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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28일 일요일

리뷰 : 에덴의 향기(1996/6/1,Jast)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JAST에서 발매한 <에덴의 향기>라는 게임입니다.
미소녀 게임 업계의 조상님이나 다름 없는 JAST가
이미 몰락하여 회생 불가능 수준이었던 96년도에 발매한 게임입니다.



주인공은 죠라는 이름의 탐정입니다.
주인공이 키류인 가문이라는 부유한 집안의 유산 상속과 관련된 의뢰를 받아 
조사하던 중 살인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는 게 이 게임의 스토리죠.



게임 내에서 볼 수 있는 등장인물들의 관계도입니다.



이름을 클릭하면 캐릭터의 개인정보를 볼 수 있습니다.
가족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에 이런 시스템은 큰 도움이 됩니다.
다만, 관계도를 자세히 살펴보면 이 게임은 태생부터 잘못됐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키류인 가문의 가계도가 조부-부모-손자의 3대 구성으로 되어 있습니다.
유산 상속과 관련된 추리물에서 자주 쓰이는 방식이죠.
하지만, 에로게에서는 금기와 다름없는 구성입니다.
등장인물들의 나이와 스토리 구성이 애매해지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괭이갈매기 울 적에>를 들어봅시다.
그 게임 역시 3대가 등장하죠.

여러 미스터리가 교차하는 게임이지만 유산 상속 문제만 본다면, 
그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건 부모 세대 뿐으로
손자 세대 캐릭터들은 딱히 상속에 대해 큰 관심이 없습니다.
만일 <괭이갈매기 울 적에>가 유산에 관련된
음모와 암투 위주로 스토리가 진행되었다면 
손자 세대 캐릭터들은 스토리의 뒷편으로 밀려났겠죠. 

이처럼 에덴의 향기도 유산 상속을 소재로 한다면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캐릭터들의 연령대가 확 올라가게 됩니다.
<괭이갈매기 울 적에>같은 경우는 나이 든 캐릭터들도 비교적 젊게 디자인되었고, 
에로게도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없습니다.
근데, 에덴의 향기는 에로게잖아요.



이런 캐릭터들의 유산 상속 문제에 관심있을 에로게 유저가 어디있습니까?
손자 세대들은 젊고 이쁘게 디자인되어 있지만 
초반에 중심 소재에서 빗겨나 있을 수밖에 없죠.



주인공의 조사 대상인 이와나미 신(35세)입니다.
키류인 가문 전 당주의 사생아를 사칭하여 유산을 노리고 있죠.
나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이런 캐릭터마저
아저씨로 설정해버렸군요.
솔직히 이런 아저씨가 사칭이든 아니든 별 관심이 안 생겨요.

유산 상속을 소재로 한 에로게로는 
대표적으로 실키즈의 <여계가족> 시리즈를 들 수 있습니다.
<여계가족 ~음모~>에서는 재벌 영감이 죽었는데, 
상속인인 자녀들이 30도 안 된 젊은 여성들뿐이죠.
물론, 비현실적입니다. 근데 이렇게 설정을 안 하면 에로게로서 그림이 안 나와요.


다시 말해, 에덴의 향기의 기본 소재는 
정통 추리물에서는 자주 쓰이는 소재이지만 에로게에서 쉽게 쓰일 소재가 아닌데, 
Jast에서는 그런 고민이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에로게에서 이런 소재를 활용하고 싶었다면,
단일 사건 게임으로서 발매될 것이 아니라 
옴니버스 탐정물의 에피소드 중 하나였어야 해요.

에로게 소재로서 문제가 많기는 하지만, 
관점을 달리 하면 이 게임은 단순한 에로게가 아니라
스토리 위주의 성인 취향 정통 추리물을 지향한 게임일 수도 있겠죠.
제작사가 Jast만 아니었다면 그런 기대를 잠시라도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스토리는 당연하다는 듯이 개판입니다.
정통 추리물로서의 요소가 전혀 안 보이는 건 아니에요.

범인 체포 장면에서 관련인물 모두를 모아 놓고,
동기나 알리바이에 관해 설명하는 장면은 꽤나 그럴듯한 장면입니다.
동기는 모두에게 있고, 알리바이는 모두에게 없으니
동기와 알리바이로는 범인을 추적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럼 어떻게 범인을 찾아낼까요?



마지막에 범인과 동기에 대한 선택지가 플레이어에게 주어 집니다.
진범을 맞추면 범인은 이렇게 들통납니다.

"범인의 방에서 이런 병을 찾아냈습니다."
"그 독약은 제 것이 아니에요."
"이 병이 독약병이라는 걸 어떻게 알았죠?"

진부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추리물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결말이죠.
말 실수 안 했으면 뭘로 잡았을지 의문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이런 방식으로 범인은 체포되고 사건은 해결됩니다.


근데, 그렇다면 범인을 틀렸을 경우에는 어떤 전개가 될까요?
살펴봅시다.

"범인의 방에서 이런 병을 찾아냈습니다."
"그 독약은 제 것이 아니에요."
"이 병이 독약병이라는 걸 어떻게 알았죠?"

...진짜입니다. 진짜로 이런 대사 후에 탐정이 지목한 사람 아무나를 
경찰이 끌고 가는 엔딩이에요. 
범인 선택지가 열두 개가 있는데 열두 명이 다 똑같은 방식으로 잡혀갑니다.

이게 무슨 범인찾기입니까? 
범인뿐만이 아니라 지목된 모두가 그걸 독약병이라고 하잖아요.
그 병이 누가 봐도 독약병처럼 생겼나 보죠.



범인 지목을 잘 못하면 마지막 장면으로 범인이 
'사실 내가 죽였어'라고 독백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장면을 보고, 다음 플레이 때 정확히 범인을 지목하면 됩니다.

범인은 첫번째 피해자의 후처인 유리입니다.
첫번째 피해자는 죽은 전처에만 관심을 갖고,
후처인 유리는 그냥 애들이나 봐주는 사람정도로 생각했죠.



심지어 전처를 흑마술적으로 부활시킬 계획까지 세우고 있습니다.
관을 열면서 다른 사람을 희생시켜서 부활시킨다는 미친 소리를 중얼거리고 있어요.



그 장면을 우연히 목격한 유리가 
순간 빡쳐서 죽여 버린 것이 사건의 진상입니다.


초반의 핵심 화두였던 유산 상속문제는 사라져 버렸죠.
유산 상속 때문에 외부 조직도 개입하고, 총싸움도 하고 했지만
살인사건과는 전혀 상관없었던 겁니다.

사실 이런 소재 전환은 추리물에서 자주 쓰이는 기법입니다.
경찰이 표면적인 유산 상속에 집착해서 사건 수사를 하는 동안
탐정은 알려지지 않은 이면의 가능성을 파헤쳐 사건을 해결하는 구성이죠.

문제는 이러한 전환이 너무 갑작스러웠다는 점입니다.
탐정의 수사 과정을 통해 플레이어가 유산 상속에서 자연스럽게 다른 소재로
주의가 집중되도록 복선을 깔아 뒀어야죠.
부활에 관련된 오컬트 계획서나 마법진이 그려져 있는 미스터리한 방정도는
주인공이 진작에 발견해서 플레이어의 주의를 미리 그 쪽으로 돌렸다면 좋았을 겁니다.

동기가 마지막에 갑자기 밝혀지는 추리물이 없는 건 아닙니다.
<소년탐정 김전일>시리즈의 일부 에피소드가 그런 면이 있죠.
하지만 그 만화는 동기는 드라마의 피날레일 뿐이고
전개의 중심 소재는 트릭과 논리를 통한 범인찾기에 있습니다.
에덴의 향기는 그마저도 아니고요. 뭘 하고 싶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 게임의 결말은 유산상속에 관련된 사건 도중에 외계인이 갑자기 등장해서 
레이저 쏴서 살인했다는 결말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다소 과장된 비유지만, 제 관점에서는 별 차이가 없네요.



총평하자면, '시작, 중간, 끝' 모든 부분에서 좋았던 점이라고는 없는 게임입니다.
이미 몰락해서 남은 역량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Jast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임이었죠.

사실 에로게 업계에서 이 정도의 망작은 꽤 많습니다.
21세기에 발매된 게임 중에서도 이런 게임이 몇 가지 생각이 납니다.
25년 전에 진작에 인기 없어서 묻힌 게임을
굳이 이렇게까지 욕할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도 들긴 하네요.

예전에 Jast사를 리뷰할 때는 별 할 말없는 게임이라고 생각해서 리뷰를 스킵했는데
막상 작정하고 파보니까 똥이 한 무더기는 나온 게임이었습니다.
남은 건 욕하는 재미뿐이었네요.

2021년 2월 21일 일요일

리뷰 : 어서오세요 시네마하우스에(2)(1994/1/28,HARD)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어서오세요 시네마하우스에>는 처음 플레이하는 분들께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일정은 빡빡한데 스탭을 모으는 일이 진척이 안 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죠.

1월 1일에 게임이 시작되어 첫 영화를 2월 28일에 상영하게 되는데
영화 찍는 날짜를 고려하면 늦어도 2월초까지는 스탭들을 모아야 합니다.
시작 시점에서 주인공은 아는 사람이 전혀 없습니다.
여러 장소를 돌아 다니며, 사람들과 명함을 교환해야 하죠.

이런 초반부에 가장 어려워 하는 점은 시간관리와 체력관리입니다.
시간의 경우는 한 사람과 대화하는 것만 해도 30분,
이동할 때는 최소 한 시간이 소요되어,
아무 성과도 없음에도 몇 시간이 후딱 가 버립니다.

체력의 경우는 이동할 때 소모되는데, 
1월 1일부터 열흘 정도는 대다수의 가게가 휴가 중입니다.
이동 하는 곳마다 휴가이다 보니 계속 이동만 하게 되고,
계속 이동만 하면 체력이 금방 바닥나 버리고,
바닥난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주인공은 무려 26시간을 잡니다.
하루가 금방 지나가 버리죠.

다행스럽게도, 이 게임의 일정은 생각보다 빡빡하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이동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휴식시간을 잘 조절하면 그렇게 어렵지는 않죠.
2월달에는 영화를 안 찍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1년동안 내내 영화를 안 찍는다면 배드엔딩이지만
2월 한 번정도는 영화를 안 찍어도 괜찮습니다.


스탭을 다 모은 후에는 여배우를 영입해야 합니다.


가장 빨리 영입할 수 있는 여배우는 리블입니다.
아직 어려서 그런지 어머니가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아역배우 출신으로 여배우 셋 중에서 개런티가 가장 비싸지만 
그만큼 출중한 실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다만, 성깔 면에서는 문제가 있는 배우로
특히 연극단 '파워 멀티플라이'와 작업하면 허구한 날 싸움질만 합니다.



다행히 우여곡절 끝에 영화는 잘 나왔습니다.
대히트는 아니었지만 적당히 괜찮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죠.
데뷔작치고는 좋은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을을 돌아다니면  카페주인, BAR주인, 레스토랑 주인, 선술집 주인과
여러 스탭들이 데뷔를 축하해 줍니다.
영화 재밌게 잘 봤다면서 말이죠.
단 한 사람, 리블의 어머니만이
'내 딸을 그런 졸작에 출연시키면, 여배우 이미지가 훼손되잖아!'라고 따집니다.

아니, 다른 사람들이 다 적당히 괜찮았다고 평가하는데
이런 모욕까지 들어야 하나요?
설령 영화가 모자랐다고 해도 좀 좋게 말할 수 있잖아요.

게다가, 영화의 완성도가 순전히 감독탓인가요?
가장 개런티가 비싼 여배우를 영입했는데
여배우가 싸움질만 할 줄은 저도 몰랐죠.
여배우가 연기만 열심히 했으면 영화가 성공했을 텐데
저도 피해자입니다.

다른 배우같은 경우는 '영화 잘 봤어. 데뷔 축하해!'라고 하거나
'감독님, 저도 빨리 영화에 출연하고 싶어요.'라고 하는데
리블 진영은 너무 오만하기 짝이 없네요.

어떤 사람은 복수를 위해서 리블을 
쓰레기 포르노 영화에 출연시키겠다고 하던데
기분이 좀 상했기는 하지만 리블에게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저는 복수를 위해 다음 영화는 다른 여배우와 찍어서
성공하는 모습을 리블의 어머니께 과시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영화는 4월말까지 촬영해야 합니다.



이미 스탭들을 다 모집했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스탭들을 따로 영입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촬영기간 사이사이에 특별한 이벤트가 존재하죠.

이번 이벤트는 카메라담당 스탭 중 하나인 링고의 '누드사진 유출 스캔들'입니다.
범인을 잡지 않으면 링고가, 범인을 잡으면 범인이 떠납니다.
범인은 희소성이 있는 음악 담당이기 때문에
범인을 잡아야 할지 고민은 되지만 정의를 위해 범인을 쫓아냈습니다.



다음 영화에 출연하는 여배우는 쟈1지 크레졸입니다.
이름의 어감이 약간 거슬리네요.
일본어라서 그렇게 쓰여졌을 뿐, 진짜 발음은 '저지'같은 걸 기대했지만
알파벳으로는 'ZAZI'입니다.
검열을 위해 그냥 크레졸이라고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크레졸의 개런티는 리블의 반값밖에 안 하지만
실력면에서는 차이가 없습니다.
스탭들하고 싸우는 빈도는 리블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아무튼 크레졸과 함께 찍은 영화는 전과 달리 대히트를 쳤습니다.
제 복수는 성공한 거죠.



기세등등해서 리블의 어머니에게 말을 걸면
리블 어머니는 딴 소리나 합니다.
리블의 애완동물이 사라졌으니 찾아달라고 하는군요.

'당신 딸 없이 영화 대박쳤다'는 생각으로 아무리 말 걸어 봐야
애완동물 얘기 밖에 안 합니다.
부들부들거리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먼저 애완동물부터 찾아 줘야 할 것 같습니다.



모두의 노력 끝에 리블에게 애완동물을 찾아 주었습니다.
리블이 기뻐하는 모습이 참 귀엽네요.
그 후, 리블의 어머니도 '감독, 우리 리블을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라는 태도를 보여주는데
복수를 다짐했던 제가 민망해지네요.



다음 여배우는 시골에서 온 신인인 마리에입니다.
리블의 1/4의 개런티로 정말 싼 가격입니다.
촬영할 때, 화도 잘 안 내요.

신인이기 때문에 화를 내기 쉽지는 않겠지만
그걸 떠나서도 인성 자체가 훌륭합니다.
마리에와 싸우는 스탭은 그 누구를 붙여줘도 싸우는 싸움닭 스탭이죠.

하지만, 마리에와 영화촬영을 하면
여배우만큼은 인성보다는 실력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장면 완성도가 다른 여배우에 비해 15~20프로가 낮아요.
연출 지시 이런 것도 큰 효과는 없어서 수습할 방법이 없습니다.

다행히, 마리에와 스탭들의 노력으로 대히트까지는 아니었지만
적당히 평가받는 영화는 나왔습니다.



그 다음 이벤트는 '포르노 영화 퇴출 논란'입니다.
SF 전문 원작가인 '마도카'와 애국주의 전문 각본가 '나테라'
두 여성이 포르노 영화를 퇴출하자고 주장하는 거죠.



퇴출 여부는 주인공이 선택하는데
퇴출을 선택하면 포르노 전문 원작가 '코우겐'이
퇴출 안 한다를 선택하면 SF 전문 원작가 '마도카'가 떠납니다.
원작가가 몇 명 없고, 특히 '코우겐'과 '마도카' 두 사람은
원작을 가장 많이 쓰는 작가 1,2위인데
둘 중 한 명을 떠나 보내야 해서 아쉽습니다.

저는 제 배우들을 포르노에 출연시킬 생각이 없기 때문에
포르노 전문 작가 '코우겐'을 내보냈습니다.



그렇게 영화를 찍다 보면 10월말에는 영화제가 있습니다.
장르별로 감독상을 하나씩 뽑으며,
최종적으로 최고의 감독상을 한 명 수상합니다.
최고의 감독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찍어서
장르별 감독상을 여러 개 수상해야 하죠.

리블하고 한 번, 크레졸하고 두 번 정도 대히트 영화를 성공시켰습니다만
결국 최고의 감독상 수상에는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12월에는 선인장 이벤트가 있습니다.
이 동네에서는 이 시기에 좋아하는 여성에게 선인장을 선물하는 풍습이 있습니다.
여배우 세 명 중 한 명에게 선인장을 선물해서 연인이 될 수 있죠.
여배우와 호감도가 부족하면 선인장을 받아주지 않습니다.



1년동안 마을을 적당히 돌아 다녔다면 모두 문제 없이 선인장을 받아줍니다.
저는 처음에 리블을 선택했는데 받아 줄 거라고 생각을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싹싹하던 다른 캐릭터들과 달리 리블은 
1년 내내 태도 변화 없이 '안녕하세요'라는 사무적인 인사밖에 나누지 않았었죠.



그 후, 1년간은 영화를 찍지 않고 리블과의 여러 이벤트를 감상하는 시기입니다.
차갑던 리블도 많은 태도 변화를 보여줍니다.
다시 영화를 찍는 건 그 다음 해 3월이 됩니다.



이동할 수 있는 장소에 리블의 집이 추가되었습니다.
어느 날, 리블의 집에 가보면 리블의 어머니가
'여배우 집에 함부로 드나들면 어떡하냐?
내 딸과 동급 감독이라도 되고 나서 여기에 오던지 해라'라고 화를 냅니다.

뭐, 어머니가 없을 때 몰래 방문할 수도 있긴 하지만
저 발언은 제 자존심을 건드립니다.
다시 한 번 최고의 영화를 찍어서 인정받는 감독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크레졸과 함께 다시 한 번 대히트의 기적을 이뤄냈습니다.
기세 등등하게 리블의 어머니를 만나면
어머니는 '내 딸 없이 그런 대박인 영화를 찍으면 어떡하냐?'고 화를 냅니다.

음... 그런 반응을 기대했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닌데요.
그보다 히트 감독 됐잖아요. 딸이나 제게 주세요.


그 후로도 연말까지 여러 영화를 찍을 수도 있으며,
다양한 이벤트도 존재합니다.

스탭들도 꽤 변경되는데 군대에 끌려가는 스탭들이 꽤 있죠.
그 외에도 '마약 파동'으로 체포되는 스탭도 있습니다.
음악 담당 한 명, 미술 담당 한 명이 체포되죠.
저는 각본가 중 한 명이 워낙 판타스틱하게 각본을 써서
그 각본가는 틀림없이 마약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무죄였습니다.
정신세계가 남 달랐을 뿐이었죠.


Bar 주인이나 카지노 주인이 
본인이 쓴 시나리오 좀 영화로 만들어 달라고 원작을 파는 일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이 꼭 있습니다.
주인공이 영화감독으로 좀 성공하니까 영화가 쉬운 줄 알고
개나 소나 영화 사업에 뛰어 드는 거죠.

그래도 Bar 주인 같은 경우는 제가 영화를 잘 못 만들어도
'손님은 별로 없었던 것 같지만, 난 그런 영화도 좋더라.'라고 말하며
저에게 용기를 주었던 사람입니다.
사람 간에 의리가 있기 때문에 50만 골드정도 하는 원작정도는 사 줄 수 있죠.



리블과의 즐거운 나날 후에 연말에는 주인공에게 영장이 날라 옵니다.
12월 영화를 마지막으로 주인공마저 군대에 끌려가는 운명에 놓이게 된 거죠.



마지막 상영회입니다.
영화 상영회 직전 군인들이 주인공을 끌고 가려고 하자
새로운 영화를 감상할 한 시간만 기다려 달라면서
스탭들과 마을주민들이 군인 앞을 막아섭니다.

실랑이 끝에 계급이 높은 군인이 나타나 한 시간만 기다려 주기로 합니다.
그 군인은 늘 촬영 중에 나타나
'군인들이 전쟁으로 고생하는데 너희들은 영화나 찍고 있냐'고 화를 냈었지만
사실은 주인공 영화의 팬이었다고 고백합니다.



이상이 이 게임의 대략적인 흐름입니다.
소개하지 못한 이벤트도 몇 개 있고,
엔딩도 각 캐릭터별 엔딩 뿐만 아니라 
군인 엔딩, 악당 엔딩, 도박꾼 엔딩 등 여러 가지 엔딩이 있죠.



총평하자면, 시스템에도 아쉬운 부분이 보이고, 인터페이스도 미흡하며,
이벤트 개수가 적게 느껴지는 점도 있고, 버그도 있습니다.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한 복각판이 발매된다면
저는 그 복각판을 망설임없이 추천할 겁니다.
HARD의 사정을 봤을 때, 아마도 전부 해결된 복각판이 나오기는 힘들겠지만요.

명작 고전 게임은 다소 모자라더라도
그 단점을 넘어서는 매력이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팬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게임도 탁월한 자유도와 매력적인 캐릭터, 다양한 패턴의 이벤트 등
여러 면에서 그만큼의 매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만일, 성인게임이 아니었고 과거에 한국어 지원이 되었었다면
<레슬엔젤스3>나 <하이리워드>정도의 인기는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재미있는 게임을 찾기 위해서는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할 수 있는,
이 시절의 시뮬레이션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말은 제목 그대로입니다.
어서오세요, 시네마 하우스에.

2021년 2월 14일 일요일

리뷰 : 어서오세요 시네마하우스에(1)(1994/1/28,HARD)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HARD사는 1986년도부터 에로게를 발매했던 업계의 큰 어른 중 하나였습니다.
HARD사를 대표하는 시리즈는 <신나는 아야요씨>시리즈로
무려 다섯 편이나 발매되었습니다.

HARD사가 80년대에 발매한 게임들은 호평을 받기도 했으나,
90년대에 들어서면서 HARD사의 게임들은
호불호가 갈리거나 평가가 좋지 않았습니다.
결국, HARD사는 95년도에 마지막 게임을 발매한 후,
사실상 해산 상태가 됩니다.

저는 원래 HARD사의 리뷰를 한참 전에 계획하고 있었습니다만
결국 PC-98 에로게 리뷰의 맨 마지막으로 미루게 되었는데,
놀랍게도 HARD사가 최근에 부활했기 때문입니다.
2020년도 10월에 <신나는 아야요씨> 2편 복각판이 발매되었죠.

HARD사의 부활과 함께 사람들은
<어서오세요 시네마하우스에>의 복각판이 발매될 것인가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제가 HARD사의 리뷰를 마지막까지 미뤘던 이유도
그 복각판을 기다렸기 때문이죠.
안타깝게도 제가 기다리기에는 시기가 맞지 않을 것 같아서
결국 한 발 앞 서 리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어서오세요 시네마하우스에는 94년도에 발매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발매 당시에는 판매가 잘 안 되었다고 합니다.
훗날, 높은 평가를 받기는 했습니다만 그건 나중 일이었죠.
판매 당시 온당한 평가를 받았다면 HARD사의 수명이 좀 더 길어졌을 겁니다.



무대는 영화 관계자들이 모여 사는 '파라이소'라는 가상의 혹성이며,
주인공은 영화 제작자이자 감독입니다.
이 게임은 배우 및 스탭들을 모아서 영화제작을 하는 시뮬레이션 게임이죠.

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시네마하우스의 오너가 방향을 알려줍니다.
우선, '원작자'와 '각본가'를 영입하라고 하는군요.



카페나 레스토랑 등을 돌아 다니며,
이 사람 저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야 합니다.
처음부터 반응해 주는 사람도 있는 반면에,
꾸준히 말을 걸어야 겨우 대답하는 사람도 있죠.
초반에는 다른 스탭들은 찾기 쉽지만,
원작자를 찾는 건 비교적 어렵습니다.
원작자들이 대체로 늦게 등장하게 시스템이 짜여져 있죠.


원작자는 기본적으로 다섯 명이 있습니다.
여러 장르를 쓰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호러물', 'SF물', '연애물', '포르노' 등 대체로 한 장르를 전문적으로 취급하죠.

처음 플레이하는 사람은
누구의 어떤 원작이 대박을 칠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비싼 원작이라고 무조건 대박인 것도 아니고,
싸다고 해서 절대 대박치지 못하라는 법은 없죠.

어떤 원작의 경우는 각본가가 각색을 거부하기도 합니다.
스토리가 본인이 다루기 힘든 작품이기 때문이죠.

초반에 얻을 수 있는 원작, 호러물 <사랑스러운 사람>의 경우는
각색하겠다고 나서는 각본가가 단 두 사람뿐입니다.
게다가 다행히 각본가를 잘 만나 각색을 한다고 해도
대박을 치기 힘든 영화가 만들어집니다.
멋도 모르고 구매한 플레이어는 원작 값 50만 골드를 날리게 되죠.

다행히도, 원작은 여러 개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뭐가 대박인지 잘 모르시는 분들은 그냥
이것 저것 다 구매하시는 편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원작을 구했다면 다음은 원작을 각색할 각본가가 필요합니다.
각본가는 총 아홉 명이 있는데
원작자와 마찬가지로 각자의 전문 분야가 있습니다.

'연애물' 전문이나 '서스펜스물', '포르노' 전문 각본가 등이 있죠.
같은 원작이라도 어떤 각본가에게 부탁했느냐에 따라서
구체적인 묘사가 달라지게 됩니다.
같은 스토리가 진행되면서도 '연애'를 강조할 수도 있고,
'호러'를 강조할 수도 있는 거죠.

그냥 묘사 정도가 바뀐다면 양반입니다.
아예, 원작 파괴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애국을 강조하는 각본가는
어떤 원작이라도 '밀리터리'와 '애국주의'를 영화에 끼얹어 버리기도 하고,
어떤 작품이든 냅다 포르노로 바꿔 버리는 각본가도 있으며,
예술을 하겠답시고 영화를 혼돈의 카오스로 바꿔버리는 작가도 있습니다.

각본가의 경우는 한 명에게 일단 부탁을 했다면,
다른 각본가에게 부탁은 불가능하고 내용이 어떻든
그 내용으로 영화를 찍어야 합니다.
좋은 각본가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는 거죠.

어떤 원작에 어떤 각본가가 어울릴 것인가를 고민하는 게 이 게임의 재미 중 하나입니다.
다양한 장르에 어울리는 원작도 있고,
단 한 장르에만 어울리는 원작도 있습니다.
대히트를 노리지 않는다면, 원작을 냅다 포르노로 바꿔 버리는 재미도 가능하죠.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애국주의'를 중시하는 각본가하고는 절대 일하지 마세요.
대박치는 경우가 전혀 없으며, 영화 내용도 쓰레기입니다.
심지어 게임이 멈추는 버그가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군요.



각본가가 각본을 쓰는데는 열흘 정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동안 영화를 촬영할 스탭들을 모아야 합니다.
필요한 건 조연, 조감독, 카메라담당, 미술담당, 음악담당, 어시스턴트입니다.

조연은 연극단을 통째로 영입하는 방식입니다.
'파워 멀티플라이', '가이아사', '전광'의 세 연극단이 존재합니다.
출연료 차이가 있기는 한데, 실력 차이는 그만큼 크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연극단의 특색을 파악하는 겁니다.
일례로, '가이아사'같은 경우는 나이대가 많은 배우들이 주축이기 때문에
학원물을 찍을 때는 고용해서는 안 되는 거죠.


나머지 스탭들은 취향에 따라 고르면 됩니다.
저는 대체로 실력보다는 인성을 중요시하죠.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촬영시에 분탕을 치는 스탭들은 쳐내야 합니다.
싸움질하느라 촬영이 진행이 안 되는 경우까지 있어요.

조감독 같은 경우는 초반에 강제 선택하게 되는 '프레드릭'이 가장 좋습니다.
유능하고 인성 좋은 조감독인데 8월쯤에 군대를 가 버립니다.
그 후, 실력도 없고 싸움질만 잘 하는 조감독들을 보고 있으면
프레드릭의 빈 자리가 크게 느껴집니다.

음악담당같은 경우는 같이 작업하지 않기 때문에
딱히 인성은 볼 필요가 없습니다.
주의할 점은 음악가는 횟수 제한이 있고,
약물 복용같은 사고를 쳐서 떠나는 음악가가 많다는 점입니다.
최대한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떠나는 음악담당들이 누군지 잘 파악하고
떠나기 전에 고용해서 뽕을 뽑아야 한다는 거죠.

어시스턴트는 무조건 B팀만 사용했습니다.
A팀과 C팀은 싸움을 너무 많이 해요.
어시스턴트 주제에 감히 싸움이나 하냐같은 소리를 할 생각은 없지만
한 타임에 세, 네 번씩 싸우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하루 종일 싸움만 하다 끝납니다.

마지막으로 '주연' 여배우가 필요합니다만
그건 다음 리뷰에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스탭들을 전부 모으면 영화를 촬영하게 됩니다.
먼저 스케쥴을 짜는데 S, M, L은 짧은 장면, 중간 장면, 긴 장면을 의미합니다.
스탭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회식 일정도 짜야 합니다.
또한 회식한 다음 날은 피곤하기 때문에 촬영을 쉬어야 하죠.
스탭들의 피로와 불만을 잘 조절할 수 있는 스케쥴을 짜야 합니다.

스케쥴은 조감독이 초안을 짜주는데,
변경할 수 있기는 하지만 변경하지 않아도 큰 문제는 없는 것 같습니다.

군부대 선전 영화를 만드는 경우도 있는데,
그 때는 군인이 조감독을 하게 됩니다.
군인 조감독같은 경우는 회식 후에도 쉬는 날 없이 촬영을 강행하죠.
피로와 불만이 관리가 안 되서 영화 완성도는 개판이 나버리지만,
어차피 군부대 선전 영화는 망해도 
정해진 돈은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스케쥴을 변경할 필요가 없습니다.



스케쥴을 다 짠 이후에는 촬영 모드입니다.
촬영하면서 각 스탭에게 '격려'나 '연출지도' 등을 할 수도 있고,
'휴식'이나 '스케쥴 변경', '촬영 포기'도 할 수 있습니다.
한 장면을 다 촬영한 후에는 완성도가 퍼센트로 표시되죠.

완성도는 스탭들의 역량 외에 '불만', '피로'의 영향을 받습니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격려나 연출지도를 할 수도 있고 
같은 장면을 다시 찍을 수도 있죠.

이 게임을 처음 하시는 분들은
거장 영화감독 빙의해서 같은 장면을 '이건 아니야' 하면서
몇 번이고 다시 찍을 수도 있는데 망하는 지름길입니다.
그렇게 하면 불만, 피로도가 관리가 안 됩니다.
완성도가 오히려 떨어지게 되죠.



또한, 특정 장면에서는 어떻게 연출할지 선택지를 통해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제대로 된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장면 분위기에 맞는 연출을 선택해야 하죠.
무서운 장면에서 뜬금없이 웃으라고 하는 선택지도 있고,
세트 만들기가 귀찮다고 적당히 하는 선택지도 있으며,
의미 없이 여배우를 벗기는 선택지도 있습니다.



촬영이 끝나면, 직접 만든 영화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원작', '각본', '주연', '조연', '연출'에 따라 영화가
세세하게 달라지게 되죠.
이런 점을 특히 신경써서 제작했기 때문에 다양한 패턴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두 달에 한 번 꼴로 영화를 찍게 됩니다. 
영화를 찍어서 수익을 내고 그 수익으로 다시 영화를 찍는 거죠.


이 정도가 이 게임의 기본적인 흐름입니다.
다양한 조합으로 영화를 찍을 수 있고,
그만큼 다양한 결과물을 감상할 수 있죠.

영화를 꼭 잘 찍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니, 애초에 영화를 아예 안 찍는 플레이도 가능해요.
영화를 1년 동안 촬영하지 않으면
주인공이 군대에 끌려가는 엔딩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죠.



영화가 히트치고, 감독상을 받는 것도 이 게임의 재미입니다만
이 게임은 결국 에로게입니다.
그리고 이 게임은 단순히 포르노 영화를 찍을 수 있고,
여배우를 의미없이 벗길 수 있어서 에로게인 게 아니죠.
실제 게임 플레이할 때는 더더욱 다양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오늘 소개한 기본적인 흐름을 바탕으로
세부적으로 게임이 진행되는 방식과
주인공이 여배우와 어떻게 이어지는가에 대해서는 
다음 리뷰에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2021년 2월 7일 일요일

리뷰 : 스트레인지 월드(1996/5/31,소시에르)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트레인지 월드>는 언젠가 리뷰했던 <TAXI 환몽담 ~스트레인지 월드 Act.2>의
전편에 해당하는 작품입니다.
두 게임은 전혀 관계가 없는 별개의 게임으로 봐도 무방하기 때문에,
<TAXI 환몽담 ~스트레인지 월드 Act.2>를 리뷰할 때도 
1편에 대해서 그다지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위쪽 CG가 스트레인지 월드 1편의 시작장면이고,
아래쪽 CG가 <TAXI 환몽담 ~스트레인지 월드 Act.2>의 시작 장면입니다.
시작할 때, 안내인 '유파'가 등장하여 분위기를 잡아 줍니다.
유파는 본편에서는 등장하지 않는 캐릭터입니다.

그 이외에는 공통점이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의 게임입니다.
캐릭터나 스토리의 접점도 없으며,
게임 진행 방식조차도 유사하지 않습니다.
두 게임을 이어 주는 건 오직 유파뿐이죠.
 
이 시리즈가 계속 이어졌다면 유파도 계속 등장했겠지만
두 편만에 끝나 버렸습니다.



스트레인지 월드는 멀티 엔딩형 저택물입니다.
특히, 당대 저택물의 유행을 불러 일으켰던 <카와라자키가 일족>과
상당히 비슷한 게임이죠.

병원에서 뇌파 검사 아르바이트를 하던 주인공은
병원의 소개로 산 속에 있는 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됩니다.



저택물로서 분위기는 괜찮았고,
특히 에로한 분위기에 잘 맞게 만들었습니다.

다만, 미스터리적 요소가 너무 부족합니다.
스토리 상으로는 저택의 비밀이 많이 있는데
평상시에 주인공을 조여 들어오는 긴장감이 별로 없어요.



이벤트는 갑작스럽게 찾아옵니다.
주인공은 우연히 저택으로 오게 된 것이 아니라
병원의 뇌파 검사에 의해 선택되었던 인간입니다.
주인공을 각성시키기 위해서 저택의 사람들이 에로한 이벤트를 일으키는 거죠.

가장 중요한 분기는 2일째 밤입니다.
2일째 밤에서 방밖으로 나가냐 마느냐가 굉장히 중요하죠.
근데, 나갈까 말까하는 선택지가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도 않을 뿐더러
'1. 식사하러 간다. 2. 그냥 잔다.' '1. 방에 있는다. 2. 물마시러 간다.'
결정장애도 아니고 하룻밤에 이런 선택지가 네 번은 나옵니다.
나가는 타이밍에 따라 전개가 달라지기도 하는데
그런 중요한 분기를 맡기기엔 선택지가 별로 중요하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난이도가 어렵지만 다행히도 각 엔딩마다 힌트 코너가 존재합니다.
근데 힌트가 도움이 안 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어떤 장면을 틀림없이 이미 보고 왔는데 
그 장면을 꼭 보라는 힌트를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꼭 보라는 장면이 중요해 보이지도 않고요.



엔딩 패턴은 여러 가지가 있고, 예측하기 힘든 엔딩도 있습니다.
다만, 스토리와 마찬가지로 엔딩도 흐름에 맞지 않는 느낌이 있죠.
복선을 좀 더 깔아두는 편이 좋았을 것 같네요.

가장 짜증났던 건 게임 내에 엔딩 회상이 없었다는 겁니다.
멀티엔딩이라면 엔딩이 몇 개가 있고, 내가 몇 번 엔딩을 못 봤는지
확인을 할 수 있어야죠.



총평하자면,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만족스럽지 않았던 게임입니다.
그 시절은 저택물이 꽤 많이 나오던 시절이었지만
대다수의 게임들이 그 나물의 그 밥식으로
신선한 재미를 주지 못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저택물 자체가 한정된 무대로 인해 
참신한 스토리를 만들기에 힘들었을 수도 있죠. 

수많은 저택물들이 스토리 대신
저택물 특유의 음습한 에로로 승부를 봤으며,
이 게임에도 과감한 에로 묘사가 있긴 합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취향도 아니었고
취향이었다고 해도 이 게임의 평가를 바꿀 정도는 
아니었으리라고 생각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