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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14일 일요일

리뷰 : 타락나라의 앤지 ~광계의 X노예들~(1996/4/19, PIL)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게임은 리뷰하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리뷰할 게임을 선정하는 기준은
제가 좋아하는 게임이거나 좋아하지 않더라도
그 게임과 관련하여 할 얘기가 있을 때입니다.
혹은, 별 감흥이 없거나 오히려 싫어하더라도
그냥 넘어가기에는 너무나도 유명한 게임을 리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타락 나라의 앤지 ~광기의 X노예들~>이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호불호가 상당히 갈리는 작품 중 하나로 저는 극불호입니다.
PIL 스스로가 소개하는 이 게임의 장르는
'변태계열 스카톨로지 개그 SM 게임'입니다.



주인공은 앤지라는 이름의 여성입니다.
주변의 남자들이 너무나도 시시하고 따분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러던 중, 길거리에서 전신고무슈트, 세일러복 상의, 딜X가 붙은 기저귀 조합이라는
블로그에 감히 올리지도 못할 임팩트있는 옷차림을 한 사람을 발견합니다.
덧붙여, 토끼 귀를 하고, 시계를 보고 있습니다.



누구라도 피할 외관에 뜬금없이 필이 꽃힌 앤지는 친구와 함께 미행하여
그 사람이 지하계단으로 내려가는 모습을 목격합니다.
앤지와 그의 친구 루비는 계단을 내려가려다 그 아래로 떨어지게 됩니다.
그 아래에 있는 세계는 단순히 건물의 지하가 아니라
변태적이고 퇴폐적인 이세계 타락나라였던 것입니다.


게임의 제목, 그리고 시계를 보는 토끼가 등장하는 프롤로그에서
이 게임은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패러디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특유의 불가사의하고 우스꽝스러운 분위기 때문에
소설, 영화, 만화, 게임 등 많은 창작물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남성향 에로게에서는 유니존 쉬프트의 <앨리스 퍼레이드>가 있고,
오토메 게임에도 시리즈가 있죠.
제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연관된 모든 작품들을 확인한 건 아니지만,
적어도 에로게에 한정해서는 타락나라의 앤지가 가장 이상할 겁니다.



타락나라에 떨어진 앤지와 루비는 여러 장소들을 돌아다니며,
많은 사람들을 만납니다.
이 이동의 과정은 RPG처럼 되어 있습니다.
적과 조우하고, 경험치를 받고 레벨을 올리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전투 방식이 너무 변태적이라는 겁니다.
멀쩡하게 생긴 남자가 나타나서 오줌을 먹게 해달라고 해서
앤지와 루비 둘 중 하나가 그걸 또 줍니다.
이건 시작에 불과해요. 더 상세히 적을 생각은 없지만 굉장히 하드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스캇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더럽잖아요.
근데 이 게임은 그 더러움을 개그로 풀어냈습니다.
그래서 더 엽기적이고, 더 변태적이고, 더 충격적입니다.



총평하자면, 소재 자체가 저에게는 감당이 안 되는 게임입니다.
호불호가 갈리는 소재이지만 게임 자체는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패러디와 개그가 많아서 지루하지 않게 즐길 수 있다고, 혹자는 말합니다.
이런 소재에 면역이 있으신 분이라면 할 만한 게임입니다.
그런 면역은 어떻게 생기는 건지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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