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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18일 일요일

리뷰 : 컁컁 바니 프리미에르3(2018/10/26, 칵테일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2018년 10월 26일, 드디어 <컁컁 바니 프리미에르3>가
소수의 우려와 극소수의 기대 속에 발매되었습니다.
본래는 6월 발매로 발표되었고, 저도 특별히 그 시기에 맞춰
컁컁 바니 시리즈의 리뷰를 적었는데 1개월, 1개월 점점 미뤄지다 보니
10월달에 발매가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점은,
컁컁 바니 프리미에르3가 딱 한 달만 더 늦게 발매되었다면
저는 이 게임의 리뷰를 하지 않을 생각이었습니다.
칵테일소프트의 게임들을 리뷰 중이면 몰라도
다른 회사 게임들 리뷰 도중에 끼워 넣을 생각은 없었죠.


컁컁 바니 프리미에르3는 '에로게 사상 최초! 22년만의 속편'입니다.
<컁컁 바니 i mail>은 무시되었는데, 그걸 끼워넣는다고 해도 18년만이죠.
제가 아는 한에서 그 이전 기록은 14년만의 속편이었던
앨리스소프트의 <투신도시3>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번개전사 라이디3>가 17년만의 속편으로 더 오래되었습니다.)


'에로게 사상 최초!'라는 문구는 대단해 보이지만 그 실상은 다르죠.
대체 왜 약 20년동안 컁컁 바니 시리즈가 나오지 않았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앨리스소프트의 경우에는 <투신도시> 시리즈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잘 나가고 있었으니,
오랫동안 속편을 아껴왔다고 해도 이해가 가지만
칵테일 소프트는 그럴 형편이 아니에요.
약 20년동안 아껴온 것이 아니라, 그동안 낼 수 없었다고 해야 정확합니다.

헌팅 게임은 꽤 오랫동안 트렌드에 좀처럼 맞지 않았죠.
어떤 에로게 장르이든지, 학원물이 대세입니다.
히로인은 소꿉친구나 여동생이나 학교 친구가 하는 거죠.
오늘날, 생판 모르는 사람을 헌팅하는 게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컁컁 바니의 스타일은 지금으로서는 선호되지 않는 스타일입니다.

제가 컁컁 바니 프리미에르3 발매 소식을 들었을 때,
매우 놀랐고, 당연히 망할 거라고 생각했던 이유도 이런 점입니다.
십 수년동안 트렌드를 따르지 못 했던 F&C가
트렌드에 맞지 않는 20년된 게임 속편을 발매하겠다고 하니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던 거죠.

아무튼 칵테일소프트는 이번에는 나름 칼을 갈았는지,
지금은 다른 에로게 회사 직원이거나 프리로 뛰고 있는,
2000년대 초반의 칵테일 소프트 스태프들을 다시 모셔왔습니다.
어쨌든 그리하여, 컁컁 바니 프리미에르3가 완성됩니다.



<컁컁 바니 프리미에르2>의 스와티와 프리미에르3의 스와티입니다.
22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훨씬 어려진 느낌입니다.
그 때의 느낌을 살리기보다는 지금의 트렌드를 따르는 쪽을 택한 것 같습니다.
그래픽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피아캐롯에 어서오세요4>보다는
훨씬 괜찮아진 것 같습니다.


그래픽만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최신 트렌드를 따르려고 한 점이 많이 보입니다.
예를 들면, 주인공의 캐릭터죠.
과거의 뻔뻔함으로 무장한 헌팅 전문 주인공이 아닌,
운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헌팅을 해야 하지만 뭔가 어설픈 초식남 주인공이죠.
게임 내에서도 등장인물들의 대사로 '20년 전과는 다르구나'같은 말이 자주 나오죠.

하지만,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선입견 때문인지
대화의 흐름이나 사건 전개가 낡아 보였습니다.
신기하게도 컁컁 바니 프리미에르3를 다 끝내고 다른 최신 게임을 하는데,
평범한 게임이었지만 컁컁 바니 이후에 하니까
굉장히 트렌디해 보였습니다.

게임 중에 '좋아요'라든가, '모바일 게임'이 자꾸만 언급되는데
'이 게임은 최신 게임입니다'라고 억지로 강조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마치, 대학 교수님이나 회사 부장님이 이벤트에서
어울리지도 않는 신세대 복장을 입고,
상황에 맞지도 않는 최신 유행어를 쓰는 느낌이었죠.



스와티가 사와디에게 유행어를 배우는 모습인데
'데헷'이라니 대체 언젯적 유행어죠?



선택지 쪽도 아쉬운 점이 많은데 가장 큰 문제는
난이도가 지나치게 낮다는 점입니다.
선택지마다 스와티나 사와디가 옆에서 표정으로 답을 알려 줍니다.
귀엽기는 한데 이래서야 배드엔딩을 보려면
일부러 틀려야 하잖아요.



매뉴얼에서 보면 스와티는 '이지모드',
그리고 견습여신인 사와디는 '하드모드'라고 합니다.
스와티는 정답을 알려주고, 사와디가 정답과 오답을 섞어서 알려줌으로써
혼란을 준다면 괜찮은 아이디어 같은데, 실제로는 둘 다 정답만 알려줍니다.
역사 퀴즈 부분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이에요.


사실 쉬워진 난이도 역시 최신 트렌드의 반영일 수도 있겠죠.
요즘 에로게는 대부분 선택지가 복잡하고 어렵지 않습니다.
제작자도 귀찮고, 플레이하는 사람도 귀찮기만 하니까요.
지금 시점에 <컁컁 바니 슈피리어>처럼 제작진도 클리어하기 힘들었다는
선택지 게임을 낸다면 귀찮은 게임이라고 몰매 맞겠죠.

하지만 그 시절 게임들이 어려웠던 이유는,
지금처럼 자유자재로 세이브도 안 되고, 읽은 문장 스킵 기능도 없고,
대화 로그도 볼 수 없었고, 호감도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방법들이 다 있는 지금은 굳이 옆에서 알려주지 않아도 난이도가 어렵지 않고,
설령 틀리더라도 금방 다시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차라리 스와티와 사와디의 힌트를 옵션으로 조정할 수 있게 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난이도가 이래서야 선택지 게임으로서 의미가 없죠.
게다가 틀린 선택지를 고르더라도 별로 대단한 결말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개인적으로는 누님 캐릭터인 카고메의 외모가 마음에 들었습니다만
실제 플레이에서는 기대 이하였습니다. 캐릭터는 과장되고, 개그는 진부했죠.
개인 루트의 분량이 짧은 것도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이미지 변화를 너무 많이 해서 걱정되었던 스와티는 그래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스와티 루트 역시 별 내용이 없어서 아쉽기는 했지만요.



총평하자면, 저는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았고,
다른 분들도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게임이라고 생각됩니다.
부분부분 괜찮은 면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런 면조차 다른 최신 게임들에 비해 크게 훌륭하지는 않았죠.

저는 <캔버스> 시리즈의 3,4 혹은 <피아캐롯에 어서오세요 G.O.>같은
다른 사람들이 혹평했던 F&C의 일부 게임들을 나름 마음에 들어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망했다고 생각하면서도 일부 캐릭터가 정말 좋았던 거죠.
아쉽게도, 컁컁 바니 프리미에르3에는 그런 건 없었습니다.

그래도 욕 나올 정도도 아니었고, 딱히 분노하지도 않았습니다.
아까도 말했듯이, 대학 교수나 회사 부장님이 무리하게
신세대로 보이려고 노력하는 느낌이었는데
그 교수나 부장님에게 개인적으로 호감이 있는 상황인 겁니다.
어설픈 그 모습이 안쓰럽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F&C는 답답할 정도로 매번 문제가 많았고,
오랫동안 개선된 모습을 보지 못했습니다.
<피아캐롯에 어서오세요4>나 <코나카나2>에 이르러서는 분노가 극에 달해서
이 회사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게 되었죠.

컁컁바니 프리미에르3도 발매 이전에는 스와티 캐릭터나 팔아 먹을 생각으로
게임은 대충 만들 거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미흡하나마 노력한 모습이 보였습니다.
이번만큼은 그 노력에 더 눈이 가는군요.

댓글 2개:

  1. 이 리뷰 보는 순간 정말 깜짝 놀랐네요 이런 그래픽이 백개먼님 블로그에서 나올 줄은 정말 몰라서요ㅋㅋㅋ
    이렇게 비교하신 걸 나란히 놓고 보니 정말로 트렌드가 많이 바뀐게 잘 보이네요...

    개인적으로 백개먼님 추천작품 게임이 나온지 하도 오래된 만큼 de ja 2나 나이키처럼 리뷰하시면서 재밌어 죽겠다는(?) 티가 팍팍 나는 리뷰들도 보고싶긴 한데 역시 백개먼님 리뷰는 냉정하게 평가하실 때 제일 빛나는 것 같기도 하네요 이번에 리뷰해주신 게임도 여러가지 면에서는 역시나 안타깝긴 하지만 리뷰는 정말 재밌게 잘 봤습니다
    그래도 다음에 리뷰하실 회사 게임 중에서는 추천해주실 작품이 많았으면 좋겠네요..

    그나저나 이번 주는 백개먼님 리뷰를 못봐서 정말 재미없는 한주가 되겠군요.. 다음주에 두 개 올려주시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봅니다
    연말 마무리 잘 하시고 행복하고 따뜻한 겨울 되시기를 바랍니다! 좋은 한 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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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dkle p //
    어제는 건강상의 이유로 리뷰를 올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오늘은 회복하여 늦게나마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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