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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26일 일요일

리뷰 : 졸업사진2 ~Raspberry Dream~(1996/11/22, JANIS)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JANIS는 스페이스 프로젝트라는 회사의 계열사입니다.
스페이스 프로젝트는 주로 게임 제작보다 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회사죠.
2020년 시점에서 스페이스 프로젝트 산하 브랜드 중 그나마 가장 유명한 브랜드는
<하늘의 색, 물의 색>이나 <폴트> 등을 판매한 Ciel이 아닐까 싶군요.

JANIS의 이름을 걸고 판매한 게임 중에서는
아마 <트라이앵글 하트>시리즈가 가장 유명할 것입니다.
스핀오프 애니메이션인 <마법소녀 리리컬 나노하>도 꽤 인기가 있었죠.



도스 시절에 가장 눈에 띄는 게임은 바로 <졸업사진2 ~Raspberry Dream~>입니다.
제목은 비슷합니다만 예전에 리뷰했던 칵테일소프트의 <졸업사진/미키>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의 1편은 <졸업사진 ~Naked Color~>라는 제목으로
2편과 시스템이 비슷하고 세계관도 공유하고 있습니다.



시스템은 맵을 마우스로 클릭하며 장소를 이동하는 시스템입니다.
장소에 방문할때마다 시간이 10~30분정도 진행됩니다.
동네의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캐릭터들과 만나 대화하는 방식이죠.

이 시스템에 대해서는 장황한 설명이 필요가 없는데
게임을 대충 10분만 해도 이 게임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엘프 사의 <동급생>과 같은 시스템입니다.
많은 분들이 <동급생>과 비슷한 시스템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제가 봤을 때는 <동급생> 그 자체에요.
물론 완전 똑같지는 않지만, 핵심 요소나 전개 방식이 <동급생>과 그냥 판박이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동급생>은 어마어마한 히트를 쳤고,
당시에는 유사한 스타일의 게임이 많이 나오던 시기였습니다.
졸업사진2는 그중에서도 가장 동급생과 비슷하게 만들어진 게임일 뿐이죠.



사실상 캐릭터만 바꾼 동급생입니다.
캐릭터의 구성도 다양한데 '피가 안 섞인 여동생', '소꿉친구', '부잣집 아가씨', '병약소녀', '학교 선생님' 등등...
뭐, <동급생2>를 따라했다고 볼 여지도 있긴 하지만
당시의 전형적인 인기 캐릭터를 모아놓은 구성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독창성이 부족한 게임이기는 하지만 막상 플레이하면 꽤 재미있습니다.
왜냐면, <동급생>이니까요.
캐릭터와 스토리만 괜찮다면 재미없을 수가 없는 게임이고,
실제로도 캐릭터와 스토리를 잘 만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캐릭터인 부잣집 아가씨인 사오리입니다.
집안에서 정략결혼을 시키는 바람에 가출하고,
우연히 클래스메이트인 주인공을 만나 주인공 집에 얹혀 살게 되었습니다.



건방진 성격인데다가 부잣집 아가씨다보니 서민들의 생활을 잘 몰라서
악의가 없어도 말을 막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주인공의 소꿉친구 케이코네 가족이 경영하는 식당의 덮밥을 보고 
'이거 개밥 아니냐'고 합니다.



종업원으로 일하는 케이코가 등 뒤에서 화를 꾹 참고 있습니다.
주인공에게는 식은 땀이 나는 순간이었지만
다행히도 먹고난 후에는 사오리의 입에 맞았는지 칭찬하고 끝났습니다.



<동급생>시리즈와 <하급생>에서는 여러 부잣집 아가씨가 나왔지만
뭔가 아쉬웠습니다. 사오리가 더 마음에 들어요.
스토리도 다소 뻔하기는 하지만 좋았습니다.



총평하자면, 단순한 <동급생> 아류작 이상의 평가는 내리기 힘든 작품입니다.
발매시기로 봤을 때, 더 많은 발전이 이뤄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들게 하고요.

평가와는 별개로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동급생> 3편이 안 나온 아쉬움을 약간이나마 채워주는 작품이죠.
저는 브랜드 치킨을 좋아하지만, 시장 닭강정도 좋아하고, 
마트에서 파는 치킨 너겟도 좋아합니다.
<동급생>과 졸업사진 2는 그런 관계인 것 같습니다.

다소 부족하지만, <동급생>시리즈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졸업사진2도 즐길 수 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2020년 1월 19일 일요일

리뷰 : 엽기의 함 시리즈 그 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엽기의 함 시리즈는 리메이크를 제외하면 총 네 편이 나왔습니다.
이미 <엽기의 함>과 <엽기의 함 제2장>은 리뷰했죠.
이래저래 비판을 많이 하기는 했지만 둘 다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소개할 게임은 펭귄 워크스라는 회사에서 발매된 두 작품입니다.
<엽기의 함 제3장> 1999년 11월 26일 발매
<엽기의 함 제4장> 2002년 8월 9일 발매

두 게임을 함께 소개하는 이유는 재미도 없고, 할 말이 많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꽤 화제가 되었던 이전 두 작품과 달리 3장과 4장은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지 못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원화가 요코타 마모루를 비롯하여
이전 스탭들이 많이 변화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다른 건 모르겠고 원화가가 바뀐 게 가장 컸죠.
원화가만 똑같았어도 욕은 먹겠지만 판매량은 좋았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제3장, 제4장 모두 전작에서 특별하게 계승된 게 없는 작품입니다.
노골적으로 이름빨만 받겠다는 작품이었죠.



엽기의 함 제3장입니다. 이번 무대는 방송국입니다.
주인공은 드라마 제작을 꿈꾸는 프로듀서 유망주입니다.
근데 방송국에 취직하자마자 사장이 부릅니다.



시리즈 전통의 여사장 캐릭터입니다.
주인공의 꿈 이런 건 관심도 없고 주인공을 뽑은 이유는 모 사건의 수사를 위해서입니다.



방송국의 인기 리포터 사에코가 말려든 사건을 수사하라는 내용입니다.
뭐에 말려들었는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말려든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왜냐?
방송 도중에 갑자기 얼굴이 붉어지고, 말을 더듬고, 몸을 비비꼬고 합니다.
이 리뷰를 보시는 주요 독자분들은 벌써 대충 무슨 내용인지 파악하셨을 수도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자세히는 설명할 수 없지만 요약하자면,
방송국 어딘가에 있을 리모컨 들고 있는 사람을 찾아야 되는 겁니다.

이걸 알아채다니 정말 명탐정이로군요.
다른 게임들에서는 리포터가 '그냥 오늘 컨디션이 안 좋아서요.'라고 하면
스탭들이나 시청자가 다들 '그렇구나' 하고 납득하던데요.



같이 수사를 하는 견습탐정으로 이름은 에리입니다.
아침에 치한에게 당하는 걸 도와줬더니 오해하고
주인공을 발로 차버린다는 뻔한 클리셰로 만나는 캐릭터입니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방송국을 돌아다니면서, 주어진 시간 내에 
이 캐릭터 저 캐릭터를 만나고 다니는 게 주요 시스템입니다.
시스템 자체는 좋은 점은 없지만 딱히 비판할 내용도 없군요.



대체 범인의 마수가 어디까지 뻗어있는지 댄스 아이돌 중 한 명도
방송 중에 의심스러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이돌은 방송중에 쓰러지기까지 합니다.
이렇게까지 무리시키다니 범인이 안 들키려는 생각이 없습니다.

3장의 내용은 살인범 찾기가 아니라 파렴치범 찾기인가 하는 도중에
쓰러진 아이돌이 사망하게 됩니다.
이번 작품 역시 살인사건이었던 거죠.

그리고 뭐, 살인범보다 나쁜 방송국 내부의 수많은 변태들과
파벌 싸움에 휘말리면서 살인범을 찾아다닌다는 내용입니다.

이 게임 역시 추리물로서 비판점이 많이 보입니다만
가장 비판하고 싶은 부분은 또 멀티엔딩입니다.
저는 1장, 2장에 멀티엔딩의 활용방식에 대한 비판을 가한 적이 있는데
3장도 그렇습니다.



이 게임의 진범은 루트에 따라 달라집니다.
범인이 두 명인데 둘이 공범이 아니라, 
루트별로 다른 전개를 보여주며 범인이 달라지는 방식인 거죠.
굉장히 기발한 방법입니다만, 정말 다루기 어려운 전개방식이기도 합니다.

가장 큰 문제점은 범인은 달라지는데, 
그 두 스토리가 유의미한 차이를 거의 안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공통적인 부분이 많을 뿐더러
범인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부분까지 별 차이가 없으니
스토리가 앞뒤가 안 맞는게 아닌가하고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이래저래 나쁜 평가를 받고 있고 실제로도 전작에 비해 많이 딸리지만
그냥 저냥 할만한 수준은 됩니다. 세간의 평가와 달리 완전 쓰레기까지는 아니에요.
오히려 '엽기의 함'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오지 않았다면
그다지 비판받지 않았을 게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무난한 게임입니다. 제4장에 비하면요.



엽기의 함 제4장의 무대는 아마추어 만화 전시회입니다.
작품 내에서 코믹 갤러리라고 불립니다.
주인공은 대학생으로 코믹 갤러리에서 자원봉사 경비를 하기로 합니다.



또다시 빠지지 않은 시리즈 전통의 여사장 캐릭터입니다.



주어진 시간내에 이런 저런 장소를 방문하는 시스템도 여전하죠.

전작들과 비슷한 건 이것뿐입니다.
추리물 전개도 부족하고, 스토리의 깊이도 부족하고, 잔인한 CG도 없고,
분위기도 너무 가볍게 흘러서 이걸 왜 엽기의 함 시리즈에 포함시켰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입니다.



글쎄요. 이렇게까지 시리즈를 연장하는 게 과연 상업적으로 이득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주요 장면에서 비슷한 점이 있기는 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엽기의 함 느낌이 안 들어요. 
엽기의 함의 성공 포인트를 전혀 캐치하지 못하고 제작된 게임입니다.


총평하자면, 도스 시절에서 윈도우 시절로의 전환, 주요 스탭 변경 등의 문제가 겹치며
3장과 4장은 시리즈가 계속 되는가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책임을 지닌 작품이었습니다.
보시다시피, 책임을 다 하지 못했고 엽기의 함 시리즈도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차라리 3장과 4장이 나오지 않았다면, 진설 엽기의 함 시리즈가 나올 때,
시리즈가 계속 유지되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여러 모로 시리즈 팬들에게는 민폐인 게임이었습니다.

2020년 1월 12일 일요일

리뷰 : 진설 엽기의 함 제2장(2009/5/1, CALIGULA)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2009년에 리메이크된 <진설 엽기의 함 제2장>입니다.



개선된 부분중 가장 훌륭한 점은 시스템입니다.
캐릭터를 조작해서 이동하던 원작과 달리
이동하고 싶은 장소만을 선택해서 이동하면 됩니다.
이동하면 만날 수 있는 캐릭터 정보도 모두 표시됩니다.

또한, 맵 화면이나 BGM 등이 놀이동산의 신나는 분위기를 정말 잘 살려줍니다.



CG도 개선되었지만 딱히 칭찬할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되는군요.
애초에 원작 게임의 CG가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스토리를 살펴봅시다.
초반에는 큰 문제없이 놀이동산을 돌아다니며 미소녀 캐릭터들과
평범한 대화를 주고받는 것뿐입니다.

1편에서는 애초에 주인공이 연쇄 실종사건의 범인을 잡기 위해 백화점에 잠입한 것이었지만
2편의 주인공은 평화로운 놀이동산 경비일뿐이죠.


그냥 여러 캐릭터와 호감도를 높이는 대화나 주고 받는 나날이 계속 되던 중
5일째 되는 날, 드디어 사망사고가 발생합니다.



어디갔는지 하루종일 안 보이던 호빗 청소부 카지와라가
청소용구실에서 시체로 발견됩니다.
건방지게 주인공이 등장하기도 전에
진 히로인 후보인 마키코와 사귀고 있을 때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카지와라의 사망은 단순사고로 처리됩니다.
테마파크 판타젠은 MAOS라는 최첨단 시스템으로 모든 설비가 관리되고 있습니다.
MAOS의 오작동으로 인해 카지와라는 청소용구실에 갇히게 되었고
또다른 오작동으로 인해 청소용구실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져 사망한 것입니다.


한 사람의 불행한 사망에도 불구하고 테마파크는 계속 운영됩니다.
그러나 불과 이틀만에 또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합니다.

경비를 서고 있던 주인공에게 세큐리티룸의 유카리가 통신을 보내옵니다.
퍼레이드 도중에 CCTV로 이상한 것을 발견했는데
자신이 본 것을 도저히 믿을 수 없으니 주인공이 대신 확인해 달라는 내용입니다.



퍼레이드 행렬 십자가에 마네킹 대신 기계 정비담당 카즈코가 매달려 있습니다.
주인공은 퍼레이드를 중지시키면 대소동이 일어날 것을 염려하여 곧바로 돕지 못합니다.
퍼레이드 행렬이 도착했을 때, 카즈코를 내려 심폐소생술을 시도하지만
결국 카즈코마저 사망하고 맙니다.

카즈코의 사망은 도저히 사고로 볼 수 없는 명백한 살인입니다.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는 이 인형옷에 들어있는 사람입니다.
이 인형옷의 주인 여성은 1년전에 많은 의혹을 남기고 자살했고
그 이후로 이 인형옷은 아무도 입지 않고 구석에 박혀 있었습니다.

그러나, 카지와라의 사망 때도, 카즈코의 사망 때도 이 인형옷이 목격되었습니다.
테마파크의 직원들 사이에서는 1년전 사망한 여성의 유령이라는 소문이 퍼집니다.

주인공은 이 인형옷을 발견하고 추적하지만
오히려 기습에 당해 이마에 큰 상처만 입게 됩니다.
어지간히 큰 상처였는지 그 후로 이동하면서 만나는 캐릭터마다
이마가 왜 다쳤는지 물어봅니다.



그날 밤에 주인공은 방에서 혼자 생각하며 인형옷을 입은 범인을 추려냅니다.
모든 사람이 이마의 상처에 대해 걱정했는데
파라오 랜드의 핫토리 아저씨만이 상처에 대해 전혀 얘기를 꺼내지 않습니다.

의심하던 주인공은 나중에 상처를 가리고 핫토리와 다시 만나
자신이 습격당했다는 이야기를 꺼냅니다.
핫토리는 습격당했다는 말만 듣고 '상처는 괜찮냐'는 질문을 합니다.
상처가 났다고는 말도 안했는데 말이죠.
주인공의 의심은 확신으로 바뀝니다.

이런 추리 과정은 꽤 멋진 연출이라고 생각합니다.



범인 1순위로 떠오른 쿠사카베 소이치로라는 인물입니다.
MAOS의 설계자로 해킹을 통해 테마파크의 모든 시설을
자기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습니다.
카지와라의 죽음은 기계의 오작동이 아니라 범인의 계획대로였던 거죠.



세 번째 희생자는 오딘랜드의 발키리 쿄입니다.
정수관리시설의 큰 철문에 끼어 있는 것을 주인공이 발견합니다.
또다시 해킹을 통해 쿄를 함정에 빠뜨린 겁니다.

진짜로 몸이 반토막나서 사망하는 배드엔딩도 있습니다.
시체 CG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데 그야말로 엽기적입니다.
다행히도 플레이어가 조금만 신경을 쓰면 쉽게 도와주는 게 가능합니다.



구사일생한 쿄는 주인공에게 진실을 털어놓습니다.
살해당한 카지와라와 카즈코, 그리고 자신
마지막으로 경비원인 이노우에와 쿠사카베 소이치로는 친구 사이였습니다.

테마파크 판타젠은 MAOS를 시범적으로 도입하는 최첨단 놀이시설이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예산이 쪼들려서 부실공사를 하게 됩니다.
MAOS의 설계자인 쿠사카베는 부실공사를 격렬히 반대했고
놀이동산 측에서는 쿠사카베를 설득하기 위해 친구 넷에게 5천만엔을 건넸습니다.



쿠사카베는 매수에 응하지 않았고 이노우에는 몸싸움 도중에 쿠사카베를 죽이고 맙니다.
이노우에는 구급차를 부르자는 친구들의 말을 무시하고
쿠사카베의 시체를 판타젠 공사 콘크리트에 묻어버리고 5천만엔을 꿀꺽하기로 합니다.

이것이 카지와라, 카즈코가 살해당하고, 쿄가 살해당할 뻔한 사건의 동기입니다.
쿠사카베가 사실 살아 있어서 놀이동산을 해킹하여 사람들을 죽인 것처럼 보이지만
추리물들이 다 그렇듯이 쿠사카베는 진짜로 죽은 게 맞고
그를 계승하는 사람이 살인을 저질러 왔던 겁니다.



모든 만악의 근원인 이노우에입니다. 진범인보다 더 나쁜 놈입니다.
클라이막스에서 정말 개쓰레기스러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실 1년전에 놀이동산에서 사망한 여성도 자신이 죽였다고 자백합니다.
주인공과 이노우에는 드라크루 성에서 치열한 싸움을 벌입니다.
주인공이 이겨야만 해피엔딩을 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제가 범인처럼 이야기했던 파라오 랜드의 핫토리는 진범이 아닙니다.
공범이기는 하지만 진범은 따로 있죠.
진범이 누군지 눈치채기 어려운 건 아니지만, 제 블로그에서는 굳이 이야기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처음에 본 제대로 된 엔딩은 히카루 엔딩입니다.
히카루 엔딩을 봤을 때가 이 게임에 대한 평가가 최고치를 찍었던 때였죠.
히카루 엔딩도 여러 가지가 있고, 몇 개는 쓸데없는 엔딩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제대로 진범인까지 잡는 엔딩을 볼 때까지
이 게임은 정말로 기가 막히게 멋졌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추리물 자체에 아무 허점도 없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허점들을 굳이 잡아낼 필요가 없을 정도로
전체적인 스토리가 하나의 추리물로서 흥미진진했습니다.

히카루 엔딩까지는 그랬죠. 처음 본 엔딩에서 제 평가가 최고치를 찍었다는 건
다른 엔딩은 결국 실망스러웠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히카루 엔딩을 보았을 때, 꽤 만족했던 편이지만
그만큼 다른 엔딩에 대한 기대도 컸습니다.
히카루는 클라이맥스에서 활약이 좀 있기는 하지만
살인사건과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캐릭터입니다.
그런 캐릭터의 엔딩도 이정도인데 직접적인 상관이 있는 캐릭터 엔딩은 어떻겠습니까?

초반에 살해당한 카즈코루트는 어떻게 전개될까요?
살해당할 뻔한 쿄루트는 또 어떻고요.
게다가 1년전 의문사한 여동생의 비밀을 찾으러 온 모리모토에 대한 떡밥도 남아있고,
진범인 루트도 있습니다.

이렇게나 멋진 히카루 엔딩을 봤는데, 그 후에도 기대할 요소가 산더미인 겁니다.
그때 당시의 제가 얼마나 흥분했겠습니까?


자, 그럼 퍼레이드에서 매달린 시체로 발견되었던
기계정비 담당 카즈코 루트부터 봅시다.
카즈코 루트를 보기 위해서는 초반 술자리에서의 선택지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저는 카즈코루트에 돌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크게 실망했습니다.
본격적인 사건에 들어가기도 전에 H씬이 벌써 3개가 나오고 말았던 겁니다.
왜 초반부터 H씬이 몰려있는 걸까요?
당연히 후반에 등장이 없다는 거죠. 결국 카즈코의 사망은 피할 수 없는 겁니다.



카즈코 루트에 돌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살해당하고만 카즈코입니다.
그러나 실망했던 제 예상과 반대로 심폐소생술로 인해 카즈코는 죽지 않습니다.
구급차에 실려가 목숨을 건지게 됩니다. 제 기대는 단번에 다시 올라 갔습니다.
살아남은 카즈코는 살해당한 다른 루트에서는 미처 보여주지 못했던 활약을 보여주겠죠.

그리고 카즈코의 활약은 이렇습니다.
주로 데이트 이벤트가 발생하는 10일째의 활약입니다.



안타깝게도 아직 혼수상태입니다.
하지만 클라이막스의 전날 12일이 다가오고 그 때의 카즈코는...



안타깝게도 여전히 혼수상태입니다.
침대에 누워있더라도 정신이 돌아와서
말 한 마디라도 나눠주는 장면조차 없습니다.


그리고 클라이막스에 돌입하여,
이노우에와의 대결전에서도, 진범이 밝혀질 때까지도 전혀 등장이 없습니다.
결국 사건이 다 해결되고 엔딩곡이 흘러갑니다.
그리고 엔딩곡이 다 끝나고 나오는 장면은...



카즈코의 묘지를 참배하는 주인공입니다.
사실, 농담입니다. 이건 배드엔딩이죠.
아무리 그래도 카즈코의 활약이 전혀 없잖아요. 이런 엔딩은 말도 안 되죠.

이번에는 카즈코의 해피엔딩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0일째의 카즈코의 활약은 이렇습니다.



12일째의 카즈코의 활약은 이렇죠.



클라이맥스에서의 활약은 어땠냐고요?
모르겠습니다. 안 나와서요. 나오지는 않았지만 당연히 이거겠죠.



또 다시 엔딩곡이 흐르고, 해피엔딩 에필로그 장면입니다.



축 결혼 엔딩입니다. 몇 마디 나누고 엔딩이죠.

이런 엔딩은 사망 엔딩과 전혀 다른 게 없습니다.
결국 스토리상 달라진 점이라고는 심폐소생술을 했더니
카즈코가 살았냐 죽었냐의 차이밖에 없는 거죠.
살았든 죽었든 스토리상 아무 영향을 끼치지 않고, 대사 한 마디 없습니다.

소위 의무감 엔딩이라는 거죠.
'우리는 이 캐릭터를 만들었으니 스토리상 의미가 있든 없든
엔딩 하나정도는 만들어야할 의무가 있어.'라는 생각으로 만드는 게 이런 엔딩입니다.



쿄 엔딩도 마찬가지에요. 다른 루트와 다 똑같고 엔딩곡 후 에필로그만 다릅니다.
카즈코나 쿄의 경우는 클라이막스에서 전혀 활약이 없어요.
사건과 전혀 상관없는 캐릭터인 히카루는
클라이막스에서 활약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모리모토의 엔딩도, 진범인 엔딩도 완전히 똑같지는 않았지만
제가 기대한만큼의 차이는 없었습니다. 90프로정도는 똑같았어요.



이 게임은 근본적으로 설계 결함이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게임의 스토리는 하나의 추리 드라마로서 완성도가 높았습니다.
다만, 그 스토리가 20개가 넘는 멀티엔딩을 끌고 갈 만한 스토리가 아니었던 거죠.

큰 스토리 하나가 비슷한 스토리 몇 개로 갈라지고,
그 몇 개에서 엔딩만 살짝 살짝 바꿔서 엔딩을 많이 만든 게임인 겁니다.
저는 첫 엔딩을 보고 남은 게 많다고 좋아했지만,
사실 그게 전부였고 남은 건 하나도 없었던 거죠.

그리고 사실 배분도 잘못했습니다. 엔딩 하나에서 너무 많이 알려줬어요.
1년전의 여성 사망사건 같은 경우는 사실 진상과는 관계없는 함정이었습니다.
게임 내의 등장인물과 게임외의 플레이어를 혼란시키는 장치였죠.

근데 그런 관계없는 사건의 진실까지 한 번에 다 알려줍니다.
그런 건 그 사건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모리모토 루트를 위해 남겨 놨어야죠.
정작 모리모토 루트에서 보여줄 게 없어졌잖아요.



그럼 왜 이런식으로 게임이 설계되었을까요?
그건 원작이 97년도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90년대후반~2000년대초반까지는 공통적인 스토리에
캐릭터와 엔딩만 살짝 살짝 바꾸는 게임들이 많았습니다.
당시 기술적인 한계도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딩을 많이 만드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되던 시절이라
그게 딱히 단점이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2009년에 나온 리메이크에도 그 단점이 똑같이 들어있다는 점입니다.
2009년에는 이미 엔딩만 살짝 바꾸는 스타일의 게임은 도태된 시기였죠.

<엽기의 함> 1편은 리메이크에서 대대적으로 갈아 엎었죠. 많은 단점을 해결했습니다.
근데 <엽기의 함 제2장> 리메이크의 경우는 자잘한 수정 이외에
스토리가 거의 수정되지 않았어요.

1편 원작은 허점이 많았기 때문에 리메이크에서 보완이 많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2편 원작은 애초에 완성도가 높았죠.
그래서 큰 변화없이 리메이크를 발매한 겁니다. 단점을 개선할 타이밍을 놓치고 만거죠.
원작의 높은 완성도에 리메이크가 발목을 잡힌 격입니다.




총평하자면, 그래도 단일 스토리는 꽤 훌륭한 게임입니다.
모든 CG, 모든 엔딩을 전부 다 보겠다고 생각하시는 분에게는
의미없는 부분이 많이 들어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냥 다른 엔딩 기대 안 하고 엔딩 몇 개만 보겠다 하는 분에게는
최고의 게임이라고 생각되는군요.

진범인을 잡기 위해서는 난이도가 조금 있는 편이지만
리메이크쪽은 시스템이 잘 정비되어 있기 때문에 재미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멋진 추리물을 원하시는 분들이라면 최소 할만했다는 평가가 나오리라고 생각됩니다.

2020년 1월 5일 일요일

리뷰 : 엽기의 함 제2장(1997/1/7, 일본플랜텍)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엽기의 함 제2장>입니다.
이번에는 놀이공원을 무대로 한 연쇄 살인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전작의 경비원이었던 사이토 타케시가 주인공입니다.



테마파크 '판타젠'의 책임자 미유키입니다.
까탈스러운 상사로 주인공을 만나기만 하면 감봉한다고 협박합니다.

첫 만남에서 주인공의 일을 설명해주는데 평범한 경비일은 아닙니다.
주인공은 경비옷이 아닌 중세 판타지 기사 코스프레를 하고 일을 해야 합니다.
컨셉까지 강요하며 자신한테 대답할 때,
'네'가 아니라 '존명'이라고 대답하라고 합니다.

'뭐 이따위 경비일이 다 있어?'라고 생각하는 와중에
동료 경비원이 등장합니다.



동료 경비원인 이노우에입니다. 보시다시피 지나치게 잘 어울립니다.
첫인상은 꽤 좋은 편인데, '존명'같은 컨셉은 사장 앞에서만 잘 하면 된다는 팁을 알려줍니다.
오늘 밤에 환영파티로 사람 모아서 같이 술 마시자고 하는군요.

아무튼 주인공은 저런 식으로 흑기사 분장으로 테마파크를 경비하러 돌아 다닙니다.
진상손님이 별로 없는 놀이공원이기 때문에
그냥 여직원들과 대화하러 다니는 땡보직입니다.



제어 시스템을 관리하고 있는 유카리입니다.
주인공이 어디에 있든 통신기를 통해서 교신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이 농땡이 피우는 걸 다 잡아냅니다.



테마파크의 상징인 '드라큘라 랜드'의 드라크루 성에서
흡혈귀의 신부 역할을 하고 있는 마키코입니다.
어트랙션의 이름이 드라큘라 성이 아니고 드라크루 성인데
드라크루가 드라큘라의 아버지인가 그렇고 아무튼 디테일한 설정이 많이 붙어 있습니다.

마키코는 내성적이고 과묵한 성격으로 초반에는 주인공과 대화가 제대로 되지도 않습니다.
갈색 긴생머리를 가진 딱봐도 메인 히로인입니다.



마찬가지로 '드라큘라 랜드'에서 일하는 시즈코입니다.
활기차고 귀여운 소녀로 주인공이 허튼 짓을 하면 가차없이 싸대기를 날립니다.
플레이할 때는 매력적인 캐릭터인데 중심 스토리에서 좀 벗어나 있다 보니,
딱히 기억나는 장면은 없습니다.



드라큘라 랜드의 '유령의 집'을 담당하고 있는 히카루입니다. 악마 복장을 하고 있습니다.
뮤지컬 스타를 꿈꾸고 있는 노력파로 퍼레이드 때마다 댄서로서 활약합니다.

엔딩 중에는 뮤지컬 스타의 꿈을 이루는 엔딩도 있는데
히카루가 너무 성공한 나머지 주인공과 맺어지지 못하고
주인공은 단순한 관객으로 지켜만 본다는 엔딩입니다.



'북유럽 신화풍' 오딘 랜드의 놀이기구 '바이킹 쉽' 담당자인 쿄입니다.
노출이 심한 발키리 복장을 하고 있습니다. 성격도 여전사 같은 스타일입니다.
전반적으로 전작에 비해 캐릭터들의 외관이 어려진 가운데,
섹시함을 담당하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중국풍' 강시랜드의 중국 요리집의 점원인 타마미입니다.
강시복장을 하고 접객을 하는 귀여운 소녀입니다.
패황천쇄류유술이라는 희한한 무술을 마스터하여
주인공이 찾아오면 생명의 위협이 될 수 있는 기술로 환영해줍니다.



월드 바자에 있는 과자점 '밀키 하우스'의 종업원 사쿠라입니다.
직접 과자를 만들기도 하는데 이상한 걸 많이 넣어서 맹독 수준의 과자를 만듭니다.
천연 캐릭터이기 때문에 순수한 표정으로 과자를 주기 때문에
주인공은 감히 거절할 수가 없습니다.

과격한 살인 전개 속에서 플레이어를 치유해주는 캐릭터라고 생각했고
중반까지는 제 기대에 그런대로 부응했습니다만 
후반부로 들어가면 조금 이상해집니다.
연쇄 살인사건하고는 전혀 관련없는 캐릭터입니다.



기계정비 담당인 카즈코입니다.
주인공보다 연상인 캐릭터로서 첫날 선택지만 잘 선택하면
호감도가 쉽게 오르는 캐릭터입니다.



주인공과 같은 경비원인 모리모토입니다.
남자다운 말투로 이야기하고 다니며
몸매를 알기 힘든 갑옷으로 감싸고 있기 때문에 다들 남자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남장여자 캐릭터입니다.

사실 1년 전에 모리모토의 여동생이 이 놀이공원에서 일하다 자살을 하였습니다.
여동생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정체를 숨기고
놀이공원에서 성별을 숨기고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저는 첫 만남에서부터 이 캐릭터가 당연 여성일 거라고 생각했고,
오히려 왜 다른 캐릭터들이 모리모토를 남자라고 생각하는지 의문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첫날의 자기 소개 때문입니다. 이름이 모리모토 히로미입니다.
나중에 구글 검색을 해보니 히로미도 남자이름으로 쓰이는데
당시 제가 아는 히로미는 전부 여자였고, 그래서 여자 이름이라고 생각했던 겁니다.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반전을 금방 간파했습니다.



'그리스 신화'풍 아르테미스 랜드의 청소부 청년 카지와라입니다.
청소부도 호빗복장을 하고 있는 참 컨셉에 충실한 테마파크입니다.



테마파크를 돌아다니면서 등장인물 소개를 마친 후 술자리를 가집니다.
동료 경비원 이노우에, 발키리 쿄, 기계 정비사 카즈코, 청소 호빗 카지와라가 모였습니다.
이때 들으니 이노우에는 쿄와 벌써 사귀는 중이고,
카지와라는 뱀파이어의 신부 마키코와 사귀는 중이랍니다.

아니, 에로게 주인공이 등장하기도 전에 이렇게 다 사귀고 있으면 어떡하죠?
심지어 쿄는 색기담당이고, 마키코는 메인 히로인 예상 1순위였는데요.




시스템은 동급생과 비슷한 스타일입니다.
주인공 캐릭터를 조작하여 정해진 시간 내에 이 장소, 저 장소를 돌아다니는 시스템이죠.

전작에 비해 방문할 장소도 적어졌고, 경로도 플레이어가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예상치 못하게 흘러가 버리는 불상사는 많이 없어졌습니다.
난이도는 여전히 높지만 플레이할만 합니다.



호감도를 알려주는 힌트 캐릭터도 생겼습니다.
사실 이 게임의 제대로 된 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호감도 조절이 아니라
범인을 잡아야 하지만, 어쨌든 전작에 비해 배려를 해주고 있습니다.



짜증나는 부분은 캐릭터가 이동할 때 장소를 방문하는 감도가 너무 민감하다는 점입니다.
정확히 입구에 들어가지 않고 입구 근처만 지나가도 그 장소를 방문할 때가 있습니다.
테마파크 주변은 숲으로 둘러 싸여 있는데
그 숲에도 함부로 접근하면 숲을 방문해 버립니다.


초반에는 이렇게 테마파크를 돌아다니면서 캐릭터들과 대화하고 다니는 일뿐입니다.
전작의 백화점처럼 연쇄실종사건이 일어나는 곳도 아니기 때문에
평온한 테마파크일 뿐이죠.



이 테마파크에서는 과연 무슨 음모가 도사리고 있을까요?
또한 어떠한 엽기적인 살인이 벌어지는 걸까요?
스토리에 대해서는 전작 리뷰와 마찬가지로 <진설 엽기의 함 제2장>리뷰에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