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작품 목록

추천 작품 목록

글 목록

2020년 12월 27일 일요일

리뷰 : 듀얼 소울(1995/4/15,AIL)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제 에로게 인생에서 가장 두려워 했던 회사는 바로 AIL사입니다.
제가 플레이해 본 에로게에서 저에게 가장 큰 트라우마를 심어줬던 게임은
AIL사의 <학원투항사진>, S.M.L사의 <CARNIVAL>, Tinkerbell사의 <고혹의 각> 3개이며,
<학원투항사진>은 그 중에서도 가장 최악의 정신적 고통을 줬던 게임입니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 트라우마는 잊을 수 없으며
'AIL 팀 라브리스'의 게임은 오랜 세월동안 플레이를 피해왔습니다.
플레이했던 게임은 단 두 개, <학원투항사진>과 <항봉무녀>뿐입니다.

반면에 AIL사는 제가 좋아하는 회사이기도 합니다.
팀 라브리스의 게임 외에도 과격한 게임은 많았지만
어떻게든 버틸 수 있는 수준이었으며,
그 버텼던 게임 중에는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게임도 있죠.
아예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해준 게임 수준입니다.
그 게임에 대해서는 나중에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


AIL사가 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적도 있고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적도 있지만,
어떤 방향의 영향이든지 간에 그 원인은 과격함에 있었습니다.
굉장히 하드코어한 회사입니다.
웬만한 사람들은 그 설정만 듣고도 꺼릴만한 회사죠.

그런 AIL사가 PC-98시절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 줬을까요?
뜻밖에도 AIL사는 에로게도 아닌 일반 RPG를 만들던 회사였습니다.
95년도에 발매한 첫 에로게인 <듀얼 소울>도
과격한 장면도 약간 있었지만
지금 관점에서나 당대 관점에서나 그렇게 하드한 게임은 아니었죠.

일반 RPG나 만들던 회사가
어쩌다 <항봉무녀>같은 거나 만드는 회사가 되었을까요?
PC-98시절 발매한 몇 게임을 살펴 보면 그 이유를 대강 알 수 있습니다.
AIL사 게임 리뷰의 테마는 타락입니다. 



AIL사의 첫 에로게 듀얼 소울입니다.
개그를 가미한 판타지물이죠.



스토리는 이렇습니다.
주인공의 이름은 갓슈로 파티를 이뤄 유적을 탐색하는 트레져 헌터입니다.

교회의 의뢰를 받아 유적을 조사하고,
유적의 함정을 모두 해제했다고 방심했지만
퇴근 도중 함정에 걸려 사망하고 맙니다.




깨어나 보니 모르는 여성이 눈 앞에 있습니다.
여성의 이름은 페리시아로 남편 에드나가 사고로 사망하여
교회에서 부활시켜 준 겁니다.
에드나의 육체에 주인공의 영혼이 들어간 채로 부활한 거죠.



주인공의 육체는 사망이 확정되어 무덤에 묻히게 되었습니다.
무덤 앞에서 옛 동료들을 찾아낸 주인공은
동료들의 비밀을 하나씩 말하며 자신을 인정받습니다.



교회에서는 영혼이 뒤바뀌는 현상의 배후로 왕가가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주인공에게는 트레져 헌터 갓슈가 아닌
술집을 경영하는 에드나로 살 것을 명령하죠.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게임 오버를 제외하면 단일 루트 게임입니다.
8926번 엔딩같은 건 그냥 개그씬일 뿐이죠.
선택지에 따라서 볼 수 있는 장면이 달라질 수는 있습니다.

중반의 개그 파트와 후반의 시리어스 파트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을 많이 받습니다.
실제로도 막 나가던 주인공이
진지해지는 모습이 어색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개그 파트에서 캐릭터를 너무 소모한 느낌입니다.



그래도 각 파트는 나름의 재미가 있습니다.
약간 막 나가는 경향이 있지만 대체로 개그물로서 웃고 즐길 수 있으며,
H씬도 ㄴㅇ씬도 적당히 가미되어 있죠.

후반으로 갈수록, 교회와 왕가의 대립 속에서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 반전을 거듭하는데 꽤 괜찮았습니다.



마지막에 유적을 탈출할 때는 다양한 퍼즐도 준비되어 있죠.
게임 중간중간에 RPG 스타일의 전투도 가끔 벌어지기도 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습니다.



총평하자면, 좋은 점과 나쁜 점이 공존하는 무난한 게임입니다.
실제로 플레이하면 적당히 재미있게 할 수 있어요.
개그에도 스토리에도 시스템에도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며
신경쓴 티가 나는 게임입니다. 

다만, 이 게임에는 크나큰 결함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잘 안 팔렸다는 겁니다.
AIL에서 직접 이야기했습니다.
상당히 공을 들였는데 매출이 별로였다고요.

사실 95년도면 이미 좋은 에로게가 많이 나올 시점입니다.
AIL은 새롭게 진입한 회사였으니
적당히 재미있는 이런 게임으로는 딱히 구매자들에게 어필할 수 없었던 거죠.

문제는 AIL사의 다음 작품인 <음마제복사냥>이 훨씬 잘 팔렸다는 겁니다.
<음마제복사냥>은 스토리가 부실한 수준을 넘어서 거의 없고
주인공이 남자, 여자로 변신하며 신나게 H씬이나 보여주는 게임이죠.

그렇습니다. 이것이 에로게 회사 AIL의 시작인 겁니다.
그리고 이제부터가 시작인 거죠.
AIL사는 이렇게 점점 하드코어해지는 겁니다.

댓글 1개:

  1. np21//
    점점 에로적인 측면만 강조하다보니
    시나리오가 그 나물에 그 밥이 되는 점은 아쉽습니다.

    무엇보다 리뷰쓰고 싶다고 생각할 만한 게임이 거의 안 나오네요.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