다.
이런 계획성이라고는 없는 도둑들에게
미래 과학기술로 무장한 철통보안이 쉽게 뚫린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게임은 그냥 개그물입니다.



그냥 물건을 훔치는 에피소드만 있는 게 아니라
요리대회에 참가하는 등 다양한 전개가 있습니다.

<프로스튜던트G>와 마찬가지로 결국 이 게임을 재밌게 할 수 있느냐는 
개그를 즐길 수 있느냐가 좌우합니다.
하지만, 개그 방식과 스토리 전개 템포가 너무나도 옛날 방식이라
지금 플레이하시는 분들에게는 잘 안 맞을 거라고 예상됩니다.


총평하자면, 옛날 게임에 적응만 할 수 있으면 
가벼운 마음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좋아하시는 분들은 많이 봤습니다.
전부 나이 지긋하신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2017년 2월 5일 일요일

리뷰 : AmbivalenZ -이율배반-(1994/4/28, 앨리스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AmbivalenZ -이율배반->는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앨리스소프트는 이 게임과 세계관이 같은 <AliveZ>를 2008년에 발매한 바 있는데
<AliveZ>는 그다지 인기가 없었습니다.
<AliveZ>가 속편이 아닌 관계로 AmbivaleZ를 리뷰하도록 하겠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어드벤처 게임이지만 
던전 탐색 시스템이나 전투 시스템도 들어 있습니다.
맵에서 방향키가 아닌 명령 선택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상당히 귀찮습니다.
빨리 움직일 수가 없고 어디로 이동할지 신경을 많이 써야 합니다.

전투도 일반 RPG와 같은 전투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명령을 선택하는 방식인데
예상치 못한 시점에 게임 오버가 돼 버리기도 합니다.
게임 오버가 되면, 그 전투를 다시 시작하게 해 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세이브를 열심히 해야 합니다.

여러 모로 불만족스러운 시스템입니다.



게임 내용은 현대 배경의 판타지입니다.
주인공 슈라는 본래 시아 공주를 모시는 기사였습니다.

하지만 시아 공주는 납치당해 산제물이 되어 버리고
디아드라라는 악당에게 잡아 먹히게 됩니다.
그리고 디아드라는 주인공에게 불로 불사의 저주를 내립니다.



디아드라는 두웬디라는 괴물들을 만들며, 주인공을 습격하고 조롱합니다.

주인공은 디아드라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를 추적하며
900년정도 살고 있습니다.



어느 날, 시아공주를 쏙 빼닮은 카린이라는 여성을 만나게 됩니다.
뭐, 이런 상황에서 주인공이 싸워 나가는 얘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게임의 주요 특징은 앨리스소프트의 첫 시리어스 노선의 게임이라는 점입니다.
이전까지의 앨리스 소프트의 어드벤처 게임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 위주였습니다.

하지만, 개그 요소가 전무한 게임은 아닙니다.
천연덕스러운 정령이나 능글맞은 신부 등이 등장하여 종종 웃음을 줍니다.
다만, 그런 요소는 적고 전반적으로 심각하게 흘러갈 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시리어스 게임보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선호하지만,
이번에는 이 쪽이 마음에 듭니다.
<프로스튜던트G> 같은 경우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코미디 게임의 대표격인데,
플레이하면서 너무나도 가볍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위기가 개그 상황으로 풀려나간 점이 불만이었습니다.

웃으면서 플레이하더라도, 진지해야 할 경우도 있어야죠.
AmbivalenZ는 개그 요소는 적었지만 진지해야 할 장면을 잘 살렸습니다.



여성형 두웬디가 각 장의 보스입니다.
여성형 두웬디를 죽이기 위해서는 H씬을 보아야 한다는 설정입니다.
어떻게든 게임 안에 H씬을 넣기 위한 노력이 엿보입니다.

여성 두웬디들은 성격이 제각각이고, 개성적입니다.
싸움을 좋아하고 주인공을 좋아하는 두웬디도 있고,
정체가 반전인 두웬디도 있죠.
호평할 만한 부분입니다.  




총평하자면, 그 시대의 게임치고 스토리에 충실한 작품입니다.
플레이할 가치는 충분히 있습니다.
하지만 굳이 추천한다면, 비슷한 느낌인 앨리스소프트의 <디아볼릭>을 추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