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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11일 일요일

리뷰 : 이루미나!(1990/12/5, 칵테일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루미나>는 중세 판타지 배경의 필드형 2D RPG입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플레이어, 클레릭, 매직유저, 파이터의 이름을 각각 넣으라고 합니다.
플레이어는 당연히 주인공이고,
클레릭, 매직유저, 파이터는 히로인들입니다.

이름 짓는 부분만 보면 4인 모험파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냥 페어로만 움직입니다.
중간중간에 동료를 교체할 수 있을 뿐이죠.

각 캐릭터의 직업이 다르고 특기와 능력치가 다르기 때문에
이 동료 교체 시스템을 전략적으로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그런 식으로 플레이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이유는 나중에 설명하도록 하죠.

그리하여 이 동료 교체 시스템의 의의는
CG와 대사 몇 마디 변화뿐입니다.
모든 CG와 대사를 전부 보기 위해서는
게임을 세 번 플레이하거나,
아니면 세이브 로드의 적절한 사용과 노가다를 통해
부분 부분마다 각 동료를 한 번씩 데리고 다니는 것뿐입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두 방법 다 안 해봤거든요.



오프닝에서 마물에게 쫓기던 주인공은 절벽에서 떨어진 후,
기억상실에 걸린 채로 류나라는 소녀에게 도움을 받습니다.

그러던 중, 류나는 지방영주에게 끌려갈 위기에 놓이게 되고,
주인공은 끌려가는 류나를 구해줍니다.



마을사람들은 영주의 부하들을 때려눕힌 주인공을 마을에서 내보냅니다.
이리하여 주인공과 류나의 모험이 시작됩니다만,
방금 말했다시피 류나는 교체해 버릴 수 있습니다.



시골 영주같은 3류 악당은 금세 퇴치해 버리고,
그 후, 게임은 꽤나 무거운 분위기로 흘러갑니다.
어제까지 하하호호하며 희망찬 분위기로 살던 마을 사람이
갑자기 사망하여 좀비가 되어 나타나는 충격적인 전개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스토리는 용사가 마왕을 퇴치한다는 뻔한 스토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점도 없는 평범하게 재미있는 스토리입니다.



플레이어를 다소 열받게 하는 부분은 RPG 시스템 부분이죠.
방금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CG를 다 모으지 않았는데
이 게임을 세 번이나 플레이하기에는 너무 고통스러울 정도로
난이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대개, 이 시기의 난이도가 높은 RPG는 밸런스가 엉망인 경우가 많은데,
이 게임도 그렇습니다.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갑자기 괴물들이 강해져서 게임오버를 당하게 됩니다.
이런 경우에는 스토리 진행을 잠시 멈추고,
레벨 노가다를 할 수밖에 없죠.

근데 레벨 노가다 중에도 게임 오버를 자주 당합니다.
같은 지역에도 강한 몬스터와 약한 몬스터가 다양하게 출현합니다.
별 생각없이 노가다하다 보면, 아차 하는 순간 사망합니다.

공격 명중률이 낮다 보니,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적에게도 사망하고
주인공과 여자 캐릭터 둘 중 하나만 사망해도 게임오버입니다.
이러니 어떻게 동료를 교체하면서 키우겠습니까?
한 명만 고정으로 키워도 키우기 벅차요.
키우지 않는 캐릭터도 따로 레벨이 오르는 것 같지만,
키우는 캐릭터와 정확히 똑같이 오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잘 모릅니다. 몇 번 안 바꿔 봤거든요.

어쨌든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적에게도 죽다보니,
안심하고 레벨 노가다를 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정말 약한 몬스터가 있는 곳에서만 노가다를 하자니,
보상은 적고 무기 값은 더럽게 비쌉니다.
비싼 무기 샀다고 아무 때나 낄 수 있는 건 아니고, 레벨 제한이 있죠.
교회에서 돈으로 경험치를 살 수 있지만, 그럼 또 무기 살 돈이 없어지겠죠.
레벨업은 자동으로 되는 게 아니라 술집에서 술을 마셔야 레벨업이 되는 것도 짜증나는
부분이에요.




정리하자면, 이 게임 난이도가 어려운 이유는
몬스터가 단계적으로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강해지고,
레벨 노가다를 하자니 보상이 형편 없어서 오래 걸리며, 
그조차도 언제 게임 오버 당할지 몰라 불안불안하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동 시기 난이도 높은 고전 RPG와 비교하면,
사실 딱히 욕할 포인트를 잡기가 힘이 듭니다.
<천신란만>이나 <메탈아이2>처럼 악랄하게 괴롭히는 건 아니고,
다소의 단점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다보니 어려운 게임이 된 거죠.

그래서, 이 게임을 해보고 세월이 좀 흐르면,
'이루미나가 어렵긴 어려웠는데, 그렇게 어려웠나?'
'사실 내가 어리고 경험이 없다보니 괜히 어렵게 플레이한 게 아닐까?
'지금 해보면 의외로 쉽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게 됩니다.

이 리뷰를 쓰기 위해 오랜만에 다시 해본 결과,
이루미나는 욕 나올 정도로 어려운 게 맞습니다.
사실 생각보다 덜 어려우면 CG 다 모아 보려고 했어요.
하지만 한 번만 하고 포기했습니다. 
세 번은 커녕, 두 번도 못 하겠어요.



총평하자면, 스토리'는' 괜찮은 RPG게임입니다.
게임성은 말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밝고 활기찬 스토리가 아닌 진지하고 무거운 스토리인데
직접 게임을 플레이하시려면 그보다 더 무겁게 마음먹고 플레이하셔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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