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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6일 일요일

리뷰 : 하렘 블레이드 ~The Greatest of All Time.~(1996/4/26,GIGA)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하렘 블레이드  ~The Greatest of All Time.~>입니다.
당대에 흔치 않았던 보컬이 있는 오프닝 영상으로 화제가 되었으며,
게임 자체도 꽤 인기가 있었습니다.

윈도우 시절의 속편으로는 <PureMind 〜Prelude to HARLEMBLADE〜>와
<하렘 블레이드2 ~DARK ANGEL~>이 있습니다.
속편들은 1편만큼의 인기를 끌지는 못 했으나
이 중 <하렘 블레이드2>는 한국후찌즈에 의해 
H씬이 삭제된 채로 한국에 정발된 적이 있기도 합니다.



용사의 두 아들, '카인'과 '아벨'이 등장합니다.
싸움을 좋아하는 난폭한 형 카인과
싸움을 싫어하는 마음 여린 동생 아벨.
성격상 아벨이 무난하게 주인공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린이들의 장래는 섣불리 예측할 수 없듯이,
아벨은 아버지가 사망한 후 각성하여 전 세계에 명성을 떨치는 용사로 자란 반면에
카인은 마을의 천덕꾸러기 백수가 되고 말았습니다.



백수답게 잠이나 자던 카인의 꿈에
어떤 여성이 등장하여 '마왕이 부활한다'고 알려 줍니다.
카인은 '그건 내 동생한테 얘기해'라고 답하죠.



아무튼 주인공은 날백수 카인입니다.
소꿉친구인 쇼콜라가 카인을 깨우는 장면부터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됩니다.

마을의 유력자인 쇼콜라의 아버지는 쇼콜라가 
자랑스러운 용사 아벨에게 시집가길 바랍니다.
하지만, 쇼콜라는 아벨보다 카인에게 마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삼각관계죠.

어느 날, 쇼콜라가 불가사의한 힘에 의해 사라지게 됩니다.
아벨은 쇼콜라의 행방불명에 마왕이 관련되어 있음을 느끼고
쇼콜라를 찾아 여행을 떠납니다.
아벨의 혼잣말을 엿들은 카인도 쇼콜라를 찾아 마을을 떠난다는 스토리입니다.



일단 이 게임은 2D 필드형 RPG입니다.
장소를 이동할 때, 전체맵이 활용되기도 합니다.

특이한 점은 시간 개념이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장소를 이동할 때마다 10분, 20분씩 시간이 진행되죠.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 가면 여성을 만날 수도 있고,
몇 일 몇 시에 만나자는 약속을 하기도 합니다.

당대 유행했던 <동급생> 스타일을 RPG에 접목시킨 겁니다.
이 시기에 헌팅 스타일의 게임은 상당히 많았지만
중세 판타지 배경의 RPG 장르에 도입한 건 신선한 시도였죠.

다만, 이렇게 하면 명백한 문제점이 생깁니다. 게임이 너무 귀찮아진다는 거죠.
<동급생>식 이동 및 이벤트 감상과 
RPG식 이동 및 전투를 동시에 해야 하니까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GIGA는 인계 시스템을 도입합니다.
한 번 엔딩을 본 후에 2회차 플레이부터는
저번 플레이의 레벨, 경험치, 아이템, 장비, 돈 등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든 거죠.
최근 게임들에 자주 사용되는 방식이기도 하니 
더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인계 시스템은 하렘 블레이드의 결정적인 장점이었습니다.
이외에도 자동전투가 가능하며,
착용하면 잡몹들과 일일히 상대하지 않아도 되는 갑옷도 있으며,
약간 비싸기는 하지만 마을에서 마을로 워프할 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어차피 회차를 반복하면 돈이 썩어나기 때문에 전혀 부담이 되지 않죠.



다시 말해, RPG는 RPG대로 즐길 수 있게 해 놓고서도
필요하면 여성을 공략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편리한 여건을 만들어 놓은 겁니다.
당연한 시스템인 것처럼 보이지만
비슷한 시기의 수많은 게임들이 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서브 캐릭터까지 치면 여성 캐릭터가 20명까지 등장하고
1회 플레이만으로는 모든 캐릭터 동시공략이 절대 불가능하지만,
몇 회를 플레이해도 크게 부담되지 않는 RPG 시스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찮은 부분이 어느 정도는 있습니다.
아쉬운 점은 매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를 방문하는,
마치 출석 체크와도 같은 단순 패턴이 너무 많이 사용되었다는 점입니다.
막상 매일 만나봤자 별 하는 얘기도 없어요.



뭐, 몇몇 캐릭터의 문제일 뿐이고 큰 문제가 되는 수준은 아닙니다.
다른 캐릭터들은 이벤트 분배를 비교적 무난하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진짜 아쉬운 부분은 하렘 블레이드라는 제목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하렘물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여성 캐릭터들끼리의 스토리상 접점이 거의 없습니다.
여성 캐릭터가 20명이 등장한다고 해도 이런 식이라면
주인공과 여성 캐릭터의 1대 다수가 아닌
스무 개의 1대1일 뿐입니다.
<동급생>도 이런 방식이기는 했지만 <동급생>은 '하렘급생'이 아니었잖아요.
이 게임은 '하렘 블레이드'고요.


각 캐릭터의 스토리가 끝나면 해당 캐릭터는 주인공 파티에 합류합니다.
여러 캐릭터들을 영입함으로써
주인공 한 명에 다수의 여성들로 구성된 파티가 완성될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GIGA는 이 게임에 하렘 블레이드라는 제목을 붙였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문제는 그런 파티가 전혀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거에요.

파티에 여성이 열 명이 있더라도 전투에 출진할 수 있는 캐릭터는
주인공 외 단 둘뿐입니다.
전투 난이도가 쉽고, 캐릭터들 특성에 큰 차이도 없어서
굳이 출진 캐릭터를 바꿔가면서 플레이할 이유도 없어요.

또한, 필드 이동에서도 파티원이 몇 명이 되든간에 주인공 한 명만 표시됩니다.
스토리가 끝나 파티에 합류한 캐릭터가 대사를 하는 경우도 거의 없고,
1대 다수의 H씬도 없고, 하다 못해 하렘 엔딩도 없어요.

수많은 여성 캐릭터들과 같이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는 방법은
파티원 목록을 열어 여성 캐릭터들 이름을 하나하나 읽는 것뿐입니다.

소위 '장부상 하렘'이라는 겁니다.
진짜로 미소녀랑 같이 다니는 지는 모르겠고 장부에 이름만 올리는 거죠.
다른 미소녀 게임을 하더라도 옆에 엑셀창 하나 띄우고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 이름 하나하나 적어 놓으면,
이 게임 수준의 하렘을 만들 수 있습니다.



총평하자면, 참신함도 있고, 편의성도 훌륭한 게임이에요.
다만, 하렘물은 아닙니다.

근데, 굳이 하렘 아니면 어떻습니까?
<동급생>이랑 비슷한 시스템인데, <동급생> 좋잖아요. 이 게임도 좋습니다.
제목을 잘 지어서 제가 플레이 전에 다른 기대를 했다면 더 높은 점수를 주었을 것 같네요.

댓글 4개:

  1. np21//

    제가 액션, 슈팅류에 약하고
    해당 게임들에 딱히 눈에 띄는 점이 없어서
    리뷰 계획에서 두 게임은 제외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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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국내 유통된 2편을 나름 재밌게 했던지라 우연히 구한1편을 기대감을 갖고 하였는데 2편과 달라서 그런지 시스템적으로 뭔가 불편하게 느껴지고 극초반부만 진행한거지만 저도 제목은 하렘인데 여캐들만나기도 쉽지않고 파티상에서 한명출격인걸 웹상검색을통해 확인하고 실망해서 바로 접었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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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헤헤//

    2편하고는 다른 점이 많죠.
    리뷰에는 자세히 안 적었지만
    도스판은 화면 효과나 인터페이스가 많이 어설픈 느낌이 듭니다.

    1편도 윈도우 이식판이 있는데 그런 부분에 관해서는 그나마 나아졌습니다.
    근데 여전히 하렘은 아니라서 실망스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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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아마... "하렘 블레이드" 라는 이름은 최종무기격인 "검"의 이름인데... 이게 여성 캐릭터와 문어발 연애 플레이를 해야 얻을 수 있는 검이라 "하렘 블레이드" 라고 이름을 지은 듯 합니다.

    4~5명쯤 여성과 사귀어야 얻는 무기로 기억하는데... 아마 그래서 "하렘"을 넣은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곤 하더라구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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