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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26일 일요일

리뷰 : 레슬엔젤스 시리즈 그 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994년도에 발매된 <레슬엔젤스SPECIAL>입니다.
GREAT에서 발매된 레슬엔젤스 시리즈는 1,2,3 그리고 이 SPECIAL이 있습니다.

3에서 괜찮은 평가를 받았던 경영 시뮬레이션 요소를 없애 버리고,
스토리+육성 시뮬레이션+카드 게임입니다.
육성 자체만 따지면, 마지막 작품인만큼 가장 밸런스가 맞고, 스토리도 괜찮습니다.

아쉬운 점은 전작의 인기 캐릭터들을 대거 등장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비중은 처참합니다.
주인공의 스승격인 블레이드 우에하라만이 괜찮은 비중을 가지고 있죠.



그레이트는 레슬엔젤스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두근두근 프리티리그>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마이티 유키코같은 주요 캐릭터들이 여자 야구단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시속 2KM로 사람 걷는 속도보다도 느리게 날아가는 공이
방망이도 부러뜨리고, 여자옷도 찢어버린다는 아스트랄한 판타지물입니다.



그 후 레슬엔젤스 시리즈는 KSS로 판권이 넘어 갔습니다.
<레슬엔젤스 V1>은 저번에 리뷰하였고,
그 다음 작품은 <레슬엔젤스 V2>입니다. 2편의 리메이크죠.

더블 주인공인 무토 메구미와 유우키 치구사의 첫 만남과 신인 테스트 합격을 다룬
첫 장면은 인상 깊었지만, 그 후로는 아쉬운 점이 많았던 게임이었습니다.

이 게임은 처음에 메구미의 시점과 치구사의 시점 둘 중 하나를 선택합니다.
메구미 시점도 V1보다는 약했다고 생각하지만,
치구사 시점은 플레이하기가 싫어질 정도에요.

일단, 치구사의 캐릭터가 마이티 유키코나 메구미에 비하면 개성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제가 가장 싫어하는 건, 치구사 테마곡이에요.
V1 리뷰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레슬링 시합 직전 각자의 테마곡으로
레슬러들이 신나게 분위기 띄우면서 등장하는 장면을 좋아합니다.
V1에서 마이티 유키코가 빠른 비트의 노래와 함께 등장하는 장면은
몇 번을 봐도 질리지가 않아요.

근데 치구사의 테마곡은 게임 내에서 가장 느릿느릿하고 재미없는 자장가같은 노래입니다.
게임 내에서 가장 재미없는 BGM을 줬습니다.
메구미랑 치구사가 자기 전에 침대에서 조용조용히 대화할 때도,
이거보다는 신나는 BGM이 나와요.
등장씬을 스킵하자니 다른 캐릭터들의 테마곡은 여전히 좋습니다.
다른 노래들은 계속 듣고 싶어요.
사소한 문제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시겠지만,
저는 치구사가 번번이 연출 감상을 방해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치구사 이외의 다른 캐릭터는 괜찮았습니다.
기존 캐릭터는 특별히 변한 게 없어서 괜찮았고,
신 캐릭터도 신 캐릭터 나름대로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많았죠.

마이티 유키코의 경우는 이제 세계관 최강자가 되어,
거물로서의 관록이 느껴지는 캐릭터로 변경되었습니다.
V1에서의 유키코가 더 괜찮긴 하지만, 이쪽도 마음에 듭니다.

다만, 팬서 리사코는 완전히 망가뜨려서 아쉬웠습니다.



위에는 1편의 리사코, 아래는 2편의 리사코입니다.
현역에서 물러나 프런트로 일하고 있죠.
고작 레슬링 하나 그만뒀다고 사람을 이렇게까지 망가뜨려도 되나 싶군요.



<레슬엔젤스V3>는 리메이크가 아닌 KSS의 오리지날 게임입니다.
셋 중 하나를 골라 마이티 유키코의 후계자를 키우는 게임이죠.
마이티 유키코 시점에서 플레이하는 것치고는 좀 심심한 것 같습니다.
V2보다 더 아쉬운 게임입니다.



94년도에 발매된 <슈퍼레슬엔젤스>는 <레슬엔젤스3>를 슈퍼 패미콤으로 이식한 것이며,
95년도에 발매된 <레슬엔젤스 더블 임팩트>는
<레슬엔젤스2>와 <레슬엔젤스3>를 PC엔진으로 이식한 것입니다.
세세한 점에서 차이는 있겠지만 특별히 할 얘기는 없군요.



10년의 세월이 흘러 발매된 <레슬엔젤스 서바이버>입니다.
비판을 많이 받는 게임이기도 한데,
제가 봤을 때 가장 큰 문제점은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경영, 육성, 카드게임 요소 전반에서 10년 전과 큰 변화가 없다는 점입니다.

젊은 나이인 25세에 강제 은퇴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라고 하고,
다른 밸런스 측면에서도 욕을 먹는 것 같지만 저같은 라이트 유저에게는
딱히 비판할 만한 점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레슬엔젤스 서바이버>를 그럭저럭 재미있게 한 편입니다.



<레슬엔젤스 서바이버2>는 1편의 문제점을 다소 수정한 게임입니다.
<레슬엔젤스 V1>을 제외하면 시리즈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게임이기도 하죠.



저번 리뷰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레슬링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경영이 어떻고, 레슬링 경기가 어떻고 따위는 잘 모르겠고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모아서 키우고 싶은 것뿐이죠.

캐릭터를 칭찬할 수도 있고 꾸짖을 수도 있습니다.
성공하면 호감도를 얻을 수 있고, 호감도로 인해 캐릭터들의 대사도 변화합니다.

냉정하거나 무심하다가 부드러운 태도로 변하는 캐릭터도 있고,
그냥 대놓고 '사장님 좋아요.' '멋있어'하는 캐릭터도 있습니다.
발렌타인 데이에 초콜릿을 주기도 하고, 그 외의 이벤트도 있습니다.




아쉬운 점은 CG는 색만 다른 중복적인 CG를 제외하면,
캐릭터당 두 개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전통의 인기 캐릭터와 신규 추가된 어중이떠중이와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너무 평등하게 취급한 것 같아요.



총평하자면, 다양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무수히 등장하는 시리즈입니다.
조금만 더 시리즈가 꾸준히 나왔더라면,
굳이 레슬링 게임이 아니더라도 캐릭터를 활용할 방법이 많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판권은 계속 이동했지만 거쳐간 회사들은 모두 튼튼하지 못했습니다.
레슬엔젤스를 지속적으로 띄워줄 회사는 그 중에 없었던 거죠.

새로운 시리즈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고전 게임으로는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도스 시절에서 플스2 시절에 이르기까지 모두 한 번 정도는
해볼 가치가 있는 게임입니다.

2019년 5월 19일 일요일

리뷰 : 레슬엔젤스 V1(1995/8/25, KSS)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동의하지 않는 분도 많으시겠지만 저에게 있어 레슬엔젤스라고 하면,
KSS에서 발매된 <레슬엔젤스 V1>입니다.

참고로, KSS는 에로게 회사가 아닙니다.
애니메이션이나 게임같은 여러 컨텐츠를 발매하는 회사죠.
대표작으로는 애니메이션으로는 <동급생>, <하급생>, <투하트> 애니판이나 <애천사전설 웨딩피치>가 있고,
게임으로는 <용기전승> 시리즈나 <무인도이야기> 시리즈가 있습니다.

Great가 망한 이후, 레슬엔젤스 시리즈 판권은 KSS로 넘어갔고
KSS에서는 레슬엔젤스V시리즈 세 편을 발매합니다.
에로게가 아닌 일반용 게임으로요.

Great 이후의 레슬엔젤스V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다른 레슬엔젤스 게임들과 달리 경영 시뮬레이션 요소를 배제했다는 점입니다.
육성 시뮬레이션을 기반으로 스토리, 캐릭터를 강조하는 기본 노선이
제 취향에 맞았습니다.

레슬엔젤스V1은 <레슬엔젤스>의 리메이크,
<레슬엔젤스V2>는 <레슬엔젤스2>의 리메이크입니다.



체육관에서 동료들에게 말을 걸어 같이 훈련하는 시스템입니다.
훈련에 따른 능력치 상승도 같이 하는 동료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외 기본적인 능력치 시스템이나 레슬링 시합 시스템은 다른 시리즈와 비슷합니다.



레슬링 시합에서 제가 좋아하는 부분은 시합 그 자체보다는 캐릭터들의 등장씬입니다.
캐릭터마다 각자의 테마곡과 함께 분위기 띄우면서 등장하는 모습을 좋아합니다.

위의 캐릭터는 데스피나 리브레라는 멕시코 레슬러인데
모든 시리즈에 개근하는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V시리즈에서만 좋아합니다.
디자인도 멋지게 뽑혔지만, 테마곡이 마음에 들어요.
왜 다른 시리즈에서는 이런 캐릭터 테마곡들을 안 틀어주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무대 위에서 카리스마 넘치던 모습을 보여주던 레슬러들의
무대 아래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제가 좋아하는 부분입니다.
캐릭터들의 개성을 살렸을 뿐만 아니라,
캐릭터들의 갈등과 고뇌를 보여주기 때문에 더더욱 훌륭합니다.



고양이를 너무 좋아해서 컨셉도 고양이로 잡은 테디캣 호리입니다.
무대 위에서는 좀 과하게 컨셉을 잡은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무대 아래서는 그냥 귀여운 미소녀일뿐인 거죠.
사실 이 캐릭터는 무대 아래에서도 어미에 '냐'를 붙이는 과한 컨셉러지만
그래도 무대 아래에서의 모습때문에 정말 좋아하는 캐릭터 중 하나입니다.

사실 지금까지 소개한 시스템은 <레슬엔젤스 V2>, <레슬엔젤스 V3>에도 공통됩니다.
하지만 그 두 게임은 V1만큼 좋아하지 않습니다.



V1의 가장 큰 강점은 주인공이 마이티 유키코라는 점입니다.
스토리는 기본적으로 <레슬엔젤스> 1편을 기반으로 합니다.
마이티 유키코에 중점을 두고 데뷔하게 된 계기부터 시작해서 
왕좌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마이티 유키코같은 자신만만하고 활기찬 캐릭터의 성공스토리가 참 매력적입니다.



마이티 유키코의 라이벌인 뷰티 이치가야입니다.
마이티 유키코와 뷰티 이치가야의 라이벌 구도가 기가 막힌 이유는
이 둘이 선의의 라이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두 사람 다 빅마우스 스타일이죠.



어린 선수들을 중심으로 한 대회 '엔젤크라운'에서 
뷰티 이치가야가 우승했을 때 인터뷰는 정말 가관입니다.
허접들 사이에서 우승했으니 당연한 거고,
마이티 유키코따위는 신경쓸 가치도 없다고 인터뷰합니다.

마이티 유키코가 우승했을 때도 입터는 건 마찬가지인데
'뷰티 이치가야따위 상대하는데 전략같은 게 필요없다'
'이걸로 그 거만한 여자도 지 주제를 좀 알았으면 좋겠네요' 같은 말을 합니다.
패자에 대한 예의같은 전혀 없습니다.
결국 누가 우승하든 상대방의 난입과 난투로 마무리됩니다.


그래도 속으로는 둘 다 서로에 대해 정이 있습니다.
V2 마지막 시점에서 마이티 유키코가 뷰티 이치가야 때문에 큰 부상을 입게 되는데
그래도 마이티 유키코는 V3의 복귀전 직전에 사장과 면담에서 
'이치가야가 일부러 그럴 녀석은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다'고 합니다.

뷰티 이치가야 역시 관심없는 척하지만 
마이티 유키코가 입원한 병원까지 체크하고 있습니다.
V3 시점에서 유키코가 복귀전을 한다고 하자,
매스컴에는 '그딴 여자 복귀전에 내가 왜 가냐?'고 합니다.



정작 마이티 유키코의 복귀전이 도쿄돔에서 열리자 갑자기 난입해서
'부상은 나았어도, 분수를 모르는 건 치료가 안 된 모양이네.
이번에야말로 다시는 복귀할 수 없도록 걸레짝을 만들어 주겠어'라고 합니다.

굳이 뷰티 이치가야가 아니더라도
마이티 유키코의 선배, 동기, 후배를 가리지 않고 매력적인 캐릭터가
넘쳐나는 게임입니다.



총평하자면, 다른 사람들에게는 <레슬엔젤스> 시리즈 중 최고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레슬엔젤스3>나 <레슬엔젤스 서바이버2>같은 경영 시뮬레이션을
더 재미있게 하기 위해서는 등장 캐릭터들에 대한 애정이 필수적이죠.
그 애정을 갖게 해주는 게임으로 레슬엔젤스 V1만한 게임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게 있어서는 레슬엔젤스 시리즈 최고의 작품입니다.
원작보다 스토리를 깊이 있게 만들었고, 캐릭터를 화려하게 만든 리메이크죠.
망설여지는 부분도 있지만, 게임 자체는 추천할만하다고 생각됩니다.

2019년 5월 12일 일요일

리뷰 : 레슬엔젤스3(1993/10/15, Great)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레슬엔젤스 시리즈는 90년대초반 일본 여자프로레슬링의 붐을 타고 만들어진 게임입니다.
2008년에 플레이스테이션2용 <레슬엔젤스 서바이버2>를 마지막으로
콘솔, PC 쪽 게임으로는 전혀 소식이 없고,
모바일게임으로는 좀 더 나중까지 서비스를 한 것 같지만 그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군요.


3편에 대해 소개를 하기 전에 우선 1편 <레슬엔젤스>에 대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1편은 Great의 이전 작품인 <두근 두근 카드 리그>의 시스템을 가져온
카드 게임 시스템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 기본적인 레슬링 시합 카드 게임 시스템은 92년에 나온 1편부터
2008년에 나온 <레슬엔젤스 서바이버2>에 이르기까지 비슷합니다.

또한 마이티 유키코, 뷰티 이치가야, 팬서 리사코, 봄버 키시마 등,
레슬엔젤스 시리즈의 주요 캐릭터들의 상당수가 데뷔한 게임입니다.

수영복 벗기기 데스매치같은 3류스러운 시스템도 있었고,
시대가 시대다보니 어설픈 점도 많았지만
레슬엔젤스 시리즈의 기본 골격은 1편부터 이미 짜여져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연이어 나온 <레슬엔젤스2>는 무토 메구미와 유우키 치구사를 비롯한
신 캐릭터를 추가하고, 시스템 및 스토리를 보완하여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레슬엔젤스 시리즈의 오랜 역사 속에서
주축이 되는 캐릭터들은 1과 2에서 전부 등장했다고 봐도 됩니다.



93년도에 <레슬엔젤스3>는 1편과 2편의 외전격의 작품입니다.
2편까지의 카드 게임+육성 시뮬레이션에 경영 시뮬레이션 요소까지 더한 작품이죠.



이런 저런 제한이 있기는 하지만,
마음에 드는 1,2편의 캐릭터를 누구나 영입할 수 있고,
은퇴한 선수를 복귀시킬 수도 있으며, 신인선수를 육성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체력 관리나 부상관리를 위해 바캉스를 갈 수도 있습니다.



또한, 일본 전토를 돌아다니며 레슬링 경기를 열 수 있습니다.
인기 선수나 해당 지역 출신의 선수를 기용하거나,
타이틀 매치같은 이벤트를 통해 인기를 올릴 수 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3000명 수준의 경기장에서 시작하지만
인기를 올리면 63500명을 수용가능한 도쿄돔을 꽉 채우는 것도 가능합니다.

레슬엔젤스3는 한국어판도 있다고 하며, 은근히 매니아들이 많은 게임입니다.
레슬엔젤스 V시리즈를 제외한 이후 모든 콘솔판 시리즈는
이 게임의 시스템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레슬엔젤스 시리즈의 기초를 완성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저에게는 아쉬움이 많은 게임입니다.
결정적인 이유는 제가 프로레슬링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는 점입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본 프로레슬링이라고는 예능프로그램 '무X도전'에서 본 게 다에요.
프로레슬링 기술도 잘 모릅니다.

레슬엔젤스 시리즈를 처음 접했을 때는 '폴'이 뭔지도 몰랐습니다.
시합을 압도해서 상대방의 HP를 다 깎았는데도 도무지 게임이 끝나지 않았고,
역습 몇 번 당해서 오히려 제가 패배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습니다.

레슬엔젤스 시리즈를 많이 플레이해서
이제는 기본적인 시스템은 마스터했지만,
그래도 거기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가 하는 점은 다른 문제인 거죠.

선수에게 마스크를 씌운다든가, 선수를 해외로 원정보낸다든가,
다른 협회랑 제휴를 맺는다든가, 타이틀 매치라든가, 반란군이라든가
게임 내에서 기능 자체를 어떻게 쓰는지는 알고 있지만
이게 왜 재미있는지는 잘 모르는 겁니다.

레슬엔젤스3은 자유도가 상당히 높은 게임입니다. 스토리는 거의 없어요.
게임에서 메인 스트림이 없다 보니,
레슬링에 대해 전혀 모르는 저는 어떻게 경영해야 하는지 감이 안 잡히는 겁니다.



저는 레슬엔젤스 시리즈를 레슬링 게임으로서가 아니라, 캐릭터 게임으로 좋아합니다.
근데 레슬엔젤스3는 거시적으로 경영하는 게임이다보니,
무수히 많은 시합 하나하나에 대해 소홀해지고,
각각의 캐릭터에 대한 묘사가 상당히 제한적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마이티 유키코의 경우는 카레 먹는 장면빼고는 전혀 개성이 없습니다.
영입할 때와 사진집의 경우를 제외하면 모든 캐릭터가 특별한 캐릭터성이 없어요.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영입한다고 해도
그 캐릭터랑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통로가 전혀 없는데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각자 레슬링 특기적인 면에서 개성이 있기는 하지만,
이 또한 그렇게 개성이 많지 않습니다.
마이티 유키코나 팬서 리사코같은 경우는 압도적인 스펙을 부여해서
레슬링 선수로서의 개성이라도 부여했으면 좋잖아요.

근데 오히려 마이티 유키코의 경우처럼 이미 완성되어 있는 선수는 성장에 한계가 있고,
초반부터 제가 키울 수 있는 신인 캐릭터가 더 스탯이 좋게 육성이 됩니다.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는 대부분 이미 완성되어 있는데,
육성하다보면 다들 듣보잡 캐릭터들한테 밀립니다.



총평하자면, 이렇게 골수팬이 많은 작품에 아쉬운 평가를 내리는 건, 좀 겁이 납니다.
높은 자유도와 시대를 고려하면 훌륭한 완성도를 가진 게임인 건 부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제가 지향하는 방향과는 좀 다른 게임이었습니다.

프리 모드 이외에 스토리 모드가 있었다면 제가 더 좋아하는 게임이 됐을 것 같습니다.
93년도의 게임에 그 정도까지를 바라는 건 욕심이겠죠.
08년도 게임에까지 스토리 모드가 안 나왔다는 사실은 제쳐두고요.

2019년 5월 5일 일요일

리뷰 : DANGEL(1995/9/9, 밍크)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Dangel>은 RPG입니다.
밍크 사가 딱히 RPG를 많이 만든 회사는 아닙니다만,
다양한 시도를 하는 회사였고 이 게임은 그 중에 하나입니다.

Dangel이란 Danger Angel의 줄임말인데,
2003년도에 <Danger Angel ~이상진화~>라는 이름으로 속편도 나왔습니다.



전체적인 시스템은 비슷한 시기의 전형적인 필드형 RPG입니다.
난이도에도 큰 문제가 없고, 특별히 이야기할 점이 많지 않습니다.



마을에 들어서면, 동료들이 각자 흩어지는 장면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무슨 이벤트가 벌어지려고 하는가라고 생각했는데
아무 대사도 없이 다들 멀리 가버립니다.
마을 내를 아무리 찾아봐도 동료들은 어디갔는지 안 보입니다.
마을에서 나가려고 하면 다들 어디선가 돌아오고요.

마을 내에서 주인공 혼자 돌아다니며 자연스럽게 H씬 이벤트를 만날 수 있도록
주인공 파티가 미리 헤어지는 장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장면이 너무 길다는 점입니다.

마을을 오다니는 건, 필드형 RPG로서 자주 발생하는 상황인데
마을을 왔다갔다할 때마다, 이런 쓸데없는 장면이 몇 초씩 잡아 먹습니다.
간략하게 만들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요.



캐릭터는 그럭저럭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여장남자 캐릭터에 비해 훨씬 희귀한 남장여자 캐릭터도 존재합니다.

가장 주목해야 할 캐릭터는 주인공입니다.
폭력적이고, 정의에 관심도 없고, 여자만을 밝히는 안티 히어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변태 안티 히어로는 에로게에서 자주 등장해도 좋을 것같은 주인공 캐릭터인데
의외로 그 수가 많지 않습니다.
업계 이 분야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란스조차도 갈수록 순해졌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고요.
가끔 기대할만한 게임이 나왔나 하면,
캐릭터 설명과는 다르게 막나가지 않는 주인공이라든가,
아니면 그냥 아예 완벽한 능X물 악당인 주인공입니다.

저는 좀 더 파괴적이고 난봉꾼같은 주인공 캐릭터를 보고 싶은데
요즘은 가끔 보이는 수준이라 아쉽습니다.

Dangel의 주인공은 제가 원하는 수준에는 못 미칩니다.
캐릭터 소개에는 초 극악 영웅이라고 하는데,
여자를 많이 밝히기는 하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닙니다.
PC-98시절 란스와 비교해 보면, 캐릭터가 확연히 밀립니다.




이 게임은 2003년도에 리메이크판이 나왔습니다. 속편이 나온 직후였죠.
도트 그래픽이 윈도우로 넘어오면서 어느정도 향상되기는 했지만
눈에 띌 정도로 크게 변하지는 않았습니다.



전투 연출이나 밸런스 측면에서도 딱히 차이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제가 알기로,
리메이크는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끌지 못하였습니다.



속편인 <Danger angel ~이상진화~>의 경우, 일본에서 관심은 좀 받았지만
호불호가 많이 갈렸습니다.



3D 연출까지 활용할 정도로 그래픽에 신경을 많이 썼고 CG는 확실히 괜찮았지만,
스토리가 부실했고 전투 시스템이 시대에 비해 너무 뒤쳐져 있었습니다.

이 게임이 정말로 놀라운 점은 2006년도에 한국에 정발되었다는 점입니다.



해피팩토리라는 회사에서 정발한 게임인데
같은 밍크 사의 <Princess Knights> 다음으로 유명한 해피팩토리의 수입게임입니다.

패키지에 적혀 있듯이 18세 이용가이며,
H씬이 일본판에 비해서야 당연히 축소되었지만 성적 묘사가 있긴 있습니다.
그것도 꽤 많이 있습니다.
이런 걸 팔면, 법에 걸리는 거 아닌가 할 정도로 있습니다.

당시 패키지 시장 상황 문제도 있고, 게임이 그렇게 재밌는 수준도 아니라서
딱히 흥행한 게임은 아니고, 이런 에로게가 정발된지도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지만
이런 게임이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상당히 대단한 사건입니다.



총평하자면, 사실 Dangel은 밍크 사 게임 중에서 인상깊은 게임은 아닙니다.
적을 얘기가 그나마 많아서 리뷰하기는 했지만,
게임 자체는 큰 특징이 없는 당대 전형적인 양산형 RPG라고 생각합니다.

그래픽의 장점만 빼면, 당시 발매된 다른 RPG가 훨씬 괜찮습니다.
특별히 찾아서 할 게임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