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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 25일 일요일

리뷰 : 코이히메(1995/5/26, 실키즈)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코이히메 ~Mystic princess~>, 우리나라 식으로 읽는다면 연희입니다.
요즘 연희라고 하면 아마도 대부분 <연희무쌍>을 떠올릴 것이고,
실키즈 사에서 이런 게임을 냈다는 것은 알지도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코이히메는 꽤 인기 있는 게임이었습니다.

어드벤처 게임이나 미연시, RPG, 기타 텍스트가 들어있는 게임에서
제가 제일 싫어하는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바로 '세로쓰기'입니다.
일본이야 우리나라보다는 세로쓰기에 익숙하지만
그래도 게임은 대부분 가로쓰기로 잘 나옵니다.
대체 왜 세로쓰기를 하는 게임이 있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텍스트를 읽는 게 정말 불편합니다.


'보다, 말하다' 등을 선택하며 진행하는 명령 선택식과 
중요 사항마다 선택지를 골라 여러 엔딩에 도달할 수 있는
선택지 분기식 멀티엔딩 시스템을 동시에 취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둘 중 하나만 사용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멀티 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플레이를 해야 합니다.
근데 명령 선택식이 쾌적한 진행을 방해하고 계속 발목을 잡습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이상한 선택지를 고르지 않고 제대로 공략한다면
하나의 공통 루트를 타고 가다가 
마지막 직전 선택지에서 분기가 결정되는 시나리오라는 점입니다.
진행을 그나마 덜 방해 받습니다.



그래픽도 실키즈 게임 중에서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CG의 양도 적은 편입니다.
직전 게임은 그래픽만은 훌륭했던 <실낙원>이었는데 많이 퇴보한 느낌입니다.

반면에, BGM은 상당히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의 분위기에 맞춰 듣기만 해도 치유가 되는 느낌의 BGM입니다.
모든 실키즈 게임 중에서, BGM만큼은 가장 높이 평가하는 게임입니다.


주인공의 이름은 사사키 코쥬로입니다.
이 주인공은 아마도 미연시 역사상 가장 우유부단한 주인공일 것입니다.

우유부단이라는 속성은 미연시 주인공이라면
십중팔구가 보유하고 있는 속성이기 때문에 딱히 특이할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미연시 주인공은 결국 한 명의 여성을 선택하기는 합니다.
그 도중에 주인공의 우유부단함으로 인해 무수한 사건이 일어나기는 하지만요.

하지만 코이히메의 주인공은 진엔딩 격인 14번 엔딩을 탄다면
끝까지 아무도 선택하지 않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주인공이 누군가를 선택하게 하기 위해서
극단적인 상황까지 몰아붙이지만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우유부단합니다.

마치, 주인공은 자신이 우유부단하지 않다면
자신의 인격적인 존재가치가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같습니다. 



아무튼 주인공은 어릴 적, 첩첩산중에 있는 시골에서
4명의 소꿉친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아버지를 따라 도쿄로 이사를 가게 됩니다.


주인공이 이사간다니까 소꿉친구들이 울고 불고 난리가 났습니다.
참 마음 아픈 광경이기는 한데 사실 꿈입니다.

주인공은 시골 마을로 내려가는 버스에서 잠에서 깹니다.
저 꿈은 주인공이 종종 보는 꿈이기는 하나 전혀 기억에 없는 내용이며,
주인공은 시골에는 자신과 같이 놀 나이대의 어린 아이들이 전혀 없었다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십 년만에 다시 온 시골에서 4명의 미소녀들과 만나게 됩니다.



신사에서 무녀를 하고 있는 스자쿠입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주인공에게 화를 많이 냅니다.
주인공에게 폭력도 종종 쓰는데,
나중에 수련하는 모습을 보면 바위도 깨부숩니다.



구멍가게를 하고 있는 나미입니다.
귀여운 스타일의 다른 캐릭터들과 달리 성숙한 미인 스타일입니다.

이미지와는 다르게 어리버리한 모습을 자주 보여주고,
얀데레스러운 모습도 한 번 보여줍니다.



안즈입니다.
주인공 집에 매일 놀러 오며, 주인공을 오빠라고 부릅니다.

요리를 만들어 주기도 하는데, 주인공이 당황할 정도로
괴기스러운 재료를 사용합니다.



내성적인 성격의 마유키입니다.
제가 아는 한에서 이 게임을 해본 사람들은 다 이 캐릭터만 좋아합니다.
저는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주인공과 이 네 명의 캐릭터가 지내는 일상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분위기는 치유물 같은데
스토리의 진행은 주인공이 야한 장난을 치다가 스자쿠에게 얻어맞는 패턴만
계속 나온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저 네 캐릭터는 주인공 꿈에 나온 소꿉친구들입니다.
저 캐릭터들은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며 각 종족의 공주들입니다.
주인공은 어린 시절, 소꿉친구 넷 모두와 결혼 약속을 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종족 간에 전쟁을 염려한 높으신 분들이
주인공의 기억을 지우고 마을 밖으로 쫓아냈던 것입니다.


성인이 되어 마을에 돌아와 넷 모두와 관계를 맺게 된 주인공은
스자쿠의 할아버지로부터
또다시 모든 기억을 지우고 마을을 떠나라는 명령을 듣게 됩니다.

일상 생활 속에서 선택지만 잘 선택했다면,
이 시점에 캐릭터 당 개별 엔딩을 하나 씩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선택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면 2부로 넘어가게 됩니다.


 
 
 

각자의 본 모습입니다.
스자쿠는 텐구, 마유키는 설녀, 나미는 용, 안즈는 좌부동입니다.



주인공은 인정받기 위해서 각 종족의 지도자들과 싸우게 됩니다.
약간 턴제 전투 시스템을 사용했지만 그다지 재미는 없습니다.
전략적인 요소는 전혀 없고 그냥 계속 싸우다 보면 언젠가는 이깁니다.

스토리의 볼륨은 많지 않지만, 그래도 꽤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스토리입니다..
코이히메는 나름 높은 평가를 받았고, 
엘프에서 윈도우 판으로 리메이크를 하게 됩니다.



윈도우판은 그래픽이 상당히 좋아졌습니다.
CG도 몇 장 추가되었습니다. 그리고 보이스가 추가되었습니다.
하지만 리메이크 작품으로서 칭찬할 부분은 여기 뿐입니다.



미니맵도 있습니다.
근데 이동할 장소는 미니맵 상에서 선택하는 것이 아닙니다.
평범한 선택지로 이동할 장소를 선택하면
미니맵에서 주인공이 걸어가는 장면을 보여줄 뿐입니다.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이해를 할 수 없습니다.
기술적인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2부에서는 미니맵 상의 선택을 통해 이동할 수 있습니다.



명령 선택식 어드벤처 게임으로서는 독특한 명령 선택 방식을 만들어 냈습니다.
'보다', '말하다'같은 텍스트를 선택하는 방식이 아닌
눈을 클릭하면 '보다', 입을 클릭하면 '말하다'가 되는 방식입니다.
이 시스템이 엄청 불편합니다.

눈을 클릭하면 '보다'가 선택되고
하위 선택지로서 무엇을 볼까가 말풍선 형식으로 머리 위에 뜨게 됩니다.
마우스 포인트의 동선이 너무 깁니다.
또한, 눈과 입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너무 붙어 있습니다.
정확하게 클릭을 해야합니다.

설명만 들었을 때는 그다지 불편한 점을 느끼기 힘드시겠지만,
이 게임은 클릭을 수백, 수천 번 하면서 진행해 나가는 게임입니다.
저 사소한 번거로움이 게임 전체의 플레이 타임을 엄청나게 늘리는 셈입니다.

이 시기 엘프 게임의 고질적인 병폐인 강제 전체화면도 감점 요인입니다.

혹시 코이히메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도 윈도우 판의 플레이는 권장하고 싶지 않군요.



총평하자면,
저는 이 게임에 대해 다른 사람들만큼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지 않습니다.
특히, 시스템 측면에서 불만스러운 점이 상당히 많은 게임입니다.

하지만, 전반적인 스토리는 나쁘지 않고,
캐릭터 각각의 매력을 잘 살린 게임입니다.

명작까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플레이 타임은 아깝지 않은 게임입니다.

2016년 9월 18일 일요일

리뷰 : 실낙원(잃어버린낙원)(1995/4/14, 실키즈)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Birth days>의 차례이지만 늘 그렇듯이
<Birth days>는 후속작인 <발렌타인 키스>를 리뷰하는 시점에
같이 리뷰합니다.

따라서, 이번 리뷰는 <실낙원>입니다.



이전 작품인 <Birth days>는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따라서, 실낙원은 <하원기가 일족>, <노노무라병원사람들>, <애자매>라는
전설적인 어드벤처 게임들의 바로 뒤에 위치한 어드벤처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창 실키즈의 어드벤처 게임은 상한가를 치고 있을 때였고,
사람들이 실낙원에 거는 기대는 그야말로 엄청났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실낙원은 그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게임이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잘 몰랐던 사실이지만, 
몇 년전에 제대로 된 번역이 이루어진 게임이라고 합니다.
오랫동안 번역기로 돌린 버전만 돌아다녔습니다만,
이제는 다른 게임처럼 쾌적하게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이하게도 시작화면에서, 아무 생각없이 맨 위에 있는
'게임을 시작한다'를 누르면 안 됩니다.
그렇게 하면, 프롤로그를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프롤로그에서는 주요 인물과 세계관을 소개하는 스토리 상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냥 게임을 시작하면 다짜고짜 주인공이 조난되어 스토리를 이해하기가 힘이 듭니다.



더군다나 프롤로그에도 분기가 있고, CG가 있습니다.
프롤로그를 한 번 플레이해서는 모든 CG를 모을 수 없습니다. 



본편이 시작되자마자 나오는 그래픽입니다.
시대를 고려하면, 엄청나게 훌륭합니다. 
시작지점에서 플레이어의 이목을 확 끌어 당깁니다.

다만, 실제로는 이정도의 그래픽이 게임 내내 유지되지 않습니다.
다른 CG들도 그래픽이 훌륭한 편이기는 합니다만,
이정도의 퀄리티는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주인공은 하자마 미치오 교수의 조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이름은 니시지마 코사쿠라고 합니다.
교수와 함께 여행을 떠나지만 목적지 도착 전에 배는 침몰해 버리고, 
주인공 일행은 무인도에 조난됩니다.
이 수수께끼의 섬에서 펼쳐지는 이상한 사건들이 이 게임의 주제입니다.



하자마 교수의 아내인 하자마 시오리입니다.
눈이 보이지 않아서 탐험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데,
그만큼 험한 꼴도 덜 당합니다. 



같은 조수 아르바이트인 사쿠라이 아야노입니다.
처음에는 주변 관찰을 위해 나무에도 올라가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위기 상황에 닥쳤을 때,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서 아쉽습니다.



역시 조수 아르바이트인 타카나시 유미입니다.
위의 두 캐릭터와 함께 단 세 개뿐인 해피엔딩을 차지하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그래서 많은 비판을 받습니다.

<하원기가일족>의 미나같은 캐릭터로,
레이코에게 계속 당하기만 하는 캐릭터입니다.
레이코에게 당하는 부분을 아야노와 공유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마치 그렇게 될 것 같은 선택지 분기도 있습니다만)그렇지 않습니다.

초반에 주인공이 사망하는 엔딩을 제외한 모든 스토리에서
얘만 괴롭힘 당합니다.
그렇다고 주인공이, 유미를 제대로 도와 준 적이 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엔딩 장면입니다.
이 엔딩 장면 바로 직전까지, 이게 과연 유미의 스토리인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본인의 루트에서마저 별 비중이 없습니다.

모니카나 리나같은 캐릭터도 있는데,
굳이 이 캐릭터 엔딩을 만들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침몰한 배의 선장인 모니카 리베라입니다.
주인공의 이름을 코사쿠가 아닌 토사쿠라고 하는데, 이게 은근히 매력적입니다.



섬의 원주민인 리나입니다.
처음에는 주인공을 공격하지만, 나중에는 주인공 일행의 탈출을 도와줍니다.
정작 본인은 탈출하지 않습니다.



교수의 조수 아사카 레이코입니다.
교수와 함께 악의 근원입니다.
<하원기가일족>에서도 <노노무라병원사람들>에서도
이 캐릭터와 비슷하면서도 더 훌륭한 악역들이 등장했습니다.

캐릭터도 겹치지만 마무리는 흉물스럽기까지 합니다.


하자마 교수는 더더욱 악역으로서의 매력이 떨어집니다.



화가 나서, 본인의 마누라에게 손을 대기까지 하는데,
사실은 마누라를 사랑해서 모든 일을 벌였다는 결말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유미의 엔딩, 매력없는 악역보다도 더 문제인 것은
전반적인 스토리입니다.

일단 바나나와 비슷하게 생긴 과일을 먹으면
DNA가 변형을 일으켜 촉수 괴물로 변한다는 설정이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이걸 전쟁병기니 의학치료니 하면서 연구하겠다는 것도 웃깁니다.

마지막에 산제물을 바치는 의식을 하면서 폭풍 H씬을 보여주는데
이 의식이 왜 필요한 지는 전혀 모르겠습니다.

주인공은 이 캐릭터를 구하겠다, 저 캐릭터를 구하겠다 하면서
분주히 뛰어 다니는데 성과는 거의 없습니다.
어찌어찌 도망쳐도 결국은 잡히게 됩니다.
주인공이 능동적으로 구하는 스토리가 아닌,
주인공이 도망치다 보니 다들 같이 도망쳤다 하는 스토리가 됩니다.

멀티 엔딩들의 개성도 없는데,
배드엔딩은 주인공이 괴물이 되어 죽는다와 그냥 죽는다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해피엔딩은 마지막 부분만 제외하면 세 개의 엔딩의 스토리 라인이 거의 똑같습니다.
14개의 엔딩 중 특정 엔딩 두, 세개만 보면 나머지는 수월하게 예측할 수 있는 스토리입니다.



총평하자면,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어중간한 스토리가 게임을 망쳤습니다.
차라리 제대로 된 스토리없이 미소녀들이 섬에서 신나게 
촉수 및 원주민에게 NTR당하는 뽕빨물이라도
이정도의 비판을 받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유럽풍 저택이 무대인 <하원기가일족>의 스케일을 
섬 수준으로 크게 키워 보려고 한 작품인 것 같지만,
<하원기가일족>의 분위기를 계승하는 것도,
새로운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실패했습니다.

최악까지는 아니지만, 졸작입니다.
완벽하게 번역된 게임이지만 전혀 추천하지 않습니다.

2016년 9월 11일 일요일

리뷰 : 노노무라병원사람들(2)(1994/6/30, 실키즈)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의 리뷰는 둘로 나뉘어져 있으며 두 번째 편입니다.


노노무라병원사람들은 고전 게임 중에서도 완성도가 높은 게임으로서
단점이 거의 없는 게임입니다.

이 리뷰에서 꼽는 단점은
굳이 억지로 단점을 찾자면, 아니면 다른 명작 게임과 비교하자면
조금 아쉬운 점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이 점을 유념하고 단점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카마이타치의 밤>이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눈보라로 고립된 별장에서의 살육극을 다룬 추리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노노무라병원사람들하고는 공통점이 많지는 않지만
멀티 엔딩이라는 점에서는 똑같습니다.

저는 <카마이타치의 밤>을 상당히 재미없게 플레이했는데
그 이유는 스포일러를 당했기 때문입니다.
바로, 그 게임 자체한테요.

게임 플레이하고 처음으로 본 엔딩이 
살육극이 제대로 일어나기도 전에 범인을 잡는 해피 엔딩이었습니다.
제가 무슨 놀라운 추리력으로 문제를 해결한 것도 아니고
선택지를 대충 선택하다가 운으로 맞춰버린 거죠.

어쨌든 운으로 범인을 잡는 엔딩을 보고 나서
살육극을 구경했지만, 저는 범인을 다 알고 있으니 긴장감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그렇게 중요한 엔딩은 첫 플레이에는 운으로라도
볼 수 없게 했어야 하는데, <카마이타치의 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노노무라병원사람들도 저에겐 마찬가지였습니다.
범인의 정체를 밝히는 최종적인 엔딩이 두 번째 플레이만에 나온 것입니다.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첫번째로 본 엔딩은 거의 마지막까지 가서, 에이사쿠의 활을 맞는 엔딩이었습니다.
그리고 엔딩의 힌트로, 전혀 모르는 휠체어 소녀가 나와서
'모모코를 소중히 대해줘.'하고 끝났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플레이에서 답을 찾은 거죠.



미호 엔딩을 본 것으로 기억합니다.
노노무라병원사람들 역시 다소 운으로 빨리 클리어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무슨 대단한 어드벤처 게임 실력이 있었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하원기가일족>이나 <유작>에서는 엔딩 한 번 보겠다고 개고생을 했죠.

요즘 게임 같으면, 선택지를 아예 막아버리더라도
이런 중요한 엔딩을 두 번째에 볼 수 있도록 만들지 않았을 것입니다.
근데, 사실 중요한 것은 이 부분이 아닙니다.


노노무라병원사람들은 멀티 엔딩 시스템입니다.
비록 해피 엔딩을 봤다고 하더라도 다른 엔딩이 남아 있습니다.
문제는, 이 게임이 다른 엔딩을 보고 싶게 만드는 원동력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범인의 정체가 나온 엔딩에서 플레이어는
노노무라병원 사건의 진실의 90프로 이상을 알 수 있습니다.
웬만한 복선은 다 회수하고 의문점따윈 없죠.

에이사쿠가 마지막에 아키코를 죽인 이유는 나오지 않지만
이런 흉한 남자 캐릭터의 얀데레스러운 동기따위 누가 궁금해 하겠습니까?


엔딩 번호를 9번까지 매겨 놨지만 5번 엔딩과 9번 엔딩이 여러 개가 있습니다.
열 몇 개의 엔딩이 있는 셈이죠.
하지만, 엔딩의 패턴은 성공과 실패 밖에 없습니다.
실패를 나눈다면 죽음과 떠난다가 있겠죠.

<하원기가 일족>에서는 주인공이 죽기도 하고, 감금되기도 하지만
주인공이 오히려 타락해 버리는 엔딩도 존재합니다.
노노무라병원사람들은 <하원기가일족>에 비해 각 엔딩의 충격이 덜한 편입니다. 

주인공인 타쿠마로는 가벼워 보이기는 해도
탐정으로서 긍지를 가지고 있는 인물입니다.
타락해서 아키코와 야합한다거나 하는 엔딩은 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또한 료코, 미호, 리에의 캐릭터별 엔딩이 있지만
이조차도 스토리의 변화가 크지 않고,
CG나 서비스신도 없습니다.

하지만, 저 세 개의 엔딩을 전부 보기 위해서는 
마지막에 살짝 선택지를 달리 하는 정도가 아닙니다.
다 보기가 꽤 귀찮죠.
난이도를 조금 높인 엔딩으로 하렘 엔딩이라도 넣어줬으면 어떨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렇다고 각 엔딩에 개별 H씬이 많이 있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열 몇 개의 엔딩 중에서 그 엔딩을 꼭 봐야만 볼 수 있는 H씬은 단 두 개뿐입니다.
게다가 치명적이게도 옛날 게임이다보니 읽은 문장 자동 스킵 기능이 없습니다.

결국, 저처럼 해피 엔딩을 빨리 봐 버린 사람은
노노무라병원사람들의 엔딩을 다 모아야겠다는 의욕이 좀처럼 생기지 않는 것입니다.
기껏 멀티 엔딩 시스템인데 다양한 분위기의 엔딩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입니다.

이래서 차라리 멀티 엔딩이 아닌 단일 엔딩으로
선굵은 스토리를 만들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스토리는 충분히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



주인공은 허름한 건물에 사무소를 차리고 있는
카이바라 타쿠마로입니다.
<EVE ~ burst error>나 <불확정세계의 탐정신사>에서도 그랬지만,
90년대의 에로게 탐정들은 이런 창고 같은 분위기에
사무실을 차리길 좋아합니다.

엘프 계열에서 늘 있는 주인공 유형인 능력있는 호색한입니다.
실력도 있고, 배짱도 있고, 유머감각도 있어서 꽤 좋아하는 탐정 유형입니다.
다만, 너무 막나가는 스타일이라 아쉬울 때도 있습니다.



어느날, 주인공의 사무실에 이토 료코라는 탐정이 찾아 옵니다.
료코와 옥신각신하던 주인공은
료코를 덮치려다 오히려 다리가 부러지게 되고 병원으로 실려갑니다.
그곳이 바로, 사건의 무대인 노노무라병원이죠.



주인공은 간호사에게서 원장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흥미를 느낍니다.
현장 상황으로 볼 때, 원장의 자살은 틀림없어 보였지만
수상한 부분이 몇 군데 있었죠.



간호사들에게 이 질문, 저 질문을 해봅니다만
간호사들은 좀처럼 입을 열어주지 않습니다.
원장 부인에게 입막음되어 있습니다.



그러던 중, 원장 부인과 만나 정식으로 의뢰를 받게 됩니다.
보험금을 타기 위해서,
원장이 자살한 것이 아닌 타살이라는 것을 밝혀 달라는 내용입니다.
이것이 노노무라병원사람들의 대략적인 내용입니다.



간호사인 마키노 리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간호사에 비해 존재감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는데,
중대한 비밀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간호사인 노기와 미호입니다.
과거 연인이었던 의사에게 속아서 차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젊은 남성을 싫어하며, 주인공에게도 가장 큰 반감을 내비칩니다.



간호사인 마미야 치사토입니다.
병원에 온 지 얼마 안 되어, 아는 정보가 없습니다.
동음이의어 이용한 개그가 인상적입니다.



환자인 이츠키 모모코입니다.
원래도 조용한 성격이지만, 주인공과는 말하고 싶지 않은 듯한데
당연히 이유가 있습니다.



죽은 원장의 부인인 아키코입니다.
주인공에게 사건을 의뢰한 장본인이지만 악역 포지션입니다.

꽤 매력적인 악역입니다.
주인공이 아키코를 동요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질문을 해 보지만
전혀 당황하지 않고 카리스마있게 받아 넘깁니다.

마지막에, 주인공에 의해 모든 계획이 망쳐진 이후에도
자신의 패배를 쿨하게 인정하면서 주인공에게
"남편은... 역시 자살은 아니었죠?"
라고 냉정하게 묻는 장면, 그리고 그 후에 주인공을 인정하는 장면은
상당히 멋있는 장면입니다.



주인공을 병원으로 보낸 장본인인 탐정 이토 료코입니다.
처음에는 괴팍한 주인공을 탐정으로서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지만
주인공의 긍지를 보고 이후 조력자로 변화하는 캐릭터입니다.


마지막으로, 노노무라병원사람들의 다른 버전에 대해서 살짝 언급하고 가겠습니다.
노노무라병원사람들은 다른 게임들에 비해 이식판의 변화가 적은 편입니다.
이런 저런 스토리와 캐릭터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추리물이기 때문에 스토리를 함부로 수정할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세가 새턴판 노노무라병원사람들입니다.
텍스트의 양 때문인지 선택지가 다소 간략하게 변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 외에는 스토리 상 큰 차이는 없습니다.

그래픽은 좀 아쉽습니다.
같은 세가 새턴 기종인 <동급생>때는 훨씬 나은 그래픽을 보여줬던 것 같은데요.

CG는 변화한 부분이 상당하고, 어느 정도 수위가 약해진 CG도 있습니다.
다만, 아무리 19금 게임이라고 해도 가정용 게임기인데
믿을 수 없을만큼 많이 보여 줍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윈도우즈판은 엘프 사에서 나왔습니다.
95용으로 한 번, XP용으로 <하원기가일족>과 함께 한 번, 총 두 번 나왔습니다.

이 시기의 엘프 이식이 그렇듯이 그다지 큰 변화는 없습니다만
노노무라병원사람들의 경우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총평하자면,
지금 플레이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훌륭한 스토리의 추리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저는 늘 고전 명작의 첫 번째 조건으로 훌륭한 스토리를 이야기하는데
노노무라병원사람들이야말로 그 조건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게임입니다.

치밀한 스토리를 갖춘 명작추리게임이 하고 싶은 분에게
강력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2016년 9월 4일 일요일

리뷰 : 노노무라병원사람들(1)(1994/6/30, 실키즈)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벌써 10년도 넘은 이야기입니다.
고등학생 시절, 저는 친구들과 모여서 추억의 게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물론 에로게가 아닌 일반 게임의 이야기였죠.

저도 나름 고전 게임을 즐겨했던 사람인데,
마이너한 게임을 주로 했던 탓인지
제가 했던 게임은 좀처럼 대화 소재가 되지 못했습니다.
저는 대화에 끼지 못하고 가만히 듣고 있을 뿐이었죠.

그 때, 한 친구가 말을 꺼냅니다.
"그러고 보니, 옛날에 그런 야겜도 있었잖아. 제목이 노노..."
"노노무라 병원!!!"

저는 계속 모르는 게임 이야기만 듣다가 갑자기 아는 게임이 나와서
반가워서 크게 소리쳤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고전게임 대화를 할 때는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야겜 얘기가 나오자 신나서 소리친 사람이었죠.
그 때부터, 제 별명은 색마가 되었습니다.

제가 야겜 오타쿠라는 소문이 근거도 없이 커졌지만,
불만은 없었습니다. 사실 저는 학교에 떠도는 소문보다 훨씬 더 오타쿠였죠. 

제가 이 흑역사를 소개한 이유는, 
오타쿠부심을 부린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
<노노무라병원사람들>이 사람들의 게임 대화에서
 고전 명작으로 거론될 정도로 인지도가 높은 게임이었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 입니다.
적어도 10여 년 전에는 말이죠.



노노무라병원사람들은 실키즈 사의 고전 게임 중에서도
<하원기가일족>, <애자매>와 함께 3강에 꼽힐 정도로 훌륭한 게임입니다.
일부 사람들은 다른 둘을 제치고 노노무라병원사람들을 원톱으로 놓기도 하죠.


노노무라병원사람들이 다른 두 작품에 비해서 훌륭한 점은
스토리의 완성도라고 생각합니다.
옛날 게임의 한계로 어쩔 수 없는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본격 미스터리의 정수가 모두 담겨 있습니다.

최근 에로게에서는 추리물, 탐정물이 그다지 나오지 않는 추세입니다.
사실 스토리를 중요시 하는 에로게의 수가 적기도 합니다만,
추리물은 더 심각한 것 같습니다. 전멸 상황이에요.

추리물은 재밌게 만들기는 힘들고, 
어설프게 만들었을 경우, 비판 받기는 쉽죠.
생산자나 소비자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학원 연애물을 선호합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인 지론은
성인 게임이면 성인 게임다운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인 게임에는 소년만화적인 전개에 H씬만 들어있는 것이 아닌
소년만화에서는 다룰 수 없는 무겁고, 심각한 주제가 들어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노무라병원사람들에는 마약, 성범죄, 협박 등의 다양한 소재가 들어있습니다.
그렇다고 H씬만을 목적으로 한 하드코어 계열의 게임이 아닌
드라마 속에서 그런 소재들을 자연스럽게 풀어나가고 있죠.
이것이야말로 성인 추리 게임인 거죠.

이야기가 좀 산만하지만,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노노무라병원사람들은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에로게 중 하나입니다.


노노무라병원사람들은 병원물로서의 의의도 큽니다.
엘프-실키즈 계열에서는 이전에도 
게임에 간호사 캐릭터를 많이 등장시켰습니다.

하지만, 그 캐릭터는 언제나 전형적이었습니다.
헌신적이고, 환자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캐릭터였죠.
스토리도 전형적이었습니다.
환자의 기운을 북돋아 주기 위해서, 혹은 환자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서
 H한 일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노노무라병원사람들에 비한다면,
이것은 그냥 간호사 코스프레 H씬 수준입니다.
간호사 캐릭터가 비중있는 역할을 맡은 경우는 거의 없죠.



초반부 간호사들은 주인공에게 상당히 적대적입니다.
특히, 미호의 경우는 노골적으로 주인공에게 반감을 표현하죠.
주인공 탐정은 초반에 간호사들을 심문해봐도 만족스러운 답을 얻을 수 없습니다.
엘프-실키즈 계열 간호사로서는 독특한 캐릭터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간호사뿐만이 아닙니다.
병원물로서 의료사고와 그 증거를 찾으려는 사람, 약물복용 등의 소재가 쓰이는 점도
높이 평가할 만 합니다.
단순히 병원이 무대인 것만이 아니라, 병원과 관련된 소재를 다루고 있는 스토리죠.


 
 

노노무라병원사람들은 선택지에 따라 다양한 분기가 있는 멀티엔딩 시스템입니다.
사실, 이 시스템은 <하원기가일족>이 먼저였지만 아직 그 게임을 리뷰하지 않았죠.

주인공은 뻔히 보이는 실수를 범해 죽기도 하고, 아무 이유없이 황당하게 죽기도 합니다.
하지만, 게임을 계속 진행하면 모든 죽음에는 이유와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것을 찾아내는 것도 게임의 재미 중 하나입니다.

이에 관해서는 2편에서 또 설명할 예정이기는 하지만,
여기서는 장점을 하나 언급하겠습니다.

놀랍게도 노노무라병원사람들은 선택지의 양도 엄청나고,
그에 따른 자잘자잘한 스토리 변화가 많음에도
스토리의 충돌이 좀처럼 일어나지 않습니다.
특히, 추리물로서 증거나 복선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 증거나 복선을 얼마나 모았느냐에 따라서
비슷한 전개의 대화가 약간씩 달라집니다.

이런 세밀함이 이 게임의 완성도를 높여줍니다.



노노무라병원사람들은 이렇듯 장점이 많은 것에 비해서
단점을 찾기가 힘든 게임입니다.

하지만, 굳이 단점을 꼽는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다음 리뷰에서는, 노노무라병원사람들의 약간 아쉬운 점과,
이 게임의 훌륭한 스토리, 캐릭터, 그리고 기타 이식판에 대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