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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30일 일요일

리뷰 : 커스텀메이트(1993/9/17, 칵테일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커스텀메이트>입니다. '트'입니다. '드'가 아닙니다.
뭐, 현재 시점에서 인지도의 차이는 명백하죠.
인지도의 차이 이전에 지금은 커스텀메이트의 존재조차 거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원조는 이 게임이죠. <커스텀메이드3D>는 물론이고
<커스텀레이드> 시리즈보다도 먼저입니다. <커스텀레이드>가 제목을 따라한 거에요.


이 게임이야말로, 미소녀 커스텀 에로게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에로게의 히로인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발상 자체는
이보다 훨씬 전부터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25년전에 그걸 실제로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았죠.

때는 1993년, 당시 엘프, 앨리스소프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던 메이저 회사,
칵테일소프트가 과감하게 커스텀 게임을 만들어
게이머들을 흥분시켰습니다.



커스텀 게임답게 일단 여자 캐릭터를 만들어야 합니다.
선택할 수 있는 커스텀은 다섯 개입니다.
[타입], [성격], [가슴], [엉덩이], [헤어스타일]이죠.


일단 [가슴]과 [엉덩이]부터 살펴 봅시다. 대중소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맨 위에서부터, [가슴]과 [엉덩이] 대, 중, 소입니다.
이게 무슨 틀린그림찾기인가요? 차이가 거의 없는 수준입니다.
사실 진짜로 차이가 없습니다.
[가슴] 대와 [가슴] 중은 차이가 없고, [엉덩이] 중과 [엉덩이] 소도 차이가 없습니다.
차이 있는 부분도 자세히 보지 않으면 잘 알 수 없는 수준입니다.

다른 캐릭터 CG들도 마찬가지에요.
'설마 대중소를 하나하나 비교할만큼 한가한 사람은 없을 거야'라고 생각한 건가요?



가장 차이가 많이 나는 캐릭터입니다.
방금 전과 달리 이번에는 [가슴], [엉덩이] 대중소가 모두 다릅니다.
하지만, 역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기가 힘든 수준입니다.

게다가 잘 보세요.
아래 캐릭터의 [가슴] 소가 위 캐릭터 [가슴] 대보다도 커 보이잖아요.
[타입]에서 연상을 고르는 게 [가슴] 선택지 고르는 것보다
더 가슴에 영향을 많이 줍니다.

[가슴]과 [엉덩이] 선택지는 그래픽 상으로 그렇게 눈에 띄지 않아서
의미가 없습니다.
저에게는 더더욱 의미가 없는데, 작다나 보통따위 고를 생각은 없기 때문이죠.
다섯 선택지 중에 두 개가 벌써 그냥 날라 갔습니다.



[헤어스타일]같은 경우는 그나마 눈에 띕니다.
쇼트, 세미롱, 롱 중에서 하나를 고를 수 있죠.

문제는 머리길이 셋 중 하나라는 점이죠.
스타일이나 색을 따로 지정할 수가 없습니다.
선택의 여지가 너무나도 적습니다.


머리색뿐만 아니라 얼굴 생김새, 안경 등 모든 것이
[타입]과 [성격]을 고르는 것으로 결정됩니다.
[타입]은 연상, 동년배, 연하 중의 하나를 선택하고
그에 따라 세 가지 [성격]을 선택하는 방식입니다.

다시 말해, 3 곱하기 3이에요.
그냥 아홉 캐릭터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과 다른 게 없어요.
칵테일소프트에서 2년전에 발매한 <컁컁바니 스피릿츠>도
아홉 캐릭터 중 하나를 선택해서 대화하는 형식의 게임이었죠.
커스텀메이트가 <컁컁바니 스피릿츠>와 다른 점은 머리 길이 선택 밖에 없는 셈이에요.


커스텀 게임을 만들기 힘들었던 환경이었던 건 이해하지만
게이머 입장에서는 의미가 없을 정도로 커스텀 시스템이 빈약합니다.
최초라고 이해하기에는 커스텀 게임이 맞나 싶을 정도에요.



아무튼 캐릭터를 하나 만들...지 않고 선택한 후,
게임이 진행됩니다.

시스템도 <컁컁바니 스피릿츠>하고 비슷합니다.
사실 <컁컁바니 스피릿츠>보다는 <컁컁바니> 1편 수준이죠.
93년도의 칵테일소프트 수준치고는 다소 별 거 없는 게임입니다.

커스텀 시스템이 빈약하다고 했지만,
고작 그정도를 만드는 데도 모든 힘을 다 써버린 거죠.



총평하자면, 최초의 커스텀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인 게임입니다.
굳이 이 게임에 의미를 부여한다면, 훗날 유명한 게임들이 흉내냈던
커스텀메이트라는 제목 그 자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2018년 9월 23일 일요일

리뷰 : DORADORA 이모션 ~성패전~(1995/7/25, 칵테일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DORADORA 이모션 ~성패전~>입니다. 또다시 마작게임이죠.



중세 판타지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점점 SF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세계관입니다.
특히 '마작'이라는 주제가 그 세계관 중에 잘 녹아 있는 점을 주목할만 합니다.
기본적으로 이 세계에서의 마작은 신이 내린 선물같은 것으로서
신성시되고 있는 행위이며 마작을 잘 하는 사람은 그만큼 존중을 받습니다.
단순히 이에 그치지 않고, 마작에 대해 비판을 가하는 세력도 있으며
그에 따른 분쟁도 있습니다.

멋진 그래픽, 개성적인 캐릭터와 더불어 이 게임의 가치를 높여주는 세계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은 민트라는 천사와 함께 성패라는 마작패를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이런 세계관의 에로게에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주인공은 성패를 찾아다니며, 여러 여자와 만나고 마작을 하고
또한 이런 저런일을 하는 스토리입니다.



저는 늘 마작 게임이 그래픽이 훌륭하고, 마작이 재미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이 게임은 이 조건들을 갖추고 있는 게임입니다.
거기에 스토리가 가미되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스토리는 마지막에 뜬금없는 반전과 개연성없는 결말, 심각한 무리수 등으로
비판을 받고는 합니다.
스토리로만 본다면 지당한 비판이지만,
저는 그보다도 마작 게임치고 좋은 스토리에 더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저는 늘 이 시기의 마작 게임은 할 이유가 없고
더 나중에 나온 게임, 특히 엘프 올스타즈 탈의작 시리즈를 하는 게 좋다고 이야기하는데
이런 스토리가 있다면 나름 할 가치가 있는 셈입니다.



사실 진짜로 비판받아야 할 부분은 게임 시스템입니다.
마작 시스템은 문제가 아닙니다. 마작을 즐기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그 마작에 이르기까지의 어드벤처 파트입니다.
주기적으로 제가 비판하는 포인트 클릭 방식인데 이번에도 문제를 일으킵니다.
<극락 만다라>처럼 온갖 곳을 뒤져야 하는데 어디로 가야할지 감도 안 잡혀서
수십 분을 헤메는 수밖에 없습니다.

저 위의 민트의 대사는 
'마스터, 이런 곳에서 농땡이 피우지 말고 빨리 다른 장소로 갑시다.'입니다.
제가 농땡이 피우고 싶어서 피운 줄 아세요? 
어디로 가야할지 짐작도 안 가서 이곳 저곳 헤메는 거에요.
이 녀석들이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고 있습니다.


이게 왜 문제냐? 마작 게임이잖아요.
마작을 하고 싶은데 마작이 안 나옵니다. 
한참을 헤메고 있으면 이게 마작 게임인가 싶을 정도에요.

이 게임에서 가장 성취감을 느낄 때가 언제인지 아세요?
마작에서 이겼을 때가 아니에요. 마작 게임을 시작했을 때입니다.
드디어 마작을 하는구나하는 성취감 말이에요.



타이틀화면으로 돌아가 VS모드를 선택하면 캐릭터들을 골라 마작을 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한 번은 게임을 클리어 해야 하죠. 따라서, 별 소용없습니다.
또 스토리 진행 중에 타이틀 화면으로 돌아가서 마작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그럴 바엔 이 게임을 끄고 다른 마작 게임을 켜서 하고 말죠.


PC-98 어드벤처 게임들은 상당 수가 진행이 불편했습니다.
그게 미덕이라고 생각했던 시절이었어요. 그래야 플레이 타임이 늘어나죠.
근데 이건 마작 게임입니다. 그냥 마작 많이 하게 해주면 플레이 타임이 늘어나잖아요.
왜 쓸데없는 일을 시켜서 시간을 허비하게 하는 거죠? 이해가 안 갑니다.



총평하자면, 마작게임에 스토리가 있는 게 나쁜 건 아닙니다.
또한, 이 게임의 스토리도 논란은 있지만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스토리를 진행하는 방식이 이 게임의 단점입니다.

좀 더 간결하고 간편하게 스토리가 진행되었다면
더 점수를 줬을 것입니다.

2018년 9월 16일 일요일

리뷰 : 에로틱BAKA노벨 시리즈(칵테일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칵테일소프트에서 에로틱BAKA노벨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작품은
딱 두 개가 있습니다.

<전화벨이...> - 1993년 8월 17일 발매
<언젠가 어딘가에서> - 1995년 4월 28일 발매

이 두 게임을 에로틱BAKA노벨 시리즈라고 하며,
이번에는 두 게임을 동시에 리뷰해 보겠습니다.


'그래서 에로틱BAKA노벨이 뭔데?'라는 질문에는 솔직히 대답을 못 하겠습니다.
대체 칵테일소프트가 왜 이런 수식어를 붙였는지 저도 궁금합니다.

에로틱이야 에로게라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딱히 <전화벨이...>가 다른 게임에 비해 특별히 에로틱한 장면이 많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BAKA는 이 시기의 BAKA가 지금 말하는 에로게의 바카게의 의미와
같은 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오늘날의 바카게의 의미는 개그가 독특하고 특출난 작품,
PC-98시절로 따지자면 <프로스튜던트G>나 <전격 너스>같은 게임을 의미합니다.
반면에, <전화벨이...>같은 경우는 개그가 많이 배제되어 있는 느낌입니다.

다시 말해, '에로틱BAKA'라는 수식어가 아까울 정도로
특별히 에로틱하지도 특별히 BAKA하지도 않습니다.


'노벨'같은 경우도 의문스럽습니다.
Leaf사가 '비쥬얼 노벨'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을 때보다
앞서 노벨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동 시기의 게임들과, 심지어 칵테일소프트가 스스로가 내놓은 게임들과도
전혀 차별성이 없습니다.




시스템적인 차별 방식이라면 게임의 진행 방식을 들 수 있습니다.
보통 에로게는 텍스트가 계속 진행되는 상황이라면
텍스트에서 다음 텍스트로 진행할 때, 화면 어느 곳을 클릭해도 상관없습니다.
이건 PC-98시절에도 당연한 방식이었고, 칵테일소프트의 게임도 그랬습니다.

근데, 이 시리즈만큼은 오른쪽 아래의 화살표가 그려진 버튼을 눌러야 합니다.
마우스 커서가 저 버튼의 위에 있지 않다면 엔터키를 눌러도 진행이 되지 않습니다.

특이하면서도 불편한 방식입니다.
이런 시스템을 사용함으로써 좀 더 '노벨'같을 거라고 생각한 걸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칵테일소프트 내부적으로 봤을 때,
에로틱BAKA노벨 시리즈의 특징은 바로 '멀티 엔딩' 시스템입니다.
두 게임의 평가는 결국 '멀티 엔딩'을 얼마나 적절히 사용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전화벨이...>



전화벨이...는 무려 28개의 멀티 엔딩을 가지고 있는 게임입니다.
스토리는 숙취로 고생하고 있는 주인공의 방에서 전화벨이 울리며 시작됩니다.
'전화를 받는다', '안 받는다'의 두 개의 선택지를 고를 수 있습니다.



전화는 주인공이 숙취로 고생하게 된 원인, 전여친 사유리에게서 걸려 온 겁니다.
다짜고짜 '당장 만나고 싶다'고 이야기합니다.
이것도 '만나러 간다', '안 간다'의 선택지를 고를 수 있습니다.



그 후, '자동차로 이동', '왼쪽'같은 별 의미없어 보이는 선택지를 고른 후,
사유리와 만납니다.
마지막으로 '내 방'과 '사유리의 방' 중 어느 곳으로 이동할 것인지 결정합니다.
'사유리의 방'을 골라봅니다.



갑자기 웬 남자가 나타나더니 총을 쏴서, 총 맞고 둘 다 죽었습니다.
이렇게 엔딩 하나를 보게 되었군요.
이 엔딩 하나 보는데 10분도 안 걸렸습니다.

스토리가 짧았고, 선택지는 플레이어가 생각할 부분이 전혀 없었고,
왜 이러이러한 엔딩을 맞게 되었는지 설명도 부족합니다.
아직 실망하기는 이른데, 어차피 28개의 엔딩 중 하나의 엔딩일 뿐이기 때문이죠.
짧지만 강렬하고, 별다른 설명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엔딩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이 증폭됩니다.

하지만 결국은 실망하게 되는데, 남은 엔딩들도 전부 이런 식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열 받는 부분은 28개의 엔딩 중에 단 하나도
분량이 충실하고 복선들을 이어주는 엔딩이 없다는 점입니다.
딱 하나만 있었어도, 이 게임의 평가는 크게 상승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초반에 '전화를 안 받는다'와 '사유리와 안 만난다'는 선택지가 있습니다.
그걸 선택하면, 사유리가 등장하지 않고 다른 여자 캐릭터들이 등장합니다.
사유리와 함께하는 본편은 H씬이 충실하지 않기 때문에
그걸 보완하려고 이런 루트를 만든 것 같은데,
문제는 이런 엔딩이 28개 중 17개라는 점입니다. 절반이 넘어가잖아요.

본편이 허술하고, 쓸데없는 엔딩이 더 많으면 어쩌자는 거죠?
<노노무라병원사람들>을 생각해보세요.
원장 부인이 사건을 맡을 것인지 주인공 탐정에게 물어봅니다.
선택지로 '거절'할 수도 있죠. 거절하면 그냥 별 다를 게 없는 엔딩 하나입니다.
선택지는 있으되, 별 쓸모없는 곁가지는 버리고 본편을 더 충실하게 만들었잖아요.

<노노무라병원사람들>에서 주인공 탐정이 거절하고
병원을 나간 후에도 스토리가 끝나지 않았다면 어떨까요?
도시 한복판에서 여자를 만나 H씬이나 보여주는, 별 내용 없는 스토리가 추가되고,
정작 병원 내의 본 사건은 흐지부지하게 끝나버린다면요?
당연히 망하겠지요. 근데 전화벨이...가 바로 이런 식이라는 거에요.
쓸모없는 엔딩 17개를 만들 바에야, 본편을 제대로 만들었어야 합니다.


이 게임 이후로 PC-98 에로게는 멀티 엔딩 게임이 확연히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멀티 엔딩 에로게 시대의 문을 연 게임으로 평가받는 건
정작 이 게임보다 4개월 후에 발매된 <카와라자키가 일족>입니다.
전화벨이...는 <카와라자키가 일족>보다 먼저 나온 멀티 엔딩 게임이라는
타이틀 밖에 없는 게임일 뿐입니다.



<언젠가 어딘가에서>



언젠가 어딘가에서는 전화벨이...에서의 단점이 약간은 수정되었습니다.
에로틱하고 BAKA스러운 면은 강화되었죠.
멀티 엔딩 게임으로서의 장점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칵테일소프트 스스로도 멀티 엔딩의 장점을 살릴 수 없다고 판단한 건지
선택지 및 엔딩의 개수가 전화벨이...에 비해 줄어 들었습니다.

시작은 삑삑 거리는 시끄러운 효과음이 들리면서 시작됩니다.
이 소리가 무슨 소리인가로 <포케벨(우리나라의 삐삐)>, <가스 경보기>, <알람시계>
셋 중 하나를 선택해서 진행하는 스토리이죠.
세 가지 스토리가 있는 게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세 가지 스토리를 전부 클리어하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선택지가 새로이 뜹니다. 더미 스토리 같은 느낌이죠.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는 별거 없는 스토리이지만,
내용이 충실하기 때문에 전화 벨이...보다는 높이 평가합니다.
다만, 이 게임이 나온 95년도는 다른 멀티 엔딩 게임이 많이 나왔던 시기였고,
언젠가 어딘가에서가 그런 분위기 속에서 눈에 딱 띄는 점이 없다는 게 아쉽습니다.



총평하자면, 고전 에로게의 멀티 엔딩 시스템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게임들입니다.
이 게임 이전에도 <나오미 ~미소녀들의 관~>이나 <ANGEL>의 일부 스토리처럼
이 회사는 멀티 엔딩 시스템을 많이 활용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어찌 보면, 멀티 엔딩 게임의 유행을 미리 예견하고 있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만들어 낸 결과물이 아쉽다보니 아무 소용없는 일이 되었죠.

2018년 9월 9일 일요일

리뷰 : ANGEL(1993/10/1, 칵테일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ANGEL>은 또다시 성인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게임입니다.
만화 ANGEL 예전에 리뷰했던 <교내사생>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다시 한 번 유진이라는 만화가의 작품입니다.

저는 성인만화를 보지도 않았고,
그래서 성인만화의 에로게화에 대해 별로 좋지 않은 생각을 지닌 사람입니다.
원작을 모르니 제대로 즐길 수가 없었으니까요.

게다가, 유진 만화는 대체 뭐 때문에 이렇게 계속 게임화가 되는 건지
옛날에는 유진, 이 사람이 이 회사 주주인줄 알았습니다.
물론, 그런 게 아니라 그만큼 당시에 인기있던 성인만화가였기 때문입니다.




원작 만화는 제가 보지 못했지만,
여자를 밝히는 주인공이 사고치고 다니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저 위의 표지는 스테레오 그램 버전이라는 건데
특이하게도, 야한 장면을 매직아이로 보는 만화라고 합니다.
제 생각에는 별로 좋지 않은 아이디어인 것 같은데요.
눈만 아프고 야한 장면은 제대로 안 보이지 않을까요?



어쨌든 제가 관심있는 건 게임입니다.
게임에서 역시 주인공이 여자를 엄청 밝히고 다닙니다.
원작과 스토리가 비슷하게 흘러가는가는 제가 알지 못하지만
적어도 주인공 캐릭터는 똑같은 것 같습니다.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세 개의 에피소드가 합쳐진 게임인데
그 세 개의 장르가 모두 다르다는 점입니다.

1번은 단순한 명령 선택식 어드벤처 게임,
2번은 멀티 시나리오 어드벤처 게임,
3번은 조교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시작하면 위의 캐릭터가 "안녕~ 히메노기 시즈카에요"라고 인사를 합니다.
일단 1번을 골라 봅시다.
1번은 연쇄강X범으로 누명을 쓴 주인공이
진범을 잡기 위해 3일간 조사를 벌이는 스토리입니다.

그 조사를 벌이면서 이 여자, 저 여자와 H씬을 벌이고 다니는데
제가 보기엔 진범보다 주인공을 먼저 잡아 넣어야 할 판입니다.



메인 히로인인 시즈카입니다.
네, 바로 위에서 인사했던 히메노기 시즈카입니다.
그새 염색한 걸까요? 아무리 봐도 다른 사람 같은데요.



2번은 원작의 스포츠 대회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멀티 시나리오로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20가지 전개가 기다리고 있다고 하는데
스토리 가지 수만 많을 뿐 하나하나는 별 거 없습니다.
나중에 리뷰할 같은 회사의 게임 <전화벨이...>의 경우라고 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멀티 엔딩 붐을 일으킨 <카와라자키가 일족>보다도
두 달 앞서 나온 게임이라는 의의는 있습니다.



이번에도 시즈카가 등장합니다.
메뉴 선택화면은 물론 1번 시나리오의 시즈카와도 좀 다른 느낌입니다.
머리야 1번 시나리오에서도 묶은 적이 있습니다.
교복색만 더 진해진 차이일 수도 있지만
같은 게임인데 뭔가 통일성이 없습니다.



3번은 조교 시뮬레이션입니다.
게임 설명에서는 이 게임을 조교(?) 시뮬레이션이라고 표현합니다.
물음표가 붙어있습니다.
지금은 이쪽 장르에서 조교SLG는 당연하게 여기는 단어이지만
당시에는 생소한 단어였습니다.

이번에는 시즈카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위의 캐릭터의 이름은 안나입니다.
산수, 보건, 체육 이런 학교 교과의 커맨드를 가지고
그에 관련된 조교를 하는 게임입니다.


사실, 셋 다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은 게임이지만
지금까지 리뷰했던 만화 원작의 게임보다는 괜찮습니다.
2번 멀티 시나리오나, 3번 조교 SLG같은 경우는
그러한 장르가 생소하던 시절에 만들어진
시대를 앞서는 요소가 있는 게임입니다.
미흡하긴 하지만, 점수를 줄 부분도 있습니다.



나름 성공했었는지, 1995년 4월 14일에 <농축 ANGEL120%>라는 제목으로
속편이 발매가 됩니다.
전편에 비해 실험적인 요소도 없고 딱히 재미있지도 않기 때문에
따로 리뷰하지 않고 꼽사리로 소개합니다.
사실, 리뷰 계획이 밀려서이기도 합니다.



명령 선택식으로 옆에 있는 LOOK, TALK 등의 커맨드를 선택해서 조작합니다.
포인트 클릭의 방식인 외전도 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위에 있는 캐릭터가 시즈카입니다.
2년만의 속편에서 또 다시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했습니다.
설명을 들어 보면, 원작 만화의 시즈카는 또 다른 느낌인 것같은데
궁금하긴 합니다.



총평하자면, 원작을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미묘한 게임입니다.
특별히 재미있는 부분을 찾아낼 수 없었습니다만
제가 원작을 보지 않은 탓일 수도 있다 보니,
함부로 얘기할 수가 없습니다.

당시로서는 참신한 부분도 있는 건 틀림없기 때문에
이래저래 리뷰하기 힘든 게임입니다.

2018년 9월 2일 일요일

리뷰 : DokiDoki베케이션 ~반짝이는 계절 속에서~(1995/1/27, 칵테일소프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DokiDoki베케이션>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95년도에 발매된 이 게임이 
무려 14년이 지난 2009년에 풀셋 리마스터판으로 새로 나왔다는 점입니다.

PC-98시절의 게임들은 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쯤에
윈도우 이식 및 리메이크판 제작이 이루어졌습니다.
2000년대 후반쯤이면 그런 옛날 게임이 리메이크가 되는 경우는 드물었고
정말로 손에 꼽는 명작들만이 리메이크가 되는 상황이었죠.

그나마 최근에 리메이크된
elf의 <이 세상 끝에서 사랑을 노래한 소녀 YU-NO>라든가
C's ware의 <Desire>같은 케이스도 있지만
2009년쯤에는 이미 PC-98시절 게임 리메이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던 시기였습니다.
그리고 저 작품들은 매우 유명한 명작들이기도 하고요.

2009년의 칵테일소프트는 이미 사실상 멸망한 회사였습니다.
야심차게 발매한 <피아캐롯에 어서오세요4>조차
어떠한 반향도 일으키지 못했던 시기였죠.

DokiDoki베케이션의 풀셋 리마스터판이 나왔을 때,
칵테일소프트는 이미 황폐화된 상황이었습니다.
그 황량한 사막과도 같은 상황에 심을 묘목으로 DokiDoki베케이션이 선택되었습니다.
물론 리마스터판 역시 실패하고 묘목은 금세 말라 죽어버렸지만,
칵테일소프트 스스로는 이 게임이 위기의 상황 속에서 한 번 뽑아볼 만한
비장의 카드라고 생각했던 거죠.

DokiDoki베케이션은 과연 어떤 매력이 있었던 것일까요?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기본적인 시스템은 명령 선택식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이 시기의 트렌드였고 많은 게임들이 이런 시스템을 따랐으며
저도 많이 설명드린 바 있습니다.



그래픽은 당시 기준으로 상당히 훌륭한 편이었습니다.



왼쪽 아래에 있는 캐릭터는 대사 하나 없는 엑스트라 이하로 그냥 배경입니다.
뭐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이런 배경 캐릭터까지 멋지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다른 게임의 캐릭터일 수도 있고
<컁컁 바니 프리미에르>의 유마와 비슷한 느낌인 것 같기도 한데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주인공의 이름은 준이치로 평범한 고등학생입니다.
맨 오른쪽에 서 있는 클래스메이트 무츠미를 짝사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고백도 못하는 준이치를 위해
주인공의 친구 토오루가 제안을 합니다.

방학을 이용해 토오루와 그의 여자친구 유리는 여행을 떠날 생각입니다.
유리와 무츠미가 친하기 때문에, 유리를 이용해 무츠미를 데려갈 테니
주인공도 합류하라는 제안입니다.
주인공에게는 굉장히 고마운 제안인데, 이 친구놈은 의리도 없는지
대신 자신들의 여행 경비를 주인공이 전부 부담해야 달라고 합니다.
이정도면 친구도 아니지만 어쨌든 주인공은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경비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는 스토리입니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여자들과 많은 인연을 맺는 주인공입니다.
캐릭터들이 잘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등장 안 하는 무츠미따윈 잊어버리고
재미있게 초반부를 즐길 수 있습니다.



무츠미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고나서부터는 더 재미있어지는데,
초반부에서 친분을 쌓아온 캐릭터들 때문에 무츠미가 자꾸 질투를 합니다.
무츠미도 주인공에게 어느 정도 호감이 있는 것 같은데
주위의 방해 때문에 주인공이 도무지 무츠미와 관계 진전을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무츠미보다 우연히 만난 프로레슬러 누님 아야카가 더 좋습니다.
굳이 무츠미와 잘 되고 싶다는 욕구가 별로 없군요.
사실 이 게임은 단일루트로 계속 가다가 
마지막에 선택지로 개별 캐릭터 엔딩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진히로인은 무츠미입니다.
특이한 점은 다른 모든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는 H씬이 이 무츠미만 없다는 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때문에 이 게임을 비판하곤 합니다.

게이머들을 낚은 거나 다름없으니까요.
당연히 스토리상 진히로인인 무츠미와의 H씬이 있다고 생각하겠죠.
게이머들이 딱히 변태라서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애초에 그런 게임이잖아요.
대체 뭐 때문에 무츠미와의 H씬을 누락한 걸까요?



말씀드렸다시피 마지막에 각 캐릭터별 엔딩이 있는데,
친구 토오루의 여자친구인 유리를 빼앗는 엔딩도 있습니다.
여행 경비를 요구한, 친구도 아닌 녀석에게 복수하는 결말이군요. 



저에게는 그럭저럭 마음에 들었던 게임입니다.
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는 딱 칵테일소프트스러운 게임이죠.
대단한 스토리는 없지만,
괜찮은 러브코미디에 탁월한 그래픽과 캐릭터로 승부를 보는 스타일이죠.
그 스타일이 그만큼 강력했기 때문에, 칵테일소프트는 PC-98시절에 정상에 위치하고 있던 회사였던 겁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이 게임은 2009년에 풀셋 리마스터판으로 다시 발매되었습니다.
8월달에 코믹마켓에서 선행 판매되었고, 9월달부터 일반 판매가 시작되었죠.

800X600 화면으로 바뀌었으며 PC-98시절의 도트 그래픽에 비해
좀 더 깔끔해진 모습입니다.
2009년 게임답게 보이스도 추가되었습니다.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은 역시 시스템입니다.
'보다', '말하다' 등을 선택하는 명령 선택식 시스템이 전혀 수정되지 않았습니다.
이 부분을 수정하려면 결국 텍스트 전체를 손을 봐야하니까요.
다른 리메이크 게임들도 이 부분을 수정하지 않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확실한 건, 2009년에 맞는 시스템은 아니었습니다.
옛날에는 그런 시스템의 게임이 대다수다보니 참고 했지만,
2009년에는 이미 비쥬얼 노벨 방식이 대세였으니까요.
다들 불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더더욱이 진지한 스토리가 아니라 별 다른 내용이 없는, 잘 해봐야 킬링타임용 게임일 수밖에 없었던 
DokiDoki베케이션은 그런 단점이 더 커 보였던 거죠.



사실 시스템만큼이나 문제였던 건, 그래픽과 캐릭터였다고 봅니다.
95년 기준으로 이 게임의 그래픽과 캐릭터는 다른 회사들보다 월등한 수준이었지만,
2009년에는 평범할 뿐이었죠.
다른 회사들이 더 유려한 그래픽과 더 화려한 캐릭터를 앞세우고 있었으니까요.
스토리도 더 좋았고요.


칵테일소프트가 '스토리와 시스템을 전혀 수정하지 않고' 리메이크를 한다면,
DokiDoki베케이션을 선택한 것은 정답이었다고 봅니다.
원작은 95년 게임치고는 꽤 재미있었을 뿐만 아니라,
캐릭터나 개그도 좀 더 훗날까지 통용될 정도로 세련되었습니다.

칵테일소프트의 다른 유명한 게임인
<커스텀메이트3>나 <트래블 정션>, <전격너스> 시리즈 등은
지금 발매한다면 더 많이 손을 봐야 했을 겁니다.

다만, 역시 진정한 정답은 '스토리와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손을 보고' 
리메이크를 했어야 한다는 거죠.
그게 불가능했으면 리메이크를 안 했으면 됩니다.

저는 칵테일소프트가 이런 단순한 사실을 몰랐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똑같은 실패를 거듭하고도 칵테일소프트는 2009년에도 여전히
별 스토리없이 그래픽과 캐릭터로 승부보려는 생각으로만
게임을 제작했기 때문이죠.
DokiDoki베케이션의 리메이크도 그런 삽질의 일환일 뿐이었습니다.
전혀 특별할 것이 없는 실패입니다.



총평하자면, 가장 칵테일소프트다운 게임입니다.
1995년에도 칵테일소프트다웠고, 2009년에도 칵테일소프트다웠죠.
한 쪽은 긍정적인 의미이고 또 한 쪽은 부정적인 의미이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