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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30일 일요일

리뷰 : Birth days(1994/11/30, 실키즈)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Birth days>는 시기상으로 <애자매> 바로 다음에 나온 게임입니다.
속편 격인 <발렌타인 키스>를 리뷰할 때 같이 리뷰하기 위해
건너 뛰었습니다.

이 시기 실키즈는 스토리를 중심으로한 어드벤처 게임을 많이 발매하였지만
이 게임은 스토리는 거의 포기한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그야말로 미연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플레이하기에 앞서 타이틀에 걸맞게 자신의 생일을 입력할 수 있습니다.
게임은 생일 다음날부터 시작됩니다.

주인공은 생일을 홀로 보내고 비참한 기분을 느낍니다.
그리하여 다음 생일에는, 여자들을 많이 불러
하렘 생일을 보내겠다고 다짐합니다.

아무리 게임이라지만 주인공 얘도 정상은 아닙니다.
연인하고 같이 보내겠다는 다짐이면 몰라도 하렘을 만들겠다니,
마치 백수가 내년에는 대기업 오너가 되겠다는 발상입니다.


게임진행은 오른쪽 상단에 있는 요일 표시를 클릭하면 됩니다.
저 요일 표시가 주사위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랜덤으로 이벤트가 일어나며
사소한 이벤트나 자금에 관련된 이벤트,
가장 중요한 여성과 관련된 이벤트가 일어납니다.

한 번 여성을 만나서 연락처를 획득하면,
오른쪽에 있는 커맨드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리스트', '별자리', '선물', '전화', '휴일' 다섯 가지가 있습니다.

리스트는 여성들의 정보를 확인,
별자리는 호감도를 확인하는 커맨드입니다.
선물은 그야말로 선물을 보내는 것,
전화는 주로 데이트를 신청할 때 쓰입니다.

그리고 휴일이 중요한데,
데이트 날짜를 잡았다고 해서 자동으로 그 날이 휴일이 되지 않습니다.
휴일은 휴일 커맨드를 통해 따로 지정해 줘야 합니다.
만일 휴일을 지정하지 않으면, 주인공은 데이트에 나가지 않으며
데이트를 퇴짜맞은 여성은 분노하여 전화도 받지 않습니다.
선물로 기분을 풀어줘야 합니다.



아쉬운 점은 데이트 이벤트 부분은 간소화되어 있으며
이벤트 CG도 없습니다.
그냥 텍스트로 이러이러한 데이트를 했다로 끝납니다.

데이트가 끝난 이후에는 이런저런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호감도에 따라 키스를 할 수도 있고, 그보다 더 한 단계도 갈 수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최종 단계는 그 캐릭터의 생일에만 도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전에도 그 후에도 안 됩니다.
계획을 정말 타이트하게 세우지 않는 이상,
여덟 캐릭터의 최종 단계를 전부 보기 위해서는 여러 번의 플레이가 필요합니다.



또 하나, 마음에 드는 특징은 계절에 따라 배경과 옷이 바뀐다는 점입니다.
이벤트 CG가 부족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어느 정도 달래 줍니다.


Birth days의 특징을 살펴 본 결과,
'전화', '선물', '데이트', '데이트 후의 이벤트', '계절에 따른 옷의 변화' 등을 알 수 있었습니다.
바로 엘프 사의 <하급생>이 가지고 있는 특징입니다.

Birth days는 <하급생>과 상당히 유사한 게임입니다.
맵 이동 시스템만 빼면, <동급생>시리즈보다 더 <하급생>과 공통점이 많습니다.
발매 시기로 볼 때 Birth days와 그 속편인 <발렌타인 키스>는
<하급생>에 큰 영향을 줬으리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완성도는 <하급생>과 감히 비교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여덟 캐릭터 전부를 동시 공략했다고 해도,
특수한 이벤트나 엔딩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쉬운 부분입니다.


총평하자면, 별 특색없는 무난한 고전 미연시입니다.
지금은 보기 힘든 스타일이긴 하지만, 
90년대만 해도 이보다 재미있는 시뮬레이션이 많았습니다.
마음에 드는 부분도 있지만, 딱히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2016년 10월 23일 일요일

리뷰 : 페르미온 ~미래에서의 방문자~(1995/12/22, 실키즈)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페르미온 ~미래에서 온 방문자~>는 역시나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다만 이 시기의 대다수 실키즈 작품처럼 멀티 엔딩이 아닌
<REIRA>와 같은 싱글 엔딩 게임입니다.

시스템은 정말 단순화 되어서
'보다', '생각하다', '말하다'의 세 가지 커맨드를 기본으로 게임이 진행됩니다.
H씬이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른 커맨드는 없습니다.



이 게임의 진정한 특징은 '백합'입니다.
주인공부터가 여성입니다.
남자는 정말 비중없는 조연만 있을 뿐
대부분 여성만이 등장합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백합물은 Tarte사의 <카타하네>입니다.
공주님이 소극적인 여성을 우아하게 리드하는 방식의 백합물을 좋아합니다.



페르미온의 주인공인 코니는 개인적으로 우아함이 부족하다고 생각돼서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어떤 때는 리드당하는 측이고 어떤 때는 리드하는 측인 것도 아쉬운 부분인데
이건 개인적인 취향일 뿐입니다.


스토리는 2296년, 지구의 환경은 척박해지고
인간의 유전자는 점점 쇠퇴한 시기입니다.
더이상 인간이 살아남기 힘들게 되어
짐승과 사람의 유전자를 배합하여 새로운 종족, 뮤턴트를 만들어냅니다.

주인공인 코니는 고양이와 인간이 배합된 뮤턴트입니다.
고양이로 변신도 가능합니다.
코니는 강한 유전자를 찾기 위해 타임머신을 타고, 
1996년으로 떠납니다.

그리하여, 코니는 여러 여성들을 만나고 다니면서,
강한 유전자를 모으기 시작하는데
강한 유전자를 모으는 방법이 바로 H씬입니다.

초반부에 그야말로 스토리 진도가 안 나갈 정도로,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계속 백합 H씬을 보여 줍니다.



그러던 중, 과거에서 만난 카나코가
유전자 채취를 위해 미래로 납치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코니는 카나코를 구출하려다 감금당합니다.
범인은 코니가 평소 존경하던 칸자키 박사입니다.



코니는 고양이로 변신해서 환풍기를 돌아다니며 카나코를 구하려고 합니다.
이 부분에서 던전 탐색형 시스템으로 맵을 돌아다닙니다.

하지만 조작법이나 원근감이 나빠서 상당히 불편합니다.
다행히도 오른쪽 키를 누르면 미니맵을 볼 수 있습니다만
자꾸 쓸데없는 이동을 강요해서 상당히 짜증납니다.

이 부분이 정말로 게임을 재미없게 하는 부분으로
상당히 많은 사람이 여기서 게임을 포기하고 맙니다.
실제로도 H씬의 90프로는 이미 본 이후이기 때문에
굳이 포기하셔도 상관 없습니다.



그래도 그 부분을 어찌어찌 넘기고 나면
그후에는 스토리가 어느 정도 재미있게 진행됩니다.

칸자키 박사가 카나코를 납치하려고 했던 이유도 설명이 되는데,
다소 뻔하긴 하지만 시간 여행물의 매력을 살렸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총평하자면, 전반부, 중반부, 후반부가 전혀 다른 게임 같습니다.
H씬 위주를 넘어 H씬 밖에 없는 전반부,
쓸데없는 똥개 훈련을 시키는 중반부,
그래도 평균 수준의 스토리는 보여주는 후반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중반부의 고생을 감내할 정도로 후반부가 훌륭하지는 않습니다.
백합에 관심있는 분들에게만 추천합니다.

2016년 10월 16일 일요일

리뷰 : JACK ~배덕의 여신~(1995/11/30, 실키즈)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JACK ~배덕의 여신~>은 SF 추리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괜찮다는 평가를 내리는 분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정말 실망을 많이 했던 게임입니다.
<노노무라병원사람들>과 비교되는 경우도 있던데,
비교될 수준이 아닙니다.

참고로, 한국어 패치도 나왔다고 합니다.



역시나 선택지형 멀티엔딩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실키즈의 멀티엔딩 시스템 중에서 다소 실망스러운 편입니다.
엔딩 개수가 다른 게임에 비해 적은데,
그마저도 전혀 쓸모없는 엔딩이 몇 개 들어가 있습니다.

중요한 내용을 암시하는 엔딩도 하나 있긴 한데,
그 외에는 아무 내용도 없이 엔딩 수만 늘려 놓은 것 같습니다.


스토리는 이렇습니다.
주인공인 탐정, 잭 마틴은 테러범이 스페이스 셔틀에 탑승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테러범을 잡기 위해 그 셔틀에 탑승합니다.
스페이스 셔틀에서 테러범 '팬텀'을 수사하는 와중에
선장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나게 되고,
주인공이 그 사건을 해결한다는 내용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실망했던 부분은 주인공 탐정입니다.
주인공은 군인이었으나 무고한 소년을 죽이고,
트라우마로 사격 실력을 잃어 퇴역하였습니다.
퇴역 후 사랍탐정을 맡고 있습니다.



게임 하는 도중에 이 장면이 종종 나와 주인공의 트라우마를 자극합니다.
또한, 술을 좋아하는 주정뱅이에 여자를 밝히는 설정도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오히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괜찮은 탐정 캐릭터가 될 가능성도 보입니다.


근데, 문제는 이 주인공이 실력이 없습니다.
무능하다는 설정도 없고 왠지 실력있는 탐정일 것 같은데,
활약을 해도 식상하고, 멋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추리물에서 실력있고, 말솜씨가 좋은 탐정은 그 존재만으로도
게임의 재미를 높여 줍니다.

개인적으로는 <노노무라병원사람들>의 탐정도 괜찮았는데,
<EVE ~burst error~>나 <불확정세계의 탐정신사>의 주인공을 더 좋아합니다.
기본적으로 남을 약올리는 듯한 말투로 핵심을 집어내는
건방진 스타일의 탐정을 좋아합니다.

JACK의 주인공은 마치 그런 류의 탐정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예리하게 추리를 하는 모습도,
멋지게 심문을 하는 모습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스토리도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은데,
수사 과정에서 긴장감이 너무 떨어집니다.

JACK은 비슷한 게임인 <REIRA>, <노노무라병원사람들>과 달리,
주인공이 수사하는 도중에 연쇄살인이 계속 일어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각할 정도로 긴장감이 없습니다.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와중에도,
슬퍼하는 사람은 극소수고, 다음에 자기가 죽을까 긴장하는 사람도 없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음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거기에 그 죽음들이 스토리상 큰 의미를 가지지도 않아서
'대체 왜 죽은 거야'라는 생각까지 들게 합니다.



마지막 부분까지 가면, 나름 스릴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범인에 대한 단서는 거의 없어서, 추리는 불가능한 것 같은데
그 부분이 오히려 마지막에 플레이어에게 섬뜩함을 줍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온갖 예측치 못한 일들이 한꺼번에 터져서
너무 산만합니다.


총평하자면, 옛날에는 <REIRA>급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해보니 그보다 못한 것 같습니다.
화려한 설정만 있을 뿐,
도무지 스토리가 제대로 흘러가지를 못합니다.

저는 이 게임을 에로게로서 H씬에 흥미있는 분에게만 추천합니다.
하지만, 공략도 그다지 어렵지 않고, 플레이 타임이 길지는 않습니다.
한국어 번역도 되어 있으니, 가볍게 한 번 해보는 것도 말리지는 않겠습니다.

2016년 10월 9일 일요일

리뷰 : Figure ~빼앗긴 방과후~(1995/9/29, 실키즈)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Figure ~빼앗긴 방과후~>, 제목만 들어 보면 스케일이 굉장히 작아 보입니다.
다른 작품은 미래를 빼앗기고, 그녀를 빼앗기고 할 때,
이 게임은 방과후를 빼앗깁니다.
오늘부터 야자라도 하게 된 건가 하는 생각이 들 뿐입니다.


단순한 명령 선택식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이 게임만이 가지고 있는 시스템 특성은 스토리와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주인공은 비상근으로 명문 여학교의 선생을 하고 있는 미시마라고 합니다.
변호사의 아들이며, 영국 3년 유학이라는 경력을 가지고 있는,
엘리트 중의 엘리트라는 건 다 사기입니다.

사실은 시미즈 선배라는 재벌 2세의 부하 격으로 학교에 잠입했을 뿐입니다.
임무는 시미즈 선배의 취미인 '야한 비디오'에 출연할 여학생들을 데려오는 겁니다.
당연히 범죄이지만 시미즈 선배의 재력으로 어떻게든 된다는 설정입니다.



그리하여, 이 게임은 착하디 착한 여학생들을 감언이설로 속여서 유인하는 게임입니다.
여자를 데려가는 데 실패하면 냉정하게도 바로 배드엔딩을 봐야합니다.
스토리가 한 가지 큰 메인 줄기가 있고 중간중간에 선택지에 따라
몇가지 배드 엔딩이 들어있는 방식입니다.


주인공이 시미즈 선배에게 여자들을 바치는, 능동적인 NTR 구성은 독특합니다.
하지만, 이 게임이 진짜로 독특한 이유는,
이런 게임의 주인공 답지 않게 주인공이 엄청나게 고뇌하고 죄책감에 시달린다는 점입니다.



이 게임의 선택지 방식입니다.
다른 게임의 선택지와 달리, 하나의 명령을 선택해도 스토리가 진행되지 않습니다.
내용이 조금씩 바뀌며 끊임없이 선택지가 등장합니다.
주인공도 이와 같이 끊임없이 고뇌합니다. 이 게임은 고뇌의 연속입니다.


소위 말하는 '우울 계열' 게임입니다.
사실 다른 게임 장르도 그렇지만 우울게의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분류해 놓은 걸 보면,
인류가 멸망하는 스케일의 게임도 우울게고,
그냥 주인공이 불쌍해도 우울게고,
그냥 슬퍼도 우울게입니다.

내용이 시종일관 음울한 분위기도 우울게고,
신나는 개그 게임에 서브 캐릭터 스토리가 얀데레라도 우울게고,
배드 엔딩이 우울하다고 우울게라는 분류도 봤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아무 내용없이 웃고 즐기는 게임 혹은 H씬만 즐기는 게임만 제외하면
다 우울게인 것 같아요. 이런 식의 분류는 이상합니다.

하지만, 확실한 사실은 Figure ~빼앗긴 방과후~는 빼도 박도 못할 우울게입니다.


게임이 시종일관 우울한 분위기에서 진행됩니다.
게임 내 설정된 상황도 우울하지만, 주인공은 더더욱 우울해 하고,
그 우울함은 플레이어에게까지 전염됩니다.


이 게임의 가장 큰 볼거리는 또라이같은 주인공입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주인공은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 고뇌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범죄를 멈추지는 않습니다.

자기는 더 심한 짓을 저지를 예정이면서,
학교 내의 레즈비언을 보고 어떻게 저럴 수가 있냐며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의 태도도 가지고 있습니다.



큰 고뇌를 하다가도 어느 시점에서는 딴 사람이 된 것처럼
사악한 행위를 서슴치 않습니다.
행위가 다 끝난 다음에는 '아, 내가 왜 그랬을까.'하고 또 죄책감을 느낍니다.

그런가 하면, 자신을 믿고 함정으로 따라오는 여학생에게
'사람을 이렇게 쉽게 믿다니. 너는 잘못됐어.'라고 속마음으로 화를 냅니다.
적반하장이 따로 없습니다.
끊임없이 남탓을 하며, 자기 정당화를 합니다.



마지막에 자신이 저지른 일들이 들켰을 때는,
대부분이 사실인데도 억울해하며 오해라고 변명하고 다니는 추태까지 보입니다.

당연히 사람들은 그런 변명을 믿어 주지 않고 주인공을 경멸합니다.
그러자 이번엔 자신을 믿어주지 않은 사람에게 복수하려고 합니다.

그야말로, 에로게 역사에 남을 찌질한 주인공입니다.
하지만, 이런 주인공에 대한 게임 내의 심리 묘사는 상당히 훌륭합니다.
훌륭하면 훌륭할 수록 플레이어의 기분은 더러워질 뿐이지만요.
혹자는, '좋은 의미'로 이 작품은 우울증 경험이 있는 사람만이 만들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특이한 점을 하나 더 언급하자면,
주인공에게는 전여친이 있습니다.

게임에서 등장은 거의 하지 않지만
플레이어가 매일 저녁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듣고싶다'는 선택을 하면
이 전여친에게 전화를 겁니다.

전여친의 디폴트 네임은 아유미인데, 이 이름을 바꾸는 것이 가능합니다.
주인공의 이름도 바꿀 수 없는데 말입니다.
더 특이한 것은, 이 전여친의 이름이 어떻느냐에 따라 게임 진행에 영향을 준다는 점입니다.
별로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만,
CG를 다 보기 위해서는 최소 세 번은 전여친의 이름을 바꿔가면서 플레이해야 한답니다.
정말 특이한 시스템이 아닐 수 없습니다.



총평하자면, 개인적으로 기분이 더러워지는 게임이었습니다.
게임은 즐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신나는 스토리의 게임을 하고 싶어요.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과는 정반대의 분위기를 추구하는 게임입니다.

하지만, 개인적 호불호와는 별개로 
게임이 추구한 바를 정말 잘 그려낸 게임입니다.

이런 스타일의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에게,
그리고 대체 우울게가 어떤 식인지 궁금해하시는 분에게,
마지막으로 아침에 일어났는데 너무 기분이 좋아서 좀 다운되고 싶다는 분에게
이 게임을 추천합니다.

2016년 10월 2일 일요일

리뷰 : 뫼비우스로이드(1995/6/30, 실키즈)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뫼비우스로이드>입니다.
이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지만
저는 그냥 아쉬운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실키즈사에서 자주 발매했던 멀티 엔딩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시스템 측면에서는 다른 게임들과 별 다를 것이 없습니다.
이 리뷰에서는 얘기하지 않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새로운 점이 하나 있다면, 바로 시점의 이동입니다.
계속 주인공 시점에서 진행하다가, 
일정 부분에서 히로인인 치에 시점으로 전환이 가능합니다.

이런 시스템의 레전드는 바로 <EVE>시리즈입니다.
뫼비우스로이드는 그 유명한 <EVE ~burst error~>와 같은 연도에 나왔습니다.
당연하게도 <EVE ~burst error>에 비해 시점 전환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습니다만
명작과 비교해서 비판하는 것은 너무하죠.

하지만, 그래도 실망스러운데 결국 이 시점 전환은
좀 더 많은 H씬을 보여주는 역할을 제외하면,
스토리 상 큰 비중을 차지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점 전환에 따라 엔딩이 갈릴 수 있는 부분이 있긴 합니다만,
역시 결국은 H씬의 문제일 뿐이고
시스템을 잘 활용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군요.



그래픽은 이전작인 <코이히메>보다 마음에 듭니다.
사실, <코이히메>의 그래픽이 특히 좋지 않았던 것 뿐이고,
그 이전의 명작들과 비교했을 때, 딱히 훌륭한 편은 아닙니다.


이 게임의 특징은 다양한 H씬입니다.
양도 상당히 많은데,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또 나와?'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맥락도 없이 계속 H씬이 나옵니다.
에로적인 측면을 노리고 플레이하신다면 만족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스토리는 충격적인 감금 살인사건부터 시작합니다.
건방진 부자집 꼬맹이 녀석이 어떤 아가씨를 꼬시려다 실패하자
저지르지 말아야 할 짓을 하고만 것입니다.



짧은 프롤로그 이후, 주인공 시점으로 넘어옵니다.
비디오나 빌려 볼까 하던 주인공은
비디오가 아닌 여자, '뫼비우스로이드'를 대여해 준다는 특이한 곳으로 찾아오게 됩니다.
여기가 바로 '뫼비우스 숍'입니다.

여자를 빌리는 대가로 돈이 아닌 수명을 바치게 됩니다.
여자를 1년 빌린다면 수명이 1년 줄어드는 식입니다.
연체료는 두 배라고 합니다.

그리고 여자를 빌릴 수 있는 기회는 일생에 단 한 번뿐입니다.
그리하여 우리의 주인공은 5일동안 여자를 빌리기로 합니다.
일생에 한 번 뿐인 기회라는데 고작 5일 빌린다니 쪼잔하기 짝이 없습니다.

어쨌든 규칙을 계속 설명해 줍니다.
기간 동안, 남자는 다른 여성을 사랑해서는 안 됩니다.
근데 여자를 빌리고 있는 동안에는 남자의 매력이 증가하게 됩니다.
기간 중에 빌린 여자를 싫어하게 되면 영혼을 받습니다. 등등

쓸데없이 규칙이 많습니다.
설정놀음이 지나친 게임치고 제대로 된 게임이 없어요.
스토리가 제대로 진행 될 것인지 벌써 불안해집니다.

뭐, 어쨌든 요코야마 치에라는 여자를 빌리게 됩니다.



주인공은 치에를 빌렸다는 기억을 잃어버리고 
전부터 동거해 온 사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여기까지만의 설정으로 충분했다고 생각합니다.
갑자기 여자에게 인기가 많아진 주인공이
치에를 계속 사랑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여자들과 이어져
배드엔딩을 맞이할 것인가를 소재로 한 학원 코미디였다면
그럭저럭 할만한 게임이 됐을 겁니다.


근데, 갑자기 게임은 수사물로 장르가 바뀌게 됩니다.
주인공과 치에는 단순히 범행 현장 목격자라는 이유만으로
학생회장의 도둑맞은 카드를 찾아야 합니다.
만일 실패하면, 농구부의 부비를 받을 수가 없습니다.
수사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주인공이 학교 수업을 빼먹을 수 있도록 해주겠답니다. 고작 학생회가요.
엘프 사의 <엔젤 하츠>가 생각날 정도로 억지스러운 설정입니다.

더더욱 문제인 점은 수사물의 형식을 취하고는 있지만,
전혀 수사물같지 않은 전개라는 점입니다.
주인공이 하는 일이라고는, 수사를 빌미로 학교 내를 돌아다니면서,
실컷 H씬이나 보여주는 역할 뿐입니다.

<REIRA>를 리뷰할 때는 수사하는 방식에 대해 비판을 했지만,
뫼비우스로이드는 수사물로서 비판할 건덕지조차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수사물 같아야 수사물로서 비판을 하죠.



후반부에는 악의 근원인 학생회장의 집에 잠입해서,
사람을 구하기도 하지만, 이조차도 너무 짧게 지나가고 긴장감도 안 생깁니다.
고작 학생회장이잖아요. 이 녀석이 악당이면 얼마나 악당이겠어요.


다시 말해, 뫼비우스로이드의 수사물인 척 하는 구성은
이 게임의 스토리를 방해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쓸데없이 수사한다고 휘젓고 다니는 바람에
여자를 대여했다는 설정 및 그에 따른 규칙이 희미해지고,
스토리가 산만해집니다.

하지만, 뫼비우스로이드의 대여와 수사물의 스토리가 따로 놀 정도로
막장 스토리는 아닙니다.



쉽게 짐작이 가능하지만, 치에는 옛날 학생회장에게 감금 살인 당했던 소녀입니다.
결국 학생회장은 죄값을 치루게 됩니다.
게임내내 별 비중도 없다가,
마지막에 벌벌 떠는 모습만 보여주는 학생회장은
아무래도 악역으로서 마음에 들지가 않습니다.



뫼비우스로이드의 대여라는 시점에서 스토리를 살펴 보면,
일단 주인공은 매력이 증가한 탓인지 고작 5일 동안 엄청 많은 H씬 이벤트에
휘말립니다.

처음에 이야기 된 내용이지만,
다른 여자를 사랑한다거나 치에를 싫어하게 된다면 배드엔딩이 됩니다.
하지만, 이 기준은 정말로 애매합니다.

일단, 다른 캐릭터와 에로한 행위를 해서 배드엔딩이 뜨는 경우가 있습니다.
근데, 해피 엔딩의 스토리에서도 다른 캐릭터와 H씬이 상당히 나옵니다.
몸은 다른 여자와 있을지언정, 마음만은 치에를 사랑한다는 걸까요?

배드엔딩과 해피엔딩의 기준이 안 보입니다.
해피 엔딩과 배드 엔딩의 선을 더 확실히 정해 놓았으면, 더 재미있었을 것입니다.



모든 일이 해결되고 나서, 치에를 반납해야 하는 시기가 옵니다.
주인공은 치에를 잊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고,
결국은 반납하지 않고 해피 엔딩이라는 스토리입니다.

다소 뻔한 스토리이지만, 마지막 부분은 그런대로 쓸만한 엔딩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총평하자면, 하나의 게임 안에 너무 많은 걸 담으려고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게임입니다.
오히려, 단순한 스토리로 갔다면 그냥저냥 할 만한 게임이 됐을 겁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수사물로서의 전개는 그냥 빼 버렸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