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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28일 일요일

리뷰 : EVE The Fatal Attraction(1999/6/18,시즈웨어)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리뷰 제목은 엄밀히 말하면 <ADAM THE DOUBLE FACTOR>로 하는 게 맞습니다만
EVE 시리즈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 저 제목을 선정했습니다.
99년도에 시즈웨어에서 윈도우용으로 발매한 게임 제목은 
<ADAM THE DOUBLE FACTOR>입니다.

<EVE The Fatal Attraction>이라는 제목은
2001년도에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이식할 때 새로 붙인 제목입니다.
이 때문에 2000년에 발매된 <EVE ZERO>와 순서에 관해 논쟁이 있기도 한데
나중에 자세히 설명하기로 하죠.

아무튼 이번에 리뷰할 게임은 <EVE The Fatal Attraction>이며,
EVE시리즈를 플레이해 보고 싶은 분들이 두 번째로 걸러야 하는 게임입니다.
저번 리뷰에 이어 이 게임도 플레이 하지 않기를 권장합니다.
부제만 봐도 fatal, 시리즈에 치명적인 게임이었죠.



우선 99년도에 발매된 ADAM THE DOUBLE FACTOR부터 살펴 보겠습니다.
명령 선택식이었던 이전 작품들과 달리 포인트 클릭 방식을 도입했으며,
한 번에 4 캐릭터까지 화면에 등장시켜 하나의 상황에서도
여러 캐릭터들과 대화하는 게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주인공을 클릭하면 주인공의 개인적인 생각을 들을 수도 있죠.

주인공 캐릭터는 저번 작품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코지로와 마리나입니다.



코지로 시점의 스토리는 호위 임무입니다.
사무실에 비서가 찾아와 회사 사장을 호위해 달라고 합니다.
사장이 누구한테 노려지는가도 안 알려 주고,
보디가드가 아닌 코지로에게 의뢰한 이유도 안 알려 주지만
돈을 많이 줍니다. 해야죠, 뭐.



낮에는 사장이 회사에서 일하기 때문에 지켜줄 필요가 없고,
밤에만 사장 집에서 같이 살면서 지켜 주면 된다고 합니다.
사장의 집에는 사장 안도와 비서 아미, 
그리고 쌍둥이 자매 미카와 미키가 같이 살고 있습니다.

쌍둥이 자매는 뭔가 정신이 이상해 보이고, 집안 분위기는 매우 수상쩍지만 
돈 주는 사람이 신경 끄고 경호만 하라니 깊게 파고 들 수는 없습니다.



아무튼 매일 밤 외부의 습격으로 부터 사장 가족을 지키는 게 코지로 시점의 스토리입니다.
그다지 좋은 스토리는 아니지만 크게 나쁜 것도 아니에요.
평이한 미스터리 스릴러 저택물 같은 느낌의 스토리입니다.



마리나 시점의 스토리는 프리쳐라는 청부살인업자를 추적하는 스토리입니다.
부모님이 프리쳐에게 살해당한 유카의 호위도 겸하고 있습니다.

유카는 기본적으로 명랑한 캐릭터지만
한 순간에 부모를 잃었으니 역시 침울해지기도 하는데,
그런 때에 마리나가 특유의 친화력과 포용력으로 기운을 북돋아 줍니다.
마리나 시점에서 제가 좋아하는 장면이죠.



조사를 하다 보면, 코지로 시점에서 많이 보던 분이
마리나 시점에서는 흑막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습니다.
이런 두 스토리의 상호 작용을 이끌어 낸 장면도 높이 평가합니다.



사실 그렇게까지 상호작용이 훌륭하지는 않습니다.
절묘하게 엇갈렸던 <EVE burst error>에 비하면 다소 노골적이었죠.
하지만, 코지로와 마리나가 직접 만나서 막말 섞인 대화를 나누는 등
이전 시리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장면도 있습니다.



또한 전작의 캐릭터를 활용해 보려는 모습을 보여 준 점도 훌륭합니다.
여전히 티격태격하는 코지로와 야요이 커플이라든가,
코지로의 조수로 들어가 박봉에 시달리면서도 
코지로에 대한 호의만으로 계속 남아 있는 히무로 쿄코라든가
<EVE burst error>의 캐릭터들을 잘 활용한 장면이 좋았어요.



이 게임은 탐정물, 수사물로 즐기기에는 스토리가 다소 부실합니다.
하지만 <EVE burst error>의 팬디스크 정도로 생각하고 즐긴다면
나름 괜찮다고 봅니다.

전작 엔딩 이후의 캐릭터들의 다양한 후속담이 담겨 있으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싶어했던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소개한 내용만 보면 ADAM THE DOUBLE FACTOR는
전작 팬들에게 그럭저럭 플레이할 만한 게임이 아닌가 싶지만,
이 게임은 당시 팬들에게 많은 비판을 받았던 게임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이 게임이 미완성이었다는 점입니다.
게임 내에 '다음에 계속'이라는 문구만을 남겨 놓고
수많은 복선들을 회수하지도 않은 채로 끝내 버렸죠.
아마 ADAM도 시리즈로 만들어 두, 세 게임 정도 더 계획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문제는 ADAM 시리즈는 딱 한 편만으로 망해 버렸다는 겁니다.
<EVE The Lost One>이 차라리 존재하지 않았다면
사람들이 한 번은 더 기다려 줄 수도 있었을 것도 같은데,
어쨌든 많은 팬들이 ADAM THE DOUBLE FACTOR에 실망하고 떠나 버렸죠.
ADAM 시리즈의 원대한 계획은 출항하자마자 그대로 좌초되었습니다.



그 후 ADAM THE DOUBLE FACTOR는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이식되었고
스토리 추가를 통해 미완성판을 완성시켰다고 발표했습니다.
그 완성판이 바로 EVE The Fatal Attraction입니다.

EVE TFA는 자랑스럽게 '이전 작품들을 굳이 플레이할 필요는 없다.'고 광고했습니다.
그리고 그 말은 사실이었습니다. 
굳이 이 게임을 이해하기 위해 전작들을 플레이할 필요가 없었죠.
왜냐면, EVE 모든 시리즈를 플레이한 사람조차도 
이 게임의 스토리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거든요.

완성이란 대체 뭘까요? 
적어도 제가 생각하는 의미와 이 게임 제작자가 생각했던 의미는 달랐던 것 같습니다.



복선 회수는커녕 신 캐릭터들을 대책없이 마구잡이로 늘려 버렸고
그런 캐릭터들에 대해 제대로 된 캐릭터 묘사도 없이 
뭔가 중요해 보이는 척만 하다 게임이 끝나 버렸습니다.

중요해 보이던 어떤 캐릭터는 어떠한 언급도 없이 갑자기 죽어 있고,
또 어떤 캐릭터는 제대로 된 묘사도 없이 다른 캐릭터가 되어 버렸으며,
EVE ZERO를 플레이하지 않은면 이해할 수 없는 장면까지 큰 의미없이 등장시켜 버렸습니다.



애초에 속편을 두, 세편 정도로 기획한 것 같은데
그걸 이미 존재하는 게임 후반부에 꽉꽉 채워 넣는다는 게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죠.
그냥 앞뒤 연결 생각 안 하고 제작자들이 구상했던 명장면들을
갖다 붙여 놓은 느낌입니다.

후반부를 할 때는 무언가를 이해해 보겠다는 생각으로 플레이하지 마세요. 
게임 발매된지도 20년이 지났으니
게임 제작자도 이 게임 스토리를 다 까먹었을 것이며,
이제 이 게임을 이해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총평하자면, 팬디스크 느낌으로 플레이하면 그럭저럭 괜찮은 게임입니다.
오히려 후반부의 추가가 게임 퀄리티를 망친 느낌이에요.

어차피 제작사 시즈웨어는 오래 가지 못했죠.
TFA 따로 안 냈어도 ADAM 시리즈는 더 못 나왔을 거에요.
차라리 TFA가 안 나왔다면,
회사가 망하는 바람에 후속작이 나오지 못한 비운의 작품으로
평가가 조금 더 올랐을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좋은 점이 없지는 않으니 각오만 있다면 플레이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적어도 <EVE The Lost One>과 둘 중 하나만 고르라면 이 쪽이 더 나은 것 같아요.

2021년 11월 21일 일요일

리뷰 : EVE The Lost One(1998/3/12,시즈웨어)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VE burst error>는 높은 명성을 지닌 게임으로
에로게치고는 상당히 많은 속편 시리즈를 만들어냈습니다.

이번에 소개해 드릴 게임은 세가 새턴으로 발매된 <EVE The Lost One>으로
<EVE burst error> 이후 3년만에 발매된 첫 속편입니다.
<EVE burst error>를 플레이하고 깊은 감명을 받으신 분들이
EVE 시리즈의 수많은 속편들을 한 번 플레이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제껴야 하는 작품이죠.

이거 하지 마세요. 쓰레기입니다.
이 게임에 대한 평가로 인상 깊었던 것은,
'속편을 만들려면 적어도 시나리오 라이터만큼은 전작을 플레이해 봐야 할 거 아니냐.'가 있습니다.

부제부터가 Lost One입니다. 잃어 버려야 할 작품이라는 거죠.
참고로 PC에 이식되면서 <THE LOST ONE Last chapter of EVE>라고 제목을 바꿨는데
Last chapter라는 부제에서 이 시리즈를 여기서 망하게 하려고 했던
속셈을 읽을 수 있습니다.



많은 게이머들에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부분은
역시 주인공의 변경이 아닐까 합니다.
전작의 코지로와 마리나라는 검증된 주인공 캐릭터를 버리고,
'쿄코'와 '스네이크'라는 신 캐릭터를 더블 주인공으로 내세웠습니다.

사실 주인공 교체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닙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은 코지로&마리나, 기타 조연 캐릭터들에게 매력을 느끼고 있었고
그런 캐릭터들의 이후 활약을 보고 싶어 했습니다.

그 기대를 저버린 것은 아쉬운 일이었지만
유념해야 할 점은 이 게임은 시리즈의 2편이라는 겁니다.
'EVE 시리즈의 주인공은 무조건 코지로와 마리나다'같은 법칙이 존재하지 않던 시기였죠.
주인공의 변경은 할 만한 시도였다고 봅니다.
문제는 변경된 주인공들이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뿐이죠.



우선 내각 조사실의 신입 조사원 쿄코부터 살펴 봅시다.
첫 출근을 위해 옷을 고르던 중 백화점이 폭탄 테러에 휘말려서 부상을 입게 됩니다.



몸이 튼튼했던 건지 큰 부상은 아니었고
정상적으로 출근하게 됩니다.
전작에 등장했던 본부장도 보이고,
쿄코를 지도해 준 공포의 교관 마리나도 보입니다.

안타깝게도 쿄코의 캐릭터성은 마리나에 많이 미치지 못합니다.
마리나만큼의 능력도 없고, 딱히 드라마틱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도 못했죠.
이후 작품에서는 개그 캐릭터로 등장했습니다.



다른 주인공인 스네이크 시점도 살펴 봅시다.
백화점에 장난으로 설치한 폭탄이 생각보다 위력이 강해서 당황한 스네이크는
현장을 보러 갔다가 쓰러져 있는 쿄코를 보게 됩니다.
두 주인공의 첫 대면이죠. 초중반부의 거의 유일한 대면이기도 합니다.



집에 돌아가 보니, 웬 곰인형이 스네이크의 컴퓨터 화면에 등장합니다.
곰인형을 뒤에서 조종하는 범인은 자신을 아도니스라고 소개하는데
'폭탄 테러가 너의 소행이라는 걸 알고 있다'는 식으로 스네이크를 협박하죠.

곰인형 같은 귀여운 모습으로 싸이코 같은 표현을 하는
아도니스의 캐릭터 자체는 나름 잘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곰인형을 조종하는 배후의 범인 캐릭터는 형편없었지만요.

아도니스는 '너를 이제부터 스네이크라고 부르겠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이 주인공의 이름이 스네이크가 된 거죠.
하지만 스토리를 모두 플레이해 본 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스토리상 뭔가 이상한 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스네이크라는 이름을 써서 다른 범죄자들과 협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스네이크라고 자칭해서 협박을 한다거나 테러를 하는 경우도 없어요.
대외적으로 스네이크라는 이름은 전혀 쓰이지 않습니다.
그냥 저 곰돌이가 '어이! 스네이크!'라고 부를 때만 씁니다.
그럼 그냥 본명 부르면 되잖아요. 왜 닉네임을 붙인 겁니까?



사실 그 이유는 스네이크의 정체와 관련이 있습니다.
쿄코 시점으로 진행하다 보면,
유지라는 컴퓨터를 좋아하는 소년을 만날 수 있습니다.

쿄코가 딱히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연구소의 보안을 해킹해서 쿄코를 도와주죠.
아무 죄책감도 느끼지 않고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성격이라는 걸 보여 줍니다.
그 외에도 유지가 스네이크라는 복선이 많이 깔리죠.
하지만, 이 캐릭터는 스네이크가 아니었습니다.



사실 스네이크의 진짜 정체는 요이치라는 쿄코의 선배 수사관으로
견실하고 우수한 수사관입니다.
이런 사람이 왜 장난삼아 폭탄 테러를 했는지는 의문이지만 아무튼 그렇답니다.

다시 말해, 이 게임은 스네이크가 유지인 척 보이면서
사실은 요이치였다는 서술 트릭을 쓰고 있는 게임인 겁니다.
스네이크가 스네이크로 불린 이유는 본명을 부르면
플레이어에게 바로 들키기 때문이고요.


EVE 시리즈의 멀티 시점 시스템을 생각해 보면
이 서술 트릭은 충분히 해 볼 만한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언제나 독특한 시스템을 만들었다면
그 시스템과 어울리는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사람이죠.
그래서 이런 도전 자체는 괜찮게 평가합니다.

적어도 이 게임의 제작자들은 멀티 시점 시스템을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은 있었습니다.
그리고 조금만 더 생각이 있었다면, 이게 안 되는 일이라는 걸 눈치챘을 텐데 그렇지 못했죠.
이 서술 트릭이야말로 이 게임이 지닌 모든 문제들의 시작입니다.



<EVE burst error>는 코지로와 마리나 두 스토리의 분량 차이가 없었고,
어느 쪽이 우위라고 쉽게 평가내리지 못할 정도로 둘 다 매력적인 스토리였습니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두 주인공이 마주치는 장면을 넣어 놓으면서
서로 간의 스토리에 시너지 효과를 주었죠.

하지만, 이 게임에서는 그런 매력들이 전부 사라졌어요.
스네이크 시점의 스토리는 쿄코의 스토리에 종속되어 있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스네이크는 컴퓨터 속의 곰인형하고는 그럭저럭 대화를 하지만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대화를 하고 다니지 않습니다.
왜냐? 말이 많아지면 서술 트릭이 들키니까요.
마찬가지의 이유로 쿄코와 마주치는 장면도 스네이크 시점에는 넣어 놓을 수 없죠.

스네이크 시점의 스토리가 너무나도 부실합니다.
CCTV를 해킹해서 쿄코를 관찰하는 장면은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그 외에는 인상깊었던 장면이 없어요.
주인공이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행동합니다.



더더욱 큰 문제점은 그런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서술 트릭을 금방 눈치챌 정도로 반전이 뻔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범인이 사실은 다른 사람이었다는 서술트릭을 사용한
소설이나 게임은 여러 개가 있었습니다.
그런 소설이나 게임은 대부분 범인 시점의 이야기를 컷씬 수준으로 짧게 보여주죠.

하지만, EVE의 시스템은 범인의 하루 종일을 보여줍니다.
생각해 보세요.
스네이크가 하루 종일 친구들이랑 대화도 안 하고 다니고, 
알 만한 사람들 다 피해 다니고, 스네이크 본명을 부르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데
이게 어떻게 안 들키겠습니까?
누구라도 다른 사람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잖아요.

반전이 눈치채기 어려워야만 좋은 반전인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아니에요.
왜냐면 이 게임은 복선을 적극적으로 깔아서 그 트릭을 추리해 내도록 한 게 아니라
너무 소극적으로 줄거리를 쓰다 보니 범인을 알 게 된 케이스니까요.

꼭 반전이 좋아야 좋은 게임인 것도 아닙니다.
반전이 미흡하더라도 다른 요소가 좋아서 좋은 게임이 될 수도 있죠.
하지만, 이 게임은 아니에요.
왜냐면 이 게임의 반전은 캐릭터, 스토리, 시스템을 전부 희생시켜 가면서
반전 하나에 몰빵한 게임이니까요.
그런 반전이 망한 겁니다. 게임 전체가 망해 버린 것과 마찬가지에요.

다른 문제점도 많이 지적되는 게임이지만
저는 근본적으로 이 부분이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EVE 시리즈 시스템에 적합한 트릭이 아니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어이없는 장면을 하나 소개해 드리면
바로 돌고래로 범인을 추리하는 장면입니다.

'돌고래야, 범인이 누구니?'
'뀨뀨'

그리고 고등학생이 컴퓨터로 돌고래 초음파를 분석해서 범인을 찾아내죠.
코난한테 마취 당하거나 축구공으로 쳐 맞아도 할 말없는 추리입니다.
임팩트가 대단했는지 많은 분들이 이 장면을 이야기하시더라고요.



이후 EVE The Lost one은 플레이스테이션으로도 발매되었고,
THE LOST ONE Last chapter of EVE이라는 이름으로 윈도우에도 이식이 되었습니다.
후반부 마리나 스토리도 추가되는 등, 변경 요소가 조금 있는 이식판이었죠.

특이하게도 제 소장품 중에서 이것만 없어졌습니다.
EVE 시리즈 다른 거 다 있는데 이것만 없어졌어요.
진짜로 LOST ONE이 돼 버린 겁니다.
이번 리뷰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제가 정말 싫어하는 DMM에서 다운로드판을 새로 샀습니다.



제가 이 게임을 워낙 옛날에 했기 때문에 제 기억이 잘못됐을 수도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DMM에서 받은 다운로드판이
옛날 윈도우판보다 불편해진 것 같습니다.
강제 전체화면도 아니었던 것 같은데요.

중대한 문제는 게임이 멈춰버린다는 겁니다.
플레이 도중에 스네이크 스토리는 거의 다 끝났는데
쿄코의 스토리가 진행이 더 이상 안 되는 버그에 걸렸어요.

인터넷에 정보도 거의 없었습니다. 
이런 쓰레기 게임을 DMM에서까지 구매한 사람이 얼마없는 것 같아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진행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그냥 포기했습니다.
이딴 게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싶지 않았어요.
저를 외화유출범이라고 욕해도 받아 들이겠습니다. 


근데 저를 더 짜증나게 했던 문제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게임이 진행이 안 되고 멈춰서 쌩돈 날렸는데 그게 짜증나는 포인트가 아니었어요.
정말 짜증났던 건 바로 조작성이었습니다.

이 리뷰를 보는 모든 사람들이 마우스 왼쪽 클릭이 무슨 역할을 하는지
다들 잘 아실 겁니다.
다음 대사를 진행시켜주고, 선택지를 선택하는 역할을 하고 있죠.
굳이 에로게에 한정하지 않더라도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너무나도 당연히 알고 있는 상식입니다. 



근데 이 게임에서는 그런 당연한 상식이 안 먹혀요.
마우스 왼쪽 클릭을 누르면 이전 대화 로그가 떠요.

다음 대사를 위해 왼쪽 클릭을 하면? 로그가 뜹니다.
선택지 위에 커서를 가져다 놓고 왼쪽 클릭을 하면? 로그가 뜹니다.



화면 가운데에 MENU라고 적힌 거 보이시죠?
저걸 클릭하면 메뉴창이 뜰까요?
아니에요. 로그가 떠요.



맵 화면에서 이동할 곳으로 커서를 가져간 후
왼쪽 클릭을 하면 어떻게 될까요? 
로그가 아니라 그냥 그 장소로 잘 이동합니다.
이번에도 로그가 뜨면 너무 일관적이라서 
마치 게임이 정상적인 것처럼 보일까봐 그런 것 같습니다.  
 

아무튼 마우스 왼쪽 클릭이 먹히지 않는 조작 때문에 적응이 안 되더라고요.
제가 <REVIVE... ~소생~>을 리뷰할 때 이런 문제점을 한 번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 많은 게임들이 콘솔 게임을 이식하면서 버튼을 아무 생각없이 이식했다고요.

그 때, 저는 '한참 옛날 게임에나 있었고 
요즘은 해결된 문제를 굳이 욕해서 뭐하겠습니까.'라고 얘기했었는데
그 문제가 2021년도에 인터넷에서 팔고 있는 게임에 있으면 어떡합니까?

아무튼 다운로드판은 절대 사지 마세요. 
The Lost One 자체를 플레이하지 말라고 했었지만
제 말을 안 듣고 플레이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죠.

하지만, DMM에서는 절대 사지 마세요. 
안 그래도 쓰레기 게임인데 더더욱 폐기물을 첨가한 느낌입니다.
어디서 어떻게든 CD를 구하던지 하세요.
 
 

총평하자면, 제목에는 EVE의 이름을 걸어 놓고
정작 게임은 반EVE의 길로 미친듯이 달려가는 게임입니다.
전작의 장점들을 전혀 활용하지 않았어요.

좋게 말하면 검증된 명작의 후광을 거부하고 새로운 도전을 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고,
나쁘게 말하면 위대한 명작의 부스러기조차 제대로 주워먹지 못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저는 나쁘게 말하고 싶네요. 욕도 좀 섞고 싶고요.

그나마 있는 이 게임의 가치라면, 이후 EVE 시리즈는 어떤 쓸데없는 짓을 하더라도
주인공만큼은 코지로와 마리나로 해야 한다는 법칙을 정립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그 외에는 콩알만큼의 가치도 인정할 수 없네요.

2021년 11월 14일 일요일

리뷰 : EVE burst error(4)(1995/11/22,시즈웨어)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EVE burst error>의 이식판 및 리메이크에 대해 다루는 리뷰입니다.
사실상 똑같은 게임이나 H씬만 추가된 버전들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가장 먼저 소개해 드릴 것은 97년도에 나온 세가 새턴판입니다.
18추 등급으로 나왔지만 많은 야한 부분이 삭제가 되었죠.

변경점이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데 기본적인 틀은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원화나 스토리, 진행방식 등이 원작에 충실했던 이식판이었죠.
보이스도 추가되었고 애니메이션을 원작에 비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의 변화가 있었지만
변화된 것들은 개인적으로 그다지 눈여겨 보지 않는 부분입니다.

그 당시 세가 새턴에 이식된 많은 에로게들이 그러하였듯이
그냥 잘 이식된 작품입니다.
뭐, 원작 발매 후 불과 1년 반만에 나온 작품이니까요.



그 다음 게임은 2003년에 발매된 플레이스테이션2판
<EVE burst error PLUS>입니다.
유일하게 한국어로 번역되어 국내에 정식 발매된 작품이기도 하죠.



딱 첫 장면만 봤을 때, 이 게임은 망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카네의 디자인이 원작에 비해 너무 별로였죠.
하지만, 아카네가 그렇게까지 중요한 인물도 아니었고,
대체로 리메이크 중에서 가장 잘 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인은 전반적으로 원작에 비해 아쉽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저는 언제나 도전적인 변화를 높이 평가하는 사람입니다.
깔끔하게 잘 뽑힌 디자인이라고 평가합니다.



플스2에서는 세모 버튼, 윈도우판에서는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간단하게
시점변환이 가능합니다.
원작에서는 세이브를 통해 시점을 바꿔야 했고,
그 세이브도 정해진 장소에서만 할 수 있었으나 PLUS는 훨씬 간편해졌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시점 변환을 할 수 있으며
심지어 대사 도중에도 시점 변환이 가능합니다.

그 외에도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많이 빼고,
약간이지만 추가된 부분도 있습니다.
한국어판도 있으니 오늘날 EVE burst error를 플레이하고 싶으신 분들께
저는 이 버전을 추천하고 싶네요.



그 다음은 2010년도에 나온 PSP판
<burst error -EVE The 1st.->입니다.
처음 이 게임 발매 소식과 함께 캐릭터 디자인이 올라왔을 때, 
엄청난 충격을 받았던 댓글 분위기를 아직도 기억합니다.



사실 리메이크가 아니라 리부트 수준으로
원작과 다른 부분을 찾아야 할 게 아니라
비슷한 부분이 뭔지 찾아야 하는 수준입니다.

신캐릭터들이 다수 등장했고,
스토리는 새로운 장면이 여럿 추가되었을 뿐만 아니라
원래 있던 장면도 세부적인 것들은 전부 바꿔 버렸어요.
게다가, 원작 시스템도 버리고 선택지형 비주얼 노벨 방식으로 변경되었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저는 원작 그대로 복사 붙여넣기하는 리메이크보다
도전적인 변화를 높이 평가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렇기는 한데... 이건 좀 이상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적어도 EVE burst error라는 게임이 뭔지 알고 싶다 하는 분께는 권하고 싶지 않네요.
전혀 다른 게임입니다.
새로운 EVE burst error에 도전해 보고 싶다 하는 분들만 플레이하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2016년에 PSVITA판으로 나온 <EVE busrt error R>입니다.
여러 부분에서 지금까지 나왔던 리메이크들의 요소들을 받아 들였지만
일단은 95년판 원작에 충실한 리메이크를 만들려고 노력한 것 같습니다.



기본적인 디자인은 원작 그대로에 채색만 달리 했다고 하는데,
변화를 사랑하는 제 취향을 떠나서 어색한 부분이 많이 보입니다.
특히, 남성 캐릭터의 경우는 차라리 다시 그리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상했어요.
이건 뭐, 저랑 싸우자는 수준이었습니다.



모든 CG가 나빴던 것도 아니고, 괜찮은 추가 요소도 보입니다.
다만, 불필요하다고 해서 빠졌던 마지막 부분이 다시 부활한 건 아쉽네요.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저는 PS2판이 가장 괜찮았습니다.



총평하자면, PC-98 시절을 통틀어서 
최고의 자리를 놓고 다툴만한 명작 에로게입니다.

스토리의 마지막에는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너무 급하게 끝나 버렸죠. 
안타깝게도 수많은 리메이크 중에서 
그 부분을 명쾌하게 해결했던 리메이크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부분을 포함하더라도 그 시절 스토리 게임으로 최상위권이었으며,
그동안 여러 게임에서 어설프게 활용하던 멀티 시점을 완벽하게 활용한 스토리였습니다.

무엇보다 캐릭터가 훌륭했습니다.
후속작을 생각하지 않았는지 인기있는 캐릭터를 다수 죽이기는 했지만,
살아 남은 캐릭터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었고
그들을 활용한 다수의 속편들이 나오기도 했죠.

자신있게 추천드릴 수 있는 에로게입니다만
가장 추천하는 건 에로가 없는 PS2판입니다.
에로를 포기하고 싶지 않은 분께는 PS2를 윈도우로 이식한 버전을 추천드리고 싶네요.

2021년 11월 7일 일요일

리뷰 : EVE burst error(3)(1995/11/22,시즈웨어)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EVE burst error> 세 번째 리뷰입니다.
우선 그림 수색 의뢰를 받은 코지로 스토리부터 살펴 보겠습니다.



그림 수색은 뭐 오래 걸리지도 않습니다.
다음 날 아침, 코우의 집을 방문한 코지로는 순간적인 착상으로
그림이 숨겨져 있는 장소를 추리해 냅니다.
의뢰인조차도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빠른 추리이며
그것도 라이벌인 니카이도 코앞에서 밝혀내죠.

잃어버렸다던 그림이 왜 집에 숨겨져 있는지 그것까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고액의 보수는 코지로의 손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코지로에게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니카이도는 왠지 별로 분한 것 같지 않습니다.
아직도 '2중의 의미로 소장을 손에 얻는다'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허세처럼 보이지는 않고 진짜로 별 타격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코지로의 조사 결과, 니카이도의 배후에는 '미도'라는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니카이도는 대체 무슨 꿍꿍이를 숨기고 있는 걸까요?



그 후, 코지로는 도서관의 마츠노에게서 받은 입장권으로
푸딩과 함께 외국인 학교 안에 있는 수영장으로 가게 됩니다.

수영은 푸딩만 즐기라고 하고,
코지로는 수영복도 입지 않고 평범한 복장으로 수영장 구경이나 합니다.
근데 수영장에서 우연히 야요이를 만나게 되죠.



또한 야요이와 같이 수영장에 놀러 온 마리나도 만나게 됩니다.
두 주인공의 역사적인 첫 만남이지만
수영복이 감히 블로그에 올리지도 못할 정도로 화려합니다.

마리나는 대화 중이던 코지로와 야요이를 보고,
코지로가 야요이를 헌팅하는 걸로 착각하죠.
굳이 예전에 애인이었다고 설명하는 것도 구질구질하니
대충 헌팅이 맞다고 얼버무립니다.



야요이가 수영장에 있어서 불편했던 건지,
코지로는 수영장에서 나와 학교 밖으로 나갑니다.
근데 갑자기 화재 경보가 울리더니
근처에서 어떤 여고생이 불량배들에게 유괴당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코지로는 유괴를 막기 위해 불량배들과 싸우게 됩니다.



그 후, 마리나까지 현장으로 뛰쳐 나오고 불량배들은 도망치게 됩니다.
코지로는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요구하지만
마리나는 '도와준 건 고맙지만 함부로 관심갖지 말라'고 냉정하게 이야기합니다.

그래도 여고생의 이름 정도는 들을 수 있었는데 그 이름이 '미도' 마야코입니다.
미도라는 성이 희귀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죠.

나중에 코지로는 마야코를 우연히 만나게 되는데,
마야코는 자신을 도와 준 코지로를
마리나와 같은 소속의 수사관이라고 오해를 하고 있습니다.
뭐, 그런 셈이라고 대충 긍정하고
마야코의 아버지가 엘디아라는 나라의 대사관 소속이라는 걸 캐냅니다.
니카이도의 배후에 있는 사람은 아무래도 마야코의 아버지인 것 같습니다.



그 날 저녁, 사무실에 있던 코지로는 코우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습니다.
전화를 받은 코지로는 코우의 집으로 향하게 되는데
코우의 집 상태가 너무 수상했기 때문에 집으로 잠입하기로 합니다.
근데, 현관에서 뭔가 크게 당황한 표정인 니카이도가 나오는 걸 목격하게 되죠.

코우의 집으로 들어가 보니, 코우는 집 어디에도 없고
거실에는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시체가 있습니다.



코지로 다음으로 들어 온 것은 히무로 쿄코라는 여성입니다.
갖고 있던 모델건으로 위협해서 정체를 알아 보는데
아무래도 쿄코는 살인범은 아닌 것 같습니다.
외국인 학교 교장인 코우의 횡령 의혹을 조사 중인 수사관이라고 합니다.

대화 끝에 쿄코도 코지로는 범인이 아니라는 걸 납득합니다.
쿄코는 경찰에 연락하고,
코지로는 쿄코에게 연락처만을 남긴 후 흔적을 지우고 사라지기로 합의합니다.



다음날 아침, 코지로는 카츠라기 탐정사무소로 향합니다.
야요이 말로는 니카이도가 살인 용의자로 수배됐다고 합니다.
코지로는 자신의 흔적을 정성껏 지웠지만
당황해서 도망간 니카이도는 흔적을 지우지 못했던 거죠.

그리고 충격적인 반전을 듣게 되는데,
전혀 얼굴을 몰랐던 그 시체의 정체는 바로 코우였습니다.



코지로에게 그림을 찾아 달라고 했던 코우는 가짜였던 겁니다.
코지로가 찾은 그림은진짜 코우가 집 어딘가에 숨겨둔 그림이었습니다.
진짜 코우가 해외로 나간 사이에 가짜가 집주인인 척하고 탐정을 고용했던 거죠.
코지로는 가짜에 낚여서 그림을 찾아 줬던 겁니다.

히무로 쿄코는 코지로에게 이번 살인 사건을 같이 조사하자고 연락합니다.
하지만, 코지로는 저번 보수도 빚 갚느라 다 털렸는데
돈도 안 되고 위험해 보이는 이런 일을 맡을 생각이 없습니다.



밤에 카츠라기 탐정사무소에 가서 야요이를 만나니
언제나 쿨해 보였던 야요이는 술에 취해 꽐라가 되어 있습니다.

살인 용의자로 수배중이던 니카이도는 자살했다고 하며,
탐정사무소가 망할 처지에 놓이자 직원들은 모두 도망갔다고 합니다.
야요이는 아버지와 코지로가 나간 이후,
탐정사무소를 몇 개월도 유지 못했다고 자책합니다.



이런 야요이를 두고 볼 수 없었던 코지로는
야요이를 집으로 보내 주고 H씬까지 진행되어 둘은 재결합하게 됩니다.
완전히 상심에 빠진 야요이를 도와주는 방법은
살인 사건의 진실을 밝혀 내고 니카이도의 결백을 밝히는 것입니다.

코지로는 히무로 쿄코에게 연락해서 이번 살인 사건 조사에 협력하기로 합니다.



그날 밤, 코지로에게 웬 암살자같은 여성이 찾아옵니다.
그녀의 이름은 시리아라고 합니다.
시리아는 푸딩을 찾아서 코지로의 사무소에 찾아 온 겁니다.

말할 기회가 없었는데 푸딩은 어느 새 사라진 상태입니다.
글렌의 정보에 의하면 뒷세계에서 푸딩에게 거액의 현상금을 걸었다고 하는군요.

시리아는 이미 어딘가에서 다리에 총을 맞고 온 상태입니다.
코지로는 다친 여성을 그대로 둘 수는 없었기 때문에 정성껏 치료해 줍니다.
오해를 풀고 이야기해 보니 
시리아가 푸딩의 현상금을 노리고 온 사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다음날 아침, 야요이는 코지로의 사무소에 아침 밥을 해주러 찾아 왔는데
무려 알몸 상태인 코지로와 시리아를 목격하게 됩니다.

야요이는 뛰쳐 나가 버리고, 
코지로는 시리아와 대화를 마무리하고 바로 카츠라기 탐정사무소로 향합니다.
사실 시리아와도 이미 H씬이 있었기 때문에 억울할 것도 없었지만
코지로 생각에는 그래도 억울한 점이 있었는지
필사적으로 야요이에게 '이건 다 푸딩을 위해서 한 거야'라는 변명을 합니다.
야요이는 '그럼 나하고는 바바로아를 위해서 한 거였냐?'라고 소리칩니다.
흥분해서 말이 안 통하는 상태입니다.

어쩔 수 없이 코지로는 변명을 포기하고
일단 쿄코와 함께 살인 사건 수색을 하기로 합니다.



코지로 파트 설명이 생각보다 길어졌는데
이번엔 시점을 변경해서 마야코의 경호를 맡은 마리나의 스토리를 살펴 봅시다.
마리나가 경호를 맡게 되면서 마야코에 대한 위협은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그 때마다 마리나의 실력으로 어떻게든 해결하고 있지만
언제 어디서 또 위협이 올 것인지는 알 수 없는 상태입니다.

더군다나, 마야코가 다니는 학교 교장인 코우라는 사람이 살해됐다고 하는데
코우의 살인 현장에는 중동에서 사용하는 나이프가 놓여져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 수법을 쓰는 중동의 유명한 살인청부업자가 있는데
국적이나 인적 사항도 전혀 알 수가 없고
생김새는 물론, 남성인지 여성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살인자의 별명은 '테러'라고 합니다. 
누가 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참 잘 지었습니다.
중동에서 온 테러. 이보다 무서운 이름은 있을 수 없습니다.

국민들에게 중동에서 유명한 살인자가 일본에 왔다고 발표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경찰의 의견대로 니카이도라는 사람을 용의자로 발표하게 됩니다. 

테러가 마야코를 노린다면 마리나의 힘으로 막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과연 테러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마리나의 주변에는 수상한 사람들이 넘쳐 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외국인 학교의 교사로 있는 시리아라는 선생님입니다.
시리아는 은연중에 마리나에게 이 일에 너무 끼지 말라고 위협하기도 합니다. 



사실 의심스럼다는 범주를 넘어 섰습니다.
야밤에 마야코를 인질로 잡고 마리나와 싸우기도 합니다.



두 번째로 수상한 사람은 스즈키라는 보험 조사원입니다.
마리나가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만났던 사이인데
하이잭 사건 때 마리나를 도와주기도 했습니다.

마리나에게 적지 않은 관심을 보여주는데,
연상 취향인 마리나도 스즈키를 멋있는 중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평범한 보험 조사원치고는 너무 활약이 두드러진다는 점입니다.
시리아와 싸울 때도 스즈키의 도움을 받았는데
스즈키는 아예 총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도와준 사람을 추궁할 수도 없고,
뒷조사를 해 보니 보험회사도 스즈키 본인도 신원이 확실합니다.



중요한 상황마다 등장해서 출중한 기량을 선보이는
이 사람은 정말 평범한 보험 조사원이 맞는 걸까요?



세 번째로 수상한 사람은 코지로라는 장발의 남성입니다.
처음에는 마야코를 우연히 도와 준 일반 시민이라고 생각했는데
왠지 사건 근처에서 자주 보이는 느낌입니다.

곱씹어 생각해 보면 수상한 점 투성이인데,
수영장에 수영복도 안 입고 와서 헌팅한답시고 자신의 주변인물인 야요이에게 접근했으며,
수영장에 있다 말고 갑자기 밖으로 나가 유괴당하는 마야코를 도와줬습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야코와 만나
'자기는 마리나와 같은 소속이다'라고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이 수상쩍은 인물에 대해 아는 건 얼굴하고 이름 밖에 없는데
뒷조사를 하고 싶어도 코지로라는 이름은 아무리 생각해도 가명입니다.

사실 뒷조사도 필요없이 절친한 친구인 야요이에게 물어 보면
바로 누군지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엇갈림이 멀티 시점 게임의 매력이죠.
나중에 코지로는 마리나가 자신을 의심한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그걸 역으로 이용하기도 하고,
마리나는 또 그걸 역으로 이용하는 함정을 파는 등
다양한 활용도를 보여줍니다.


그럼 그 절친한 친구인 야요이는 뭘하고 있느냐?
그녀가 운영하는 사무소는 여러 악재로 망하기 일보 직전의 상황에 놓여있는데
야요이는 왠지 기분이 좋아 보입니다.
마리나가 좋은 일이라도 있었냐고 묻자, 예전 애인과 재결합했다고 합니다.
지금 애인 아침밥 해 주겠다고 시장 보러 가는 길이랍니다.

그리고 나서 오후에 카츠라기 탐정사무소에 가보면
침울해 있는 야요이를 볼 수 있습니다.
애인이 재결합하자마자 바람을 폈다고 합니다.

사과하면 용서해 줄 생각도 있었는데 사과는 안 하고
'젤리'가 어쩌고 하는 말도 안 되는 소리만 늘어 놓았다고 합니다.
마리나는 '그래도 사과할 생각이었으니까 사무소까지 찾아 온 거다'라고
야요이를 위로합니다.

이런 점 또한 멀티 시점의 매력이죠.
코지로의 시점으로는 볼 수 없었던 상대방의 심리 상태를 직접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부분은
이 게임의 재핑 시스템이 가장 높이 평가받는 부분인 해킹 장면입니다.
미도 외교관에게 의심을 품고 있는 코지로는
그의 비밀을 캐내기 위해 국가 기밀을 저장하는 데이터베이스를 해킹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명색이 국가 기밀인데 그렇게 쉽게 해킹이 될 리가 없습니다.
때마침 누군가가 정식으로 접속해서 그걸 추적하지 않는 이상 해킹은 불가능한 상황이죠.



한편 마리나도 궁지에 몰려 있는 상태이고
미도 외교관을 조사해서 이 사건을 풀어내면 궁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부장은 그녀를 돕기 위해 은근슬쩍 비밀번호에 대한 힌트를 주고 자리를 비워주죠.
마리나는 힌트를 통해 국가 기밀이 담긴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시도해 봐도 중요한 정보를 보기 위한 권한이 부족합니다.
비밀번호는 알고 있는데 그 커널을 뚫고 비밀번호를 입력할 시간이 부족한 거죠.



코지로와 쿄코는 마침 접속한 사람 덕분에 해킹을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코지로 역시 중요한 정보에는 접속 권한이 없는 상태입니다.

근데 상황을 보니 마침 접속한 누군가도 정상적으로 접속한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코지로는 과감하게 현재 접속해 있는 사람에게 신호를 보내기로 합니다.



중요한 정보에 접근하지 못해서 답답하던 마리나는
해킹을 하고 있던 누군가의 신호를 눈치챕니다.

그 사람에게 비밀번호를 알려 주고 서로 협업해서
중요한 정보를 캐내기로 하죠.


코지로와 마리나, 둘 다 상대에게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지만
서로의 의사를 눈치채고 호흡이 척척 맞습니다.

온라인 게임에서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듀오를 하는데
합이 환상적으로 맞는 경우와 같습니다.
끝나고 친구 요청이라도 보내고 싶은 관계인 거죠.

이런 상황을 코지로-마리나 간의 시점을 계속 변환해 가면서 플레이하는 겁니다.
재핑 시스템을 최대한으로 활용한 뛰어난 장면이라고 생각됩니다.



여기까지가 개략적인 스토리 설명입니다.
스포일러를 꽤 많이 한 것 같지만 사실 아쉬움이 많을 정도로
일부분에 불과한 이야기들입니다.

직접 플레이하시면 더 많은 반전과 명장면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을 약속드리며
제 설명은 여기까지입니다.

이 게임은 이후로 많은 리메이크가 되어 왔으나 큰 틀은 모두
지금까지 소개한 내용과 비슷합니다.
리메이크 별 몇 가지 차이점에 대해서는 다음 리뷰에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