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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28일 일요일

리뷰 : Liberty(1989/11/17, 칵테일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Liberty>는 소프트웨어 자판기 TAKERU 전용 게임입니다.
<졸업사진/미키> 리뷰에서 TAKERU의 존재에 대해서만 잠깐 언급하기도 했는데,
자세히 설명하자면 말 그대로 소프트웨어를 파는 자판기입니다.

이 자판기는 컴퓨터 가게에 설치되어 있었고,
돈을 넣으면 전용회선을 통해 서버에 연결해서
원하는 프로그램을 플로피 디스켓에 복사해서 구매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프린터도 내장되어 있었기 때문에 설명서를 인쇄하는 것도 가능했습니다.



Liberty를 제작한 건 칵테일소프트였지만 Takeru에서 유통했기 때문인지 
Liberty는 칵테일소프트 게임 목록에 빠져 있습니다.
순서 상으로 보면 <컁컁 바니>와 <맑은 뒤 대소동> 다음으로 나온
칵테일소프트에서도 가장 오래 된 게임 중의 하나입니다.

스토리는 거의 쓸모없을 정도로 비장한 SF 배경에서
주인공의 여자친구가 갑자기 납치되면서 시작됩니다.
주인공은 여자친구를 구하기 위해 우주선을 타고 모험을 떠나죠.



간단히 설명하면 당시 유행하던 미니게임&야한 CG 게임입니다.
미니게임은 알카노이드 같은 벽돌깨기 게임입니다.

차이점은 특정 판에서는 미사일을 쏠 수도 있고,
보스전도 있다는 겁니다.

한 판 이길 때마다 오른쪽의 적이 왜인지 옷을 하나씩 벗고
다섯 판을 이겨 다 벗기면 다음 캐릭터로 넘어갑니다.



난이도는 이런 게임에 약한 제 기준으로는 꽤 높은 편인데
집중하면서 벽돌만 깨는 게임이 아니라 뭐가 막 계속 날라다니면서 방해를 합니다.

이어하기는 무한이니 근성만 있으면 깰 수 있습니다.
다만 다섯 목숨을 다 써버리고 이어하기를 하면 지금까지 깨부순 벽돌들이
다시 다 복구됩니다.



총평은 딱히 할게 없는 게임입니다. 별 거 없으니까요.
대신 다른 이야기를 해봅시다.


길었던 칵테일소프트의 게임 리뷰는 Liberty가 마지막입니다.
타이밍 좋게 엇그제 나온 <컁컁바니 프리미에르3>를 나중에 리뷰할 계획입니다만
일단 칵테일소프트의 고전 게임들은 계획에 없던 
<하레노치> 시리즈와 <피아캐롯에 어서오세요>만 빼고 전부 리뷰했습니다.

F&C, 페어리테일 & 칵테일소프트입니다.
이 두 회사 및 계열사 게임을 리뷰하는 데에만 1년반이 걸렸습니다.
사실 아직도 계열사가 남아있어요. 

아무튼 저는 F&C라고 부르지만 사실 이 회사의 이름은
80년대에는 '유한회사 키라라', 90년대에는 'ides'였습니다.
F&C라는 이름은 2000년대에 조직이 개편되면서 만들어진 이름이죠.

저는 90년대 게임을 주로 리뷰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자면 F&C라는 회사명 대신 ides라는 회사명을 썼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안 썼습니다. 일부러 안 썼죠.
왜냐하면 제 추억 속에서 이 회사는 F&C였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몰락한 F&C가 잘 나가던 시절의 게임따위
사실 아무도 관심없죠. 잘 알고 있습니다. 블로그 글 조회수도 얼마 안 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집스럽게 1년반씩이나 리뷰했습니다.
엘프, 앨리스소프트와 겨룰 수 있는 회사였던
F&C를 빼고는 90년대 에로게 역사를 논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칵테일소프트 리뷰는 이걸로 끝났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아직도 남아있는 F&C의 계열사,
'산타페'와 'FMC'의 게임들을 짧게 살펴 본 이후
마지막으로 <컁컁바니 프리미에르3>를 리뷰하고 다음 회사로 넘어 가겠습니다.

2018년 10월 21일 일요일

리뷰 : 트래블 정션(1996/6/28, 칵테일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트래블 정션>입니다.
여행 기획사 직원인 주인공과 여행객들의
남쪽 섬에서 벌어지는 러브코미디를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프롤로그는 주인공이 최고 투어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가는 장면부터 시작됩니다.
대변이 급해 화장실을 찾던 주인공은 실수로 건방진 사장 딸의 사무실로 들어갑니다.
다양한 착각 끝에 사장 딸은 주인공에게 반하게 됩니다.



면접에서 사장 딸과 다시 만나며 출세가도를 달리는 엔딩도 있지만,
본편에 들어가는 경우에는 주인공은 그 찬스를 살리지 못하고 탈락합니다.



그리하여 본편에서는 다 쓰러져 가는 여행회사에 취직한 주인공입니다.
주인공은 회사의 운명을 걸고, 남쪽 섬의 여행을 기획합니다.



남성은 주인공 하나 뿐이고 여행객 및 다른 여행사 직원은 전부 여성입니다.
여러 여성들과 얽히며 이런 저런 이벤트가 일어납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연히 그곳에 와 있던, 주인공에게 반한 사장 딸이 
주인공을 발견하고 접근한다는 내용입니다.


기본적인 설정도 흥미롭고, 실제로 플레이해도 꽤 재미있는 러브코미디입니다.
이 시기 칵테일소프트가 잘 만들었던,
그래픽, 사운드, 캐릭터 등이 전반적으로 평균 이상인 게임이죠.


시스템적으로도 괜찮은 부분이 많은데
포인트 클릭 방식의 진보 역시 중요한 특징입니다.
마우스 포인터를 움직이면 조그마한 글씨를 통해
클릭해야 할 부분과 안 해도 되는 부분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엘프 사의 게임에 비하면,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저를 열받게 했던 F&C 계열의 게임으로서는 훌륭한 시스템입니다.



또 다른 특징은 멀티 엔딩 시스템이라는 점입니다.
<에로틱BAKA노벨> 시리즈 리뷰에서도 말했지만
칵테일 소프트는 멀티 엔딩 시스템에 관심이 많은 회사 중 하나였습니다.
다만, <에로틱BAKA노벨> 시리즈에서는 멀티 엔딩만 있을 뿐,
개개의 스토리가 별로 좋지 않았죠.

이번에도 역시 엘프나 실키즈만큼 멀티 엔딩 시스템을 잘 사용하지는 못 했지만
전에 비해서는 훌륭한 발전이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특징은 바로 분기점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지금 게임으로 치면 플로우 차트 기능의 원시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이미지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텍스트를 이용해서 게임을 그 시점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겁니다.
이 시절에는 세이브 갯수가 그렇게 많은 시절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름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시스템이었죠.
꽤나 선진적인 시스템이었습니다.


역시 아쉬운 점은 별 이미지가 없다보니 이 분기점이 어디였는지
텍스트만으로는 제대로 파악하기가 힘들다는 점입니다.
이건 옛날이었으니 이해할 수 있는 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토리도 그렇게 강렬한 엔딩이나 선택지가 없었다는 게 문제죠.
트래블 정션이 단순한 러브코미디가 아니라 서스펜스물이었다면
위기의 순간에서 나오는 선택지가 플레이어의 기억에 쉽게 남을 수 있었고,
이 시스템의 미흡함을 스토리로 보완해 줄 수 있었던 거죠.

다시 말해, 칵테일 소프트가 새로운 시스템을 구상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이 시스템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시스템도 스토리도 나쁘지 않았지만,
그 두 개의 조합이 다소 맞지 않았던 겁니다.


그리고, 칵테일소프트는 운조차도 따르지 않았는데
이 게임이 나온 지 불과 반 년후에,
엘프 사에서 <이 세계의 끝에서 사랑을 노래한 소녀 YU-NO>를 발매합니다.



제가 단순히 엘프빠라서 오늘따라 엘프, 엘프하고 노래를 부른 게 아닙니다.
그만큼 이 게임이 엘프와 악연으로 묶여있기 때문이에요.

트래블 정션이 가진 분기점부터 시작하는 시스템은 크게 나쁘지 않았습니다.
시절을 참작하면 그래도 진보적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죠.

하지만 불과 반 년후에 나온 게임이
ADMS라는 시각적으로 확연히 어디인지 알 수 있으면서도
세이브와 로드의 이동도 자유롭고 부드러운 시스템에,
더더욱이 시스템과 스토리의 시너지가 역대급이라는 평을 듣는 
PC-98 최고의 명작이었다는 게 문제입니다.

말이 반 년후지, 둘 다 똑같은 96년도에 나왔어요.
분기점에서 시작하는 시스템, 고작 그거 하나 때문에 
그 시절 끝판왕하고 비교당하는 게임이 되어 버린 겁니다.
어린 시절 축구교실 좀 같이 다녔다고, 
국가대표하고 비교당하는 조기 축구회 멤버같은 느낌입니다.
비교하면 비교할수록 초라해질 뿐이죠.



총평하자면, 지금이야 뭐, 칵테일소프트도 묻혔고 이 게임도 묻혔습니다.
이제는 비교당할 일조차 없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게임일 뿐이죠.

이번에도 역시 멀티 엔딩 시스템이나, 캐릭터 커스텀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칵테일소프트는 선두주자라는 상징성을 빼앗겼습니다.
미래의 트렌드는 기가 막히게 읽고 있었지만, 아무 것도 얻지 못했죠.
90년대야 칵테일소프트가 그 외에도 가진 게 많았지만요.

그런 슬픈 사연을 뒤로 하고, 게임 자체만 보면 괜찮습니다.
이 시기 칵테일소프트의 대표작 중 하나로 손색이 없는 게임입니다.

2018년 10월 14일 일요일

리뷰 : 커스텀메이트3(1995/12/8, 칵테일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커스텀메이트> 시리즈의 세 번째이자 최후의 작품, <커스텀메이트3>입니다.
거두절미하고 커스텀 시스템부터 확인하겠습니다.



선택항목은 [이름], [연령], 그놈의 [혈액형], [성격1], [성격2], [성격3], [성격4],
[(성)경험], [음란도], [정조관], 그리고 [헤어스타일], [가슴], [엉덩이]입니다.

특이한 점은 여자 캐릭터의 커스텀뿐만 아니라
특이하게도 주인공의 연령과 성격 등도 고를 수 있습니다.
주인공 역시 커스텀할 수 있는 거죠.

항목은 많아 보이지만 결국 [헤어스타일], [가슴], [엉덩이]만 확실하게
외관에 영향을 주는 부분입니다.
1편 리뷰에서도 말씀드렸지만 [가슴]과 [엉덩이]는 저에게 의미가 없죠.
따라서, 이전의 시리즈와 같은 기준으로 이 게임을 평가한다면
이 게임은 커스텀 가능한 항목이 [헤어스타일]밖에 없는,
그야말로 역대 시리즈 중 가장 허술한 커스텀 게임입니다.



이번에도 역시 성격 등의 다른 항목이 외관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눈매의 차이가 느껴집니까? 
사실 이마저도 이벤트 CG외에 본 게임에서는 딱히 영향이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시스템의 상태로 볼 때,
외관상의 커스텀은 두 번의 좌절 끝에 의도적으로 포기한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커스텀 시스템은 시리즈 내내 결국 제대로 완성되지 못해서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사실, 커스텀메이트3의 가치는 외면보다는 내면에 있습니다.



캐릭터를 커스텀한 후 본편이 시작됩니다.
본편의 내용은 신혼부부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희소성이 있는 장르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신혼 부부를 소재로한 에로게의 최근 경향은
보통 H씬에 중점을 둔 알콩달콩한 신혼 스토리이거나,
혹은 네토라레물입니다.

커스텀메이트3가 그런 에로게들에 비해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자유도입니다.
제 개인적으로 이런 시뮬레이션 게임의 자유도가 높은지 여부는
얼마나 막장플레이가 가능한가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아침에 마누라에게 칼퇴근해서 바로 집에 오겠다고 약속한 후,
회사에서 상사의 야근 요구까지 무시해 버리고,
파칭코에서 용돈을 탕진할 수 있습니다.
파칭코 게임 자체가 재미있지는 않아요.
하지만, 마누라하고 상사 몰래 파칭코를 하는 상황 자체가 재미있는 거죠.



저녁 늦게 집에 돌아오니 신부는 주인공에게 화를 냅니다.
잘 때가 되면 아예 등을 돌리고 자고, 말을 걸어도 화만 냅니다.



지속적으로 애정도를 낮추고, 기분을 나쁘게 한 결과물입니다.
웬수대가리를 보는 듯한 저 눈빛을 보세요.
이런 전개까지 가능한 자유도가 참 마음에 듭니다.
심지어, 바람 피우는 것까지 가능하죠.



물론, 착실한 남편을 플레이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신부와 끝까지 깨가 쏟아지는 신혼 부부를 유지할 수도 있으며,
신부를 음란하게 만들어서 여러 가지 H씬을 실험하는 것도 가능하죠.

결국 이 게임에서 커스텀이란 즉각적인 외관상 커스텀이 아닌,
오랜 시간을 두고 평소 행실을 통해서
신부와 그 부부관계를 천천히 커스텀해 나가는 겁니다.


다만, 이런 좋은 시스템을 지닌 커스텀메이트3에는
결정적인 단점이 있었으니, 바로 지루하다는 점입니다.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이 게임은 시작부터
주인공과 신부의 연령과 성격 등을 다양하게 지정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의 연령은 체력 및 봉급에 영향을 주고,
그 외의 성격도 게임 전개에 다양한 영향을 끼칩니다.
또한, 게임의 진행 방식에 따라 다양한 변화를 얻을 수 있고요.

이렇게 게임의 자유도가 높다면, 여러 가지 변수들을 조정해서
몇 번이고 회차 플레이를 해서 다양한 실험들을 하고 싶어집니다.
옛날 게임이다보니 전개의 다양성에 한계가 있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실험해 보고 싶은 거죠.
근데, 게임이 지루해요.

이 게임은 하루를 단위로 진행이 됩니다.
출근 전에 다양한 선택을 하고,
출근해서 어떻게 일할까, 점심을 뭐 먹을까 선택을 하고
퇴근을 해서 집으로 돌아갈까, 아니면 놀다 갈까를 선택을 하고
집에 돌아가서는 밥부터 할까, 목욕부터 할까를 시작으로 
또 다양한 선택지가 있습니다. 하루에만요.

이 하루를 1년동안 진행해야 엔딩을 보는 겁니다. 너무 길잖아요.
칵테일소프트도 그걸 알고 있었는지,
자동으로 일정 날짜를 넘기는 시스템도 존재하지만 그조차도 너무 지루합니다.

이 게임을 플레이하신 분들은 정말 다양한 추측을 합니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 저렇게 하면 어떨까?'하는 식으로요.
하지만 그 추측은 실험이 실행되지 못한 채 추측으로 끝나고 맙니다.
게임이 지루하니까요.

어떤 분은 그 지루함이야말로 실제 권태기 같아서 좋았다고 하시는데,
너무나도 긍정적인 의견이라 저로서는 동의할 수가 없군요.



총평하자면, 플레이어를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는 게임임에는 틀림없지만,
플레이어를 포기하게 하는 단점 또한 뚜렷한 게임입니다.

칵테일소프트에서 이 시스템을 계승한 새로운 게임을 
더 자유롭고, 덜 지루하게 만들었더라면 참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점은 있지만,
지루함을 참고 견딜만한 매력이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사생활이나 부부생활 같은 소재 때문인지,
나이를 먹고 다시 플레이해보니
옛날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게임인 것 같군요.

2018년 10월 7일 일요일

리뷰 : 커스텀메이트2(1994/10/21, 칵테일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커스텀메이트 시리즈 2탄, <커스텀메이트2>입니다.
<커스텀메이트> 이후 약 1년만에 출시되었습니다.

저번 리뷰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커스텀메이트>는 
커스텀 게임의 시초라는 의의에도 불구하고 많이 실망스러웠습니다.
커스텀메이트2가 비록 1년만에 나온 게임이기는 하지만
90년대 초중반은 게임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여전히 기대해 볼만한 게임으로 생각되었습니다.
전작에서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던 커스텀 시스템이 크게 발전했으리라고
모두들 생각했을 것입니다.



우선, 커스텀 시스템부터 살펴봅시다. 
커스텀할 수 있는 요소는
[체형], [가슴], [헤어], [의상], [주인공의 역할], [나이], [성격], [혈액형]으로 총 8가지 입니다.
전작에 비해 항목이 세 개나 늘어났기는 했지만
[주인공의 역할]이나 [혈액형]은 대체 어떤 영향을 주는 걸까요?

 

우선 [혈액형]을 살펴 봅시다. 선택지는 'A형', 'B형', 'O형', 'AB형'입니다.
선택지에 따른 CG 변화를 알고 싶으시다면, 그냥 위에 CG를 네 번 보시면 됩니다. 
뭘 고르든지 간에 아무 변화도 없습니다. 
이런 항목은 대체 왜 넣어 놓은 건지 의문입니다.

두 번째로 [체형]입니다. '슬렌더'와 '오동통함'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위에 CG를 두 번 보시면 그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이번에도 전혀 차이가 없습니다.
혈액형이야 외관하고는 별 상관없다고 치고, 
체형은 CG 상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요?

캐릭터를 다 만들면 밑에 텍스트로 쓰리 사이즈 수치가 나옵니다.
[체형]은 그 텍스트에만 영향을 줄 뿐입니다.
CG에 아무 변화가 없는데 텍스트가 무슨 의미가 있는 거죠?
이게 무슨 원효대사 해골물인가요?
똑같은 CG를 보고 '아, 이번에는 좀 통통하구나' 이렇게 생각해야 하는 건가요?

벌써 두 항목이 그냥 날라갔습니다.



[헤어]스타일은 전작과 똑같습니다. '쇼트', '세미롱', '롱'뿐입니다.
이번에도 여전히 머리색은 바꿀 수 없습니다.
[가슴]은 A컵, C컵, E컵이 있습니다.
전작에 비해서 보다 선명하게 강조되었습니다.
[헤어]와 [가슴], 이 두 항목은 그나마 제대로 된 커스텀 게임 항목입니다.


다음은 [성격]입니다. 의상과 나이, 주인공의 역할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서
계속 바뀌는 세 가지 선택지가 나옵니다.



위에서부터 '얌전한 성격', '밝은 성격', '건방진 성격'입니다.
그 외에도 다른 조합에 따라 '야한 걸 밝히는 성격'같은 여러 가지 성격이 있지만
대체로 외관에 미치는 영향은 비슷합니다.
바로 눈입니다.

첫 번째 선택지는 눈동자가 다르고,
두 번째 선택지는 눈썹이 특히 굵습니다.

전작에 이어, 또다시 [성격]이 외관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저는 첫 번째 눈이 정말 싫습니다. 눈을 교체하고 싶습니다.
그러면, [성격]을 바꿀 수밖에 없습니다.
[눈]을 선택할 수 있는 항목을 따로 만들어 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다음은 [나이]를 살펴 봅시다.
나이도 [의상]과 [주인공의 역할]에 따라 여러 가지 다른 선택지가 나옵니다.
간호사의 경우에는 '18', '19', '20', '21', '22', '23'이라는
무려 여섯 가지 선택지가 나옵니다만 역시나 별 거 없습니다.
'18', '19', '20'이 같고, '21', '22', '23'이 같습니다.



위의 교복 캐릭터의 나이를 올렸을 때의 모습입니다.
여전히 학생이기는 합니다만 좀 더 성숙해진 모습입니다.
[나이] 항목은 똑같은 캐릭터를 좀 더 성숙하게 만드는 옵션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번에는 젊은 간호사입니다.
똑같은 설정으로 [나이]만 올려서 더 성숙하게 만들어 보겠습니다.



그냥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일관성이 전혀 없는 시스템입니다.
[나이] 항목은 같은 캐릭터를 좀 더 성숙하게 만드는 옵션이 아니라
그냥 나이 적은 캐릭터와 많은 캐릭터를 선택하는 역할을 하는 시스템입니다.


그 다음은 [주인공의 역할] 항목 차례입니다.
'간호사'의 경우에는 주인공을 '의사'와 '환자' 역할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위에 CG는 '의사'를 선택했을 경우의 CG입니다.
다음은 '환자'를 선택해 봅시다.



위의 캐릭터가 그대로, 이번에는 환자를 상대하는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주인공의 역할]은 커스텀의 문제가 아니라 스토리 전개의 문제로 생각됩니다.
그럼, 왜 커스텀 항목에 넣어 놓은 거죠?



'바니걸'의 경우는 [주인공의 역할]로 '바텐더', '손님', '지배인' 세 가지가 있습니다.
위의 CG는 '바텐더'일 경우의 바니걸입니다.
다른 설정을 건드리지 않고 [주인공의 역할]을 손님으로 바꿔 봅시다.



또 그냥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일관성이 없는 게 심각한 수준입니다.
[나이] 항목과 [주인공의 역할] 항목은
선택에 따라 다른 사람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의상] 항목은 '교복', '간호사복', '바니걸옷'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보셨다시피, 옷만 갈아 입히는 것이 아닌 그냥 다 다른 캐릭터입니다.


이로써 모든 항목을 살펴 보았습니다.
커스텀메이트2의 가장 문제점은 전작과 동일합니다.
[의상], [주인공의 역할], [나이], [성격] 같은 외모와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항목이,
[체형], [헤어], [가슴] 같은 항목보다 더 
캐릭터의 외형에 많은 영향을 준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이번에도 역시 캐릭터를 '커스텀'하는 수준이 아닌
이미 만들어진 캐릭터를 '선택'하는 수준이라는 거죠.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전작에 비해 커스텀 시스템은 거의 발전하지 않았습니다.
모두의 기대를 저버린 셈입니다.



이와중에 발전한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바로 스토리가 발전했습니다.

전작의 스토리가 상당히 빈약했기 때문에 발전해도 그다지 티가 나지 않고,
어차피 H씬 위주의 스토리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전작에 비해 확실한 기승전결이 있습니다.

또한, [의상]과 [주인공의 역할]에 따라 다양한 상황을 설정할 수 있고
[성격]에 따라 비슷하게 생긴 캐릭터도 말투가 조금씩 다릅니다.
이 부분에서 칵테일소프트가 적지 않은 공을 들였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문제는 플레이어들이 원했던 것은 스토리의 보강이 아니었다는 거죠.
만일 전작이 나름 괜찮은 커스텀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면,
스토리의 보강은 옳은 선택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현실은 전작은 커스텀 게임이라고 하기에 민망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고
이 시스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로 스토리만 보강했으니
좋은 평가를 내릴래야 내릴 수가 없습니다.
더군다나, 발전된 스토리도 그다지 좋지 않았으니까요.

가장 분통이 터지는 부분은,
'칵테일소프트'가, 제가 십수 년간 스토리 좀 보강하라고 노래를 불러도 
꿋꿋하게 발전이라고는 없이 쓰레기같은 스토리로 일관했던 그 '칵테일소프트'가
정작 스토리 보강이 가장 필요없는 상황에서 스토리를 보강했다는 점입니다.
어쩜 이렇게 제 생각과 반대로 갈 수가 있는 거죠?



총평하자면, 옛날에는 그냥 열받게 하는 게임이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커스텀메이트 시리즈야말로 
칵테일소프트가 가야할 길이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늘 말해왔듯이, 칵테일소프트가 21세기 들어 멸망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근본적으로 스토리가 빈약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요즘 나오는 커스텀 게임들을 보세요. 스토리 별 거 없잖아요.
칵테일소프트가 꿋꿋이 커스텀메이트 시리즈만 만들었다면,
지금의 KISS사 위치를 칵테일소프트가 차지했을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뭐, 그냥 쓸데없는 생각이로군요.

어쨌든 <커스텀메이트> 1편, 2편은 제 마음에 들지 않는 작품이었습니다.
다시 1년이 지나고 발매된 3편은 
과연 제 마음에 드는 커스텀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을까요?
그것은 다음 리뷰에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