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MBS TRUSE는 메이비소프트의 계열 중 하나입니다.
나중에 MBS TRUTH로 이름을 바꾸는 회사로
2000년도에도 나름 여러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원래부터 메이비소프트는 에로 측면에서의 비중이 많은 게임을 만드는 회사였지만
시대에 따라 다소 기복을 보였습니다.
캐릭터와 개그의 비중을 좀 늘린 에로코미디를 만들던 시절도 있었고,
다소 강한 수위의 에로게를 만들던 시기도 있었죠.
MBS TRUTH의 게임들은 대체로 각 시기의 메이비소프트 게임들보다
조금 더 과격했다고 생각합니다.
PC-98시절의 MBS TRUSE 또한,
게임에서 꽤 과격한 묘사를 보여줍니다.
97년 5월 23일에 발매된 <뇌력자>입니다.
능력자와 발음이 같은 언어유희 제목입니다.
주인공은 평범한 학생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길거리에서 야구공에 머리를 맞게 되고
잠재되어 있던 능력이 해방됩니다.
여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과 사람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사실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은 검증 안 됐습니다.
주인공의 망상일 뿐이죠.
여성들이 다 자신과 H를 하기 바란다고 머릿속에서 누가 자꾸 속삭입니다.
여기까지라면, 그냥 망상증 환자이지만
문제는 타인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은 진짜라는 겁니다.
주인공이 마음껏 지 맘대로 하고 다니는 ㄴㅇ물입니다.
실컷 나쁜짓하던 주인공이 엔딩에서 급커브해서
해피엔딩을 맞는다는 결말도 좀 별로입니다.
요즘처럼 틀에 박힌 임신, 하렘, 비디오 이런 엔딩이 오히려 낫다고 생각될 정도죠.
뇌력자 자체는 평범한 ㄴㅇ물의 전개를 벗어나지 않지만
이 시기 MBS TRUTH가 살리고 싶었던 소재를 보여 줍니다.
주인공이 아무리 바르게 살고 싶어하고, 죄책감을 가지려해도
머릿속의 망상이 주인공을 유혹하는 전개인 거죠.
리메이크 <진 뇌력자>에서는 주인공이 야구공에 맞는 대신 이상한 영감님이 나타나서
주인공의 능력을 일깨워 줍니다.
주인공 머릿 속에 말을 거는 것도 이 노인이죠. 망상이 실체화된 겁니다.
다만, 이런 리메이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애매한 해피엔딩때문에 이 노인의 역할도 애매합니다.
전반적으로, 뇌력자는 컨셉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별볼일 없는 게임이었습니다.
머릿속에서 말 거는 컨셉을 제대로 살린 건 다음 작품인 <DOOP>입니다.
심해 SF 서스펜스물이죠.
밀폐된 해저 기지에서 한 사람, 한 사람씩 사망하는 게임입니다.
분량은 나름 충실한 편이지만 플레이는 서스펜스물 치고 좀 루즈한 편인데
회의를 너무 많이 합니다. 사람이 죽을 때마다 회의를 하는 것 같아요.
물론, 사람이 죽었으니 큰 일이기는 하지만
사망 패턴이 그다지 다르지도 않은데 그 때마다 회의를 할 필요는 없잖아요.
주인공이 감염되서 사람들을 죽이고 다니는 루트도 있습니다.
사망장면이나 시체에 대한 묘사는 별로 없는 편이지만
분위기를 잘 만들 놓았기 때문에 섬뜩한 느낌을 자주 받습니다.
이 게임에서도 머리속에서 주인공을 충동질하는 묘사가 있습니다.
단순한 머릿속 망상은 아니고 설정은 좀 복잡한데
아무튼 미소녀 셋이 머릿속에서 '하자', '해버리자'하고 계속 유혹합니다.
이 머릿속 캐릭터들의 충동으로 현실 캐릭터를 죽이게 되는 겁니다.
충격적이게도 죽은 캐릭터는 망상 동료가 되어 같이 충동질하는 캐릭터로 편입됩니다.
계속 동료를 늘려가면서 망상 속 캐릭터들과 광기어린 대화를 하는 장면이
흥미로웠습니다.
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두 게임 다 인상깊었던 게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보니, 별 할 말이 없는 게임들이었습니다.
특히, 뇌력자의 경우는 평범한 수준보다 못한 게임입니다.
DOOP은 에로적인 면에서는 다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만
호러 서스펜스 측면에서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np21//
답글삭제사실 뇌력자만 단독으로 리뷰하려고 했었는데
뇌력자가 제 예전 느낌보다 너무 깊이가 없는 게임이라서
DOOP을 급하게 추가하였습니다.
이제보니 DOOP이 훨씬 괜찮은 게임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