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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27일 일요일

리뷰 : 브란마커2(1995/7/28,D.O.)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PC-98시절, D.O.의 이미지는 'RPG'와 '촉수'였습니다.
이미 리뷰한 <돌아가는 길에는 위험이 잔뜩> 이외에도
<EXTERLIEN>, <크리스탈리날 ~봉마의 미궁~>, <루쥬의 전설>,
그리고 <브란마커> 시리즈 등 D.O.는 RPG를 많이 발매했습니다.

제가 이 게임들의 리뷰를 일일히 하지 않는 이유는
모두 특출난 점은 없지만 무난하게 재미있는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그 시절은 정말 좋은 RPG가 많이 나오던 시절이었고
D.O.의 게임들이 그런 게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만큼 좋지는 않습니다.
단순한 시스템이었고, 평범한 스토리였죠.



명작 RPG들의 틈새시장을 노리기 위해
D.O.가 내세운 점은 귀여운 캐릭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은 에로게 회사인 D.O.에게는 최고의 장점이라고 할만 했죠.

위의 CG는 <크리스탈리날>의 CG입니다.
갑자기 여전사가 나타나서 히로인을 납치하려고 주인공을 공격합니다.
주인공은 당연히 히로인의 납치를 막으려고 나서지만,
정작 히로인이 결정권은 자신에게 있다며 앞으로 나섭니다.
그리고 여전사에게 보스가 잘생겼는지 물어봅니다.



여전사가 공격하다 말고 보스의 미모를 칭찬하는 걸즈 토크 모드로 들어갑니다.



<루쥬의 전설>에서는 주인공인 여성의 꿈이 '용사님과 결혼하는 것'입니다.
마왕이 나타났다는 이야기를 보고 그를 쓰러뜨릴 용사를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납니다.
정작 여행에서는 용사를 만나기는커녕,
밤에 레즈비언 동료에게 습격당하고, 마왕에게 스토킹이나 당하는 고난의 연속입니다.


뭐, 이런 식의 귀여운 캐릭터와
별로 심각하지 않은 개그 스토리, 괜찮은 그래픽, 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촉수 등과 더불어
쉽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은 난이도 밸런스를 가진 게임입니다.
가볍게 즐길만한 게임으로서 욕할 점이 거의 없어요.


아무튼, D.O.의 RPG를 모두 스킵할 수는 없기 때문에
제가 그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게임 <브란마커2>를 리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브란마커> 1편은 어느 시골 구석 섬의 여전사 샤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젊은 남자들은 모두 섬 밖으로 여행을 떠났기 때문에
샤미가 여전사로서 싸우는 이야기입니다.



제목인 브란마커는 게임 엔딩에서나 등장하는 전사의 징표입니다.
왕가에서 그렇게 심부름을 시키고 상으로 별 쓸모없는 목걸이나 하나 준 거죠.
샤미가 브란마커를 걸고 섬밖으로 떠나면서 1편은 종료됩니다.



1편에서 존재감도 없던 '브란마커'는 사실 대단한 아이템이었습니다.
섬 외부에서도 '브란마커의 전사'는 특별한 존재로 칭송받습니다.
근데, 정작 샤미는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브란마커를 도둑 맞습니다.
샤미가 브란마커의 의미를 이해하고 싸워 나가는 것이
이 게임의 주요 스토리입니다.


옆에 있는 남자는 1편에서부터 같이 여행한 소꿉친구로 이름은 뷔가입니다.
1편에서는 섬밖으로 나갔다가 실패하고 돌아온 실없는 캐릭터에 불과합니다.



2편에서의 뷔가는 이미지가 정말 많이 변했습니다.
실없어 보이는 모습은 똑같지만, 사실은 허술한 척하는 실력자였습니다.

나름 이름을 떨친 전사였으며, 나라의 공주님을 비롯한 여러 여자들에게 인기도 많습니다.
실패하고 섬으로 돌아온 척해서 샤미와 만났지만,
사실 그 만남에는 진지한 목적이 있었던 거죠.
세계관이 확장되면서 보이는 뷔가의 캐릭터 변화가 꽤 마음에 듭니다.



탑뷰 방식의 필드형 RPG입니다. 난이도는 조금 어렵지만 적절한 편이죠.
적이 강하기는 하지만, 노가다만 조금하면 금방 대등하게 싸울 수 있습니다.

진짜 어려운 건 퍼즐입니다.
아무리 찾아도 길이 안 보여서 같은 곳에서 수 시간을 헤멘 적도 있어요.
맵이 상당히 큰 편이다보니, 어떤 식으로 퍼즐을 풀어야 할지
한 눈에 들어오지가 않습니다.



전반적으로는, 큰 결점이 없는 좋은 게임입니다.
딱히 비판할 점은 없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속편 떡밥을 많이 뿌렸음에도 불구하고 브란마커3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죠.



브란마커 1편은 2006년에 리메이크도 나왔습니다.
1편의 리메이크를 시작으로 2편 리메이크, 그리고 3편 제작까지 염두에 둔 것 같지만
결국 2편 리메이크도 나오지 못했습니다.



총평하자면, 좀 더 좋은 게임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잠재력을 꽃 피우는 건 3편으로 미뤄 버렸고 결국 3편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옛날에는 3편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이제는 너무 늦어버렸죠.

가볍게 즐기기에는 별 문제없는 RPG입니다.
귀여운 미소녀 고전 RPG를 찾는 분이라면
그 시절 D.O.에 관심을 가져봐도 좋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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