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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26일 월요일

리뷰 : 취작(2)(1998/3/27,elf)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저는 오래 에로게를 해 온 사람이고 
다른 지인들께 게임 좀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습니다.
추천을 부탁한 사람이 어떤 성향이든, 어떤 상황이든, 어떤 게임을 재미있게 했든
제 첫 마디는 일단 이걸로 시작합니다.

'취작하세요'

제가 플레이한 에로게 중 가장 좋아하는 넘버원을 꼽으라면
바로 이 게임, <취작>입니다.
제 첫 에로게는 아니었지만,
사실상 이 게임 때문에 에로게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게 되었고
오랜 세월동안 단 한 번도 최고의 자리에서 내려온 적이 없었던
제 인생게임이죠.

지금도 심심할 때마다 한 번씩 꺼내서 하는 게임으로
플레이 횟수가 가장 많은 게임이기도 합니다.

'얼마나 플레이했는지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10번 이상 플레이한 건 확실하다.
100번 이하로 플레이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사실 이 얘기를 했던 게 10년이 넘었습니다.
지금은 100번은 충분히 달성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안타깝게도, 제 추천을 받아서 취작을 플레이하신 분들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원래부터 취향이 갈리는 게임일 뿐만 아니라,
옛날 게임이기도 하고, 시스템적으로 미흡한 부분도 있고,
ㄴㅇ계열 게임으로서의 H씬이 지금 시점에서는 부실하기도 하죠.

이제는 지인들에게 취작을 추천하는 건 포기했고,
취작을 왜 좋아하느냐만을 전하기 위해서 이 리뷰를 씁니다.


많은 분들이 느끼셨겠지만
저는 게임 평가를 공정하게 하는 편이 아닙니다.
싫어하는 게임에서 억지로 장점을 찾으려고 하지 않고,
좋아하는 게임에서 굳이 단점을 찾을 생각이 없어요.

그리고 이번에 리뷰하는 게임은 제가 가장 사랑하는 게임 취작입니다.
취작 리뷰는 그 어떤 때보다도 편파적이라는 걸
감안하고 리뷰를 봐 주시길 바랍니다.



저번 리뷰에서 적었듯이
처음 플레이할 때 이 게임의 난이도는 꽤 어렵습니다.
슈사쿠가 활약하는 시간이 짧고
그 짧은 시간동안 빡빡하게 스케쥴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죠.

이전의 시간 관리형 게임이었던 <동급생>이나 <하급생>은
이벤트를 볼 수 있는 시간대가 느슨하기 때문에
정해진 기간동안에 특정 장소를 방문하기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방이 비어 있는 시각과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시각이 
정확히 정해져 있습니다.
특히 방이 비어 있는 시간은 조금만 틀려도
방에 들어가지 못하고 몇 시간동안이나 아무 것도 못할 수가 있습니다.



뭐가 뭔지 모르는 채로 슈사쿠가 죽는 배드엔딩을 보게 되면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는 장면이 나온 후,
게임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게 됩니다.

루프 첫 머리에서 슈사쿠가 '이 대사를 하는 것도 N번째인 것 같아'고 하여
이 게임이 루프물이라는 걸 보여 주죠.
하지만, 슈사쿠는 딱히 이전 플레이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루프물로서의 의미가 떨어집니다.



이 게임의 루프를 의미있게 해주는 건 바로 스케쥴표입니다.
이전 플레이의 기록이 고스란히 스케쥴표에 기록되죠.

방에 사람이 없을 때는 초록색, 방에 사람이 있을 때는 파란색입니다.
이전 플레이에서 어떤 장소를 방문했을 때
그 방에 사람이 있어서 아무 것도 못 했다고 해도 의미가 없지는 않은 겁니다.
스케쥴표에 기록되어 다음 플레이의 힌트가 되기 때문이죠.

시간표에 명확히 기록되기 때문에,
다음 루프에서 그 시간대를 피해서 그 장소를 방문하면 됩니다.
다만, 이런 식으로 모든 시간대에 일일히 방문해서
시간표를 채우는 방법밖에 없다면
게임 플레이가 일차원적이 되고 시간도 오래 걸리겠죠.



스케쥴표를 채우기 위해 유용하게 사용해야 하는 건 바로 카메라입니다.
두 시간짜리 비디오 카메라를 설치한 후, 그 카메라를 회수하면
설치한 장소의 스케쥴표가 두 시간동안 개방됩니다.
빨간색은 협박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입니다.

카메라를 설치해서 두 시간동안 아무 것도 찍히지 않았더라도
해당 장소에 두 시간 단위로 방이 비어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겁니다.
그걸 이용해서 다음 플레이 때는
또 다른 비어 있는 시간대에 카메라를 설치하는 거죠.



그런 식으로 끊임없이 루프하며,
시간표를 채워 나가는 방식으로 플레이하는 게임이 바로 취작인 겁니다.



시간표를 이 정도까지 채운다면 실패할래야 실패할 수가 없습니다.
어떤 시각이 빈 방이고, 어느 때 사진을 찍을 수 있는지 훤히 알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이 게임이 어렵다고 포기하는 사람들은
게임의 구조를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초반에 접은 사람이라고 봅니다.

제게 있어 불만은 게임이 너무 쉽다는 점이에요.
물론, 여기서 쉽다라는 말은 이 게임만 20년을 플레이한 고인물의 쉽다이기는 하지만
게임이 너무 정해진 패턴대로만 흘러 갑니다.

물론, 어쩔 수 없는 부분은 있습니다.
루프하면서 스케쥴표를 채워 나가며 경험을 쌓는 방식인데,
여기에 랜덤 요소를 도입하면 곤란하겠죠.



또한, 한정적이기는 하지만 변수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식사를 준비하지 않거나, 식사에 미약을 타거나 하는
주인공의 행동에 따라 각 캐릭터들의 행동 패턴도 바뀌게 됩니다.

원래, 각 캐릭터들은 밤 12시쯤이면 방 안에 있게 되지만
저녁 식사에 미약을 탄다면 방을 비우고 복도를 배회하게 됩니다.
이처럼 그 시간대에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경우에는
스케쥴표에 다른 색이 두 겹으로 표시됩니다.



이 스케쥴표는 멀티 윈도우를 사용하여 
게임창과 별도의 창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에로게의 멀티 윈도우 시스템 중에 잘 된 케이스 중 하나입니다.
당시, 많은 에로게들이 DOS에서 윈도우 시대로 넘어 오면서
멀티 윈도우 시스템을 활용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대사창을 게임화면 밖으로까지 빼버릴 수 있는 경우도 있었고,
이상한 옵션창이 붙어 있는 경우도 많았죠.
지금은 전혀 사용되지 않는 방법입니다.
별 필요도 없고 왜 있는지도 모르는 기능이었죠.

엘프에서도 여러 멀티 윈도우 활용 방안을 고안했지만
가장 성공했던 건 취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덧붙여, 스케쥴 표의 빨간색을 클릭하면,
해당 시간대에 찍은 사진을 보여 줍니다.
CG감상과 같은 기능이죠.



H씬 감상모드가 따로 있기는 하지만,
여기서 볼 수 있는 건 H씬 뿐입니다.
협박 사진 CG는 스케쥴표를 통해서 따로 봐야 한다는 거죠.

여기서 아쉬운 점은 취작의 이런 시스템으로는
협박 사진 CG를 다 모았는지, 덜 모았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스케쥴표를 다 채웠다고 해도 놓치는 CG가 생길 수도 있어요.
아무리 옛날 게임이라고 해도
이 정도는 퍼센트로라도 표현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요.



플레이 방식을 알았으니, 본격적으로 루프를 해 봅시다.
이 게임 역시 엘프 사의 세심함을 엿볼 수 있는데,
여러 상황에 따라 대사가 조금씩 달라지며
모순이 생기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아쉬운 점은 '읽은 문장 스킵' 기능이 없다는 거죠.
루프물에서 반드시 필요한 기능인데 이 기능이 없다 보니
컨트롤키를 이용하여 읽은 것 같은 문장을 
대충 스킵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대사의 미묘한 변화를 어필할 수가 없어요. 



참고로, 저는 무수한 플레이와 계속되는 루프동안 
예외 없이 요리 30분, 목욕물 데우기 30분의 원칙을 준수합니다.
기숙사 학생들의 안락한 생활을 위해서 
빼먹지 않고 식사와 목욕을 제공하는 거죠.

제가 늘 하는 얘기로 
<모여봐요! 동물의 숲> 같은 게임도 변태적인 플레이를 하는 사람이 있듯이
취작같은 게임도 저같은 젊고 순수한 사람이 플레이하면
성실한 경비원으로 플레이할 수도 있다는 거죠.

...지인들의 인정은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게임은 36시간이 제한 시간입니다.
36시간이 지나 월요일 새벽 5시가 되면 슈사쿠는
쿨하게 기숙사를 떠나게 됩니다.

떠나기 전에, 슈사쿠는 컴퓨터에 저장해 놓은 협박 사진을 삭제하지 않은 것을 깨닫습니다.
완벽한 범죄를 목표로 하는 슈사쿠는 다시 관리인실로 향하는데...



놀랍게도 에리가 컴퓨터 앞에 앉아 있습니다.
에리는 다른 방에서 감금당해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고,
그 방 열쇠를 찾으러 관리인실에 왔다가 컴퓨터에서 이상한 기운을 느꼈고
너무 신경쓰였던 나머지, 컴퓨터를 키고 협박 사진을 찾아낸 겁니다.

아무리 예감이 뛰어나다고 해도 이 정도인 줄은
슈사쿠도 예상치 못했나 봅니다.
그런 위험한 증거는 비밀번호를 걸어 놓거나, 숨김 폴더에 넣어 뒀어야죠.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입니다.
새벽 5시에 누가 관리인실에 오겠습니까?
오히려 슈사쿠와 단 둘이 된 에리야말로 독 안에 든 쥐가 된 거죠.
슈사쿠는 스스로의 규칙을 버리고 에리를 물리적으로 습격해 버립니다.



그러나 갑자기 아야카가 등장해서 슈사쿠의 뒤통수를 내려 찍어 버립니다.
특별한 일이 있기 때문에 일찍 출근했다고 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새벽 5시 출근이라니 근면성실하기 짝이 없습니다.

뒤통수를 맞은 이상 더 이상의 플레이는 불가능하고
얼마 안 가 경찰이 오기 때문에 사망하여 다시 루프하게 됩니다. 



다음 루프에서는 아야카를 전화로 유인해서
창고에 가두는데 성공했습니다.
얼리버드가 창고에 갇힌 이번에야말로 새벽 5시에 에리를 습격할 때입니다.



그러나 온갖 캐릭터가 돌아가면서 등장하여 슈사쿠의 뒤통수를 후려 갈깁니다.
아니, 무슨 새벽 5시에 반상회라도 열리는 건가요?
월요일 새벽 5시에 기상하는 아침형 인간들을 보면
슈쿠세이 음악학원의 미래는 꽤 밝은 것 같습니다. 



사진을 찍어 협박에 성공하면, 그 캐릭터는 방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이런 식으로 이전 루프에서 뒤통수를 때린 캐릭터를 제거할 수 있죠.

하지만 뒤통수를 몇 번 맞다 보면 깨닫게 됩니다.
캐릭터 고작 몇 명 협박하는 방법으로는
도저히 답이 없다는 사실을 말이죠.


그렇다면 슈사쿠가 기숙사를 탈출하기 위해서는
무슨 방법이 있을까요?
탈출 전에 사진 지우기를 안 까먹는 방법같은 건 없기 때문에
게임 내에서 가능한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첫 번째 방법은 에리를 협박해서 방에 못 나오게 하는 겁니다.
새벽 5시에 에리가 나타나지 못 한다면
슈사쿠는 무난하게 증거 사진들을 지우고
기숙사에서 탈출할 수 있겠죠.



그러나, 이 방법은 절대 불가능합니다.
에리는 카메라 앞에서 절대 빈틈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죠.
빈틈을 보이지 않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사진 찍을 때마다 카메라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비디오로 영상을 보면 더더욱 소름 돋는데
셔터 타이밍에 홱 하고 고개를 돌려 카메라를 쳐다 봅니다.

아무튼 예감이 뛰어난 에리의 협박은 불가능합니다.
협박이 아니라 사진 찍는 것도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두 번째 작전은 아무도 감금이나 협박하지 않는 방법입니다.
에리는 협박당한 사람이 방에서 흐느끼는 소리를 듣고
관리인실로 왔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아무도 협박하지 않으면 아무도 흐느끼지 않을 것이고
에리는 관리인실에 오지도 않을 것이며
슈사쿠는 착실한 경비원으로서 탈출하는 거죠.

안타깝게도 이 방법도 안 먹힙니다.
슈사쿠가 자괴감을 느낀 나머지 자살하게 되죠.



마지막으로 남은 방법은 에리를 제외한 전원을 감금하는 방법입니다.
에리를 습격할 때 방해가 되는,
뒤통수치는 캐릭터들을 모두 방에서 못 나오게 하는 방법이죠.

게임적으로 볼 때도 사실상 전원 공략이며,
이것이 바로 정답입니다.


이 게임이 저에게는 쉽다고 얘기드렸지만
사실 이 게임을 잘 모르는 분들에게는 
전원 공략을 하기까지 꽤 많은 함정들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절대 공략이 불가능한 캐릭터 에리,
한 시간에 세 번을 행동해야 잡는 아야카,
그리고 아사미와 치아키의 관계처럼
협박하는 순서가 있는 경우 등등,
게임을 쉽게 만드는 요소와 게임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적절하게 배합되어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여러 번 플레이하면서
게임의 전체 구조를 파악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목표에 도달한다는 점에서
이 게임은 <카와라자키가 일족>같은 흐름을 보여 줍니다.

그런 면에서, 취작의 아쉬운 점은 스토리의 구조 자체입니다.
<카와라자키가 일족>에서의 저택 탈출은 범죄자로부터의 탈출이었지만,
취작의 기숙사 탈출은 범죄자의 탈출이죠.
취작의 경우는 기숙사에 갇혀 있다는 느낌도 크게 안 들고
탈출에 대한 절박함이 <카와라자키가 일족>만큼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탈출보다는 에리를 습격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되네요.



총평하자면, 90년대 엘프, 실키즈 게임의 집대성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시간관리 요소, 협박 요소, 스토리 전반의 구조 설계, 루프 및 시행착오 등
이전 게임의 성공 요소들을 잘 담아낸 게임입니다.

엿보기 계열 게임으로서도 독창적인 캐릭터와 상황을 여럿 만들었습니다.
몇 번이나 말했지만 취작은 엿보기 계열 게임 중 원조로 기억되고 있는데
이후의 게임들도 괜찮기는 했지만, 역시 취작에 비하면 부족했습니다.
이후 게임들은 취작이 만들어 놓은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고 
오히려 모자란 경우도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에리의 최후입니다.
모두 각자의 방에서 못 나오기 때문에
에리가 그만두라고 아무리 소리쳐 봐야 도와주러 올 사람은 아무도 없죠.
제 아무리 직감이 좋은 캐릭터라고 해도
이런 미래까지는 예측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에리가 직접 전화기로 슈사쿠를 후려쳐 버립니다.
다시 시계바늘이 돌고 게임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죠.

아니, 직접 때리는 것도 있나요?
지금까지의 흐름은 대체 뭐였던 거죠?
명확한 힌트도 없이 처음으로 돌아가 버립니다.

사실 또 다시 배드엔딩을 보게 된 이유는
딱 한 가지 퍼즐 조각이 모자랐기 때문입니다.
게임도 리뷰도 아직 끝나지 않았죠. 아직 더 있습니다.
마지막 요소가 무엇인지는 다음 리뷰에서 소개하겠습니다.


리뷰의 서두에 취작 리뷰는 그 어떤 때보다도 편파적일 것이라고 안내드렸습니다.
실제로도 이번에는 상당히 편파적이었다고 느끼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사실 이번 리뷰는 제 인생 최고로 공정하게 쓰려고 노력한 리뷰입니다.
아직 편파적인 건 시작도 안 했어요.

진정한 편파는 다음 리뷰, 취작 3편에서 보여드리겠습니다.

2021년 4월 18일 일요일

리뷰 : 취작(1)(1998/3/27,elf)

* 이 리뷰는 근거없는 허위사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리뷰할 게임은 <취작>입니다.
DOS시절 최고의 에로게 회사였던 엘프 사의
첫 윈도우 시절 신작이기도 합니다.

시리즈 전작인 <유작>의 흐름을 이어간 이 게임은
상업적으로 대성공을 거두었으며,
들은 얘기로는 2004년도에 '그 게임'이 발매되기 전까지
에로게 사상 최고의 판매고를 올렸던 작품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찌감치 한국어 패치가 만들어진 게임중 하나이며
인지도가 상당히 높은 게임 중 하나입니다.
소수이기는 하지만 취작의 캐릭터를 이용한 인터넷 짤이나 합성도 여럿 나올 정도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귀작>이 많이 섞여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합성할 때 주로 <귀작>을 많이 쓰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귀작>의 인지도가 비교적 떨어지기 때문에
그냥 뭉뚱그려서 취작 합성으로 퉁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튼, 강렬한 캐릭터성으로 인해 게임이 지금까지도 많이 회자되는 점은 
놀라운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지만
사실 이 게임은 성실하게 기숙사 경비원을 하면서
밥 해주고 목욕물을 데워주는 건전한 게임입니다.
학생들이 잘 지내는지 CCTV도 열심히 봐야 하고
수시로 선생님에게 전화해서 학생들의 상태를 알려주기도 하죠.

알고 있습니다. 
거짓말을 더 길게 할 수도 있지만 어차피 아무도 안 속겠죠.
그냥 한 번 해 보고 싶었습니다.


실제 스토리는 변태 아저씨 이토 슈사쿠가 여자 기숙사에 잠입하여
비디오와 카메라로 학생들의 은밀한 모습들을 촬영하고 협박한다는
단순한 스토리의 ㄴㅇ물입니다.

요즘의 ㄴㅇ게임들도 자주 사용하는 보편적인 스타일로
<유작>과 비교하면, 딱히 충격적이지도 않고 신선함이 부족합니다.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성과 이름을 적으라고 합니다.
옛날 게임에서는 자주 사용되었던 방식이긴 한데
이름뿐만이 아니라 성을 적으라는 점은 독특합니다.

하지만 어떤 이름을 적든지 간에
아저씨의 본명은 '슈사쿠'이며, 기숙사에서 통하는 가명은 '카토'입니다.
이럴 거면 왜 이름을 적으라고 했는지 모르겠군요.



떳떳하지 못한 짓을 하는 게임인 탓인지
게임이 프롤로그에서 자꾸 플레이어에게 나쁜 짓을 하자고 꼬십니다.

'솔직히 말해봐. 사실은 내가 좋은 거지?
자, 나와 함께 다시 한 번 즐겨 보자고.
너는 깨닫지 못했을지도 모르지만 너는 나고, 나는 너라고.'

게임의 대략적인 설명 이후에는 선택지가 뜹니다.
슈사쿠가 혀깨물고 자살하거나, 컴퓨터를 끄고 밖으로 나간다는 선택지도 있습니다.
이걸 선택하면 진짜로 게임이 진행되지 않습니다.
뭐가 뭔지 알 수 없으니 일단 슈사쿠 마음대로 하게 한다를 선택해야 
게임이 시작되죠.

사실 게임을 구매한 시점에서 동의는 다 받은 거나 마찬가지이지만
다소 과격한 범죄를 행하는 에로게니 특별히 동의를 받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동의하기 힘들다 하시는 분은 
지금부터 나올 제 리뷰도 다소 불쾌할 수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슈사쿠는 한 달간 경비원으로 위장하여
본인딴에는 성실하게 경비일을 하며 일을 저지를 준비를 끝마쳤습니다.
한달 동안 일하며, 본인이 노리는 8명의 여성 캐릭터들을 추렸으며
비디오, 카메라, 로프, 면도기 등의 장비를 준비했죠.



콘도 나기사입니다.
슈쿠세이 음악학원은 굉장히 고급스러운 학교로 집안이 부유한 학생들만 다닐 수 있는데
나기사는 그 중에서도 전형적인 부잣집 아가씨 스타일입니다.
누구에게나 상냥한 스타일이죠. 슈사쿠에게도 상냥한 태도를 보입니다.



마에지마 카오리입니다.
나기사가 상냥한 부잣집 아가씨의 전형이라면
카오리는 그 대척점에 서 있는 오만한 부잣집 아가씨의 전형입니다.
이사장의 손녀딸이기도 하죠.

슈사쿠를 굉장히 멸시하고 있는데
슈사쿠의 본성까지 눈치챈 건 아니고 그냥 천박해 보여서 그런 것 같습니다.



미나즈키 시호입니다.
나기사와는 친한 친구라는 설정입니다.

우물쭈물한 태도에 좀처럼 말을 잘 하지 못해서 슈사쿠를 답답하게 합니다.
가슴이 크고 몸매가 좋다는 설정으로 
슈사쿠가 속으로는 온갖 욕을 다 하면서도 노리고 있습니다.



나구모 치아키입니다.
체형이나 스타일이 어려 보이는 캐릭터죠.

슈사쿠에게 막말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카오리나 아사미, 아야카처럼 슈사쿠를 적대하고 있다기 보다는
그냥 아무 생각없이 내뱉는 스타일입니다.



쿠리하라 아사미입니다.
외관이 보이시할 뿐만아니라 성격도 터프합니다.
정신연령이 어린 편인 치아키와 친구로서
치아키의 약점을 보완해 주는 역할도 맡고 있죠.

몸매도 모델같이 좋다는 설정입니다.
슈사쿠가 다른 캐릭터를 평가할 때도 '아사미급 몸매!'라고 평가를 내리죠.

슈사쿠를 노골적으로 적대하는 캐릭터 중 한 명인데
역시나 슈사쿠의 본성까지는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후지마 모에코입니다.
품행이 방정하지 못한 스타일로
통금시간도 어기고, 담배도 피고, 남자친구와 문란한 성생활을 저지르기도 하는
문제아 캐릭터입니다.

의외로 순수한 모습을 보여줄 때도 있으며,
슈사쿠는 겉보기와는 달리 좋은 사람일 거라는 말도 안 되는 착각도 하고 있습니다.



타카베 에리입니다.
이름이 에리라서 그런지 감이 예리합니다.
쓸데없는 아저씨 개그는 집어 치우고 감이 예리한 정도가 아니라 초능력자 수준인데
학교 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막연히 불안하다고 하는 수준이라서 슈사쿠가 하는 일까지는 막지 못하지만
그만큼 몰래 촬영하기는 힘든 캐릭터입니다.



미나미 아야카 선생입니다.
기숙사 학생들의 지도를 맡고 있습니다.
카오리를 많이 신경쓰고 있는데
사실 <유작>의 쿠미와 마찬가지로 카오리에게 애인을 빼앗겼기 때문이죠.

슈사쿠가 가짜 경비원이라는 사실까지 간파하고 있으며,
다음주 월요일 아침에 슈사쿠의 정체를 밝힐 속셈을 갖고 있습니다.
아야카때문에 슈사쿠는 월요일 오전 5시에 기숙사에서 
도망가야 하는 신세가 된 거죠.

따라서, 게임내에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은
토요일 오후 5시부터 월요일 오전 5시까지의 36시간입니다.
고작 36시간 가지고 뭘 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게임을 진행해 봅시다.


이 게임은 OYGS라는 시스템으로
1시간에 네 번씩 행동할 수 있습니다.
한 번 행동하는데 15분이 걸린다는 뜻이죠.



15분동안 할 수 있는 일은
7명의 학생 캐릭터 방을 방문하는 일,
아야카 선생에게 전화하는 일,
화장실 혹은 탈의실에 방문하는 일,
그리고 경비원실에 가만히 있는 일 등이 있습니다.



각 캐릭터의 방에 가면 비디오 카메라, 디지털 카메라를 설치할 수 있습니다.
비디오 카메라는 두 시간, 디지털 카메라는 한 시간동안 작동하죠.

캐릭터의 방에 카메라를 몰래 숨겨둔 후,
한, 두 시간 후에 다시 방문해서 카메라를 다시 찾아 와야 하는 게임입니다.
처음 시작하면 슈사쿠가 소지한 비디오 카메라는 한 대, 
디지털 카메라는 다섯 대밖에 없기 때문에
회수를 안 하면 중요한 때에 사진을 못 찍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방에 누군가 있는 상태에서는 카메라를 설치하거나 회수할 수 없습니다.
방에 들어간 이유를 필사적으로 변명하고 다시 나와야 하죠.

한 시간 단위에 똑같은 방을 두 번 들어갈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18시 15분에 나기사 방에 들어가기로 했다면,
18시 30분에는 나기사 방에 들어가는 걸 선택할 수 없다는 겁니다. 

18시 15분에 나기사 방을 찾아갔는데 나기사가 방에 있다면
19시가 되기 전에는 나기사 방을 들어갈 방법은 없습니다.
카메라를 한 번 회수하지 못하면 최소 1시간 후에나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빈틈을 노려 카메라를 잘 회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카메라를 회수하면 몰래 찍은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해당 CG는 에리의 방에서 찍은 사진이죠.
고생해서 설치하고 회수한 것치고는 심각하게 별볼일 없는 사진입니다.
아무 것도 안 찍힌 거나 마찬가지인데요.

사실, 이건 특수한 경우고
에리 이외에는 대부분 하교 이후에 옷 갈아 입는 장면정도는 찍을 수 있습니다.



18시에는 밥을 해줘야 합니다.
부잣집 아가씨들이 사는 기숙사에 쉐프도 없어 경비원이 밥을 합니다.
보일러가 없어 경비원이 장작을 때기도 하니
카오리 할아버지는 의외로 수전노인 것 같습니다.

아무튼 요리를 하면서 각 캐릭터들의 식사에 최음제를 넣을 수도 있습니다.
최음제는 15알밖에 없지만 시험삼아 마구잡이로 투입해 보겠습니다.

모든 캐릭터의 식사에 넣어 봤지만
식사가 덜 준비되었다고 저녁을 안 먹는 캐릭터도 있고,
모에코처럼 통금시간에 늦어서 저녁을 못 먹는 캐릭터도 있습니다.
최음제 가격이 적지 않을 텐데 대부분을 내다 버렸네요.



카메라를 회수했는데 아무 사진도 찍지 못한다면
슈사쿠는 OTL의 자세로 좌절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카메라로 좋은 장면을 찍는 건 장난 아니게 어려운 일입니다.

1) 설치할 때 방에 아무도 없을 것,
2) 회수할 때 방에 아무도 없을 것,
3) 카메라가 돌아가는 동안 방에서 H한 이벤트가 있을 것

이 기적의 3박자가 맞아야만 사진을 찍을 수 있는데
아무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이걸 어떻게 맞추겠습니까?



제대로 되는 일이 없는 와중에 학생들은 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니 밤 열 두시면 잘 시간이 맞긴 해요.
36시간동안 잠도 안 자고 열심히 행동하는 슈사쿠가 이상한 놈일 뿐이죠.

에리가 속옷 차림으로 안녕히 주무세요 인사를 하러 왔습니다. 
기껏 인사하러 와서는 대화하다 말고 딴 데를 쳐다보는 에리입니다.



방이 비어있어야 카메라 설치라도 할 텐데
다들 자느라고 방을 비울 생각을 안 합니다.
뭐, 생각해 보면 취침중이니까 당연한 일이기는 하지만
게임으로서는 어떨까 싶네요.
이래서야 몇 시간동안 아무 일도 못하는 꼴입니다.

슈사쿠가 일방적으로 잘못한 건 사실이지만
한참 어린 여성들에게 취침 방해한다고 구박만 받는 건 
썩 기분이 좋지는 않은 일이죠.



기껏 저녁에 최음제를 먹인 캐릭터도 
그냥 복도에서 얼굴만 붉히고 돌아다닐뿐 특별한 액션이 없습니다.
게다가 작은 변화조차도 한, 두 시간일뿐이고
깊은 밤이 되면 다른 캐릭터들과 마찬가지로 방에서 그냥 잠만 잘 자요.

최음제 한 알을 먹이든 두 알을 먹이든 아무 이득이 없습니다.
드신 날과 안 드신 날의 차이를 경험할 수가 없네요.



밤새도록 한 시간에 한 번씩 방에 찾아가면 여성 캐릭터들이 짜증을 냅니다.
하지만, 아침만 되면 모든 원한을 다 잊고 친절한 캐릭터로 돌아오죠.
해고되도 할 말이 없는 짓이었는데
정말 착한 캐릭터들이네요.

착한 캐릭터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이번 일요일이 슈사쿠에게는 기회입니다.
토요일에는 아무 진척이 없었으니 일요일에 뭘 해볼 수밖에 없겠죠.



근데 일요일에는 갑자기 다들 본가로 돌아가서 쉬겠답니다.
일주일에 한 번 가족과 보내는 날인 거죠.

각 캐릭터들이 기숙사를 비우는 시간이 제각각이기는 하지만
슈사쿠 입장에서는 36시간 밖에 없는데
캐릭터들이 잘 거 다 자고, 외출할 거 다 하면 어쩌자는 거죠?

집에 돌아가는 아사미에게 가족과 통화했냐고 물어보자
아사미는 태연하게 가정부와 통화했다고 대답합니다.
동네 양아치처럼 입고 다녀서 잊고 있었지만 아사미도 부잣집 아가씨였죠.
갑자기 알 수 없는 거리감이 느껴집니다.



결국 아무 성과도 못 얻자 슈사쿠가 개빡치면서
아예 선택지를 자기 마음대로 룰렛 돌려서 골라 버립니다.
게임 캐릭터가 플레이어의 말을 안 듣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지경까지 온 거죠.

슈사쿠가 잘 고르기라도 하면 말을 안 하겠는데,
본인도 방법이 없기는 매한가지에요.
방문해봤자 방에 사람이 있을 때도 많고,
카메라 설치해봤자 아무 것도 찍히지 않습니다.
이럴 거면 플레이어한테 그냥 맡기던지 의미없는 시간만 흘러갑니다.


이렇게 아무 것도 못 해 보고 다시 밤이 되었습니다.
캐릭터들이 방에서 취침하면 또 아무 것도 못할 텐데
그 이전에 어거지로 협박이라도 해 봐야죠.
나기사와 아사미의 방이 비어 있을 때를 찾아서
그나마 가지고 있는 사진 몇 개를 놓고 협박문을 작성합니다.



그 후, 치아키가 갑자기 겁에 질린 얼굴로 나타나서 '아저씨, 그러면 안 돼'라고 합니다.
아사미에게는 기껏 적은 협박문이 통하지 않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치아키와 상담을 한 모양입니다.

아무 증거도 없으니 슈사쿠는 자신이 찍은 사진이 아니라고 잡아 떼는데
치아키는 그걸 또 속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어떡하지? 벌써 경찰에 신고해 버렸는데..."
그리고 나서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죠.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 잡아 뗄 방법이 없습니다.
별 수 없이 도망쳐야죠.



황급히 도망가지만 경찰에 붙잡히는 엔딩도 아니고
경찰차에 치어 죽는 엔딩입니다.
권선징악의 결말이네요.



총평하자면, 23년 전의 옛날 게임답게 고난이도의 게임입니다.
사진을 찍기 위한 조건은 너무 빡빡하고,
스케쥴은 전혀 널럴하지 않은데,
카메라는 오래 지속되지도 않고 충분하지도 않습니다.

플레이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힌트가 거의 없는 수준이며,
슈사쿠가 제멋대로 행동하는 순간부터는 
어찌어찌 수습하는 것조차도 불가능할 정도죠.

요즘 사람들이 플레이한다면 당장 공략집부터 찾아보려고 할 겁니다.
인터넷으로 공략집을 얻기 쉬운 시대니까요.
그만큼 첫 플레이에서 게이머들은 아무 답을 찾을 수 없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한국어 번역이 된 게임중에서는 독보적으로
ㄴㅇ씬의 질과 양이 풍부한 게임인데 난이도가 너무 높은 점이 아쉽습니다.
난이도가 좀만 더 낮았더라면 더 좋은 평가를 받는 게임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되네요.






사실 이번에도 아무도 안 속았을 겁니다. 유명한 게임이니까요.
아마도 눈치 빠르신 분들은 이런 리뷰를 쓴 의도까지도 눈치채지 않았을까 싶네요.

취작은 이렇게까지 허술한 게임도 아니고,
이런 방식으로 플레이하는 게임도 아닐 뿐더러,
이 게임에 대한 제 '애정'마저도 이 정도가 아닙니다.

거짓말이 난무하는 리뷰 1편 속에서
취작이 2004년 이전까지 가장 많이 판매되었던,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에로게라는 것은 진실입니다.

이 게임이 이렇게까지 인기를 얻었던 이유는 무엇이고,
이 게임을 제대로 플레이하는 방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그것은 다음 편에서 제대로 파헤쳐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