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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27일 일요일

리뷰 : 듀얼 소울(1995/4/15,AIL)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제 에로게 인생에서 가장 두려워 했던 회사는 바로 AIL사입니다.
제가 플레이해 본 에로게에서 저에게 가장 큰 트라우마를 심어줬던 게임은
AIL사의 <학원투항사진>, S.M.L사의 <CARNIVAL>, Tinkerbell사의 <고혹의 각> 3개이며,
<학원투항사진>은 그 중에서도 가장 최악의 정신적 고통을 줬던 게임입니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 트라우마는 잊을 수 없으며
'AIL 팀 라브리스'의 게임은 오랜 세월동안 플레이를 피해왔습니다.
플레이했던 게임은 단 두 개, <학원투항사진>과 <항봉무녀>뿐입니다.

반면에 AIL사는 제가 좋아하는 회사이기도 합니다.
팀 라브리스의 게임 외에도 과격한 게임은 많았지만
어떻게든 버틸 수 있는 수준이었으며,
그 버텼던 게임 중에는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게임도 있죠.
아예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해준 게임 수준입니다.
그 게임에 대해서는 나중에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


AIL사가 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적도 있고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적도 있지만,
어떤 방향의 영향이든지 간에 그 원인은 과격함에 있었습니다.
굉장히 하드코어한 회사입니다.
웬만한 사람들은 그 설정만 듣고도 꺼릴만한 회사죠.

그런 AIL사가 PC-98시절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 줬을까요?
뜻밖에도 AIL사는 에로게도 아닌 일반 RPG를 만들던 회사였습니다.
95년도에 발매한 첫 에로게인 <듀얼 소울>도
과격한 장면도 약간 있었지만
지금 관점에서나 당대 관점에서나 그렇게 하드한 게임은 아니었죠.

일반 RPG나 만들던 회사가
어쩌다 <항봉무녀>같은 거나 만드는 회사가 되었을까요?
PC-98시절 발매한 몇 게임을 살펴 보면 그 이유를 대강 알 수 있습니다.
AIL사 게임 리뷰의 테마는 타락입니다. 



AIL사의 첫 에로게 듀얼 소울입니다.
개그를 가미한 판타지물이죠.



스토리는 이렇습니다.
주인공의 이름은 갓슈로 파티를 이뤄 유적을 탐색하는 트레져 헌터입니다.

교회의 의뢰를 받아 유적을 조사하고,
유적의 함정을 모두 해제했다고 방심했지만
퇴근 도중 함정에 걸려 사망하고 맙니다.




깨어나 보니 모르는 여성이 눈 앞에 있습니다.
여성의 이름은 페리시아로 남편 에드나가 사고로 사망하여
교회에서 부활시켜 준 겁니다.
에드나의 육체에 주인공의 영혼이 들어간 채로 부활한 거죠.



주인공의 육체는 사망이 확정되어 무덤에 묻히게 되었습니다.
무덤 앞에서 옛 동료들을 찾아낸 주인공은
동료들의 비밀을 하나씩 말하며 자신을 인정받습니다.



교회에서는 영혼이 뒤바뀌는 현상의 배후로 왕가가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주인공에게는 트레져 헌터 갓슈가 아닌
술집을 경영하는 에드나로 살 것을 명령하죠.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게임 오버를 제외하면 단일 루트 게임입니다.
8926번 엔딩같은 건 그냥 개그씬일 뿐이죠.
선택지에 따라서 볼 수 있는 장면이 달라질 수는 있습니다.

중반의 개그 파트와 후반의 시리어스 파트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을 많이 받습니다.
실제로도 막 나가던 주인공이
진지해지는 모습이 어색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개그 파트에서 캐릭터를 너무 소모한 느낌입니다.



그래도 각 파트는 나름의 재미가 있습니다.
약간 막 나가는 경향이 있지만 대체로 개그물로서 웃고 즐길 수 있으며,
H씬도 ㄴㅇ씬도 적당히 가미되어 있죠.

후반으로 갈수록, 교회와 왕가의 대립 속에서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 반전을 거듭하는데 꽤 괜찮았습니다.



마지막에 유적을 탈출할 때는 다양한 퍼즐도 준비되어 있죠.
게임 중간중간에 RPG 스타일의 전투도 가끔 벌어지기도 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습니다.



총평하자면, 좋은 점과 나쁜 점이 공존하는 무난한 게임입니다.
실제로 플레이하면 적당히 재미있게 할 수 있어요.
개그에도 스토리에도 시스템에도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며
신경쓴 티가 나는 게임입니다. 

다만, 이 게임에는 크나큰 결함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잘 안 팔렸다는 겁니다.
AIL에서 직접 이야기했습니다.
상당히 공을 들였는데 매출이 별로였다고요.

사실 95년도면 이미 좋은 에로게가 많이 나올 시점입니다.
AIL은 새롭게 진입한 회사였으니
적당히 재미있는 이런 게임으로는 딱히 구매자들에게 어필할 수 없었던 거죠.

문제는 AIL사의 다음 작품인 <음마제복사냥>이 훨씬 잘 팔렸다는 겁니다.
<음마제복사냥>은 스토리가 부실한 수준을 넘어서 거의 없고
주인공이 남자, 여자로 변신하며 신나게 H씬이나 보여주는 게임이죠.

그렇습니다. 이것이 에로게 회사 AIL의 시작인 겁니다.
그리고 이제부터가 시작인 거죠.
AIL사는 이렇게 점점 하드코어해지는 겁니다.

2020년 12월 20일 일요일

잡담 : 2021년 이후의 리뷰 계획입니다

 * 이 잡담은 쓸데없는 소리입니다


1.
제 초기 리뷰 계획은 후속작이 발매된 게임은 나중으로 미루고
후속작과 함께 리뷰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엘프, 실키즈, 앨리스소프트, F&C, 시즈웨어의 주요 게임 리뷰들이
많이 미뤄지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엘프사의 게임들에 대한 요청이 자주 들어옵니다.
그에 대한 답변으로 글을 올립니다.


2. 
지금까지는 PC-98 시절 게임들을 위주로 리뷰하였으나
사실 제가 에로게를 즐기던 시절은 그 시절이 아닙니다.
제 전공이 아닌 분야를 정리하는 일에 5년이 소요되었습니다.
이제 제가 꼭 리뷰해야겠다고 생각했던 회사는
AIL사와 HARD사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PC-98 게임 마지막 리뷰는 HARD사의 <시네마하우스에 어서오세요>로
결정하고 있습니다.

2021년에는 무조건 윈도우 시절의 게임 리뷰로 넘어갈 생각이었고
그 시기만을 엿보고 있었습니다.



적절하게도 2021년 2월중에 <동급생>의 리메이크가 발매됩니다.
발매가 연기되지 않는 이상,
저는 3월중에 이 리메이크판의 리뷰를 적고,
PC-98 게임 위주의 리뷰에서 
윈도우 게임 위주의 리뷰로 전환하려는 생각이었습니다.


3.
당초 계획으로는 3월 이후에는 
망하기 전까지 엘프의 발매된 모든 게임
-> 실키즈의 선별된 게임(실키즈 플러스 제외)
-> 앨리스 소프트에서 선별된 게임
-> F&C에서 선별된 게임
-> C's ware에서 선별된 게임
-> 그 후 미정
의 순서로 리뷰하려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이 세계의 끝에서 사랑을 노래한 소녀 YU-NO>
<하급생>시리즈, <유작>시리즈 등은 원래대로라면
2021년 4월 이후부터 엘프 게임을 순서대로 살펴볼 때에 리뷰됩니다.


4.
<이 세계의 끝에서 사랑을 노래한 소녀 YU-NO>
<하급생>, <하급생2>
<유작>, <취작>, <귀작>

이 여섯 게임은 저에게 워낙 의미깊은 게임들이기 때문에
리뷰한다면 게임당 2~3주는 걸릴 게임들입니다.
이 게임들을 앞당겨서 리뷰하게 되면 제 리뷰 계획이 크게 꼬여 버리기 때문에
당장 리뷰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위의 게임들 대부분은
<동급생 리메이크> 이후에 리뷰할 것이며,
많아야 두, 세 게임정도가 이전에 리뷰될 것입니다.

가능한 빨리 리뷰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 보겠습니다.

리뷰 : 성소녀전대 레이커즈 시리즈(애플파이)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애플파이라는 회사에서 발매한 <성소녀전대 레이커즈>시리즈입니다.
세 편이나 만들어졌고, 세 편 모두 PC-98용으로 발매되어 윈도우로 이식되었으며
OVA까지 만들어진 나름 푸쉬를 받았던 시리즈죠.



지구 밖의 외계인들의 침공에
레이커즈 크리스탈의 선택을 받은 다섯 명의 소녀들과 주인공이 맞서 싸운다는
전형적인 특촬물의 스토리입니다.



스타레이커, 본명은 레이코입니다.
주인공의 클래스메이트이면서 현역 아이돌이기도 합니다.
1편 첫 전투가 시작되기도 전에 
주인공과 레이코는 교제하게 되는 굉장히 빠른 페이스를 보여 줍니다.
주인공은 애인이 있거나 말거나 다른 여성들과도 관계를 맺기 때문에
다른 캐릭터들과의 H씬 유무에 대한 걱정은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레이코는 3편이 시작되면 주인공에게 이별을 통보합니다.
시리즈가 세 편이나 되면 질릴만 합니다. 오래 버텼죠.



쿵푸 레이커 치아키입니다.
불량학생 캐릭터지만 선은 넘지 않는 근본적으로는 착한 학생입니다.
쿵푸 레이커의 캐릭터에 맞추기 위한 것인지
치아키의 부모님은 중국집을 운영하고 있죠.



쥬도 레이커 나츠네입니다.
주인공과 소꿉친구로 유도부에 소속되어 있어 쥬도 레이커입니다.



변신 후에는 전혀 가슴이 강조되어 있지 않지만
사실 이 게임 최고 크기를 자랑하는 캐릭터입니다.



소울 레이커 야요이입니다.
부모님이 신사를 하고 있습니다.



바니 레이커 유카입니다.
주인공의 후배이자 축구부의 매니저인데
다른 캐릭터들과 달리 유카는 바니걸과 무슨 관계가 있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런 캐릭터들과 전대를 짜서
침략자들과 맞서 싸우는 스토리입니다.
캐릭터들이 매력적이라서 즐겁게 진행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3편에서는 <동급생>과 유사한 시스템으로
시간마다 각 장소를 이동하며 캐릭터들을 만나는 시스템이 추가되었습니다.



장소는 많고 캐릭터들은 만나기 힘이 듭니다.
나츠네 만나고 싶어서 하루종일 나츠네 집앞에서 기다렸는데
뒷문으로 들어갔는지 아예 못 만났던 적도 있어요.

1년을 지내는 게임으로
상황별, 계절별로 옷차림이 자주 바뀌는 점은 마음에 듭니다.



캐릭터 게임으로서는 괜찮고,
특촬물로서의 분위기도 꽤 잘 살린 편이지만
그 장점들을 다 죽이는 시스템이 있었으니 바로 SRPG입니다.

이 시리즈는 1편부터 3편까지 꾸준히 SRPG였는데
시스템이 3년동안 크게 변화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제가 생각하는 단점도 3년동안 수정되지 않았다는 거죠.



사실, 전반적으로는 그렇게 나쁘지 않습니다.
프레임 시스템을 활용하고
기술과 필살기가 많아서 단조롭지도 않고, 
연출도 시대에 비해 화려한 편에 속하죠.
게다가 각 캐릭터를 조작할 때마다 
그 캐릭터에 맞는 BGM이 따로 배정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이동하고 공격하고 다른 캐릭터에게 차례를 넘기는
일련의 과정들이 너무 복잡하다는 점입니다.
다른 게임들은 이동을 완료하면 자동으로 공격이 되고
공격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다른 캐릭터를 조작하면 됩니다.

근데 이 게임의 경우는 이동을 다 해도 자동으로 공격이 되지 않을 뿐더러
공격 버튼이 따로 표시되지도 않아요.
스스로 공격 버튼을 찾아서 눌러줘야 공격이 됩니다.

이동이나 공격이 다 끝난 이후에도 다른 캐릭터로 넘어가려면
차례 넘김 버튼을 따로 눌러야 합니다.
저는 차례를 넘기는 단축키라도 있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적어도 저는 그 단축키를 찾지 못했습니다.

게임이 너무 스무스하게 진행되면 
기껏 만든 BGM을 감상하지 못하기 때문인 걸까요?
그래서 일부러 복잡하고 귀찮게 만든 겁니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이 게임이 악명높은 이유는 지나치게 낮은 명중률입니다.
제가 <요수전기>시리즈를 리뷰할 때도 명중률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던 적이 있는데
<요수전기>는 다시 보니 선녀급이에요.

평범하게 플레이하면 명중률이 60, 70퍼센트 정도로 표시되는데
체감으로는 그 절반 정도의 명중률을 보입니다.
명중률이라고 뜬 데이터를 믿을 수가 없어요.
아무 것도 모르고 플레이했을 때는
다섯 캐릭터 전원의 공격이 전부 빗나간 적도 부지기수였습니다.
제발 다섯 번중 한 번만 맞으라고 기도할 정도였죠.

그래도 기술, 방향, 행동력, 사정거리, 지형 등
명중률에 영향을 주는 모든 요소들을 고려해서 플레이하면,
다른 게임들의 절반 정도의 명중률은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런 복잡한 요소를 고려해서 고작 그 정도 명중률 나오느니
수많은 세이브, 로드와 믿는 신에게 기도하는 게 더 나은 것 같기도 합니다.



총평하자면, 명중률의 문제는 심각하지만 
크게 폄하할만큼 수준 이하의 게임은 아닙니다.
캐릭터는 물론이고, SRPG도 공들여서 만든 티가 나는 게임이에요.
다만, 세 편이나 나온 시리즈인데
명중률 좀 수정하라고 조언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는지 그게 좀 궁금할 뿐입니다.

에로게로 나온 것이 참 다행스러운 게임입니다.
귀여운 캐릭터가 중간중간에 플레이어의 거칠어진 마음을 위로해주지 않는다면
제 정신을 유지한 채로 엔딩을 보는 건 불가능했겠죠.

2020년 12월 13일 일요일

리뷰 : 엿보기가게 생업(1995/2/24,T2)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케쥴 관리형 엿보기 게임은 발매된 게임은 많지는 않지만
그 양에 비해 좋은 게임들이 많이 나온 장르입니다.
<개인택시> 시리즈나 <오이라와 반다이> 시리즈,
그리고 <자택경비원> 시리즈 등이 있었죠.

이런 류의 게임들의 조상으로 불려지는 건
98년도에 발매된 <취작>입니다.
<취작>이 높은 완성도를 지닌 게임이었기 때문에
후대의 게임들은 모두 <취작>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게 되었죠.



하지만 <취작>보다 먼저 이 시스템을 도입한 에로게가 있었으니
바로 <엿보기가게 생업>입니다.
늘 말씀드리지만 원조보다 더 오래된 이런 게임들이 원조로서 기억되지 못하는 이유는
게임이 별 인기를 끌지 못하고 묻혔기 때문입니다.
과연 이 게임이 묻힌 이유는 무엇인가, 이것이 이번 리뷰의 주제입니다.


일단 특이한 건 주인공의 직업입니다.
<취작>의 주인공은 기숙사 경비원이었고,
<개인택시>의 주인공은 택시기사였으며,
<오이라와 반다이>의 주인공은 목욕탕을 경영했습니다.
하지만, 엿보기가게 생업의 주인공은 엿보기를 생업으로 먹고사는 이 분야의 프로입니다.
과연 프로는 어떤 방법을 쓸지 기대가 되는 게임입니다.

 

스토리는 이렇습니다.
'두목'이라는 사람이 주인공에게 전화를 걸어
누구누구의 H씬을 사진으로 찍어오라는 의뢰를 줍니다.
주인공은 그 사진이 어떻게 사용되는지는 모르겠고
돈 주니까 일하는 것뿐입니다. 단순한 스토리 라인이죠.

두목의 첫 의뢰는 영어교사 미에코의 H씬 사진을 
15일 이내에 가져 오라는 것입니다. 



게임은 주인공 본인의 방에서 시작됩니다.
일단 왼쪽화면의 각 포인트를 클릭할 수 있습니다.
침대, 컴퓨터 등을 클릭하여 잠을 자거나 게임을 할 수 있죠.
피로도같은 요소는 없기 때문에 꼭 취침할 필요는 없고 
별 의미는 없는 시간 보내기입니다.

오른쪽에는 명령 커맨드가 있는데
도청기나 카메라를 설치할 수 있습니다.
설치 커맨드를 눌러 보면, 주인공이 '내 방에 뭐하러 카메라를 설치하냐'고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카메라 테스트는 나중에 하고 의뢰를 수행하기 위해 일단 밖으로 나가겠습니다.



지도 화면입니다.
여러 장소가 표시되어 있는데 대부분의 장소에 아직 들어가지도 못합니다.



타겟인 미에코가 일하는 학교에 가면,
평소 알고 지냈던 아야라는 캐릭터를 만나게 됩니다.
수요일에 학교로 들어 와서 심부름 좀 해달라고 하죠.

이틀 후에는 합법적으로 학교에 들어갈 수 있게 된 겁니다.
어쨌든 지금은 학교에 들어갈 수 없으니 다른 곳을 찾아 봅시다.



미에코가 살고 있는 맨션입니다.
미에코는 안전하지 못 하게 편지함에 열쇠를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그걸 발견한 주인공은 재빠르게 열쇠를 복사하는데 성공하죠.

하지만, 정작 미에코 집으로는 들어가지 못하는데
주인공이 혹시 집에 누가 있을까봐 겁이 난다고 합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다른 곳을 돌아 봐야죠.


그러나 그 외에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없습니다.
타겟의 직장도 못 들어가, 타겟의 자택도 못 들어가,
들어 갈 수 있는 곳이라고는 주인공 방, 빠칭코, 곤충 박물관밖에 없어요.

주인공 방이나 빠칭코는 시간 때우는 용도로라도 쓸 수 있는데
곤충 박물관은 대체 뭐죠?
병원이나 술집 같은 곳을 방문하면
'여기엔 용무가 없어.'하고 주인공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근데 곤충 박물관은 용무가 없기는 마찬가지임에도 
아무 언급도 없이 자연스럽게 들어 갑니다.

그리고 곤충 박물관에 들어가 봐야 아무 이벤트도 없습니다.
도청기나 카메라를 설치할 수 있는 것도 아니죠.
제가 무슨 파브르도 아니고 
곤충 박물관에 카메라를 설치할 수 있다고 해도 제가 싫습니다.

아무튼, 게임이 시작됐는데 뭘 할 수 있는 곳이 단 한 군데도 없습니다.
충격적이군요.



오후 5시부터 영업을 개시하는 '스피크 이지'라는 술집입니다.
게임이 막혔을 때 힌트를 받을 수 있는 곳이라는 게 공식 설명이지만
필요한 힌트를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쓸데없는 잡담만 할 뿐이죠.

주인공 '마스터, 재미있는 일 없어?'
마스터 '중학생도 아니고, 그런 거 없으니까 일이나 해.'

지금 진행이 막혀서 아무 것도 못하고 있는데
힌트는커녕 이런 얘기 밖에 안 하면 어떡하자는 걸까요?
설마 이 게임에 재미있는 게 없다는 복선만은 아니길 바라면서 또 다른 데로 가봅시다.



동네를 돌아다니다 맨션 앞에서 퇴근하는 미에코를 발견합니다.
따라 들어갈 수도 없으니 다른 데로 가야겠죠.



밤이 되어 아무도 없는 시간대가 되면 드디어 학교에 잠입할 수 있습니다.
학교의 이곳 저곳을 돌아다닐 수 있지만
이번에도 별 볼일 없습니다.

교무실, 미에코가 담임인 교실 등은 문이 잠겨 있으며
운동장이나 체육관에는 카메라를 설치할 장소가 없습니다.

유일한 장소는 생물실 뿐입니다. 미에코는 생물부의 고문선생이죠.
생물실에 카메라를 설치한다는 커맨드를 누르면 주인공은 이렇게 말합니다.

'설치할 장소는 있지만.... 설치할 생각은 없어.'

아니, 설치만 해 볼게요. 시험삼아 설치만이라도 해보겠다고요.
게임 시간으로 무려 동네를 12시간이나 돌아다니면서
카메라 설치할 수 있는 장소를 여기 하나 겨우 찾았는데
설치할 생각이 없다고요? 뭐 어쩌자는 거죠?

첫날은 뭐가 뭔지도 모르고 통으로 날려 먹었습니다.
주인공 방에 가서 잠이나 자야겠군요.



다음날 아침 8시 반입니다. 
맨션에서 미에코의 유일한 동거인인 사요코가 외출하는 모습을 목격합니다.
시간대로 봤을 때, 타겟인 미에코는 학교에 출근했을 시간이죠. 침입 기회입니다.

그러나 누가 있을지 모른다면서 끝까지 타겟의 집에 침입하지 않는 주인공입니다.
아니, 미에코는 출근했을 것이고 유일한 동거인은 외출하는 걸 직접 봤는데
또 누가 있겠습니까?
주인공이 강경하게 거부하니 어쩔 수 없습니다. 다른 곳으로 가 보죠.

학교는 내일에나 들어갈 수 있으니,
이번에도 갈 수 있는 장소가 단 한 군데도 없습니다.
빠칭코나 곤충 박물관 가서 시간이나 때워야겠군요.



오후 6시에 두목이 다른 의뢰를 줍니다.
은행원인 레이코의 H씬 사진을 5일만에 찍어 오라고 하는군요.
주인공은 이틀동안 헛짓거리만 할 뿐 아무 진전도 못 본 상태인데
다행히도 일거리 걱정은 없습니다.



새로운 타겟인 레이코의 자택입니다.
들어간다 커맨드를 누르면
'아무 사전조사도 없이 침입할 수는 없어.'라고 합니다.
암요. 그러시겠죠. 기대도 안 했습니다.


다음날, 레이코가 근무하는 은행으로 가서 탈의실에 잠입합니다.
게임 시간으로 삼 일만에 드디어 카메라를 설치할 수 있는 겁니다.
감동적이기까지 하네요.
퇴근시간에 옷을 갈아 입을 테니 시간에 맞춰 확인만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오늘은 수요일입니다. 합법적으로 학교에 들어갈 수 있는 날이죠.
빨리 카메라를 설치하고 학교로 가겠습니다.



학교에 가 보면, 밤중에 문이 잠겨 있던 곳이 다 열려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있어서 주인공이 안 들어가겠답니다.
놀랍게도 야밤에 잠입했을 때보다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줄어 들었습니다.
생물실에도 사람이 있어서 못 들어 가거든요.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야의 심부름뿐입니다.
수요일에는 미에코와 관련된 뭔가 대단한 이벤트가 터지리라고 생각했건만
놀라울 정도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죠.
은행가서 탈의실에 설치한 카메라나 확인합시다.



오후 3시 50분에 은행으로 가보니 은행은 벌써 문을 닫았습니다.
이 시절의 일본 은행은 이랬던 건가요?
아직 4시도 안 됐는데 문 닫고 집에 가버렸다는 말입니까?
이럴 거면, 영업 시간이라도 어딘가에 적어 놨어야죠.
또 허탕을 쳤습니다. 삼 일동안 뭐 하나 제대로 된 게 없어요.


이게 이 게임이 망한 이유입니다. 난이도가 미쳤어요.
처음 플레이하는 사람은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들어갈 수 있는 장소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한다는 힌트도 거의 없고,
플레이어를 허탕치게 만드는 함정 힌트는 또 더럽게 많습니다.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방법은 이겁니다.
매일 아침에 세이브를 하고, 장소 하나를 정해서 하루 종일 그 장소만 확인하는 겁니다.
몇 시에 무슨 일이 생기는지 확인하여 기억해 두고,
로드한 후에 다른 장소를 하루 종일 확인하는 거죠.

이런 식으로 모든 시간대의 모든 장소를 확인한 후에
각 이벤트를 볼 수 있도록 스케쥴을 짜면 되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확인한 결과, 첫 날에는 진짜로 아무 이벤트가 없었습니다.
뭐라도 해 보려면 둘째날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죠.



미에코의 집에 침입하는 방법은
7시에 있는 미에코 외출과 8시반에 있는 사요코 외출을 둘 다 확인하는 겁니다.
상식적으로 미에코는 출근했을 시간이야 같은 거 없죠.
꼭 두 눈으로 나가는 장면을 확인해야 하는 겁니다.



카메라와 도청기는 지속시간 12시간, 24시간, 36시간으로 각각 세 개씩 있습니다.
미에코의 맨션에 이런 것들을 설치할 수 있는 장소는
미에코의 방, 사요코의 방, 거실, 목욕탕 네 개가 있죠.
사요코는 타겟이 아니기 때문에
미에코 방, 거실, 목욕탕에는 카메라 세 대를
사요코 방에는 도청기를 설치하도록 하겠습니다.



밤에 카메라를 확인하면 
카메라를 설치해봤자 쥐뿔도 소용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심심하네.', '그러네'같은 잡담만 합니다.

게다가 옷 갈아입는 장면도 카메라에 안 찍힐 뿐더러
둘 다 목욕도 안 합니다.
기껏 침입했는데 다음으로 가는 힌트 하나 없고,
야한 CG 하나도 못 건진 거죠.
무슨 이딴 엿보기 게임이 다 있답니까?


사실 목욕탕 장면은 4일인가 5일째부터 찍을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찍히지 않는 이유는 모르겠네요.
이런 장면이 초반부터 있어야 게임을 할 의욕이 생기지 않을까요?

게다가 다음날 카메라를 회수하러 가면 맨션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주인공이 또 누가 있을까봐 겁난답니다.
어제 두 사람이 몇 시에 출근하는지 다 확인했는데
오늘이라고 다르겠습니까?

어쩌면 전날 목욕 안 하고 잤으니까 
감기 걸려 쉬는 사람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그럴 확률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장사도구를 다 맨션 안에 놓고 왔는데 그 정도 위험은 감수해야죠.

미에코의 집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당일날 아침에 
두 사람의 외출을 확인해야 합니다.
매일 들어가려면 매일 아침마다 확인해야만 하는 거에요.
주인공이 진짜 프로가 맞는 걸까 의심이 듭니다.



자택에 도청기나 카메라를 설치하는 것도
제가 확인한 범위내에서는 아무 쓸모가 없었습니다.
그냥 은행에서 대화하는 거 엿듣고, 술집에서 대화하는걸 엿듣는 게 더 힌트가 됐죠.
도청기로 엿들은 게 아니라 그냥 옆에 앉아서 들었어요.



고생고생하며 레이코의 H씬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 후, 마감날 12시에 두목에게 촬영에 성공했다는 보고를 합니다.
이 고생을 했는데 두목은 칭찬 한 마디 없죠.
생업 포기하고 다른 일을 찾고 싶어집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어려운 난이도입니다만 나름 장점도 있는 게임이긴 합니다.
특히 카메라를 어느 위치에 설치하는지도 포인트 클릭을 통해 선택할 수 있는데
이후의 게임들은 하지 않았던 시도였죠.
그다지 대단하지는 않았지만 H씬은 애니메이션으로 되어 있고,
보이스도 들어 있어 나름 신경쓴 분위기도 납니다.



총평하자면, 개인적으로는 이런 장르의 게임을 좋아합니다.
이 게임도 고생을 좀 하기는 했지만, 재미가 아예 없지는 않았습니다.
참고할 만한 게임이 거의 없었던 시절의 작품임에도
장르의 정석이 상당히 많이 담겨있습니다.
눈여겨 볼 부분이 틀림없이 있어요.

하지만, 제 리뷰는 여기까지입니다.
스포일러하기 싫은 게 아니라, 더 이상 플레이하기가 너무나 힘들어요.
들은 얘기에 의하면, 제작사에서도 난이도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고
게임을 판매할 때 공략법이 담긴 비디오를 함께 배포했다고 합니다.
차라리 게임을 더 쉽게 만들어 줬으면 훨씬 좋았겠네요.

2020년 12월 6일 일요일

리뷰 : TO FIVE ~여름문의 저편에서 너를 바라본다~(1994/8/26,팜트리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TO FIVE ~여름문의 저편에서 너를 바라본다~>입니다.
플레이타임도 짧고 그다지 유명한 게임도 아니었지만
소꿉친구를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시대를 앞선 부분이 있었던 게임입니다.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포인트 클릭 시스템입니다만
아무 포인트나 클릭하면 반응하는 게 아니라
정해진 포인트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대화해야 할 타이밍에는 다른 곳을 클릭할 수 없고
입만 클릭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옆에 있는 주인공 SD캐릭터와 말풍선은 
주인공 내면의 생각을 표현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는 별 역할이 없는 시스템이었습니다.



클래스메이트에게 고백받았을 때,
주인공의 머리속에서 갑자기 소꿉친구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딱 한 번이었지만, 이 시스템의 활용법은 괜찮았다고 생각되네요.



소꿉친구인 마나입니다.
주인공이 봤을 때는 아직 어린아이에 불과합니다.



주인공이 남몰래 좋아하는 사람은 옆집에 사는 연상의 여인 쿄코입니다.
평소에는 깊은 고민을 안고 사는 사회인인데 만취한 상태라 신이 나있습니다.

어느날 우연히 쿄코의 집을 들여다 보니,
쿄코에게는 이미 남자가 있었습니다.
H씬까지 목격하게 되죠.
주인공은 크게 상심하게 됩니다.



주인공이 길거리에서 우연히 도와주게 된 부자집 아가씨 미도리입니다.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는데
단순히 지병때문에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장면입니다.



이 게임의 특징은 소꿉친구의 클리셰가 많지는 않지만 제대로 담겨있다는 점입니다.
마나의 첫 등장장면은 잠자는 주인공을 깨우러 왔다가
침대로 들어와 옆에서 같이 자는 장면인데,
이런 건 요즘 관점에서 보면 사실 너무 많이 사용된 낡은 공식이죠.

하지만, 이 시기는 이런 것들이 식상하지 않았던 때입니다.
소꿉친구의 캐릭터 자체와
연애 대상으로 보이지 않던 친구가 점점 다르게 보이는 전개가
발매시기의 다른 게임들과 비교할 때, 충실히 묘사된 점을 높이 평가할만 하죠.



이 게임은 소꿉친구 엔딩밖에 없는 단일 루트 게임입니다. 
주인공에게 고백한 클래스메이트나
동경의 옆집 누나, 우연히 만난 부잣집 아가씨 등과는 이어질 수 없죠.

이 시기의 에로게라면 마지막에 연결되지 않는 캐릭터라도,
일단 캐릭터를 등장시켰다면 스토리가 어찌되든
의무적으로 서로 H하는 씬을 넣는 시기였습니다.
근데, 이 게임의 경우는 그런 캐릭터들과의 H씬도 없습니다.
학교 선생님과 H씬에 강제로 휘말리는 경우가 약간 있을 뿐이죠.

사실 게임을 플레이하면 H씬이 나올 것 같은 타이밍이 보입니다.
다소 갑작스럽게 부잣집 아가씨가 키스를 하는 장면도 있죠.
어쩌면 예산이 부족해서 H씬을 넣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어찌됐든 다른 여자에게 한 눈 팔지 않는
소꿉친구와의 순애는 시대를 앞서 있었습니다.



총평하자면, 사실 소꿉친구라면 이 게임보다 몇 년 후에 나온 게임들이 훨씬 좋습니다.
지금 시점에는 딱히 어필할 장점이 없어서 굳이 플레이할 이유는 없는 게임이죠.

소꿉친구는 2000년~2007년도쯤 게임들이 좋았던 것 같아요.
지금은 오히려 소꿉친구들의 캐릭터가 지나친 점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딱 이 정도일 때가 좋았지'라는 추억을 상기시켜주는 게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