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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29일 일요일

리뷰 : Demon City(1993/12/1, 칵테일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Demon City>입니다. 제목과 타이틀 화면만은 거창합니다.
서양 판타지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게임입니다.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명령 선택식입니다.
오른쪽의 눈이나 입 등을 선택해서 보다, 말하다를 선택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다소 막히는 부분도 있지만 스토리상 분기는 없는
단일 엔딩 시스템입니다.
시스템 상 인상 깊었던 장면은 딱히 없군요.



주인공이 사는 곳은 바그란드 왕국이라는 곳입니다.
바그란드 왕국에서 주목할 부분은 종교 '그란드 진교'입니다.
그란드 진교의 핵심 교리는 '자유와 쾌락'으로 
단어 자체는 그럴싸해 보이지만,
자세한 내용은 '사랑과 순결'을 부정하고 전국민이 누구하고나 H를 벌이는
지극히 에로게스러운 설정입니다.

또한, 주인공은 그런 왕국의 성전사로 절륜한 정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시작 부분에서 왕이 부여한 그의 임무는 
그란드 진교에 반하여 '사랑과 순결'을 교리로 하는 이단들을
H씬을 통해 쾌락의 포로로 만들어 개종시키는 것입니다.



제목이고, BGM이고, CG고, 분위기고 모든 것들이 진지한 가운데
중요한 설정이 문제입니다.
개인적으로 H씬이 설정의 중심에 있는 걸 싫어합니다.
지나치게 편의주의적이잖아요.

에로게에 에로적인 부분이 있는 건 당연합니다.
그렇다고, 별다른 고민없이 H씬이나 쉽게 보여줄 수 있는 설정을 짜서
극의 완성도를 낮추면 안 돼죠.

H를 하지 않으면 죽는 병이라든가,
저출산 문제로 국가에서 H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면허를 준다든가,
남녀가 밀실에 갇혀서 낮은 목소리가 '너희끼리 H를 안 하면 죽는다'고 말한다든가,
이런 거 정말 싫어합니다.
노골적으로 저급한 설정이에요.



데몬 시티도 마찬가지의 이유로 싫어합니다. 
혹자는 장난스러운 설정에 비해 스토리가 진지하고 무겁게 흘러간다고 표현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제대로 된 스토리를 바보같은 설정이 망치고 있어요.



총평하자면, 에로게의 H씬을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만
많은 게임들이 H씬 때문에 망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H씬에 너무 많은 노력을 들인 나머지 요소가 개판인 게임이나
H씬에 집착하다 스토리가 흔들리는 게임을 많이 봐 왔습니다.

데몬 시티가 그런 게임들 중에서 특출나게 좋지 않은 점은 없습니다.
오히려 그중에서는 괜찮은 편입니다.
제가 그런 게임들을 너무 병적으로 싫어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만,
아무튼 저하고는 안 맞는 게임이었습니다.

2018년 7월 22일 일요일

리뷰 : 쿠루쿠루 파티 ~프린세스 퀘스트~(1993/7/23, 칵테일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쿠루쿠루 파티 ~프린세스 퀘스트~>는
간단히 설명하면 보드게임+카드게임입니다.

주목하셔야 할 부분은 부제인 프린세스 퀘스트입니다.
프린세스 퀘스트라는 제목의 게임은 몇 개가 있습니다만
제가 이야기하는 건 실제 카드게임입니다.
종이로 된 카드요.



80년대, 90년대 일본에서는 <몬스터 메이커>같은 카드 게임이 유행하고 있었고
프린세스 퀘스트 역시 그 많은 게임 중 하나였습니다.
크게 흥행하지는 못했는지 일본 사이트에서도 별 정보는 없었지만
어쨌든 얼마 없는 게임에 대한 설명을 살펴 보면
PC게임 쿠루쿠루 파티와 규칙이 상당히 흡사합니다.


다시 말해, 칵테일소프트 이 회사가
성인 만화, 성인 애니, 성인잡지의 시청자 참여 게임까지
에로게로 만든 것도 모자라
카드게임, 보드게임까지 에로게로 만든 겁니다.
이놈의 회사는 뭐 이렇게 가리는 게 없죠?
온갖 것들을 다 에로게로 만들고 싶어합니다.



아무튼 보드게임입니다.
스토리는 공주가 갖고 싶어하는 보물을 찾아 주는 건데
이마저도 실제 보드게임의 스토리를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카드와 주사위를 이용해 몬스터와 전투가 가능합니다.
주사위를 던져 몬스터에게 대미지를 입히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3D+2같은 경우는 주사위를 세 개를 던져 나온 합에 플러스 2만큼의
대미지를 입히는 식이죠.
알기 쉽습니다.



다만, 그것빼고는 전부 알기 어렵습니다.
승리하는 방법은 맵 곳곳에 숨겨져 있는 보물 상자를 열어 보물을 획득하고
보물 및 몬스터 퇴치 점수를 합산하여 일정 목표치에 다다르면
골인 지점으로 가면 됩니다.

실제로 플레이하면 굉장히 산만하게 전개가 되는데
플레이어를 제외하고 경쟁자가 4명정도나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진행방향도 한 방향이 아니고 이곳저곳 왔다갔다 합니다.
보물을 찾았다고 끝이 아니고 다른 경쟁자가 보물 상자로 가서
보물 포인트를 빼앗을 수가 있습니다.
또한 몬스터 카드는 아무 데나 설치할 수 있어서 제멋대로입니다.


이 게임을 직접 플레이해보지 않으신 분들은
이 설명이 다소 이해가 안 될 것입니다.
근데 사실, 플레이한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게임 진행이 이해가 안 돼요.

윷놀이를 예로 들면, 윷을 던질 때
윷판의 상황을 보고 '내가 걸이 나오면 상대 말을 잡을 수가 있구나.'
'상대가 윷 이상이 나온다면 게임이 끝나는 구나.'
금방 파악할 수가 있습니다.
모노폴리나 부루마블 같은 경우도 '내가 주사위를 던져서 8이 나오면 파산하겠구나.'
'상대가 6이 나오면 내가 돈을 벌겠구나.' 쉽게 알 수가 있어요.

근데 이 게임에서는 내가 주사위를 던지든, 컴퓨터가 주사위를 던지든
직관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기가 힘이 듭니다.
차라리 진짜 이 보드게임을 친구와 모여서 한다면,
대화를 하면서 상황을 파악할 여지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컴퓨터와 게임을 하다보니 상황이 너무 후딱 지나가 버립니다.

점수 다 모으고 골인지점에 도착해보니 어느새 보물을 강탈당해서
점수가 모자란 상황이 자주 나옵니다.



스테이지는 총 8개가 있고, 사이사이에 동료 카드를 영입할 수 있는 이벤트도 있습니다.
본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보드게임이 다소 지루하다 보니,
별 거 없는 이벤트라도 소중한 숨돌리기 시간이 됩니다.



총평하자면, 제가 이 카드게임에 미숙하다 보니
이 게임이 더 재미없게 느껴졌을 수도 있습니다.
이 게임 발매 당시에는 이런 종류의 카드게임이 유행하던 시기였고
그 시기의 사람들에게는 좀 더 알기 쉬운 게임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저는 포기하겠습니다. 설명서를 아무리 읽어봐도 재밌게 못 하겠어요.

2018년 7월 15일 일요일

리뷰 : 퀸즈 라이브러리(1993/7/2, 칵테일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발매가 연기된 <컁컁 바니 프리미에르3>의 리뷰는 언젠가 때가 되면 하기로 하고,
다시 칵테일소프트의 기본 발매 순서로 돌아가
이번 차례는 <퀸즈 라이브러리>입니다.

무려 액션RPG 게임입니다.
옛날에 <RUN RUN 광주곡>을 리뷰하면서 설명드린 바 있는데
PC-88, PC-98 컴퓨터는 기술적인 한계로
가정용 게임기와 상대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PC-88, PC-98용 액션 게임은 별로 없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 설명은 엄밀히 말하면 반은 틀렸습니다.
PC-88용으로 <하이드라이드>, <제나두>, <이스>같은 명작 액션 RPG가 나왔으니까요.
리뷰한 게임 중에서도 페어리테일의 <스틸 소드>가 있었죠.
저는 패미콤 시절의 횡스크롤 게임만 생각하며 리뷰를 적었기 때문에
<RUN RUN 광주곡>에서는 그렇게 틀린 설명을 드렸죠.

한편, PC-98에서는 진짜로 액션 게임이 많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 시기에 이르러서는 경쟁 게임기가
슈퍼 패미콤이나 메가드라이브, PC-엔진 등이었는데
PC-98로서는 도저히 쫓아갈 수 없는 그래픽 처리 능력을 갖추었죠.

PC-98용으로 액션RPG를 만드는 것은
망치와 정 대신 도끼로 석상을 만들겠다는 뜻이고,
빗자루 대신 붓으로 청소를 하겠다는 뜻이었죠.
해답은 간단합니다. 안 만들면 됩니다.
이 기본적인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게임은 예외없이 망했습니다.



이 사실을 모를 리없는 칵테일소프트가
과감하게 제작한 액션RPG가 바로 퀸즈 라이브러리입니다.
아니나다를까 형편없는 작품이 되어 버렸습니다.

주인공은 포니테일을 한 남자 기사입니다.
RPG이니 당연하지만 방향키를 이용해서 상하좌우로 이동하고,
스페이스 바를 누르면 주인공이 갑자기 옆으로 한 바퀴 빙 돕니다.




무기를 장착하면, 스페이스 바로 공격을 합니다.
검을 장착하고 스페이스를 길게 누르면, 검격을 날릴 수 있습니다.


그래픽도 조작감도 뻣뻣한 편입니다.
저는 액션 RPG를 많이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나마 알고 있는 슈퍼패미콤의 91년 작품 <젤다의 전설 신들의 트라이포스>같은
명작과 비교할 수밖에 없습니다.
액션 RPG의 조작감에 대해서는 글 리뷰로 설명드리기 힘들지만
크게 기억에 남았던 것만 미흡하게나마 적어 보겠습니다.



마을 사람들과 대화하는 장면입니다.
대화하기 위해서는 마을 사람을 건드리기만 해도 충분합니다.
따로 다른 키를 누를 필요가 없습니다.

근데, 대화창이 너무 늦게 뜹니다.
위의 화면은 제가 오른쪽 아래에 있는 초록색 여성에게 말을 건 장면입니다.
보시다시피, 주인공이 한참 멀리 가고 나서 뒤통수에다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여성을 건드리고도 세발짝이나 가서야 겨우 대화창이 뜹니다.
한 발짝만 더 갔으면 주인공은 아예 대화창 속으로 들어갈 뻔했습니다.

그리고 대화창을 닫기 위해서는 스페이스 바를 눌러야 합니다.
칼을 휘두르는 것도 스페이스 바를 누르는 거였죠.
대화창을 닫음과 동시에 주인공이 칼을 휘두릅니다.
마을 NPC는 공격을 받지는 않지만
프로그래밍이 허술한 게 눈에 보입니다.



이 장면은 주인공 일행이 구해준 여자가 주인공을 뒤에서 졸졸 따라다니는 장면입니다.
다소 뻣뻣하긴 하지만 별다른 문제없이 잘 따라 옵니다.



근데 이 상황에서 칼질을 하면 갑자기 뒤에 있던 여자가 앞으로 튀어 나옵니다.
마찬가지로 공격을 받지는 않지만, 대체 왜 스스로 칼을 맞으려고 하는 거죠?
게임을 대충 만들지 않고서야 이럴 수가 있나요?



전투는 동시기 액션RPG치고 단조로운 편입니다.
칵테일소프트 공식 홈페이지에는 '수천 패턴의 움직임이 캐릭터의 매력을 끌어낸다'라고
적혀 있는데 어떤 식으로 계산해야 수천 패턴이 나오는지 알 수가 없군요.

짜증나는 부분은 데미지를 입었을 때, 무적시간이 없다는 겁니다.
구석에 몰려서 공격을 받으면 반격이나 회피도 불가능하고 한 순간에 사망합니다.



그래도 긍정적인 면을 찾아본다면, 역시 CG입니다.
뭐 이쪽이 칵테일소프트의 본업이니까요.

또한, 칵테일소프트의 중세 판타지 쪽은 스토리 라인이
다소 빈약해서 아쉬운 면이 있습니다.
<데몬 시티>나 <트루 하트>등이 그렇습니다.
그 게임들은 지루했기 때문에,
차라리 텍스트 게임보다 RPG로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곤 했죠.

퀸즈 라이브러리는 어쨌든 RPG입니다.
조작감 나쁜 액션RPG인 게 문제입니다만
어쨌든 저는 상기한 다른 게임보다는 덜 지루했습니다.



총평하자면, 칵테일소프트는 윈도우 시절로 넘어와서도 액션RPG에 도전합니다.
2000년도에 발매된 <프린세스메모리>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 게임도 딱히 성공한 건 아니었지만 퀸즈 라이브러리보다는 괜찮습니다.
최소한 그래픽은 자연스럽고, 조작감도 그나마 부드럽습니다.
PC용으로 액션 RPG를 만들 생각이었다면,
이처럼 윈도우 시절로 넘어간 이후에 만들었어야죠.

퀸즈 라이브러리의 가장 큰 단점은 PC-98용 액션RPG라는 겁니다.
다시 말해, 존재 그 자체가 문제라는 거죠.

2018년 7월 8일 일요일

리뷰 : 컁컁 바니6 i mail(2000/8/25, 칵테일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컁컁 바니 시리즈의 리메이크인 Primo를 포함하면 아홉번째 작품인
<컁컁 바니6 i mail>입니다.
이 게임 이후로 컁컁 바니 시리즈가 중단되었기 때문에
컁컁 바니 시리즈를 절단낸 졸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칵테일 소프트에서조차 <컁컁 바니 프리미에르3>를
<컁컁 바니 프리미에르2>에 이은 22년만의 속편이라고 표현함으로써
i mail을 은근슬쩍 없는 셈치고 있습니다.



전작에서 가장 변한 부분은 역시, 모나코라는 신 캐릭터의 등장입니다.
오프닝곡 시작부분에서 과하게 신나서 방방 뛰고 있죠.
스와티와 칠복신이 하던 주인공의 연애를 도와주는 역할을
이 게임에서는 모나코가 맡게 됩니다.
모나코라는 이름의 뜻은 Mobile Navigation Communicator입니다.
새로운 휴대폰에 탑재된 인공지능 시스템입니다.



오른쪽 하단부에 있는 3등신 캐릭터가 바로 모나코입니다.
쉴새없이 움직이는 게 귀엽기는 한데, 모션이 너무 한정적이라서 아쉽습니다.
주인공이 혼잣말할 때 맞장구를 쳐주고,
주인공이 다른 여자들에게 메일을 보낼 때 조언을 해줍니다.
아리스나 스와티에 비해 별 도움은 안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활기찬 목소리로 게임의 분위기를 일신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귀중한 캐릭터입니다. 전용 스토리도 있어요.



그 외의 캐릭터는 다소 미묘한데, 개성이나 매력이 떨어지는 편이라고 생각됩니다.
위의 캐릭터는, 아미라는 이름의 아이돌 캐릭터인데
옛날에 좋아했던 성우가 연기하기도 해서 나름 마음에 든 캐릭터입니다.

다만, 나머지 캐릭터들은 인상이 흐릿합니다.
i mail의 문제라기보다는 2000년대의 F&C의 게임들은 캐릭터의 기복이 심한 편이었습니다.
특히, 다수의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게임에서 이런 문제가 많았습니다.
머릿수를 채우기 위해 대충 캐릭터를 만든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듭니다.



칵테일소프트치고는 그다지 좋지 않았던 그래픽 역시
이 게임의 매력을 반감시켰습니다.


다시 말해, 이 게임은 칵테일 소프트가 가진 강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게임입니다.
한 3,4년만 지나면 그래픽이나 캐릭터가
더이상 칵테일소프트만의 강점이 아닌 시기가 오지만,
이때까지는 다른 회사에 비해 상당히 좋은 편이었습니다.
다만, i mail은 예외였을 뿐이죠.

그래픽이나 스토리, 캐릭터로만 본다면 다소 부족하기는 하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나쁘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2000년대의 F&C 게임들 중 이보다 더 실망스러운 것도 많았죠.

성우에 대한 선호도와 칵테일 소프트에 대한 낮은 기대치,
그리고 칵테일소프트에 대한 제 팬심을 더하면
이 게임은 그렇게까지 나쁜 게임은 아니다라고 평가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아마도 어딘가의 평행 우주에서는 그렇게 평가될 지도 모르죠.

하지만, 여기서는 아닙니다.
이 게임은 망겜이 맞습니다. 심각할 정도로요.
이 게임의 가장 큰 단점은 바로 메일 시스템입니다.



i mail이라는 제목답게 여성 캐릭터들과 휴대폰 메일을 주고 받습니다.
스마트폰 시기 이전, 우리나라에서는 문자를 주고 받았지만
일본에서는 메일을 주고 받았죠.
캐릭터가 메일을 보내오면, 주인공은 답장을 보냅니다.
무슨 답장을 보낼 지 선택할 수도 있고, 정해진 답장을 보낼 수도 있죠.
그리고 메일을 통해 데이트를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단순한 시스템이죠. 여기까지만 읽으면 대체 이 시스템이 뭐가 그렇게 문제가 될까하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첫 번째 문제이자, 가장 치명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는
칵테일 소프트가 메일 시스템의 역할을 잘못 생각했다는 점입니다.

이 게임은 엑스트라나 프리미에르2처럼 지도를 클릭하며
맵을 이동할 수 있습니다.
게임 진행 방식은 대충 이렇습니다.

디저트 카페에 방문합니다.
하즈키 "어서오세요. 주문은 뭘로 하실래요?"
주인공 "경단을 줘"
모나코 "음? 더 대화 안 해?"
주인공 "일하는데 방해하면 미안하니까..."

그리고 메일 확인 타임입니다.
메일들에는 여성 캐릭터들의 이런 저런 일상 이야기가 쓰여져 있고,
주인공이 정성스럽게 답장을 합니다.

그 후, 약국에 방문합니다.

쥰 "어서와. 오늘은 뭐가 필요해?"
주인공 "쥰씨요."
쥰 "헛소리하려면 돌아가"
모나코 "일하는데 방해하면 안 돼."

또다시 메일 확인 타임입니다.
그 후, 이번에는 오픈 카페에 방문하죠.

주인공 "루이쨩, 안녕"
루이 "지금은 일하는 중이니까.... 말 걸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메일 확인 타임입니다.
대체 맵 이동 시스템은 왜 있는 건지 전혀 알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제가 악의적 편집을 하거나 그런 게 아니에요.
저런 방식이 게임 내내 주욱 이어지는 매크로 이벤트입니다.
기껏 만나서는 일하는데 방해된다면서 제대로 된 대화 한 번을 안 하고,
모든 중요한 일상 대화를 메일로 하고 있어요.

이러려면, 주인공이 그냥 집구석에 쳐박혀서
여성 캐릭터들하고 메일만 주고 받아도 되잖아요.

메일을 주고 받는 시스템은 다른 게임에서도 전혀 없던 게 아닙니다.
지금 나오는 게임들 중에서도 스마트폰을 이용한 LINE으로
짧은 문자를 주고 받는 시스템이 있죠.
하지만, 그런 게임의 메일, 문자 시스템들은
여성 캐릭터와 직접 만나서 대화하고, 놀고, 웃고, 떠들고, 꽁냥꽁냥하고 할 거 다 한 후에,
저녁에 문자나 주고 받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정도의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근데, 이 게임은요?
만나서 하는 대화는 아예 없는 거나 다름없고, 모든 것이 메일로만 이루어집니다.
이게 무슨 바쁜 현대인들의 랜선 연애 방식을 풍자하는 게임인가요?

나중에 데이트를 하게 되면 '나이는 어떻게 되니?', '평소에 뭐하고 노니?'
이런 걸 물어 보는데 그런 얘기를 일상 대화에서 해야죠.
그리고 데이트에서는 특별한 이벤트가 일어나야 하고요.

메일 시스템은 스토리를 보조해주는 역할에 그쳤어야 하는데,
이 게임은 메일 시스템을 게임의 중심에 두었습니다.
이것이 칵테일 소프트의 가장 큰 실수입니다.



두 번째 문제점은 그럼 이렇게까지 전면적으로 내미는
메일 시스템이 과연 스토리와는 어울렸냐 하는 점입니다.

아이돌 캐릭터인 아미같은 경우,
우연히 잘못 전송된 메일 때문에 메일 친구가 된 사이입니다.
서로의 얼굴도, 이름도, 개인정보도 모른 채 메일만 주고 받다가
호감을 쌓고, 오프라인에서도 만나게 된다는 스토리죠.

요즘도 종종 있는 스토리입니다.
온라인 게임 친구가 알고 보니 학교의 인기 아이돌이었다는 식으로요.
아미의 스토리는 시스템과 어울리는 스토리였고, 나름 괜찮았습니다.
문제는 여덟 명의 캐릭터 중에 유일하게 괜찮은 스토리라는 점입니다.

나머지 캐릭터들은 거의 메일 시스템의 존재 이유가 없는 스토리입니다.
동네 수녀님이 기계치라서 주인공에게 메일에 대해 배우고 싶다거나,
주인공 휴대폰이 너무 신형이라 관심을 갖고 말을 걸어주는 캐릭터가 있지만
빈약하고 억지스럽습니다.
심지어, 절반 정도되는 캐릭터는 메일 시스템과 아무 관련도 없어요.

원거리 연애 스토리같은 거라도 하나 만들면 좋았잖아요.
맨날 얼굴 보고 사는 동네사람들끼리
대화는 안 하고 메일만 주고 받는 이상한 스토리가 되어 버렸습니다.


세 번째 문제점은, 그래서 그렇게라도 만든 시스템이
일관성있게 유지되느냐 하는 점입니다.

말씀드렸다시피, 메일 시스템에는 세 가지 패턴이 있습니다.
여자한테서 메일이 오고, 플레이어가 세 가지 답장 중 무슨 답장을 보낼까 선택하는 방식.
여자한테서 메일이 오고, 이미 결정된 답장을 플레이어가 보낼 뿐인 방식.
마지막으로 플레이어가 먼저 몇날 몇시에 데이트를 하자고 메일을 보내는 방식입니다.

그나마 마음에 드는 건 첫 번째 방식입니다.
무슨 메일을 보내야 호감도가 오를까 궁리하면서 답장을 선택하는 거죠.
이상한 답장을 보내면 모나코가 가차없이 비판을 하기도 합니다.

두 번째 방식은 그냥 송신 버튼을 누르는 것뿐이고,
세 번째 방식은 스케쥴을 확인해서 그 시간대를 선택하는 것뿐이니
별 재미가 없습니다.

문제는 그나마 재미있는 첫 번째 방식이 초반부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8명 동시공략을 기준으로 하루에 선택해야 하는 메일은 거의 30통씩 옵니다.
하지만 게임 시간으로 대략 5일정도만 지나도
선택해야 하는 메일은 하루에 많아야 다섯 통,
혹은 딸랑 한 통, 아예 전혀 안 오는 날도 있습니다.

각 캐릭터들과 데이트하기 시작하면 아예 메일 자체가 열 통도 안 와요.
그나마 오는 것도 이미 정해진 답장을 그냥 송신하는 것뿐입니다.
초반에는 30통 가까이 되는 메일 답장 선택하느라고 귀찮고,
중반에는 그냥 정해져 있는 답장을 그대로 보내는 것만 하느라 귀찮습니다.
어느 정도 게임 전체에 적절히 배분을 했어야죠.

초반에는 메일이 엄청 많이 오고,
중후반에는 메일이 너무 안 옵니다.
태생부터 망한 시스템이 운용조차 망했습니다.




그리하여 최종적인 문제점은, 게임 중후반부가 되면
메일 시스템은 그냥 여성 캐릭터들의 스케쥴 확인하고
데이트나 권유하는 용도로 전락해 버린다는 겁니다.
시간을 조금이라도 틀리거나, 메일을 늦게 보내 버리면
데이트를 못하게 됩니다. 데이트를 못 하게 되면 그 캐릭터 공략 자체가 꼬입니다.
신중하게 메일을 보내야 하죠.

시스템이 의미도 없고 재미도 없을 뿐더러 귀찮습니다.
게임의 원활한 진행을 방해하는 수준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게임을 '너무 길어서 지루하다'고 평가합니다.
다른 모든 캐릭터들의 메일을 씹고, 한 캐릭터만 집중 공략하며 실험해 본 결과
스토리가 길지도 않고 텍스트 양이 많지도 않습니다.

어처구니없이 불편한 시스템 때문에 별로 길지도 않은 게임이
너무 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겁니다. 코미디가 따로 없죠.



총평하자면, 2000년대의 칵테일 소프트의 게임들은
칵테일에 물을 탔다고 평가됩니다. 별 내용없이 밍밍하다는 뜻이죠.
아니, 물을 탔다는 것도 너무 약한 표현입니다.
아예 희석시켰습니다. 칵테일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게임투성이었어요.

그런 기준에서 본다면, i mail은 그래도 물8:칵테일2 정도로
칵테일 맛이 조금은 나는 게임입니다.
F&C의 다른 게임들에 비해 마음에 드는 부분이 틀림없이 있어요.
하지만, 거지같이 불편한 시스템이 그 모든 것들을 망쳐 버렸습니다.

마치 군대 수통에 물을 탄 칵테일을 채워놓고,
방독면을 끼고 방독면 빨대로 쪽쪽 빨아먹는 기분입니다.
밍밍하고 마시기도 불편합니다.

2018년 7월 1일 일요일

리뷰 : 컁컁 바니 프리미에르2(1996/12/26, 칵테일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컁컁 바니 시리즈의 일곱번째 작품인 <컁컁 바니 프리미에르2>입니다.
96년도는 도스 게임과 윈도우즈 게임이 함께 나오는 과도기와 같은 시기였습니다.
칵테일 소프트도 마찬가지로 1월에 나온 <냥냥 태풍>, 4월에 나온 <믹스캔디>는 윈도우즈용 게임이었지만,
6월에 나온 <트래블 정션>은 도스용이었죠.
<피아캐롯에 어서오세요>는 도스게임이었지만 3개월 후에 윈도우판을 발매했습니다.

그런 정신없는 시기에 컁컁 바니 프리미에르2가 윈도우용 게임으로 나왔고,
칵테일 소프트의 도스 게임은 종지부를 찍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의 가장 이상한 부분은 프리미에르2가 붙은 제목입니다.
컁컁 바니 시리즈는 리미티드가 나오기 이전까지,
제목 뒤에 숫자를 붙이지 않고, 영어 단어나 프랑스 단어를 붙였습니다.
슈피리어, 스피릿츠, 프리미에르, 엑스트라처럼요.

근데 갑자기 이 게임은 프리미에르2입니다.
'왜 지금까지 해 오던 것처럼 다른 영어단어를 붙이지 않았을까?'
'왜 가장 인기 게임인 엑스트라가 아니라 프리미에르인가?'
이 두 가지 의문에 대한 해답은 세가 새턴판입니다.

프리미에르2는 윈도우판과 세가 새턴판이 거의 동시에 출시되었습니다.
당시 엑스트라는 세가 새턴으로 이식되지 않았고,
프리미에르가 유일한 컁컁 바니의 세가 새턴 게임이었습니다.
따라서, 세가 새턴판 판매에서 전작의 덕 좀 보겠다고
프리미에르2라는 이름을 붙인 겁니다.


근데, 이것때문에 PC 시리즈는 엉켜 버렸습니다.
저번에 리뷰한 리미티드에서는 5와 1/2라는 숫자를 붙였습니다.
지금까지 숫자를 붙이지 않았던 게임이 갑자기 숫자를 붙였지만 그럴 수 있습니다.

<애자매> 시리즈도 마찬가지로
<애자매 츠보미>, <애자매 ~어느 쪽으로 할 거야!!~>로 숫자를 붙이지 않았지만,
일부 팬들은 그냥 애자매2, 애자매3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실키즈 사에서 결국 <애자매4 분해서 기분 좋았다고는 말 못 해>로
숫자를 붙여 발매함으로써 시리즈를 정리했습니다.

컁컁 바니 시리즈도 똑같습니다.
스피릿츠니 엑스트라니 뭐니 해도 그냥 컁컁바니2, 컁컁바니5 이런 식으로 통용되었습니다.
근데 갑자기 프리미에르2가 나와버리니 컁컁바니 4-2가 나와버린 셈입니다.
그것도 컁컁바니5 다음에요.

줄거리가 딱히 이어지지도 않는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컁컁바니 시리즈 팬북에서는 프리미에르2는
엑스트라보다 나중에 나왔지만 시계열 상으로는 엑스트라보다 이전이라고 설정함으로써
게이머들을 더 혼돈 속으로 밀어 넣었고,
아예 <컁컁 바니6 i mail>에 6이라는 숫자를 집어넣어 버렸습니다.

애초에 리미티드와 i mail에 쓸데없는 숫자를 붙이지 않았더라면
팬들이 알아서 정리했을 텐데, 무슨 짓인지 모르겠습니다.
프리미에르2는 5와 1/2 다음에 나오고 6 이전에 나온 정식 시리즈 게임이지만
붙일 숫자가 없어져서 독립된 시리즈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프리미에르3까지 나왔죠. 이젠 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번에도 역시 스와티가 등장하여, 주인공의 연애를 도와줍니다.
칠복신은 물론 사와디까지 등장합니다.



시스템 상으로는 호감도와 행복도가 있습니다.
세 명 이상의 행복도가 일정 수치에 다다르지 않으면,
진엔딩을 볼 수 없는 시스템입니다.
진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동시 공략이 강요됩니다.



호감도와 행복도는 대화창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떤 때는 확 오르고, 어떤 때는 안 오르던데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대화 도중 선택지가 나오는데, 선택할 때마다 그때 그때 오르는 시스템이 아니다보니
난이도가 꽤 어렵습니다.



맵 화면입니다. 건물을 클릭하여 장소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전작들에 비해서는 자유도가 확실히 올라 갔습니다.
엑스트라의 경우도 여러 캐릭터를 동시 공략할 수 있었지만 자유도는 떨어졌습니다.
한 캐릭터를 공략하는 도중에는 다른 캐릭터는 등장도 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캐릭터가 선택되면,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갈 수밖에 없었죠.

반면에, 프리미에르2는 <동급생>과 비슷하게 흘러갑니다.
여러 캐릭터들과 시시때때로 만나면서 차근차근 호감도를 쌓아나가는 방식입니다.
내용상으로도 프리미에르2가 어색하지 않은데,
한 여자를 만나서 호감도를 많이 올리고 H씬까지 돌입한 후에야,
다른 새로운 여자를 만나서 다시 시작한다는 건 뭔가 바람피는 느낌입니다.



세가 새턴판은 PC판과 비슷한 시기에 발매된 만큼 큰 차이는 없습니다.
대화창에 호감도, 행복도 수치 표시가 없어진 대신
왼쪽 위에 보이는 파란 구슬처럼 화면 상단에 표시가 됩니다.

문제는 이 게임이 포인트 클릭 방식이라는 점입니다.
가정용 게임기와 포인트 클릭 방식은 서로 어울리지 않습니다.
세 번째 이야기하는 것 같군요.

무엇보다 이 게임의 포인트 클릭 방식은 괴상하기 짝이 없는데,
입을 클릭하면서 대화 도중 아무 의미없이, 다른 곳을 클릭해야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입을 클릭하면서 대화를 합니다.
이건 뭐, 어느 포인트 클릭 방식의 게임이나 마찬가지죠.
그리고 대화 도중, 머리카락에 대한 화제가 나왔다면 
머리카락 쪽을 한 번 클릭해서 계속 대화를 진행시킬 수도 있습니다. 
보통의 게임은 이런 식입니다.

근데 프리미에르2는 입을 클릭하면서 대화 도중에
갑자기 몸을 클릭해야 합니다.
몸에 관한 화제가 나오지도 않았음데도 불구하고, 입만 클릭하면 진행이 안 됩니다.
이유가 전혀 없어서, 대체 왜 이래야 하는지 설명드릴 수가 없습니다.

윈도우즈 판으로 할 때는 이게 버그인 줄 알았습니다.
근데, 세가 새턴 판도 마찬가지입니다.
말하다 말고 갑자기 아무 의미도 없이 클릭하는 장소를 바꿔야 합니다.



총평하자면, 리뷰 내내 비판만 한 것 같은데 사실은 나름 애정이 있는 게임입니다.
장점은 성우가 좋고, 그래픽이 좋고, 오프닝 영상도 좋고, 캐릭터가 마음에 드는 것입니다.
특히 시대를 생각하면, 이만큼 보이스와 오프닝에 신경 쓴 PC게임은 드물었습니다.



또한, 옛날의 저는 포니테일에 환장하던 시기가 있었고,
히카루라는 캐릭터를 정말 좋아했습니다.

다시 말해, 칵테일 소프트의 당시 장점이 잘 살아있는 게임입니다.
다만, 이런 칭찬들은 너무나도 식상하죠.
96년도라면 모를까 지금 에로게들의 대부분은
성우, 그래픽, 오프닝 영상을 기본으로 깔고 갑니다.
동인 게임이나 좀 이상한 회사 게임이 아닌 이상 기본이 안 되어 있는 게임을
본 지가 오래되었죠.

이 게임은 DMM에서 컁컁 바니 프리미에르2 REFRESH라는 이름으로
살짝 수정되어 부활했지만, 플레이를 추천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지금 시대에는 장점이 없는 게임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죠.

이 게임은 괜찮습니다. 96년도 게임이니까요.
결국 문제는 <컁컁 바니 프리미에르3>인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